‘집밥 백선생’과는 다른 ‘수미네 반찬’이 지향해야할 것들
사실 스튜디오의 풍경만 보면 tvN 새 예능프로그램 <수미네 반찬>은 이전에 시즌3까지 방영된 <집밥 백선생>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백종원이 있던 자리에 김수미가 서 있고, 요리무식자들이 서 있던 자리에 최현석, 여경래, 미카엘 같은 스타 요리사들이 서 있다는 차이가 있지만, 그 정경 자체가 다르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중심에 선 김수미가 자신이 수십 년 간 쌓아온 요리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집밥 백선생>의 백종원이 겹쳐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형식이 비슷하다고 해서 내용도 같을까. 그렇지 않다. 그건 백종원이라는 인물과 김수미라는 인물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백종원이 ‘요리연구가’라고 불린다면 김수미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오랜 요리 경험을 축적해온 ‘엄마’에 가깝다. 요리연구가인 백종원은 그래서 요리무식자들에게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만, 엄마의 손맛을 전면에 내건 김수미는 간편해지는 식문화에 의해 사라져가는 우리네 밥상을 되살리는 요리에 가깝다. 그래서 이미 요리에 정통한 스타요리사들이 ‘자격증 없는’ 이 엄마의 제자를 자처하는 이색적인 풍경이 가능해진다.
물론 <집밥 백선생>에서도 일품요리가 아닌 반찬을 만드는 노하우가 공개되긴 했지만 <수미네 반찬>은 여기서 더 나아가 본격적인 ‘반찬 요리’에 집중한다. 사실 우리들의 식단을 보면 예전처럼 여러 반찬과 국 그리고 밥을 먹는 방식에서, 좀 더 간편한 일품요리를 해먹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게 사실이다. 워낙 바쁘게 살아가는 삶이다 보니 일일이 반찬을 여러 개 만들어 준비하는 밥상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서다. 그래서 <수미네 반찬>이 지향하는 바는 기획의도에도 들어가 있듯이 ‘조연으로 물러났던 반찬을 우리의 밥상으로 옮겨오자’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집밥 백선생>이 보여줬던 ‘집밥’과 <수미네 반찬>이 보여주려는 ‘집밥’의 개념이 달라진다. <집밥 백선생>은 ‘집밥’하면 괜스레 신격화해버린 ‘엄마의 밥상’ 같은 무게감을 덜어내고 ‘집에서 누구나 간편히 해먹을 수 있는 밥’으로서의 ‘집밥’을 전면에 내건 바 있다. 반면 <수미네 반찬>은 거꾸로다. 사라져가는 ‘엄마의 밥상’과 그 ‘손맛’을 전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수미네 반찬>이 끄집어낸 ‘엄마의 밥상’이라는 소재가 요리라는 세계를 다시금 ‘엄마들의 의무’로 퇴행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건 이 프로그램의 풍경으로 제시되어 있듯이, 김수미가 가르치는 제자들이 엄마들이 아니라 최현석, 여경래, 미카엘 같은 남성 요리사들이라는 점에서 드러난다. 요리는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다만 엄마들이 그간 쌓아놓았던 그 손맛의 노하우가 사라지지 않고 복원해보겠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속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미네 반찬>이 처음 선보인 고사리 굴비조림이나 연근전 같은 레시피는 생각보다 훨씬 쉬워 보였다. 우리가 막연히 ‘엄마의 손맛’이나 ‘엄마의 밥상’ 하면 떠올리던 그 어마어마한 ‘정성’의 무게 때문에 요리도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 여겼던 그 생각을 간단히 깨줬기 때문이다. 특히 연근의 그 구멍에 갈아서 양념을 한 고기나 명란젓을 채워 넣어 만드는 연근전은 간편하게 만들 수 있으면서도 영양과 맛도 기대되는 레시피였다. ‘엄마의 손맛’이란 그 요리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오랜 세월동안 누적된 노하우가 있어 간단히 해도 맛을 낼 수 있는 요리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김수미가 보여주는 찰진 멘트들과 설렁설렁 하는 듯 보이지만 공력이 있어 보이는 요리 실력은 <수미네 반찬>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사실 엄마들에게만 부과되어 오던 집밥의 의무를 이제는 모두가 분담하는 것에 누구나 공감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아깝게 느껴지는 건 그 의무 속에서 엄마들이 축적해온 노하우마저 사라지는 일이 아닐까. 쉽지만 확실한 효과를 내는 그 노하우를 이제 엄마든 아빠든 혹은 자녀들이든 상관없이 공유할 수 있는 시간. 이것이 <수미네 반찬>이 지향해야 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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