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비숲2' 음험한 최무성 향한 조승우의 일침, 통쾌한 까닭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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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숲2' 음험한 최무성 향한 조승우의 일침, 통쾌한 까닭

D.H.Jung 2020. 8. 3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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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2', 결국 검경대결이 아닌 진실과 진영의 대결

 

"뭘 얼마나 무마시켜 주신 겁니까? 나가서 기자들 만나셔야죠. 전국의 경찰 대표해서 협의회에 나온, 그것도 그중에서 가장 고위급인 국장이 부당수사를 하다 고소당했다 널리 알리셔야죠. 부장님께서는 고소를 막을 게 아니라 부추기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수사권 조정 문제는 우리 검찰한테 영토문제와 같다고 하셨습니다. 굳이 건드릴 필요가 없는 거라고요. 국장이 고소당하면 협의회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거고 그럼 그 영토문제는 가라앉는 거 아닙니까?"

 

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2>에서 황시목(조승우)은 우태하(최무성) 부장검사가 남재익(김귀선) 의원이 경찰청 소속 수사국장 신재용(이해영)을 표적수사 했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에 초조해 하는 모습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수사권을 두고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검경협의회에서 경찰을 대표해 나온 가장 고위급 국장이 바로 신재용이었다. 그러니 그가 고소당했다는 사실은 황시목의 지적처럼 검찰 측이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해진다는 뜻이었다.

 

그럼에도 우태하가 급히 나서서 남재익 의원을 만나 고소를 막으려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남재익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수사권을 두고 검경협의회에서 결론이 나더라도 국회 법안 통과 여부에 결정적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검찰과 경찰은 어떻게든 남재익 의원을 압박하거나 포섭함으로써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었고 그 싸움의 핵심적 사안은 남재익 의원이 시중은행에 아들의 취업 청탁을 한 비리였다.

 

무혐의 판결이 난 사건이었지만 남 의원은 자신이 검찰 출신이라는 이유로 경찰의 표적수사를 받았다고 고소했고 결국 경찰청 정보부장 최빛(전혜진)은 남의원의 약점을 꺼내들었다. 그 약점이 무엇인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우태하가 이렇게 남 의원을 찾아와 그 약점이 무엇인가를 알아내려 한 건 바로 그 사건에 무혐의 판결을 낸 이가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이었다. 황시목은 그 사실을 간파했다.

 

"아예 정지시킬 수도 있겠네요. 고소가 진행돼서 조사를 새롭게 시작하다보니 이번엔 검찰측 부장까지 의원 비리를 덮어준 게 드러나서 검경협의회가 엎어진다. 불명예스럽지만 자연스럽게요. 부장님은 남재익 의원 무혐의에 직접 개입하셨습니다. 그게 고소당한 수사국장은 바로 안 튀어 와도 부장님은 즉시 오셨어야 했던 이유구요."

 

황시목의 일침이 따끔하게 느껴진 건, 그것이 이른바 진영 논리의 음험한 실체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허울과 명분을 앞세우지만 사실은 개인의 이익과 욕망 심지어는 비리를 덮는 것이 그 진짜 얼굴인 진영 논리. 우태하는 검경의 대결을 앞세워 검찰의 이익을 위해 나서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고 행동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자신의 비리를 감추려 안간힘을 쓰는 것이었다. 결국 겉으로 드러난 검경 대결이라는 진영 논리에 빠지게 되면 그 사안의 실체인 남 의원의 비리와 그 비리를 덮어진 검찰의 비리 사실은 저 뒤편으로 물러나게 될 것이었다.

 

이런 상황은 한여진(배두나)이 세곡지구대 사건을 점점 수사해가며 갖게 되는 아이러니에서도 드러난다. 한여진은 그 사건이 한 경찰의 자살이어야 경찰 측에 유리하게 되는 상황이지만, 점점 타살과 비리의 혐의들이 드러나는 것에 당혹스러워했다. 죽은 송기현(이가섭) 경사를 특히 괴롭혔던 김수항(김범수) 순경이 바로 그 송 경사를 세곡지구대로 좌천시킨 동두천경찰서 서장의 조카였다. 송경사의 폭로로 인해 서장은 경정으로 강등된 바 있고 그래서 그를 일부러 조카가 있는 곳으로 보냈을 거라는 심증이 생겼다.

 

검찰을 대표하는 황시목과 경찰을 대표하는 한여진이 검경 협의회에서 수사권을 두고 진영의 대결을 벌이게 되는 입장에 처하게 됐지만, 이들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은 오히려 자신들이 소속된 집단이 벌인 비리들을 점점 알아가게 되는 것이었다. 진영논리에 담겨진 제 식구 감싸기와 그래서 저질러지기도 하는 비리, 청탁 등은 결국 죄와 상관없이 처벌되거나 무마되기도 하는 사법정의의 불공정함을 만드는 근거가 된다.

 

황시목과 한여진이라는 다소 진영논리와는 섞이지 않는 아웃사이더들을 이 '비밀의 숲'에 던져 놓은 건 그래서 이 진영논리에 가려진 실체를 끄집어내기 위함이다. 마치 곰처럼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여우인 우태하의 실체를 꼬집는 황시목의 일침이 통쾌하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