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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밴드2’, 오디션과 아티스트의 시너지
    동그란 세상 2021. 8. 2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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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슈퍼밴드2>의 슬기로운 선택, 새로운 무대의 승부

    JTBC <슈퍼밴드2>는 시즌1에서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의 색다른 결을 보여준 바 있다. 그것은 아티스트라는 어찌 보면 오디션과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군들을 한 자리에 모아 마음껏 음악적 기량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 것이다. 

    슈퍼밴드2

    이런 보물들은 도대체 왜 가려졌던 걸까

    8,90년대 헤비메탈을 조금 들었던 시청자들이었다면 아마도 당시 기타 속주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잉베위 말름스틴이나, 우리에게는 미스터 빅의 기타리스트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엄청난 테크니션 기타리스트인 폴 길버트를 떠올렸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JTBC <슈퍼밴드2>의 첫 무대에서 실제로 폴 길버트가 속한 헤비메탈 그룹 Racer-X의 ‘Scarified’를 연주한 이는 이제 겨우 12살 초등학생 이다온군이었다. 5년 정도 기타를 쳤다는 이 소년의, 입이 떡 벌어지는 속주 실력도 놀랍지만, 태어나기도 한참 전인 80년대 헤비메탈을 그 감성까지 제대로 담아낸 연주는 그 곡을 젊어서 들었던 윤상이나 윤종신 같은 프로듀서들을 깜짝 놀라게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다온군의 이런 무대는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이런 숨은 아티스트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시즌1에 19세 천재 기타리스트로 불렸던 김영소, 이강호, 임형빈이 있었다면, 시즌2에는 그 형들을 모두 잘 알고 있다는 17세 기타리스트 김진산이 있다. 이른바 ‘타격기 주법’으로 기타에 퍼커션이 하나 더 있는 것처럼 연주를 하는 이 어린 기타리스트는 테크닉만이 아니라 밴드 속에 어우러지며 절제하는 법까지 보여준다. 끈적한 블루스의 맛을 연주와 노래에 담는 기탁이나 펑키한 기타를 들려주는 제이유나, 마치 오케스트라를 기타 하나로 연주해내는 듯한 클래식 기타 천재 장하은도 있다. 독보적인 음색에 미친 고음이 돋보이는 보컬 김예지나, 요즘 보기 드문 메탈밴드의 시원시원한 맛을 폭발적인 무대로 선사하는 크랙샷, 쿨 재즈 감성에 트렌디한 K팝 곡을 만들고 들려주는 다비, 쳇 베이커를 꿈꾸며 트럼펫 연주와 묵직한 보컬을 들려주는 임윤성, 실험적인 거문고 연주로 국악과 밴드 음악의 교집합을 충격적인 무대로 보여주는 박다울... 도대체 이런 놀라운 기량을 가진 보물 같은 아티스트들이 어디 있다 이제야 나온 것인지가 의아해진다. 

     

    이들이 하는 음악과 그 음악을 해온 과정들을 들여다보면 어째서 이런 천재들이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는가 하는 이유가 의외로 간단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설 무대가 없었던 거다. K팝이 글로벌한 팬덤을 넓혀가고 있지만, 아이돌 음악이 아닌 타 장르의 음악들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오히려 가려지고 있었던 것. 특히 밴드 음악은 더더욱 그랬다. 그러니 <슈퍼밴드2> 같은 무대가 열리자 숨은 고수들이 모여 들었던 것일 게다. 물론 이들 중에는 유튜브 같은 공간에서 이미 유명한 아티스트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을 좀 더 대중적인 무대로 이끌어낸 건 <슈퍼밴드>라는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큰 의미와 가치다. 전면에서 부각된 아이돌들 뒤에서 연주하며 누가 주목해보지 않아도 자기만의 영역 안에서 실력을 갈고 닦던 아티스트들이 드디어 무대 위에서 그 기량을 드러낼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니.

     

    새로운 무대에 집중하니 생겨난 시너지

    <슈퍼밴드2>도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매 미션마다 탈락자들이 나온다. 하지만 이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상하게도 합격과 탈락에 대한 집착이 그리 크지 않다. 그것은 물론 프로그램이 탈락자들의 무대를 굳이 다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탈락자가 탈락을 하면서도 내놓은 소감이 “좋은 경험이었다”는 식의 긍정적인 면들을 부각시키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밴드 오디션이라는 특징 그 자체가 만들어내는, ‘경쟁보다는 하모니’에 더 집중된 분위기 때문이다. 밴드는 혼자 하는 게 아니고 ‘함께’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각자 기량을 가진 이들이라고 해도 매번 만들어지는 조합 속에서 끈끈한 음악적 유대감을 갖게 된다. 물론 이런 분위기는 <슈퍼밴드2>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방향성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즉 만일 제아무리 밴드 오디션이라고 해도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경쟁과 최종 우승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런 훈훈함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슈퍼밴드2>의 방향성은 최종 우승자가 아니라 매번 밴드로 뭉쳐 선보이는 무대 자체에 맞춰져 있다. 팀원들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같은 곡이라도 해석이 달라지고, 어떤 경우에는 원곡보다 훨씬 뛰어난 편곡이 등장한다. 레전드 무대들이 매회 쏟아지면서도, 지나친 오디션의 볼썽사나운 경쟁이 생겨나지 않는 이유다. 

     

    이런 착한 오디션의 특징은 JTBC가 그간 <팬텀싱어>, <싱어게인> 등을 통해 일관되게 추구되었던 방식이다. <팬팀싱어>가 처음 4중창단을 목표로 세우면서 그 착한 오디션의 방향성을 그려냈다면, 그 후 <슈퍼밴드>는 이것을 밴드 버전으로 풀어냈다. <싱어게인>은 물론 이들 오디션들과 달리 개인이 홀로 무대에 서서 경쟁하는 오디션이었지만, ‘다시 부른다’는 그 색다른 콘셉트가 어떤 공감대를 만들면서 서로의 무대를 응원하는 착한 오디션이 가능해졌다. 

     

    여기서 중요한 건 착한 오디션의 ‘함께 한다’는 그 동료 의식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시너지다. 과거 Mnet <보이스 코리아>를 통해 ‘노래하는 악마’ 같은 이미지로만 소비됐던 김예지가 <슈퍼밴드2>를 통해 ‘글로벌 보컬’로서의 가능성을 드러낸 건 밴드와의 시너지 덕분이었다. 따뜻한 감성의 음악적 색깔을 가진 대니 구 같은 인물과 함께 그가 부른 Will Jay의 ‘House I used to call home’은 그래서 김예지의 강렬함만이 아닌 독보적이고 영험하기까지 한 목소리를 깨워냈다. 헤이즈의 노래를 대부분 작곡한 다비의 경우 자신의 자작곡인 ‘청개구리’를 기타리스트 장하은과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 그리고 첼리스트 김솔다니엘의 연주를 더해 훨씬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일 수 있었다. 

     

    여성 아티스트들의 활약까지 더해지니

    특히 이번 <슈퍼밴드2>가 이전 시즌보다 진일보했다 여겨지는 건, 여성 아티스트들의 참여 덕분이다. 사실 시즌1이 그토록 호평 받으면서도 단 한 가지 오점으로 남았던 건 굳이 밴드 오디션에서 남성 출연자들만으로 무대 위에 세워뒀다는 점이었다. 시즌2는 이런 비판을 수용해 그간 설 무대를 찾기가 더더욱 어려웠던 여성 아티스트들을 대거 등장시켰다. 클래식 기타여제 장하은, 남미의 리듬을 고스란히 체화한 듯한 드러머 은아경, 80년대 록을 다시 재현해내는 듯한 폭발적인 일렉 기타 연주를 들려주는 정나영, 연주만이 아닌 퍼포먼스가 아름다운 드러머 유빈, 마치 아델 같은 소울풀한 중음의 매력을 들려주는 문수진, 앨라니스 모리세트처럼 강력한 록 보컬의 색깔을 가진 린지 등등. 여성 아티스트들은 <슈퍼밴드2>의 밴드 무대들을 훨씬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다. 

     

    물론 <슈퍼밴드>는 3%대(닐슨 코리아) 시청률에 머물고 있어 대단히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건 워낙 아이돌 음악 중심으로 가요가 소개되고 있어 그 기반일 수 있는 밴드 음악이 대중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슈퍼밴드>는 더더욱 이들이 설 무대를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닐까. 글로벌한 K팝 아이돌들이 나오고 있는 현재, 아티스트들로 무장한 ‘K슈퍼밴드’는 왜 나오지 않느냐는 질문으로 시작한 이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의 가치는 바로 그 무대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니 말이다. (글:매일신문,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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