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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드라마

남데렐라 처월드라니! 울면서 웃기는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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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여왕’, 김수현의 시월드와 신데렐라 뒤집기는 왜 빵빵 터질까

눈물의 여왕

“나 그 때 왜 그랬지? 왜 귀여웠지? 왜 막 귀엽고 필살기 쓰고 홍애인 설레게 만들고 그래 가지고 내 팔자를 내가... 꼬았지? 안 귀여웠으면 이런 결혼도 안 했을텐데, 내가.” 술에 취한 백현우(김수현)는 울면서 절친 김양기(문태유)에게 신세한탄을 한다. 그런데 그건 자기 자랑인지 신세한탄인지 알 수 없는 말들이다. 이 웃픈 상황이 웃음을 만든다. 백현우 본인은 진심으로 펑펑 울며 속내를 토로하고 있지만 보는 이들에게 그 장면은 빵빵 터지는 웃음을 만든다.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은 박지은 작가 특유의 코미디로 문을 열었다. 그 코미디는 고정관념을 뒤집는 아이러니로 펼쳐진다. 그많은 신데렐라 스토리들이 그려내곤 했듯이, 흔히들 재벌가와 결혼했다고 하면 인생 역전의 판타지를 떠올릴 테지만, 퀸즈그룹 재벌가의 딸이자 퀸즈백화점 사장인 홍해인(김지원)과 결혼한 백현우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그 때 왜 자신이 귀여워 홍애인을 설레게 만들어 스스로 팔자를 꼬았는지 한탄을 하고 있으니.

 

<눈물의 여왕>은 재벌가 신데렐라 스토리를 남녀를 뒤집어 놓은 이른바 ‘남데렐라’ 버전으로 꺼내놓은 후, 그렇게 막상 신데렐라가 되어 재벌가의 사위가 됐지만, 판타지와는 전혀 다른 마치 현실 버전의 처월드(시월드의 처가버전)가 열리게 됐다는 기막힌 블랙코미디로 또 한 번 뒤집는다. 이 재벌가 처월드에 빠져버린 남데렐라가 눈물을 흘리며 결혼을 후회하고 이혼까지 결심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그래서 그간 우리가 봐왔던 시월드와 신데렐라 이야기를 모두 뒤틀어놓은 지점에서 빵빵 터지는 웃음을 만든다. 

 

“나만 보면 돼.” 재벌가 입성이 결코 만만치 않을 거라 여긴 백현우에게 홍해인이 하는 이 말은 그 숱한 왕자님들이 신데렐라들을 재벌가에 들일 때 했던 현실성 없는 이야기들이고, 저녁 9시마다 모여 ‘종례’하듯 대화를 나누고 크리스마스니 생일이니 제사니 하는 걸 함께 가족이 하다보니 ‘내 시간’이 사라진 백현우의 처지 역시 숱은 시월드에 입성했던 며느리들이 겪던 일들이다. 

 

백현우가 일년에 15번이나 차린다는 제사는 어떤가. 옛날 진짜 양반가에서는 남자들이 다 제사준비를 했다며 저마다 빵빵한 전문 이력을 가진 사위들이 제사상을 모두 준비하는 풍경이라니! 그러면서 손끝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는 홍애인의 동생 홍수철(곽동연) 같은 인물은 시월드에 시어머니도 보다 더 얄미운 ‘시누이’의 처가 버전처럼 그려진다. 이건 마치 시집살이에 손과 눈에 물 마를 날 없는 며느리의 재벌가 처가 버전 미러링 같다. 그래서 백현우의 신세한탄과 눈물이 주는 빵빵 터지는 웃음 속에서는 블랙코미디적인 통쾌함이 묻어난다. 

 

이 블랙코미디에는 박지은 작가 특유의 디테일들이 채워져 있다. 제사상 차림에 하버드에서 케미컬 전공한 사위가 그 전공으로 전이 제대로 익혀졌나를 파악한 후 “뒤집어!”를 외치는 장면이나,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나온 또 다른 사위가 플레이팅을 하는 제삿날 장관(?)을 보며 “재능 낭비”라는 백현우의 툴툴대는 모습이 그렇고, 우울증으로 정신과를 찾은 백현우의 처가살이 신세한탄을 다 듣고 난 후 의사가 도리어 상담이라도 받은 듯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사랑해”라고 고백하는 장명도 그렇다. 평범한 삶이 오히려 재벌가 사위의 삶보다 낫다는 반전과 더불어, 환자가 오히려 의사의 마음을 다독이게 만드는 아이러니까지 그 코미디에는 담겨 있다.

 

재벌가 딸과 결혼한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 그 자체로는 그리 새로울 것 없는 구도지만 성역할을 뒤집고 신데렐라 판타지를 혹독한 처월드 현실로 뒤집어 놓는 것으로 <눈물의 여왕>은 새로운 웃음과 색다른 기대감을 만들었다. 과연 이 처월드로부터 탈피하려는 백현우는 그가 원하는 대로 자신의 삶을 되찾고 사랑 또한 다시 확인할 수 있을까. 펑펑 울면서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한 김수현의 열연과 더불어, 이 인물이 그려나갈 색다른 관계의 판타지와 웃음에 시청자들의 마음도 빠져들기 시작했다.(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