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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왈츠> 그 인물의 변화

봄은 왔다. 드라마 초반부 청산도에서 얼핏 보였던 봄의 기억은 오스트리아의 긴 겨울의 터널을 거쳐 서울 한 복판으로 그 기운을 조금씩 퍼뜨리고 있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마음들이 그 봄의 기억에 조금씩 녹아 내리면서 <봄의 왈츠>는 눈물 방울방울들이 모여 봄비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자 얼음처럼 쿨했던 그들의 얼굴에는 이제 어색하지만 낯설지 않은 미소와 말라버린 줄 알았던 눈물의 샘이 솟아나고 있다. 그들의 얼굴에도 봄이 오고 있는 것이다.

윤재하, 얼음왕자에서 스위트 보이로
상처가 속살이 되어버린 윤재하. 또 다른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잔뜩 보호막을 치고 있는 이 가녀린 짐승에게 던져지는 박은영의 미소는 봄의 햇볕 그것이다. “그녀를 보면 왠지 마음이 아픈” 그는 그것 때문에 박은영의 존재가 자신의 가슴속에 서서히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작은 바늘 같은 그 봄의 전령은 그러나 순식간에 얼어붙은 윤재하의 마음을 녹여낸다. 누군가를 새롭게 그리워할까 봐 숨어들었던 피아노. 상처를 보듬고 이겨내기 위해 그의 손은 늘 피아노 위에서 고통스런 연주를 거듭했다. <클레멘타인>은 늘 그의 손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상처를 지우기 위해 대신 상처를 짊어진 그의 손은 어느 다른 사람의 손을 잡지 못하고 늘 혼자였다. 건반 위에서도, 허공을 두드리는 손짓에서도.
그런 그의 손이 박은영의 손을 찾는다. 박은영의 손과 함께 피아노 건반을 두드린다. 오랜만에 온기를 느낀 손은 마법이 풀리듯 그의 몸과 마음을 풀어낸다. 웃음이 피어난다. 모든 걸 다 걸어도 좋을 봄의 기억을 그는 어렴풋이 찾았다. 박은영의 존재가 그 어린 시절 그의 마음 속에 들어왔던 소녀였다는 것이 밝혀지는 그 순간, 그는 이 거대한 운명의 흐름을 그제서야 알아차릴 것이다.

박은영, 캔디의 실체를 드러내다
본래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라는 캔디의 노랫말 속에는, 외롭고, 슬프고, 울고싶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박은영의 명랑 쾌활한 얼굴이 가능했던 것은 끝없이 상처뿐인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힘든 건 꿈일 거야. 깨어나기만 하면 난 특별한 사람이 되어 있을 거야.’ 그녀는 이렇게 생각함으로 해서 도저히 견딜 수 없던 삶을 견뎌낼 수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현실이 다가온다. 꿈속에서 던졌던 그녀의 미소는 윤재하의 얼음을 녹였다. 얼음왕자와 캔디의 만남은 얼음왕자가 현실로 돌아옴으로 해서, 캔디 스스로도 변화를 요구한다. 그러나 그 현실은 그녀에게 가시밭길의 연속이다.
그녀는 이제 초라한 자기 자신을 인정해야 한다. 사랑하는 한 사람 윤재하, 아니 어린 시절의 이수호를 위해서. 그것은 그녀에게 익숙한 것이었다. 그녀가 버텨낼 수 있었던 힘은 어린 시절 아무도 찾지 않는 그녀에게 불현듯 찾아와 봄의 기억을 남기고 떠나버린 이수호가 준 것이다. 그녀가 현실을 부정하면서까지 현재를 살아가는 이유도 언젠가 수호천사가 나타날 거라는 막연한 꿈 때문이다. 그녀는 이제 꿈이 아닌 현실 속에서 그를 만날 것이다.

필립, 쿨가이에서 자상한 남자로
상처 같은 것은 절대 받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은 사실은 가장 많은 상처를 받기 마련이다. 그것은 그가 실제로 상처를 받는다해도 그 쿨함으로 인해 스스로 상처를 보듬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을 부정하고 싶을 정도로 아픈 어린 기억, 윤재하라는 천재를 만나 스스로 피아노를 접었던 기억, 그의 그림자로서 살아왔던 기억들은 그를 더욱 쿨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그가 윤재하의 그림자로 기꺼이 살아온 것은 그들이 어떤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필립은 윤재하가 모든 걸 다 가졌다고 하지만, 이수호로서의 윤재하는 모든 걸 다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들이 모두 박은영의 잃어버린 미소에 집착하는 것은 그들 삶 모두 추운 겨울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은 꼭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사랑인 것은 아니다. 그는 박은영이 “친구로 돌아가자”는 말에 “친구가 아닌 좋은 사람”으로 남길 원한다. 키다리 아저씨처럼 필립의 사랑은 숨어서 할 수밖에 없다.

봄은 왔지만 꽃샘추위는 거세지고
윤재하와 박은영, 필립은 이렇게 이제 봄을 맞으며 변화하고 있다. 겨우내 나지 않을 것 같던 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 변화의 봄바람 속에 굳건히 겨울을 지키고 있는 이들이 있다. 송이나와 윤재하의 어머니 현지숙, 그리고 아버지인 윤명훈(정동환 분)이 그들이다. 그들이 붙잡고 있는 과거, 겨울의 기억은 봄볕 속에 거세지는 꽃샘추위를 예고한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어차피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것을. 저 에스진이 부른 <수호천사>의 가사처럼.
‘내겐 슬픈 겨울이 너를 만난 뒤 꿈처럼 사라져 / 나에게도 봄이 아주 천천히 / 내 가슴속으로 스며들고 있어 / 마음에 새겼던 사랑의 기억을 줄게’
<봄의 왈츠>는 이제 축축한 봄비를 재촉하고 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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