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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죽을 듯한 삶에도 우리를 살게 하는 건

 

“밥 더 줄까? 밥 갖고 온다. 점심때도 밥 먹으러와 점심 때 오면 나가 초코 샤샤 만들어 줄테니께. 나도 요리사여. 배고프면 아무 때나 와. 돈 없어도 되니께. 아무 걱정 말고.” 배고픈 소녀에게 상다리 부러지게 밥 한 상 차려 준 소년은 그렇게 말했다. 오디션을 봐야 한다며 밥을 제대로 못먹게 한 엄마 때문에 배가 고팠던 소녀는 그 음식을 먹으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너무 맛있었고 행복했기 때문이었다.

 

JTBC 새 금토드라마 <초콜릿>은 바로 그 소녀가 먹었고 소년이 챙겨줬던 밥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한 끼가 줬던 행복감을 잊지 못하던 소녀는 삼풍백화점 붕괴로 엄마를 잃고 자신 또한 트라우마를 갖게 됐지만 요리사가 됐다. 요리사가 된 문차영(하지원)은 그래서 누군가 마음에 상처를 입은 이들을 위해 음식을 만든다. 자신이 그 밥 한 끼를 통해 가졌던 큰 위로와 행복감을 그들에게도 전해주기 위함이다.

 

소녀를 위해 팔을 데여가면서까지 초코 샤샤를 만들어 놓고 기다리던 소년은 갑자기 나타난 거성재단 한용설(강부자) 이사장의 손자가 되어 그 곳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거성병원 뇌 신경외과 의사가 되어 매일 전쟁 같은 삶을 치른다.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거성재단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그를 내치려는 이준(장승조)의 부모들 때문에 심지어 전쟁터로 내몰리기도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살아가던 이강(윤계상)은 그 전쟁터에서 한 아이가 폭탄이 터져 죽는 걸 목격하게 된다.

 

문차영은 요리로 누군가를 위로하고 행복하게 하려 하지만 정작 본인이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강은 거성재단 이사장의 손자로 거성병원의 의사가 됐지만 그건 자신이 하고픈 일이 아니었다. 엄마는 “맛있는 음식 만들어 사람들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꿈”이었지만 아들을 위해 거성가로 들어온 뒤 삼풍백화점 붕괴로 허망하게 사망했다. 이강 역시 엄마와 꿈이 같았었지만 이제 거성가에 살아남기 위해 의사가 되어 매일 매일을 전쟁처럼 살아간다.

 

<초콜릿>이 하려는 이야기는 단순 명쾌하다. 그리고 어찌 보면 향후 일어날 이야기들도 어느 정도는 예상가능한 것들이다. 이강은 문차영을 다시 만날 것이고, 어쩌면 그 어린 시절이 문차영이 밥 한 끼로 위로 받았듯이 이제는 그가 차려주는 한 끼로 치열하게 살아오며 상처 가득한 자신의 삶을 위로 받을 수도 있을 게다. 또 어쩌면 상처 가득한 이강은 같은 상처를 입고 있는 문차영을 삶의 의사로서 치료해줄 수도 있을 게다.

 

저 편에 거성재단 같은 거대한 성공의 신기루가 손을 내밀고 있지만, 이강과 문차영이 선택하는 건 그런 거대한 성공이 아니다. 그 거창함이 동반하는 아픔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 상처 입은 존재들은 그래서 이를 벗어나 치유의 삶을 선택하려 한다. 그리고 그 치유의 길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저 자신을 위한 따뜻한 밥 한 끼를 챙기고 또 누군가와 그걸 나누는 것이다. 전쟁 같은 하루를 치르고 집으로 돌아와 초콜릿 한 조각을 먹으며 “고맙습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라고 읊조리는 문차영처럼.

 

<초콜릿>은 색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너무 익숙한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익숙함에도 충분히 훈훈함과 포만감을 줄 수 있는 드라마다. 물론 때론 강렬한 맛의 반찬들이 놓이기도 하겠지만 그 모든 걸 따뜻한 밥 한 그릇의 위안이 든든히 채워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드는 드라마.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내고 있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잠시 기댈 수 있는 그런 드라마가 되길 기대한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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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시대의 스타, 유산슬과 펭수의 평행이론

 

최근 최고의 스타 캐릭터로 등장한 유산슬과 펭수는 유사한 점들이 많다. 언론에서 가장 많이 지목하고 있는 건 이들이 방송사의 경계를 허문 방송사 대통합의 주인공들이라는 점이다. 유산슬은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이 ‘뽕포유’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트로트 신인가수로 탄생하며 만들어진 캐릭터지만, tbs <배칠수, 박희진의 9595쇼>, WBS <조은형의 가요세상> 같은 라디오 방송에 이어 KBS <아침마당>에도 출연해 큰 화제를 만들었다.

 

펭수 역시 EBS 캐릭터지만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V2>, SBS <정글의 법칙>, JTBC <아는 형님> 등에 출연했다. 물론 라디오는 더 많고 지금도 펭수를 섭외하려는 방송들은 넘쳐난다. 최근에는 방송가뿐만 아니라 광고와 마케팅 또한 들썩이고 있다. 광고 모델 섭외가 폭주하고 있고 이랜드 스파오는 펭수 나이와 같은 10주년을 맞아 내달 펭수 콜렉션을 선보인다고 한다.

 

이것은 유산슬도 마찬가지다. 유산슬이란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트로트업계가 활기를 띠고 있다. <놀면 뭐하니?>에 등장한 박현우 작곡가, 정경천 편곡자, 이건우 작사가는 물론이고 연주자와 코러스 게다가 뮤직비디오 제작자까지 다양한 트로트업계 사람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사라의 재개발’은 특유의 휴게소풍의 빠른 템포가 특징이라 이제 휴게소에도 바람을 일으킬 전망이다.

 

유산슬과 펭수가 유사한 건 이들이 캐릭터라는 점이다. 유산슬은 유재석이 트로트가수로 나서면서 쓰게 된 캐릭터이고, 펭수는 남극 ‘펭’씨에 빼어날 ‘수’를 쓰는 남극에서 온 유일한 자이언트 펭귄이다. 누가 그 탈을 쓰고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중들은 암묵적으로 그 탈 안의 얼굴을 알려 하지 않는다. “펭수는 펭수일 뿐”이라는 것. 이들이 캐릭터라는 점은 지금의 대중들이 자신의 감성과 정서를 투영할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지금의 대중들은 저마다의 취향에 따라 캐릭터를 자기 식으로 소비하길 원한다. 펭수가 기본적인 캐릭터와 이야기가 설정되어 있지만(그것이 허구라는 건 누구나 다 안다) 그를 보는 직장인들은 펭수의 거침없는 사이다 발언과 공감 가는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기고, 보다 어린 세대들은 이 캐릭터가 특정 상황에 들어가 보여주는 순발력에 빵빵 터진다. 유산슬도 마찬가지다. 트로트를 좋아하는 중년 세대들에게는 그 음악 자체에 빠져들지만, 젊은 세대들에게는 트로트의 매력을 이 B급 감성을 자극하는 캐릭터를 통해 조금씩 알아간다.

 

유산슬과 펭수 캐릭터가 가진 이런 유사한 성격들은 유튜브라는 새로운 채널이 주는 감성들이 더해져 있다는데서 나온다. 펭수가 기존 EBS 캐릭터들과 차별화될 수 있었던 건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하고 마치 1인 크리에이터처럼 활동하며 그 저변을 넓혀갔기 때문이다. 이 점은 펭수가 다양한 방송사와 협업하는데 있어 훨씬 유리한 지점으로 작용했다. EBS 스타라기보다는 유튜브 스타라는 지점이 더 캐릭터에 부여되어 있어 타 방송사의 접근성이 용이했던 것이다.

 

유산슬은 MBC <놀면 뭐하니?>가 배출한 스타지만, 이 프로그램은 애초에 유튜브에서 이른바 릴레이 카메라를 통해 시작했다. 그 일련의 실험들이 모여 지금의 ‘뽕포유’ 프로젝트까지 이어졌던 것. 유산슬의 행보와 <놀면 뭐하니?>의 카메라 실험은 그래서 역시 유튜브 채널의 1인 크리에이터들과 비슷하다. 유재석이 어떤 낯선 곳에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던져지고 그 곳에서 겪는 해프닝들로 유산슬이 탄생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 과정이 얼마나 현장에 부딪치는 1인 크리에이터들을 닮았는가를 알 수 있다.

 

유산슬과 펭수는 그래서 유튜브 시대의 새로운 스타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 같다. 유튜브, 아니 네트워크의 특성이 산재한 정보들 속에 어느 한 지점을 콕 찍어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작동된다는 걸 생각해보면, 유산슬과 펭수가 어떤 지점을 찍었는가가 눈에 들어온다. 유산슬은 이제 막 피어나고 있던 트로트 업계를 콕 찍어 그 업계를 부흥하는 캐릭터로서 모두의 지지를 얻었다. 펭수도 마찬가지다. 이제 너무 교훈적인 캐릭터에 식상해하는 유튜브를 먼저 경험하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캐릭터에 익숙한 키덜트 어른들을 모두 끌어안고 그들의 공감대를 콕콕 찌르는 지점에서 펭수에 대한 지지가 이어졌다.

 

과거 지상파나 케이블 등이 어떤 캐릭터를 스타로 만드는 방식은 방송사가 만들어낸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홍보하는 방식에 의존했다. 하지만 유튜브 시대의 캐릭터는 대중이나 업계가 가진 갈증들을 대변하는 존재로서 그 자체로 지지를 받아 스타가 된다. 사실 유산슬의 가창력이 대단하다 할 수 없고, 펭수의 캐릭터 플레이가 굉장히 놀라운 프로페셔널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들은 대중들(업계)이 가진 욕망을 대변해주는 캐릭터들로 지지받으며 무얼 해도 사랑받는 존재가 되었다.

 

최근 들어 방송가는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시대가 열리고 있고 유튜브 같은 채널의 감성이 우리네 대중들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제 지상파 같은 플랫폼이 우위를 갖던 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그러니 이 달라진 시대에 주목받는 스타 캐릭터 역시 그 탄생과 행보 자체가 달라졌다. 펭수와 유산슬을 보면 유튜브 시대의 스타 캐릭터가 어떤 양상을 갖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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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패다’ 윤시윤, 싸이코패스 정도 돼야 버티는 현실이라니

 

코미디지만 이 코미디 어쩐지 슬프다. tvN 수목드라마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어쩌다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의 살인 기록이 담긴 다이어리를 가진 채 사고로 기억을 잃은 한 증권사 사원이 자신이 싸이코패스라 착각해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고 있다. 이 상황이 코미디가 되는 건 본래 모습은 소심하기 그지없던 인물이 자신이 싸이코패스라고 착각하게 되면서 보이는 일종의 허세와, 의외로 그 허세가 통하기도 하는 상황이 주는 웃음이다. 그런데 이 허세의 주인공 육동식(윤시윤)이 처한 현실을 보다보면 어딘지 슬퍼진다.

 

대한증권에서 알아주는 호구인 육동식은 팀장 공찬석(최대철)이 잘못된 투자로 입은 큰 손실의 책임을 홀로 떠맡게 된 채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다. 공찬석은 갑질하는 인물로 팀원들을 사사건건 괴롭히고, 핍박을 받던 육동식이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물론 그 순간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가 노숙자를 살해하려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거기서 그의 다이어리를 얻은 채 기억 상실이 되어버리지만.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실제로 싸이코패스가 등장하는 스릴러 장르를 더했고 또 그를 추적하는 심보경(정인선) 경장의 추리와 탐문이 이어지지만, 그렇다고 스릴러의 구도만을 따라가지는 않는다. 실제 싸이코패스가 육동식이 다니는 회사의 서인우(박성훈) 이사라는 걸 일찌감치 밝히고 있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누가 범인인가를 두고 만들어지는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을 이 드라마는 애초에 추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째서 회사, 그것도 증권사라는 구체적인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에 ‘싸이코패스’라는 설정까지 집어넣은 걸까. 그건 우리네 현실을 하나의 블랙코미디처럼 뒤집어보려는 설정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더해진다. 하나는 도대체 누가 진짜 싸이코패스인가 하는 점이다. 누가 봐도 번듯한 회사의 이사로 앉아있는 서인우가 그럴 듯해 보여도 사실은 잔인한 싸이코패스라는 설정은 그래서 회사 맨 꼭대기에 앉아 직원의 목을 사인 하나로 날려버리는 직장 상사를 떠올리게 하는 은유처럼 보인다.

 

육동식을 사사건건 무시하고 괴롭히고 심지어 자신의 과오를 덮어씌워 내보내려 하는 공찬석 같은 팀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심지어 직원 오미주(이민지)까지 시켜 그 뒷모습을 육동식 카메라로 찍어 그에게 성추행 누명을 씌우려 하는 인간이다. 그러니 여기서 기막힌 블랙코미디가 만들어진다. 기억을 잃고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를 주운 육동식은 자신을 스스로 연쇄살인마라 여기지만 알고 보면 회사에서 늘 당하는 을이고, 실상 그런 을 위에 군림하는 이들이 진짜 싸이코패스이거나 싸이코패스 같은 인물들이니 말이다.

 

또 하나의 싸이코패스 설정이 말해주는 건, 이 살벌한 현실 속에서 평범한 을들이 버텨내기 위해서는 스스로 싸이코패스라 여기는 정도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육동식은 자신이 싸이코패스일 거라고 여기는 순간부터 회사가 그에게 가하는 핍박을 웃으며 넘겨버린다. 대신 그는 어떻게 그 상사들을 살해할 것인가를 계획하며 즐거워한다.

 

<싸이코패스 다이어리>가 보여주는 건 그래서 싸이코패스 정도는 되어야 버텨낼 수 있는 현실이다. 실제 피가 튀고 누군가 살해당하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어쩌면 그 현실에서 누가 누구의 목을 자르고 누군가를 모함해 내치려하는 그런 일들은 사회적 삶의 살해와 뭐가 다를까. 핍박해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웃으며 버텨내는 을들은 차라리 감정 없는 싸이코패스의 상황이 더 낫다고 여겨질 정도다. 웃음 가득한 코미디지만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그 이면에 이처럼 살풍경한 현실의 비애를 담고 있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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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의 소통 맡은 정인선의 진정한 가치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도 김성주도 아닌 정인선이 눈에 띄었다. 그간 홀 서빙부터 주방 보조, 상담역까지 다양한 역할을 맡았던 정인선이지만, 이번 평택역 뒷골목의 수제 돈가스집을 찾아 손님응대의 문제를 이야기 나누는 대목에서는 그의 남다른 소통 능력이 돋보였다.

 

지난주 방영 후 바빠지게 되면서 손님 응대가 엉망이 됐던 걸 보여줬던 수제 돈가스집.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작진이 관찰카메라를 준비했고, 백종원은 자신보다 효과적일 거라며 정인선을 투입했다. 수제 돈가스집 사장님은 관찰카메라 영상을 보면서 자신도 뜨악했다. 손님들에게 일상적으로 반말을 하고 있는 상황. 자신은 나름대로 자연스럽게 대했다 생각했는데 굉장히 보기에 안 좋더라는 것.

 

정인선은 오히려 그런 사장님의 입장을 이해하는 쪽에서 이야기를 해줬다. “어떻게 보면 친근한 사장님이신 거잖아요.. 근데 사실 많이 단골로 오신 분들은 익숙하니 괜찮을 수 있는데 만약에 처음 오신 분들은...” 사장님은 처음 오신 분들한테는 절대 그렇게 안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정인선이 그 부분을 조심스럽게 콕 짚어내자 “아들 같아서”라고 사장님은 말했다. 보통 이런 변명을 백종원이 들었다면 아마도 버럭 한 마디가 날아갔을 터였다. 하지만 정인선은 달랐다. “예 그래서이신데... 이게...” 끝까지 사장님의 입장을 이해하려 했고 그러면서도 할 말은 빼놓지 않았다.

 

백종원은 상황실에서 그 광경을 보며 사장님의 응대가 왜 문제인가를 얘기했다. “단골손님들에게 습관적으로 편하게 하다 보니까 모르는 손님에게도 무의식 중에 반말을 하게 된다”는 것. 사장님도 그걸 알고 있는 눈치였다. “안 좋아 보이네. 어쩌면 좋을까나..”라고 말하는 사장님에게 정인선은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같이 한숨을 내쉬며 웃어주었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손님들이 마치 일행인 것처럼 주문을 해서 헷갈리게 된 사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고 일행 것만 말씀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사장님은 그것이 자기 잘못이 아니라 손님들의 잘못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이럴 수 있지 않냐”며 정인선의 동의를 구했다. 하지만 사장님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면서도 정인선은 할 말을 했다.

 

“요렇게 말씀을 해주실 때 손님의 입장에서 혼이 나는 느낌이 들 수 있어요.” 그러자 사장님도 어느 정도 수긍하며 “좀 쌀쌀맞은 느낌이 있죠 제 말투가!”라고 했고 정인선은 또 사장님 입장을 이해하지만 그게 잘못된 거라는 걸 분명히 했다. “바쁘시고 이럴 땐 아무래도 또 빨리 빨리 체크를 하셔야 되니까 더 그렇게 나오실 수밖에 없다 라는 것도 아는 데도 또 손님 입장에서는...”

 

상황실에서 그 광경을 보던 백종원도 감탄했다. “어우 우리 인선씨가 또 이런 면이 있네요!” 그러면서 자기라면 그렇게 못했을 거라고 말했다. “나 같으면.. 뭐라고요? 나는 목소리가 더 커지거든. 인정 안하면. 인선씨 잘 하는데. 선생님 같다.”

 

다음 영상이 지목한 문제는 치즈 돈가스가 시간이 많이 걸려 어떨 땐 되고 또 어떨 땐 안되어 일관성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손님이 평소보다 많아지자 단골손님에게 제발 오늘은 치즈 돈가스 시키지 말아 달라 부탁하고는 새로운 손님이 와 치즈 돈가스를 시키니 된다고 했던 것. 사장님은 그 분이 단골이라 그렇게 했다고 했다. 새로운 분은 처음 온 분이라 시간이 걸린다고 양해를 구했고 괜찮다고 해서 치즈 돈가스를 주문받았다고 있다.

 

듣기에 따라서는 변명처럼 들릴 수 있는 그 이야기에 대해서는 정인선은 공감해줬다. “아무래도 그냥 돈가스보다 오래 걸리나 봐요?” 그러나 치즈 돈가스에 대한 고충을 사장님은 꺼내놨다. “걔랑 잘 친해지지가 않아요. 스트레스 받아요.”

 

정인선은 문제를 직접 지적하기보다는 사장님이 스스로 느끼도록 이야기를 유도했다. “영상 네 가지를 보시니까 어떠세요?” 그러자 사장님이 스스로 그 문제를 털어놨다. “글쎄 너무 막 저기네... 나는 이렇게 내가 사람들을 내 편하게 대하는 줄 몰랐어요.” 사장님은 스스로 반성하겠다며 “다시 가출한 초심을 찾아서 정말 처음부터 창업하는 마음으로 배워야겠다 생각할게요.”라고 말했다.

 

정인선은 그 얘기를 듣는 것에서 끝내지 않았다. 그는 사장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진심을 가득 담아 이렇게 말했다. “제가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도와드릴게요.” 그 누가 이런 진심어린 눈빛과 상대방의 입장까지 고려해 꺼내놓은 말 앞에 수긍하고 감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장님이 “아유 너무 예쁘다.. 너무 너무..”라고 말한 건 정인선의 외모를 뜻한 것만은 아니었을 게다. 보는 이들도 그 마음이 너무 예쁘게 보였으니까.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문제가 많은 이른바 ‘빌런’으로까지 불리는 뒷목 잡는 가게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백종원은 그런 가게에서 때때로 분노를 폭발한다. 그건 시청자들도 똑같은 마음이지만 이런 모습만 비춰지게 되면 자칫 이 프로그램의 애초 취지인 상생이 아닌 비난만 쏟아질 수도 있다. 정인선의 가치는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똑같은 문제도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기분 좋게 설득시킬 수 있다는 걸 그는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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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유재석이 고덕동에서 만난 진짜 어른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고덕동에서 우연히 발견한 오래된 세탁소.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유재석과 조세호를 맞은 이태석(64세)씨는 그 곳에서만 35년 간 일을 해왔다고 했다. 아침 6시면 나와 밤 10시, 11시까지 하루 15시간을 일하고, 토요일도 학생들 교복을 맡기는 분들이 많아 일요일만 쉰다는 아저씨는 거의 주 90시간을 꼬박 세탁소에서 보내고 계셨다.

 

놀라운 건 세탁 일을 한 지가 무려 50년이 됐다는 사실이다. 64세의 나이라면 그리 많은 것도 아닌데 반백년을 한 길을 걸어왔다니.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막내가 갓 백일이었다고 했다. 홀어머니에 동생 셋을 건사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장남 이태석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세탁 일을 배웠다고 했다. 당시 겨우 열 네 살 소년이었다. 한 때 그래도 직업군인이 되고 싶었다는 아저씨는 키가 작아 못했고 이 일을 천직이라 여기가 살았단다.

 

세탁 노하우를 묻는 유재석에게 툭 던지는 아저씨의 답변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어떤 분 하나라도 옷을 맡기면 나는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게 아니고 ‘정성이 노하우’라는 것. 그 날의 공식질문이었던 “나에게 스스로 상을 준다면 어떤 상을 주겠냐?”는 질문에도 아저씨는 생각 자체를 안 해봤다고 했다. 다만 열심히 살았을 뿐이고 상은 한 번도 받아본 적도 없다는 것.

 

대신 아저씨는 배달을 하면서 기분 좋았던 일화를 들려주셨다. “옷을 맡기셨는데 주머니가 터졌는데 그걸 내가 꿰매서 줬더니만 손님이 입어보고 주머니 빵구난 거 안 들어가니까. 그 손님이 그러더라구요. 존경한다고...” 아저씨에게는 그런 따뜻한 말 한 마디가 그 어떤 것보다 기억에 남는 상이었다.

 

그런데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같이 수십 년을 똑같은 일을 반복한 그 성실함은 어디서 왔을까. 지금 그 가게를 샀을 때가 제일 행복했다는 아저씨는 서른 살까지 남의 집 살이를 했다고 했다. “제가 어릴 때 배를 많이 곯았어요.. 거의 한 5일을 굶어봤는데 길 가다가 대추를 하나 주웠는데 목에 안 넘어가더라고 밥을 안 먹어서 붙어서 그런가.” 아내가 아이를 가졌을 때 통닭 한 마리를 못 사줘 다리하고 중간 갈비하고 있는 걸 사다준 게 지금도 미안하다는 아저씨. 아마도 가족들에게 그런 가난은 겪게 하고 싶지 않았으리라.

 

당시 한 달 월급으로 만원을 받았다는 아저씨. 그 가치가 얼마인지 알기 위해 조세호가 당시 짜장면 한 그릇 가격을 묻는데... 아저씨는 드라이 가격이 300원이었다고 말한다. 짜장면 한 그릇을 먹는 것보다 드라이 하나를 더 하는 것이 아저씨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었나 보다.

 

딸은 결혼해 캐나다에서 살고 서른 살 아들은 경찰공무원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아버지는 아들 취업 걱정만 하셨다. 어려서는 동생들 걱정하고 나이 들어서는 자식 걱정하는 아저씨. 신께서 단 한 가지 소원만 들어준다면 어떤 소원을 빌고 싶냐는 질문에도 아저씨는 주저없이 “아들 취업”을 얘기하셨다.

 

왜 돈을 많이 갖게 하면 좋지 않냐는 조세호의 질문에 아저씨는 돈 많으면 살기가 힘들다고 말씀하셨다. “적당하게 해서 남한테 아쉬운 소리 안하고 빚 없고 그렇게 살면 딱 좋은 거예요. 글쎄 돈이 많으면 좋겠지요. 저는 그렇게 많을 필요가 없어요. 살아갈 수 있는 만큼만 있으면 좋겠어요. 이거 해서 열심히 먹고 살면 딱 좋아요.” 아마도 많은 보통의 서민들의 꿈이 이럴 것이다. 굉장한 부자를 원하는 게 아니라 그저 편안히 살 수 있는 것.

 

마침 생일에 맞춰 귀국해 있던 딸은 아버지의 촬영소식을 듣고 동생과 함께 세탁소를 찾았다. 딸 이선아씨는 아빠가 어떤 아빠였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일을 너무 열심히 하셔서 밤에 늦게 오셨어요. 아빠 소원이 가게 하는 사람만나지 말고 회사 다니는 사람 만나야 졸업식도 휴가 내고 갈 수 있다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다 정적 아들 딸 졸업식도 못갔던 게 못내 마음에 남았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아들이 툭 던지는 말이 너무나 먹먹했다. “저는 이렇게 살고 싶었어요. 너무 너무 부지런하셔가지고요. 그냥 맨날 새벽마다 나가시고 아빠는 항상 아침 6시면 일어나가지고 일 나가시고 그러셔가지고.. 이렇게 가장 존경하고... 그런 부지런함이랑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책임감이 되게 닮고 싶더라구요. 그 전에는 몰랐는데 정말 정말 성실하게 살아오신 분이시구나 이렇게 느껴져 가지구.. 그리고 여기 보시면은 저도 얼마 전에 알았는데 여기 아빠가 맨날 서 있잖아요 이게 시멘트인데 바닥이 파져 있어요.”

 

딸은 아빠가 진짜 성실하시다며 매일 같이 아침 7시에 열고 밤 10시에 문 닫는 그 스케줄이 ‘누구나 하는 일인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빠의 자서전을 쓰게 된다면 첫 문장을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딸은 “누군가의 첫째 아들, 누군가의 가장, 누군가의 남편, 그리고 이태석”이라고 말했다. “아빠 성함을 제일 처음 못 올리는 이유는 아빠 자서전인데도 불구하고 아빠에게 따랐던 부수적인 책임감들이 너무 많으셨던 것 같아요..” 이런 분들이야말로 진정으로 존경받아 마땅한 어른이 아닐까.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고덕동의 세탁소 장인에게서 우리 시대 진짜 어른의 모습이 그려졌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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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이상윤의 구토에 담긴 의미는 뭘까

 

박성준(이상윤)이 누군가에 전화를 받고 그를 만나러 간다. 어느 카페 박성준이 어떤 여자와 마주하고 있는 그 상황은 SBS 월화드라마 <VIP>가 지금껏 궁금하게 만들었던 불륜녀의 정체를 드러낼 것처럼 보여준다. 하지만 그 낯선 여자에게 박성준은 봉투를 꺼내 내민다. “부사장님이 관계를 끝내고 싶어 하십니다.” 그 말은 박성준이 부사장의 내연녀들을 관리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다른 여자가 생긴 게 아니냐며 자신은 헤어질 수 없다는 내연녀에게 박성준은 “부모님은 모르시게 하는 게 낫지 않겠냐”며 은근히 협박하고, 결국 내연녀는 비밀유지서약서에 사인한다. 카페 밖에서 내연녀를 보내고, 박성준은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구토를 참지 못한다. 골목으로 달려가 토악질을 해댄다.

 

그의 구토에는 어떤 의미가 담긴 것일까. 아니 그는 왜 구역질을 느낀 걸까. 그건 자신이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환멸과 자괴감, 분노 같은 것들이 뒤섞여 생겨난 구토일 게다. 회사 일이 아니라 회사 상사의 더러운 뒤까지 닦아주며 살아내야 하는 자신이 못내 참기 힘들었을 게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VIP>가 지금껏 그려온 이야기가 박성준 자신의 불륜 사실과 그와 관계한 불륜녀가 누구인가에 대한 것들이다. 타인의 불륜을 처리해주며 구토감을 느낄 정도의 인물이 누군가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게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그래서 의심하게 된다. 박성준은 과연 불륜을 저질렀던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불륜을 관리해주다 앙심을 품은 이에 의해 그런 문자까지 아내가 받게 만든 것일까.

 

비밀유지서약서가 버젓이 등장한다는 건, 이 VIP와 그를 보좌하는 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어떤 일들에도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제조건이 있다는 걸 암시한다. 과연 박성준은 자신의 불륜이 아니면서도 VIP와의 관계 때문에 아내에게조차 그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걸까. 아내 나정선(장나라)에게 ‘당신 팀에 당신 남편 여자가 있어요’라는 문자가 왔고, 그것이 바로 나정선의 자리에서 보내졌다는 걸 알고는 박성준이 그 날의 CCTV 자료를 빼간 것도 너무 깔끔한 일처리가 오히려 눈에 띈다. 그것 역시 VIP의 치부를 가리기 위한 조처가 아니었나 의심될 정도로.

 

물론 이건 추정일 뿐이다. 하지만 드라마의 전개 흐름 상 박성준이 불륜남이 아닐 거라는 심증이 자꾸만 생겨난다. VIP 전담팀을 굳이 드라마의 배경으로 삼고 같은 사무실에 남편 박성준과 아내 나정선을 나란히 세워놓은 건 그들이 하는 일(VIP를 관리해주는 일)과 그들의 사적인 삶이 겹쳐졌을 때 어떤 파장을 만들어내는가를 보기 위해서다. VIP이기 때문에 불륜이 용인되고, 심지어 그걸 관리해주는 박성준은 그런 일이 실상 VIP 전담팀이라는 그럴 듯한 부서가 하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

 

심지어 그런 일들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나정선과의 관계에도 조금씩 균열을 만들어낸다. 나정선 또한 그 부서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문자 하나가 만들어낸 작은 균열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함께 그 일을 하는 동료들을 모두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만든다. 만일 박성준이 불륜이 아니었고 그것이 VIP를 관리하는 일의 하나였다는 게 사실이라면 나정선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결국 핵심은 무엇이 VIP라는 존재들에 이토록 윤리와 도덕 바깥으로 나가도 관리될 수 있는 힘을 부여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다. 그건 결국 VIP들을 위해 발급된다는 카드에 붙어 있는 번호표가 그들의 서열이 되는 것처럼, 돈이 만들어내는 힘이다. 자본주의 세상 깊숙이 들어와 살다보니 돈에 의해 서열이 나뉘고 심지어 비윤리적인 것까지 관리되고 용인되는 VIP의 세계를 우리는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 세계가 참으로 기이하고 부조리하다는 걸 ‘불륜’이라는 코드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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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2’, 대중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주진화학 사건은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고 그 책임을 묻겠습니다. 현재를 보전해 미래세대에게 넘겨줄 수 있도록 법과 제도도 정비해 나가겠습니다. 국민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들이 생기지 않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어주시고 응원해주시고 저희를 지지해주시기 바랍니다.”

 

JTBC 월화드라마 <보좌관2>에서 강선영 의원(신민아)은 TV 뉴스 인터뷰에 나와 이렇게 호소한다. 주진화학 사건은 그 화학물질로 인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고통 받았지만 덮여지고 가려졌던 사건이다. 거기에는 법무부장관이 된 송희섭(김갑수)과 주진화학 이창진 대표(유성주)의 결탁이 숨겨져 있다. 강선영 의원은 이 문제를 국정조사위에 상정해 국회가 나서 진상규명을 하려 한다. 코너에 몰린 이창진과 송희섭은 이를 막기 위해 강선영 의원의 보좌관 이지은(박효주)을 테러하고, 국정조사위 자체를 무산시키기 위해 협박과 회유를 일삼는다.

 

사실 주진화학 사건 같은 소재는 드라마라고는 해도 우리네 현실에서 벌어졌던 실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들의 백혈병 발병 사건이 그렇다. 심각하고 중대한 사건들이지만 진상 규명이 되는 그 과정들은 꽤 오래 걸렸다. 이유는 그 사건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정치적 외압들이 끼어들어서다. 심지어 관련 사안을 고발하는 영화까지 만들어지고 결국 대중들이 관심을 갖게 됐고 국회 차원에서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삼성전자는 공식 사과와 보상에 대한 입장을 밝히게 됐다.

 

<보좌관2>를 보다 보면 우리가 언론을 통해 정치의 세계를 접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역학구조로 정치 현실이 움직인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 언론이 보여주는 정치만으로 그 이면에 놓인 진짜 현안들을 들여다보는 건 어려운 일이라 생각된다. 주진화학 사건과 이를 야기시키고 무마시킨 이창진 대표와 그 위의 성영기 회장(고인범) 그리고 송희섭 법무부장관의 결탁이 이 정치 현안의 본질이지만, 코너에 몰린 이들은 이를 막기 위해 갖가지 방해공작을 일삼는다.

 

강선영 의원의 인터뷰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송희섭의 계략으로 조갑영 의원(김홍파)이 공천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일이 언론에 등장하면, 정치인들은 못 믿을 존재라며 정치 자체에 대한 관심을 지워버린다. 송희섭이라는 비리의 거목을 무너뜨리기 위해 자신도 피를 흘릴 수밖에 없는 싸움을 하는 장태준(이정재)은 언론에 드러난 것으로만 보면 비리정치인이 아닐 수 없다. 송희섭이 거짓으로 그렇게 꾸며냈기 때문이다.

 

강선영 의원실에서 일하는 한도경 비서(김동준)는 언제 잘려도 할 말 없는 별정직이지만 주진화학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피해자들을 일일이 만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윤혜원 보좌관(이엘리야)이 그런 한도경에게 직접 만난다는 게 힘들었을 거라 말하자, 한도경은 “저보다 이 분들이 더 힘드시잖아요”라고 답한다. 한도경은 이 복마전에 가까운 정치판에서 거의 유일하게 순수한 정치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한도경 같은 인물이나 그 의지는 결코 보여지지 않는다.

 

그래서 심지어 한도경의 어머니도 그 정치 세계에 대한 막연한 편견과 선입견만을 드러낸다. “강선영이라고 그랬지? 뉴스 보니까 그 사람은 밑엣 사람들한테 갑질 하고 못살게 군다며? 얼마 전에는 그 보좌관이 자살까지 했다며?” 그러면서 당장 그 일을 때려 치라 말한다. 아들이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심지어 어머니도 관심이 없다. 겉으로 드러난 것들만 보면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만 생겨난다.

 

그런 어머니에게 한도경은 차분하게 자신이 하는 일을 설명한다. “못 그만둔다고. 나 지금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어 칭찬도 많이 받고 내가 지금 하는 일 엄마가 생각하는 것만큼 쓸데없는 일 아냐. 아버지 사고 났을 때 병원 찾아와서 우리 가족 도와주셨던 분 그 분도 보좌관님이셨어. 그 때 이후로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고 내가 처음으로 진지하게 하고 싶다고 생각한 거야. 지금도 마찬가지고.”

 

<보좌관2>가 보여주는 복마전에 가까운 정치 현실의 이전투구는 거꾸로 우리가 그저 흘러나오는 뉴스만이 아니라 좀 더 정치에 대한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정치가 하는 일이 뭐냐?”는 게 어찌 보면 보통 사람들의 너무나 공감 가는 불만이지만, 그래서 외면하고 혐오만 한다면 결코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 <보좌관2>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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