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결방에 쪼개기 편성, 모그룹 지원 없어 외로운 '스토브리그'

 

어째서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열기가 한 풀 꺾인 걸까. 5.5%(닐슨 코리아)로 시작했지만 4회 만에 10%를 넘겨버리더니 수직상승해 10회에 17%까지 찍었던 <스토브리그>는 어쩐지 그 후부터 조금씩 그 열기가 식어가는 느낌이다. 설 명절 이틀 간 결방된 후 2주만에 돌아온 <스토브리그>는 15.3%로 시청률이 하락세를 보여줬다.

 

물론 설 명절의 결방만이 하락세의 원인이라 보기는 어렵다. 드라마가 후반으로 넘어오면서 팽팽했던 초반의 대결구도가 약해진 면도 그 원인 중 하나다. 트레이드 문제와 스카웃 비리, 용병 스카웃 소재, 연봉 협상 등등 초반 <스토브리그>의 이야기는 확실히 시청자들의 시선을 확 잡아 끌만한 흡인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전지훈련을 두고 구단주 대행 권경민(오정세)의 노골적인 지원 삭감과 이런 위기를 국내 전지훈련이지만 선수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항들을 최대한 갖춰 극복해내는 벡승수(남궁민)와 운영팀의 이야기는 다소 소소해진 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주간의 결방은 분명 지금껏 이어져 오던 <스토브리그>의 상승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소소해졌다고는 해도 애초의 몰입감이 주는 추동력은 분명히 있었으니 말이다.

 

설 연휴 결방을 마무리하고 돌아온 <스토브리그>에서는 전지훈련에서 해외로 가지 못한 드림즈와 바이킹스가 연습게임으로 붙는 이야기가 전개됐다. 맞트레이드 됐던 강두기(하도권)와 임동규(조한선)의 대결은 그 자체로 흥미로울 수 있었다. 게다가 바로 전편에서 백승수를 그라운드에서 만난 임동규가 귓속말로 뭐라고 하며 끝나는 장면은 다음 회를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한 주가 결방되고 돌아오자 그런 호기심과 기대감은 상당 부분 지워졌다. 그저 드림즈와 바이킹스가 맞붙는 그 상황으로 새롭게 드라마가 시작한 듯한 느낌마저 줬다. 물론 2차전에 걸쳐 이어진 경기에서 유민호(채종협) 투수를 성장시키기 위해 바이킹스에 패하면서도 미소를 짓는 감독과 코치진의 이야기는 흥미로웠지만 전편의 힘을 이어받지 못한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다.

 

여기에 20분씩 3부작으로 쪼개진 드라마도 몰입을 방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SBS 측은 “모바일 시청자가 늘어나면서 영상을 짧게 시청하는 패턴을 고려”했다고 했지만 이런 쪼개기가 ‘숏폼’ 트렌드의 일환이라고 보는 시청자들은 거의 없다. 누가 봐도 광고 수익을 위한 선택이 분명하다고 보인다.

 

<스토브리그>는 드림즈라는 프로야구팀을 뒤에서 지원하는 프런트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지만 어쩐지 이 드라마 자체는 그다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최소한 명절 결방이 꼭 필요했다면 이 드라마를 새롭게 편집해서 보여주는 스페셜이나 출연자들을 활용한 명절 특집 같은 걸 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런 든든한 지원들이 모여야 프로야구팀의 스토브리그든 그걸 소재로 다루는 드라마든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겠나.(사진:SBS)

‘감빵생활’, 작품도 좋지만 운용도 현명하다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9.1%(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했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10%를 넘겼다. 지난 21일 7.9% 시청률에서 이처럼 훌쩍 뛰어오른 건 연말을 맞아 한 주 간의 휴방이 가져온 효과다. 워낙 관심이 높은 드라마인지라 한 주 쉰다는 소식에 시청자들의 원성도 높았지만, 그 한 주의 기대감이 증폭되어 새해에 다시 방영된 11회에는 더 많은 시청자들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11회의 내용을 보면 그간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흘러온 이야기 구조에서 크게 달라지거나 튀거나 한 부분은 없다고 보인다. 늘 그래왔듯이 감방에 들어온 인물들의 이야기가 뒤편에 깔리고 웃음과 감동 그리고 긴장감이 병치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던 것. 이 날 이야기에서 가장 핵심적이었던 건 제혁(박해수)의 어깨를 찔렀던 똘마니(안창환)가 같은 감방으로 들어오며 대놓고 위협을 하는 상황과, 이를 막기 위한 감방 동기들의 노력이었다. 

감방생활에 너무 잘 적응하고 있는 주인공 제혁에 위기감을 끌어올려주고 따라서 드라마에도 긴장감을 다시 만들어주는 역할로서 똘마니라는 캐릭터는 그래서 적절한 순간에 등판했다고 보인다. 그 위기 속에서도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고 들어왔다는 무기수의 아픈 속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소각장에서 제혁 대신 죽을 위기에 처했다가 구출된 무기수는 윤간당해 죽은 딸 곁으로 가겠다며 왜 자신을 살렸냐고 오열했고, 그 무기수에게 제혁은 찔레꽃을 선물하는 훈훈한 장면도 이어졌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한 주를 쉬게 된 건 다름 아닌 연말이라는 특수한 시간대 때문이지만, 그 한 주의 휴방은 여러모로 ‘신의 한수’가 된 면이 있다. 그것은 기대감을 높여준 차원도 있지만, 지금껏 흘러오던 드라마 제작에도 일종의 브레이크 타임으로 작용한 면도 있다. 우리네 드라마 제작의 여건상 급박하게 흘러가기 마련이고, 누적된 노동의 피로감도 중반을 넘기면 훨씬 가중되기 마련이다. 이런 시점에 적절한 휴지기를 갖게 된다는 건 제작자들에게는 보다 높은 완성도를 위해서도 또 제작여건을 위해서도 천운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것은 시청자들을 위한 휴지기가 되기도 한다. 물론 한 주 쉬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만, 중반을 넘어오며 어느 정도 패턴화 되기 마련인 드라마의 흐름을 한 번 끊고 가는 것으로 조금은 새롭게 드라마를 다시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쉬는 그 한 주에 그간의 줄거리들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그 뒷얘기를 더해 새로운 시청층을 유입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그런데 이게 과연 그저 천운일까.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신원호 PD는 지난 <응답하라 1988>에서도 똑같은 휴지기를 가진 바 있다. 공교롭게도 연말에 배정된 이 드라마는 2015년 12월 26일 16회를 방영하고 다음 주 한 주를 휴방했다가 이듬해 1월 8일 17회를 방영한 바 있다. 물론 그 때는 연말이 아니고 연초였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보다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위해’ 휴방을 결정했던 것. 그 때는 결과는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17회에 15%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18회에 17%로 훌쩍 뛰었다. 휴지기를 통한 보다 공고한 완성도를 추구한 결과다.

신원호 PD는 <응답하라 1997>이 여름에 방영된 이후,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 그리고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연말연시에 드라마가 배정되었다. 그래서 그 연말연시의 분위기에 적절히 동승해 필요하다면 한 주 쉬어가는 운용을 통해 드라마의 완성도도 높이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다시금 집중시키는 효과를 거두어갔다. 실로 완성도 높은 작품은 물론이고 ‘슬기로운’ 드라마 제작 운용이 아닐 수 없다.(사진:tvN)

김태호 PD 파업 참여에 결방쯤은 괜찮다는 ‘무도’팬들

“웃기기 힘들다. 사람들 웃기는 방송 만들려고 예능PD가 되었는데 그거 만들라고 뽑아놓은 회사가 정작 웃기는 짓은 다 한다.” 총파업을 앞두고 있는 MBC 예능PD들이 내놓은 파업 성명서에는 MBC에서 예능PD로 산다는 것의 고충들이 절절히 담겨져 있다. 그 고충들의 세세한 내용들은 이런 것들이다. 

'김태호PD(사진출처:MBC)'

“아무리 실력 있는 출연자도 사장이 싫어하면 못 쓴다.” “노래 한 곡, 자막 한 줄까지 간섭한다.”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아무리 시청률을 잘 뽑아도 멀쩡히 하던 프로그램 뺏긴다.” “생각하지 말고, 알아서 검열하고, PD가 아니라 노예가 되라 한다.” 한마디로 시시콜콜하게 검열하고 사장 입맛에 맞지 않으면 프로그램을 없애버리기도 한다는 것. 

게다가 출연료 얘기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제작비를 깎으면서, 사장님 귀빈 모시는 행사에는 몇 억씩 쏟아 부으며, 신입 공채는 막고 경력 공채는 기습적으로 하며 경력 PD들은 노조 가입도 못하게 방해한다. 시사교양국을 없애고 기자, 아나운서를 내쫓는다....

사실 이 정도의 일들이 줄줄이 벌어졌다는 건 정상적인 방송사라고 보기 힘들다. 그간 많은 이들이 한직으로 물러났고 버티다 퇴직했으며 어떻게 남아있는 이들은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더 이상은 이렇게 지낼 수 없다는 의지가 MBC 예능PD들이 내놓은 파업 성명서에는 고스란히 느껴졌다. 

MBC 예능을 대표하는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사실 대중들 사이에서는 그나마 MBC에 남은 애정이라고는 <무한도전> 하나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프로그램의 수장인 김태호 PD가 총파업에 합류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서는 건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선택은 당연히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친다. 당장 다음 주부터는 촬영 계획이 없다고 한다. 이대로 파업에 돌입하면 지난 MBC 총파업 때처럼 결방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매주 챙겨보는 팬들로서는 아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을 게다. 

하지만 지난 총파업 때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팬들은 김태호 PD의 용기 있는 선택에 지지와 응원의 뜻을 전하고 있다. 결방쯤은 괜찮다며 기꺼이 기다리겠다고 한다. 나아가 이런 힘 있는 방송이 파업에 동참해야 효과가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무한도전>이 다시 시작하는 날까지 잠시 MBC 채널을 지우겠다는 이야기까지 한다. MBC 정상화를 위해서는 <무한도전> 결방도 환영한다는 것.

사실 <무한도전>이 이런 절대적인 팬덤의 지지를 받게 된 건 프로그램만 잘 만들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보다 나은 사회에 대한 참여 같은 프로그램 외적인 행동들 역시 팬들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총파업 참여에 대한 지지가 나오는 것은 MBC의 현 상황이 얼마나 처참하게 비뚤어져 있는가를 대중들 또한 공감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발 이번 기회를 통해 예능PD들이 마음껏 웃길 수 있는 그런 방송국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는 뜻.

결방에 뿔난 시청자들, 스포츠중계보다 본방?

 

과거 본방이 취소되고 대신 스포츠중계를 하는 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특히 외국팀과 하는 국가대항 스포츠 경기의 경우 그건 심지어 당연한 일로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진 것 같다. 스포츠중계로 인해 결방된 프로그램의 시청자들이 방송사에 항의하는 일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애인있어요(사진출처:SBS)'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지난 8<프리미어12> 중계방송으로 결방되면서 의외로 시청자들에게 강력한 항의를 받은 바 있어서인지 SBS측은 애초에 <웃찾사>를 결방시키고 야구중계가 끝나고 나서 <8뉴스><애인있어요>를 방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국과의 경기가 연장으로 돌입하면서 결국 결방을 결정하게 되었다.

 

사실 지난 주의 사례도 있었고 SBS측의 사전 공지도 있었기 때문에 <애인있어요> 시청자들은 야구가 끝나고 조금 늦은 시간이라도 방영될 것이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결방이 자막으로 통지되자 기다린 만큼의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난 11일에는 <프리미어12> 예선 2차전 한국 대 도미니카공화국 경기가 생중계되면서 <돌아온 황금복>,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 결방되었다. 대신 11시부터 지진희, 이지아 주연의 단막극 <설련화> 1~2부가 뜬금없이 방영되어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지난 1014일에는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야구중계로 인해 MBC <그녀는 예뻤다>가 결방되었다. 역시 후폭풍은 거셌다. 시청자게시판과 인터넷에는 결방을 성토하는 팬들의 아쉬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결방에 대한 아쉬움은 2회 연속 방영을 해달라는 요구로 이어지기도 했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과거에도 늘 있어 왔던 스포츠 중계와 결방이 왜 최근 들어서는 이토록 거센 항의에 직면하게 된 것일까. 여기에는 다분히 달라진 시청자들의 시청패턴이 깔려 있다. 스포츠 중계는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 하라는 시청자들의 요구는 이제 고정적으로 편성된 프로그램에 스포츠 중계 같은 이벤트가 과거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걸 말해준다.

 

사실 국가 대항 스포츠 경기는 한때는 마치 국가적인 이벤트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었다. 마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빼놓지 않고 다 봐야하는 것처럼 인식되었고 그래서 방송3사가 똑같은 중계를 내보내는 것도 그리 이상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획일적인 방송 행태에 시청자들의 불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것은 스포츠 경기를 국가적 이벤트로 바라보던 시각이 이제는 하나의 취향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즉 누군가는 관심 있을지 모르나 그렇다고 자신도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 스포츠 중계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던 드라마가 결방되는 것에 대해 그저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게된 것일 게다.

 

물론 이것이 모든 프로그램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애인있어요><그녀는 예뻤다> 같은 확실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웰메이드 드라마들이기 때문에 결방에 대한 아쉬움은 그만큼 더 큰 후폭풍으로 이어지는 것. 결국 화제성은 그 어느 드라마보다 높지만 시청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애인있어요>는 결방이 가치를 증명해내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제 국가적인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은 과거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모두가 한 목소리로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제아무리 국가적인 스포츠 이벤트가 열려도 저마다 각자의 취향대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걸 찾아보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스포츠 이벤트에 밀려 결방된 드라마에 대한 이 정도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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