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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프락치 지진희의 비애, 그리고 국가의 야만적 폭력

 

1990년대 학생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가짜 신분으로 접근했다 사랑에 빠진 안기부 요원. JTBC 금토드라마 <언더커버>는 한정현(지진희)은 이석규라는 자신의 이름을 지운 채 사랑하게 된 최연수(김현주)와 가정을 꾸려 단란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이 한정현이 가진 '거짓 신분'은 언제고 터질 수밖에 없는 시한폭탄이었다.

 

인권변호사가 된 최연수가 공수처장으로 지목되자, 국정원 도영걸(정만식) 팀장은 한정현을 협박한다. 최연수가 공수처장이 되는 걸 막지 않으면, 그의 가족을 파탄 내겠다는 것. 한정현은 아내의 앞길을 막을 수도, 그렇다고 가족이 파탄 나는 걸 볼 수도 없는 곤경에 빠진다. 다행스럽게도 최연수가 스스로 공수처장을 수락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이런 선택은 그가 30년 넘게 재심 변론을 해왔던 황정호(최광일)의 간절한 부탁으로 흔들린다.

 

<언더커버>는 BBC 동명의 원작 리메이크 드라마지만, 우리 식의 해석이 담겨 있다. 90년대 학생운동과 당시 안기부의 공작들이 그 밑그림으로 들어가 있어서다. 이석규는 바로 당시의 안기부 요원 중 능력을 인정받아, 한정현이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채 최연수에게 접근하는 인물이다. 프락치 활동을 하는 것이지만, 한정현은 점점 최연수에게 빠져들고 그래서 조직의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며 사직서를 쓴다. 하지만 이런 한정현을 그냥 놔둘 리가 없는 안기부다.

 

안기부는 국정원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한정현이 그간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아직 드라마가 보여주지 않았다. 다만 그 삶이 얼마나 비극적이었을 지는 그가 아버지를 우연히 거리에서 마주하는 장면에 들어 있다. 임무 때문에 자식이 해외에 나갔다 믿었던 아버지는 최연수와 가정을 꾸린 채 나타난 한정현이 아들이 아님을 부인하자 그 상황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한참 후에 한정현이 요양원에서 마주한 아버지는 치매에 걸려 아들을 알아보지도 못한다. 한정현은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바로 달려갈 수 없는 처지다.

 

한정현은 국가 기관이 만든 시대의 비극을 담은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그 비극 속에서 쓸쓸하게 죽어간 아버지를 경험하면서도, 애써 지키려 한 건 바로 자신의 가족이다. 과거를 애써 잊으며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가려던 그지만, 그 과거가 갑자기 그의 앞으로 다시 툭 튀어나온다. 한정현은 이제 현재를 위해 과거와 싸워야하고, 가족을 위해 저 거대한 조직과 싸워야 한다.

 

궁금해지는 건 최연수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는 정의를 위해 거의 한 평생을 살아왔던 인권변호사다. 그런데 공수처장 수락을 앞두고 가족이 파탄 위기를 마주하게 된다. 그는 과연 남편의 거짓 신분을 알고도 그를 받아들일까. 가족이 위기에 처하는 상황 속에서도 정의를 위한 자신의 소신을 지켜나갈까. 그런 최연수를 바라보는 한정현은 또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언더커버>는 정체를 숨기고 살아온 남편의 실체가 드러나는 스릴러적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법 정의나 진실과 거짓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국가 기관이 만든 개인의 비극과 그래서 개인이 저 거대한 국가 기관과 마주해 싸우는 이야기. 특히 <언더커버>가 리메이크 되면서 강화한 부분은 가족이다. 결국 한정현도 최연수도 이 위기 속에서 가족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한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분은 리메이크작이지만 이 드라마가 꽤 우리네 드라마 같은 정서적 공감대를 갖게 해주는 이유이기도 하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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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누가 진범인가, ‘왓쳐’가 전하는 가까운 곳의 적

 

김영군(서강준)의 기억은 왜곡되었던 걸까. OCN 토일드라마 <왓쳐>에서 김영군이 굳이 경찰이 된 건 자신의 기억이 과연 진실인가를 알고 싶어서였다. 그 기억 속는 아버지 김재명(안길강)이 어머니를 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재명의 피살은 그것이 왜곡된 기억이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김영군의 집 목욕탕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한 김재명의 엄지손가락은 잘려 있었다. 진범이 남기는 일종의 시그니처. 그렇다면 김재명은 진범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게 김재명이 죽은 자리에 김영군은 세양경찰청 감찰 반장인 도치광(한석규)을 기억으로부터 세워 놓는다. 마침 그 때 어머니가 살해됐을 때도 또 아버지가 이번 살해됐을 때도 도치광이 그 현장에 있었다. 물론 도치광은 자신이 들어갔을 때는 이미 둘 다 살해된 후였다고 밝히고 있지만, 김영군은 어머니를 살해하는 장면에 아버지가 아닌 도치광이 있었을 거라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그 장면 속에서 도치광은 섬뜩하게도 웃고 있었다.

 

이런 전개 방식은 <왓쳐>가 가진 중요한 특징이다. <왓쳐>는 속 시원하게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저 인물들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그들은 하나의 목적을 갖고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저마다의 욕망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예를 들어 도치광은 늘 “무고한 피해자가 없게 하겠다”는 말에 따라 움직이고, 김영군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진짜로 살해했는가 하는 그 진실을 알고 싶어 움직인다. 또 변호사인 한태주(김현주)는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잘랐던 범인을 찾기 위해 어떤 짓이든 하는 인물이다.

 

저마다의 욕망은 모든 인물들에 스며있다. 세양경찰청 차장인 박진우(주진모)는 사건을 진두지휘하며 도치광을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슨 일인지 비리가 담겨 있는 사라진 장부를 찾는 일에 혈안이다. 세양경찰청 청장인 염동숙(김수진)은 틈만 나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습관을 가진 인물로 대중의 여론과 인기에 영합하는 인물이고, 도치광과 각을 세우고 있는 장해룡(허성태) 광역수사대 반장은 사건의 진실보다는 현실적 타협을 하는 인물이다.

 

이렇게 인물들이 저마다의 욕망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사건은 어디로 흘러갈지 종을 잡기가 어렵다. 게다가 연출은 이들의 행동의 의도를 드러내주는 극적인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너무나 담담하게 그 행동들을 한 걸음 떨어져 관찰하는 듯한 연출방식은 그래서 시청자들을 더욱 미궁에 빠뜨린다. 도대체 무엇이 진실이고, 과거 이들은 어떤 사건으로 얽혀있는 것이며, 그것이 현재 인물들의 행동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지 쉽게 밝혀주지 않는다.

 

비리수사팀을 이끄는 도치광 팀장이 진범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드는 건, 시청자들에게는 그래서 충격적이지만 이 드라마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지점을 만들어낸다. 도치광만이 아니라 박진우도 염동숙도 장해룡도 모두 의심이 가는 인물들이다. 게다가 이들 경찰조직의 이야기 바깥에 존재하는 뇌물장부를 잃어버린 기업이 누구와 손을 잡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그래서 <왓쳐>가 이 미로 같은 욕망의 존재들 속에서 모두를 의심하게 만드는 사건으로 하려는 이야기는 뭘까. 그것은 의외로 적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아주 가까우 우리 주변에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게 아닐까.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라는 기획의도에 담겨진 한 문장이 의미심장해지는 건 이 <왓쳐>의 세계에 깊숙이 들어가면 갈수록 그 누구도 의심의 고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도대체 진범은 누구란 말인가. 감찰은 경찰을 들여다보는 ‘왓쳐’지만 어느새 드라마는 우리를 그 감찰까지 들여다보고 의심하는 ‘왓쳐’가 되게 만들고 있다.(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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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만기’ 김현주, 흔들리지 않는 그에게 기대고픈 건

김현주가 이런 정도의 존재감을 가진 배우였던가. KBS 월화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에서 물론 단연 독보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건 김명민이다. 역시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김명민은 영혼이 바뀐 송현철의 역할을 진짜로 두 사람이 섞여있는 듯 연기해내고 있다. 간간히 김명민의 얼굴에서 영혼이 빙의된 고창석의 표정이나 모습이 보일 때는 실로 소름이 돋을 정도다. 

그런데 이렇게 영혼과 육체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일으키며 직장에서나 직장 밖에서나 좌충우돌의 시간을 보내는 송현철(김명민)의 모습이 보이면 보일수록 자꾸만 그 옆에 서 있는 선혜진(김현주)이 눈에 띈다. 아마도 개차반이었던 지점장 송현철과의 생활이 결코 쉽지 않았을 그지만 그는 그 와중에도 굳건히 흔들리지 않는 인물이다. 그러니 “나 좀 도와줘요”하고 애원하는 송현철에게 이 침착하고 단단한 인물에 대한 신뢰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선혜진은 처음부터 주목되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저 송현철의 아내로서 마치 도우미 취급을 받으며 힘겹게 살아가는 그런 정도의 인물로 슬쩍 얼굴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인물이 이혼을 결심하고 있고, 돈 많은 남편으로부터 먼저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위해 마트에서 일하는 모습을 통해 그 존재감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보통 선혜진 정도의 사모님이라면 정반대로 돈이면 뭐든 다 된다는 식으로 마구 살아갈 것 같지만, 이 인물은 정반대다. 고객의 불편을 들어주고 그 편의를 해결해주는 일을 하는 선혜진은 단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트의 대표인 금성무(조셉 리)가 해외입양아였다는 사실을 듣고는 부모를 찾는 방법까지 알려주는 친절은 물론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이 인물이 가진 ‘선함’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이 인물이 그저 선하기만 해서 무른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마트의 진상 고객에게는 확실하게 매뉴얼에 따라 거부할 건 거부하고 잘못된 건 지적하는 그런 강단을 보인다. 이른바 ‘갑질’ 아래 무작정 고개 숙이고 당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일반적으로 드라마가 그리는 풍경(이건 최근 신문 사회면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일이지만)이지만, 선혜진은 다르다. 그는 사태를 들여다보고 잘못된 건 잘못됐다 말하는 인물이다.

학교에서 아들이 친구에게 맞았다는 얘기를 듣고 부리나케 학교에 와서도 선혜진의 모습은 우리가 상상하는 사모님의 모습과는 다른 면면을 보여준다. 앞뒤 재지 않고 무조건 자기 자식 편만 드는 그런 사모님이 아니라, 먼저 앞뒤 정황을 다 살핀 후 자기 아들이 친구에게 “못생겼다”고 놀린 사실이 문제의 발단이었다는 걸 이해하고 오히려 사과한다. 

게다가 선혜진은 남편과의 사이가 소원해졌다고 해서 또 다른 관계의 틈입을 허용하는 인물도 아니다. 금성무의 과한 친절에 대해 그는 선을 긋는다. 사장과 직원 사이에 그 이상의 친절은 불편하다는 걸 드러내는 것. 남편과 사이가 소원해졌지만, 그래도 그가 일말의 기대 같은 걸 갖고 있는 것도 남다른 면모다. 영혼이 바뀐 송현철이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자 그는 다시 이 남편을 기대하기 시작한다. 물론 그게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이혼장을 내밀지만.

<우리가 만난 기적>은 영혼이 바뀐 송현철이 만들어내는 변화들을 기적 같은 사건들을 통해 그려내는 드라마다. 그런데 송현철만큼 이 드라마에서 주목을 끄는 인물은 선혜진이다. 우리가 현실에서 좀체 발견하지 못했던 가졌지만 따뜻하고 올곧은 생각을 가진 ‘기적 같은 인물’이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김현주는 큰 과장 없이 이 인물을 깊이 있게 연기해냄으로써 다소 판타지와 과장이 많아 들뜰 수 있는 이 드라마에 안정감을 선사하고 있다. 정체성 혼돈으로 힘겹게 버텨가던 송현철이 선혜진에게 “나 좀 도와줘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래서 다른 의미로도 읽힌다. <우리가 만난 기적>이라는 드라마에 김현주라는 배우의 도움은 앞으로 기대이상으로 필요해질 것으로 보인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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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만기’, 김명민에 기대하는 약자 보호의 시선

KBS 월화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은 이른바 ‘영혼 바꾸기’라는 소재를 가져왔다. 사실 새로운 소재는 아니다. 몸과 영혼이 바뀐 인물들이 벌이는 한바탕 소동은 이미 남녀가 바뀌는 경우까지 나온 바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만난 기적>의 ‘영혼 바꾸기’는 흥미롭다. 도대체 무엇이 이 흥미로움을 만드는 걸까.

그 핵심은 ‘영혼 바꾸기’라는 그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바뀌어진 영혼이 만들어낼 ‘기적 같은 변화’에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영혼이 바뀐 송현철(김명민)이다. 육체는 최연소 지점장에 탁월한 두뇌를 가진 고스펙의 소유자지만, 영혼은 정 많고 따뜻한 마음씨의 소유자다. 그러니 영혼이 바뀐 송현철은 모든 걸 가진 인물이 된다. 능력도 있지만 마음도 따뜻한.

물론 전혀 다른 영혼과 육체가 하나로 묶여졌으니 정체성의 혼돈에서 오는 정신적 충격이 없을 리 없다. 그래서 육체의 주인 지점장 송현철이 그간 해왔던 나쁜 짓들을 알게 된 주방장 송현철의 영혼은 이 육체의 주인공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 은행 직원들을 모두 모아놓고 자신의 비리를 낱낱이 적어 자신에게 알려달라고 한다. 하지 말아야 할 짓들을 잔뜩 벌여놓은 육체의 주인을 대신해 그 잘못들을 되돌려놓으려 한다.

또 같은 학교에 다니는 자신의 친딸 지수(김환희)와 자신이 임대하고 있는(?) 육체의 아들 강호(서동현)가 싸움을 벌여 학교에 불려가자 송현철은 두 아이들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일으킨다. 친딸인 지수를 오히려 두둔하고 지수를 “못생겼다” 놀린 강호를 꾸짖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선혜진(김현주)이 강호의 잘못을 알고는 지수에게 사과하며 일이 잘 마무리되자, 송현철은 강호에게 자신이 지수 편을 든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한다. 제 자식만큼 타인의 자식 역시 소중하게 생각하는 송현철의 착한 영혼이 슬쩍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래서 이 착한 영혼 송현철에 대한 시청자들의 여러 가지 기대가 생겨난다. 그 하나는 악독한 지점장이었던 육체 송현철이 해왔던 비리들을 그가 되돌릴 거라는 기대다. 너무나 악독해 회사 나오는 게 지옥이라는 직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래서 조금씩 바뀌어질 이 은행의 풍경들은 바로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기적이다. 

또 하나는 지금껏 도우미 취급을 하며 무시해왔던 아내 선혜진에게 송현철의 따뜻한 사과가 어떤 식으로든 보여지길 바라는 기대다. 영혼이 바뀌고 문득 송현철이 선혜진에게 물었던 “아침은 먹었어요?”라는 그 질문 하나가 그토록 뭉클하게 다가올 수 있었던 건 그간 지점장 송현철이 대했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기적 같은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기적은 이 힘겨워도 가족 간의 사랑으로 버텨왔던 조연화(라미란) 가족이 육신은 죽었지만 송현철의 육신을 빌어 돌아온 아빠의 사랑이 온전히 전해지는 일이다. 그것은 가족애를 드러내는 것이지만, 동시에 가진 자가 된(육체 송현철로 다시 살아난) 송현철이 약자들을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바라보는 시선으로 보여지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은 기적 같은 일이 된 지 오래다. 가진 자가 약자의 입장을 들여다보는 일.

영혼이 바뀌어 생긴 꼬이는 삼각관계 이야기보다, 그걸 무마하려고 신이 개입하여 무리하게 사랑을 엮는 이야기보다, 우리의 시선을 끄는 건 영혼이 바뀜으로 해서 벌어지는 기적 같은 일들이다. 바로 그 지점에 흔한 ‘영혼 바꾸기’ 설정을 가져온 이 드라마만의 특별한 감흥이 생겨나기 때문이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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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만기’, 김명민이 만들어가는 두 개의 기적 그 묘미

육체는 같지만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다? 얼굴에 늘 짜증이 가득하고 가부장적 권위주의에 찌들어 아내를 도우미 정도로 생각하던 지점장 송현철(김명민)이 달라졌다. 그의 육신에 따뜻하고 인간적인 주방장 송현철(고창석)의 영혼이 들어가게 되면서다. KBS 월화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은 이 판타지적인 설정을 ‘육체 임대’라고 표현했다. 

어찌 보면 그저 껍데기에 불과한 육체지만 그 외견으로 그 사람의 정체성이 규정되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그래서 육체 임대를 통해 다시 태어난 송현철은 그 정체성을 뛰어넘는 지점에서 우리가 기적이라고 부르는 일들을 하게 된다. 

이제 막 중국집 만호장을 인수해 고생 끝 행복 시작을 꿈꾸었지만 졸지에 사망해버린 주방장 송현철은 지점장 송현철의 육체를 임대해 깨어나자마자 가족 걱정이다. 비통해할 가족들과 당장 잔금을 치르지 않으면 넘어가 버릴 만호장과 집에 대한 걱정 때문에 무작정 아내 조연화(라미란)를 찾아간다.

하지만 다른 육체를 가진 그를 조연화가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다. 결국 그는 지점장 송현철의 어머니 황금녀(윤석화)에게 1억 원을 빌려 조연화에게 직접 배달해준다. 동봉한 편지를 통해 마치 주방장 송현철에게 도움을 받았던 친구가 보내준 것처럼 꾸며서. 이 상황은 조연화의 가족들 입장에서 보면 ‘기적 같은 일’이 된다. 어찌 보면 죽은 남편과 아빠로부터 온 선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점장의 아내 선혜진(김현주)에게도 벌어진다. 자신을 아내가 아니라 도우미 취급하며 벌어다 주는 돈으로 조용히 살라고 막말을 해대던 송현철이 존칭을 하며 “죄송합니다” 같은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내에게 고압적이던 그의 육체에 주방장 송현철의 영혼이 들어가면서 생긴 변화다. 

“그런데 아침밥은 드셨어요?” 그 기적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이런 작은 말 한 마디에서 비롯된다. 자립하기 위해 마트에 아르바이트를 나가는 선혜진에게는 송현철이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그 말이 기적 같은 변화로 느껴진다. 늘 아침밥을 든든히 챙겨먹어야 한다는 주방장 송현철의 영혼이 한 말이지만 선혜진으로서는 지점장 송현철이 단 한 번도 건넨 적이 없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침밥은 제가 할게요.”라는 그 말도 그렇다. 그 말은 아내가 아닌 도우미를 부리듯 해왔던 지점장 송현철에게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말이었다. 이혼을 준비 중이고 그래서 차갑게 대하는 선혜진은 어쩌면 이렇게 달라진 송현철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아낼 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우리가 만난 기적>이 말하려는 건 외모나 부유함 혹은 사회적 지위 같은 겉으로 드러난 가진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인성이 얼마나 많은 걸 행복하게 할 수 있는가 하는 이야기일 게다. 그것은 심지어 ‘기적’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우리의 마음을 먹먹하고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니. 

죽음을 통해 행복과 기적을 이야기하는 <우리가 만난 기적>은 우리네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희비극을 통해 보여준다. 죽음이라는 비극이 거기에는 드리워져 있지만 그래서 벌어지는 행복한 기적들이 모두를 따뜻하게 만든다. 한 사람의 따뜻한 인성은 이처럼 가족들, 아니 나아가 주변사람들과 사회까지 변화시키는 진정한 기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돈이면 다되는 것처럼 떠들어대는 현실이지만.(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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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난 기적’, 김명민이라 더 기대되는 기적들

나는 도대체 왜 나인가. 그것은 내 육체일까 아니면 내 영혼일까. KBS 새 월화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은 이런 질문을 떠올리게 하는 드라마 설정을 갖고 있다. 이름과 생일이 같지만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아가는 두 남자. 한 남자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냉혹한 사회생활로 신화은행 최연소 지점장이 된 송현철(김명민)이고 다른 한 남자는 고생 고생해 이제 겨우 은행 대출로 중국집 만호장의 주인이 된 송현철(고창석)이다. 두 사람은 같은 날 교통사고를 당하고 ‘신의 실수’로 죽어야 할 지점장 송현철 대신 만호장 송현철이 죽게 된다. 육체가 사라져버리자 만호장 송현철은 지점장 송현철의 육신을 빌어 겨우 살아나고, 그래서 벌어지는 일이 이 드라마가 그리려는 이야기다. 

육체는 지점장의 몸을 갖고 있지만 영혼은 만호장 주인의 것이 된 송현철. 이 공유된 육체와 영혼은 그래서 의도치 않은 ‘두 집 살림(?)’을 하게 된다. 최근 들어 많이 등장한 영혼 체인지 같은 판타지 설정이지만 이 드라마가 흥미롭게 느껴지는 건 이 두 사람이 살아온 삶이 너무나 상반된 면을 갖고 있고 그래서 부딪치게 되는 가치관과 정체성의 갈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연 이렇게 다시 태어난 송현철은 지점장의 화려한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만호장 주인의 소박한 삶으로 돌아갈 것인가. 

다시 태어난 송현철 앞에는 그래서 두 개의 상반된 삶이 놓여진다. 하나는 냉혹하기 그지없는 저 돈의 세계의 이전투구 속에서 냉혹해도 성공한 삶이고, 다른 하나는 굉장히 부유하거나 성공하진 못했어도 노력한 만큼 얻은 작은 성취와 행복을 가진 삶이다. 두 삶에서 당연히 후자가 더 가치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어디 현실과 부딪쳐 생겨나는 욕망들이 그걸 쉽게 결정할 수 있게 해줄까. 

평생 조연화(라미란)만을 사랑해줄 것이라고 말하며 또 그렇게 살아왔던 만호장 송현철이지만 막상 지점장 송현철의 아내인 선혜진(김현주) 같은 다른 여자를 만나게 된 그는 여전히 흔들리지 않고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사람 일이란 알 수 없어 지점장 송현철과의 결혼 생활에서 불행한 삶을 살아왔던 선혜진에게 이 정 많고 착한 만호장 송현철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눈에 들어오는 육체의 아름다움 또한 그를 흔들어댈 수밖에.

즉 다시 태어난 송현철은 자신의 달라진 육신과 영혼 사이에서 그 정체성을 두고 갈등하게 되는 동시에, 두 집이 보여주는 외적인 것들과 내적인 것들 사이에서도 갈등하게 된다. 부유한 집, 성공한 삶, 아름다운 아내 같은 누구나 선망하는 외적으로 보이는 남자의 삶과 부유하진 않아도 행복한 삶,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아내 같은 내적인 가치들이 빛을 발하는 남자의 삶.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어찌 보면 한 편의 ‘인생극장’ 같은 비현실적인 판타지 설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에 대한 몰입감을 높여주는 건 역시 김명민 같은 연기자의 내공 덕분이다. 일과 가정 모두에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차가운 모습을 보이던 그가,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친구 딱풀이(최병모)앞에서는 의외로 친근한 모습을 보이는 게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도 김명민의 남다른 연기력의 공이 크다. 특히 염을 하다 벌떡 일어난 송현철의 표정을 보여주는 김명민의 연기는 압권이다. 거기에는 기묘하게도 김명민의 얼굴과 고창석의 얼굴이 겹쳐 보인다.

영혼이 엉뚱한 육체에 들어간다는 판타지 설정을 무겁지 않은 코미디로 엮어내면서도, 동시에 그 설정을 통해 우리의 정체성은 과연 육체인가 영혼인가를 묻는 질문에 도달한다는 것. 나아가 그것이 우리가 선택하는 두 가지 삶, 즉 외면적인 성공을 추구하는 삶과 내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문제로까지 확장시키는 드라마의 발랄한 문제의식도 김명민이라는 든든한 배우를 만나니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향후 그가 보여줄 기적이란 도대체 무얼 말하는 걸까. 기대되는 대목이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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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한 현실마저 무화시킨 <판타스틱>의 판타지

 

나는 암환자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음으로 두려운 것도 없다. 후회? 그런 거 할 틈이 어딨어? 흑역사? 만들면 좀 어때? 오늘의 선물꾸러미는 오늘 다 풀어서 누리는 찬란한 지금을 살겠다! 아낌없이 사랑하고 후회 없이 저지르며... 가장 젊고 아름다운 오늘을 충분히 만끽해야지!’ JTBC 금토드라마 <판타스틱>의 이소혜(김현주)는 마치 다짐하듯 그런 글을 적는다. 글 제목은 ‘Fantastic’이라 쓰려다 고쳐 쓴 ‘FantastiCancer’.

 

'판타스틱(사진출처:JTBC)'

그녀는 왜 ‘Fantastic’‘cancer’를 붙여 ‘FantastiCancer’라 제목을 붙였을까. 글 내용 속에 들어가 있듯 ‘cancer’가 그녀의 현실이라면 그걸 받아들이는 그녀의 자세는 ‘Fantastic’이다. 내일을 기약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두려움도 없고 후회할 틈도 없는 삶. 그래서 온전히 지금의 현재를 만끽하는 것으로 채워지는 삶. 그녀가 암환자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몰랐을 찬란한 지금의 소중함. 그래서 삶의 판타스틱과 죽음은 어쩌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 그런 의미들이 그 제목에는 담겨있다.

 

<판타스틱>이라는 드라마가 말하려는 건 그래서 그 많은 불치병 소재의 콘텐츠들이 하려던 이야기와 그리 다르지 않다. 지금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것이니까. 하지만 이 드라마가 다르게 느껴진 부분이 있다. 그것은 비극적 정조를 강조하기보다는 오히려 판타스틱한 삶의 즐거움쪽에 훨씬 더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처럼 발랄하고 유쾌한불치병 소재의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됐다.

 

이소혜는 자신이 암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삶이 훨씬 더 풍부해졌다. 마음 속에 두고는 있었지만 과거의 오해 속에 멀리 했던 남자 류해성(주상욱)과 다시 가까워졌고 그 진심을 알게 됐다. 학창시절 둘도 없는 사이였지만 살다보니 소원해진 친구들도 다시 만났고, 암 동지 홍준기(김태훈)를 통해 어차피 모두가 같은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는 똑같은 사람으로서의 공감과 삶의 긍정 같은 걸 배울 수 있었다. 그녀가 비로소 자신의 삶을 판타스틱이라고 적을 수 있게 된 건 실로 그 암환자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나서다.

 

류해성 역시 이소혜가 암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사랑을 더 굳건하게 확인하게 됐다. 그에게 암환자라는 현실보다 중요한 건 사랑하는 그녀가 앞에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하루하루를 그녀의 행복을 위해 채워나가려 노력하게 됐고, 그러면서 우주대스타에 발연기로 살아가던 삶이 비로소 진정성을 갖게 됐다. 삶의 무거움을 비로소 알게 되면서 그의 가벼움은 진짜 가벼움이 아니라 그 무거운 현실을 이겨내려는 안간힘으로 바뀌었다. 힘들어도 긍정하며 살아가려는 경쾌함 같은.

 

두 사람의 죽음을 옆 자리에 둔 사랑은 그래서 현실의 복잡다단한 문젯거리들을 오히려 무화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류해성의 과거를 공개해 모든 걸 망치려는 전 소속사 대표 최진숙(김정난)이나, 그로 인해 공들여 만든 드라마가 조기 종영될 위기에 처하게 된 현실 같은 것들이 물론 그들을 곤욕스럽게 만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문제가 이제 그리 큰 일이 아닌 것처럼 훌훌 털어버리고 일어난다. 이소혜가 말하듯 후회할 시간도 없고 흑역사 따위 만들면 좀 어떠냐는 그런 태도. 그들 앞을 가로막는 막장의 갑질 현실은 물론 힘겹게 넘어서야 할 산이지만 두 사람의 사랑 앞에 그리 중대한 사태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판타스틱>의 이런 시각은 막장의 현실들에 대해 오히려 질문을 던지는 효과를 준다. 어차피 다 똑같이 떠날 삶에 왜 그토록 막장의 삶을 살아가는가 하고 말이다. 물론 죽음 같은 이별이 아프지 않을 리 없다. 다만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의 가치는 달라질 것이다. 작가는 그것을 이소혜라는 인물을 통해 말하고 있다. ‘아프지 않은 이별은 없다. 좋은 이별도 없다. 하지만 사랑이 충만한 따뜻한 이별은 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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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멜로 말고도 판타스틱 했던 순간들

 

그래 미쳤다. 이 집구석에서 1초도 제 정신으로 버티기 힘들지. 니들이 10분 안에 마셔 없이 이 와인 한 병 값이 우리 엄마 수술비였어. 당신 장모 목숨이 이 와인보다 못해? 이 와인이 사람 목숨보다 더 소중해? 그런 주제에 뭐? 정의를 구현해? 당신들하고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그런데 내가 왜죽어? 이때까지 등신같이 살아온 게 아까워서 앞으론 멋지게 살거야. 최진태 씨 우리 이혼합시다.”

 

'판타스틱(사진출처:JTBC)'

입만 열면 막말하는 시어머니에 마치 종 부리듯 부려먹는 시누이, 게다가 부부강간을 시도하고 아내 앞에서 버젓이 불륜을 저지르는 남편. JTBC 금토드라마 <판타스틱>에서 며느리가 쓰는 돈은 몇 만원도 아까워 벌벌 떨면서도 자신들은 수천 만 원짜리 와인을 즐기는 비정상적인 시월드에 많은 시청자들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마음을 참기 어려웠을 게다. 물론 극화된 것이겠지만 이런 돈이면 뭐든 다 된다는 식의 갑질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는 집안의 모습은 서민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갑갑함과 그리 다르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장모가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돈 타령만 늘어놓고, 자기들 제사상 차리는 게 더 우선인 이 시월드에서 수천 만 원 짜리 와인을 하나하나 깨뜨리고 문을 나선 백설(박시연)은 마치 하녀복처럼 입고 있던 한복 차림을 벗어던졌다. <판타스틱>이라는 드라마가 제목처럼 판타스틱 해지는 순간. 시청자들은 사이다 한 사발을 마신 듯 속 시원함을 느낀다.

 

물론 <판타스틱>은 암 선고를 받고 삶을 더 판타스틱하게 살아가게 되는 드라마작가 이소혜(김현주)와 그녀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해주는 자칭 우주대스타 류해성(주상욱)의 멜로가 중심 스토리지만, 때때로 그 멜로보다 더 속 시원한 사이다 장면이 눈에 띈다. 그건 이 드라마에서 이른바 갑질 하는 인간들의 표상으로 그려지고 있는 백설의 시댁 인물들에게 한 방을 먹이는 반전이 등장할 때이다.

 

이 시월드의 시누이 최진숙(김정난)이 돈과 감언이설로 이소혜의 보조작가인 홍상화(윤지원)를 끌어들이려 할 때 거꾸로 홍상화가 그녀에게 한 방 먹이는 장면은 대표적이다. 최진숙이 건네는 명품 백에 김치 국물을 쏟아 부은 홍상화는 이렇게 일갈한다. “최진숙! 넌 정말 썅년이야. 이딴 가방은 너나 들어! 이게 뭔줄 아냐? 니가 한 말 여기다 다 녹음 떴거든. 개망신 당하기 싫으면 당장 정정기사 내고 우리 이작가님한테 사과해. 아니면 오늘밤 인터넷에 이거 다 뿌릴 거다. 알았냐?”

 

법 좀 안다고 툭하면 고소를 해서 고소부인이라고도 불리는 최진숙이 그건 불법 녹취로 증거가 안된다고 말하자 홍상화가 또 한 방을 날린다. “나 법대 4년 다닌 사람이야. 통신비밀보호법에서는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을 처벌하고 있거든. 대화 당사자 본인이 포함된 대화 녹취는 불법이 아니다. 아셨어요? 이 무식한 고소부인아!” 돈도 법도 서민들의 것이 되어주지 못하는 현실이 아닌가. 의리를 저버리지 않은 홍상화의 일갈이 판타스틱한 사이다로 다가온 건 당연한 일이다.

 

<판타스틱>이 이소혜와 류해성의 판타스틱한 멜로만이 아니라, 백설의 시월드를 굳이 집어넣은 건 이 드라마가 다른 한 편으로 담고 싶은 판타스틱한 이야기가 있었다는 걸 말해준다. 그건 돈과 권력으로 이뤄진 비정상적인 관계를 깨치고 그걸 뛰어넘는 인간적인 관계를 회복하는 이야기다. 백설의 시월드 탈출과 이소혜와 류해성의 최진숙과의 관계 청산은 그래서 이 드라마가 해줄 판타스틱한 이야기의 또 한 면이 된다. 적어도 드라마에서라도 속 시원한 사이다 전개를 볼 수 있기를.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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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주상욱 판타지가 통하는 까닭

 

나 우주대스타 류해성 유서를 남긴다. 이소혜와의 지난 100년은 행복했다. 12명의 자식들과 50여명의 손주들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 너희들과 함께 한 시간 즐거웠다. 100편이 넘는 훌륭한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할 수 있어서 기뻤고 특히 시작과 끝을 갓소혜 작가의 작품으로 할 수 있어서 우주 최고로 행복했다. 30여개의 남우주연상 감사합니다. 특히 오스카는 기억에 남네요. 아 칸느와 베니스 영화제도 좋았습니다... 제니퍼 로렌스, 스칼렛 요한슨을 비롯한 할리우드 여배우들 이제 나 좀 그만 미워해. 나한테 이소혜 뿐인 걸 어떡해.’

 

'판타스틱(사진출처:JTBC)'

유서라고 하면 어딘지 침울해질 것 같지만 이 남자 유서로도 웃긴다. JTBC 금토드라마 <판타스틱>의 류해성(주상욱)은 암 투병을 하고 있는 이소혜가 쓴 유서를 보고는 자신도 유서를 남긴다. 그런데 그 유서 내용이 엉뚱하다. 그건 지나간 과거를 회고하는 것이 아니라 유서를 빙자해 앞으로 올 미래를 마음껏 그려낸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유서를 통해 현재를 정리하기보다는 미래를 계획한다. 향후 100년은 이소혜와 행복하게 살 것이고, 우주대스타라는 칭호에 걸맞게 세계적인 배우가 될 거라고.

 

물론 그건 꿈같은 이야기고 현재의 발연기를 살짝 넘어서 그나마 손연기정도를 하고 있는 류해성에게는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그러면 어떠랴. 한 바탕 마음껏 상상해보는 건 자유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걸 읽어본 사랑하는 사람이 유서라는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웃음을 터트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류해성의 말도 안 되는 유서는 그래서 말이 된다. 죽음에 대한 과도한 비장함을 한결 덜어내는 일이 유서를 미리 써보고, 관 체험을 하는 이른바 웰다잉의 전제조건이니.

 

<판타스틱>이 암 선고를 받은 이소혜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풀어가고 있기 때문에 자칫 어두워지고 무거워질 수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실제로 그녀가 쓰러지고 상태가 안 좋아지만 드라마는 전체적으로 비장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건 여기 류해성이라는 발연기 자칭 우주대스타라는 캐릭터가 있다는 점이다. 그는 어떤 면으로 보면 너무 긍정적이고 밝은 데다 심지어 자기애가 우주적이라 함께 있는 사람들을 결코 비장함이나 진지함에 빠뜨리지 않는다. 그래서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마음 아파하고 힘겨워 할 수 있는 상황들을 그는 애써 밝게 만들어낸다.

 

이소혜의 무거움을 류해성의 가벼움으로 중화시키는 <판타스틱>의 균형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것이 깨지게 되면 지나치게 무거움 속으로 가라앉거나, 혹은 너무나 가벼워 들여다볼 가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류해성을 발연기 액션 배우로 세운 점은 꽤 괜찮은 선택으로 보인다. 그가 만약에 이토록 심각한 상황을 정극으로만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어땠을까. 한없이 죽음이라는 무거움 속으로 침잠하지 않았을까.

 

만일 인생이 한 편의 드라마고 우리가 거기 주인공들이라면 죽음을 앞에 두고 어떤 연기를 할 것인가. 물론 그것은 진지한 것일 수밖에 없지만, 그것은 어쩌면 지나친 일일 수도 있다. 경험하지 못한 일을 어떻게 진지하게 연기할 수 있을까. 우리는 모두 죽음이라는 상황에서는 발연기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런 무거움을 깨는 류해성의 발연기는 그 어떤 정극의 그것보다 더 유쾌하고 진솔하게 다가온다.

 

<판타스틱>의 이러한 이야기 구조는 류해성에 대한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죽음으로 상정되어 있지만 그 같은 절박하고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해성처럼 웃음을 주는 존재는 판타지가 될 수밖에 없다. 힘겨워 유서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 유서조차 미래에 대한 황당하지만 낙관적인 계획들로 채워주는 인물. 류해성이 가볍고 발연기를 하는 캐릭터라도 판타지로 다가오는 이유일 게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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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시한부에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JTBC 금토드라마 <판타스틱>에서 이소혜(김현주)는 말기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인물이다. 시한부라는 설정은 우리에게 두 가지 선입견을 불러일으킨다. 그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시한부라는 사실을 숨긴 채 상대방을 밀어내는 주인공의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버킷리스트를 적고 실현해가는 이야기다.

 

'판타스틱(사진출처:JTBC)'

사실 무수히 많은 시한부 설정의 이야기들을 봐온 시청자들에게 이처럼 두 가지의 선입견이 먼저 떠오른다는 건 이런 이야기가 너무나 많이 반복됐다는 걸 말해준다. 물론 이 두 이야기 설정에 극성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반복된 이야기는 식상하다. 제 아무리 좋은 음식도 계속 내놓으면 물리기 마련이다.

 

<판타스틱>이 초반 일찌감치 이소혜의 시한부 판정을 드러내면서도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미디에 가까운 긍정적이고 유쾌한 분위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간간히 이소혜에게 엄습하는 암의 징후들이 불안감을 형성했지만 예전에 좋아했지만 헤어졌다 다시 만나게 된 류해성(주상욱)과의 밀고 당기는 관계는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고, 오랜만에 다시 결합한 학창시절의 3인방 이야기는 유쾌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이소혜에게 급성 폐렴이 오고 혹 같은 걸로 추정되는 것이 발견됐다고 하자 그녀는 돌연 류해성을 밀어내기 시작한다. 그에게 자신이 홍준기(김태훈)와 사귀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선을 긋는다. 그러면서 상처받은 그가 영 마음에 걸려 홀로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건 전형적인 시한부 설정의 멜로 구도다. 사실 요즘의 시청자들은 이렇게 가슴 아파하고 숨기고 눈물 흘리는 시한부 설정의 고구마 멜로는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 어찌 보면 이야기의 위기 상황에서 <판타스틱>을 구원해낸 건 다름 아닌 주상욱이다. 우주대스타 류해성을 연기하는 그는 이소혜의 절친인 미선(김재화)네 부부를 찾아와 상심을 술주정으로 풀어낸다. 그의 조금은 과장된 연기는 침잠하던 드라마를 그나마 다시 발랄하게 만들어주는 힘을 만들었다.

 

물론 이야기의 구성상 이소혜가 류해성에게 자신의 시한부 사실을 알리게 되는 계기는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너무 질질 끌면서 숨기고 아파하고 상대방도 힘들게 만드는 전개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게 아니다. 차라리 빨리 모든 걸 드러내고 힘겨워도 유쾌해질 수 있는 이야기들을 펼쳐나가야 훨씬 흥미로워질 수 있다.

 

주상욱의 존재감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만일 그런 캐릭터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를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만일 주상욱이 과장된 연기로 만들어낸 류해성이란 캐릭터가 없었다면 <판타스틱>은 그저 그런 드라마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시한부 멜로에 시댁에 구박받는 며느리의 복수극 같은 이야기의 반복.

 

하지만 우주대스타 류해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한부 멜로가 어떤 양상으로 달리 보일지 기대하게 되고 또 이소혜와 그녀의 친구인 백설(박시연) 그리고 그 자신도 얽혀 있는 절대 갑질녀 최진숙(김정난)에게 어떻게 판타스틱한 응징을 할 것인가가 기대된다. <판타스틱>이 시한부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긍정적인 우주대스타 주상욱이 절실하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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