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쇼’, 문제의식은 나쁘지 않은데 단순한 해결이 문제

 

tvN 월화드라마 <위대한 쇼>는 이른바 가족 코스프레 소동극으로 초반 시선을 잡아끌었다. 무엇보다 송승헌의 내려놓고 망가지는 모습이 웃음을 줬고, 정치쇼와 가족극을 코미디로 엮어놓은 부분이 절묘했다. 또한 드라마 초반부터 지금까지 코미디에 더해 육아문제나 미혼모와 낙태 이슈, 동네 상권 문제, 학교 집단 따돌림 문제 같은 현실 문제들을 끌어온 것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위대한 쇼>는 초반의 주목 이후에 지속적으로 관심이 빠져나갔다. 이것은 시청률의 지속적인 하락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첫 회 3%(닐슨 코리아)로 기대감을 주며 시작한 드라마는 10회까지 계속 하락해 지금은 간신히 2%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이 이런 문제를 만들었을까.

 

<위대한 쇼>는 근간이 코미디 장르다. 그래서 어찌 보면 시트콤을 장편으로 이어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매 번 시추에이션이 있고 거기서 특정한 웃음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그대로 쓰이고 있다. 이 코미디의 핵심은 가족 때문에 ‘국민 패륜아’ 딱지를 붙이게 되고 정치에서도 실패한 위대한(송승헌)이 딸이라고 찾아온 한다정(노정의)과 아이들은 물론이고 한다정이 가진 아이의 아빠 최정우(혁)에 아이들의 친아빠까지 점점 많은 부양가족들을 갖게 되는 상황 그 자체다.

 

이 상황은 현실 문제들 때문에 아이 하나도 갖는 걸 꺼리는 현 세태와 맞물리며 건강한 가족극의 웃음을 준다. 결국 정치에 복귀하기 위해 가족 코스프레를 하던 위대한이 점점 가족에 동화되고 그들을 통해 만만찮은 행복을 느끼는 과정은 그래서 현실을 뒤집는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상황 속에 에피소드로 등장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생각보다 너무 쉽게 해결되고 처리되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한계로 지목된다. 즉 예를 들어 육아는 결국 현실적인 돈 문제라는 만만찮은 문제의식을 드러내긴 했지만 그것이 어떻게 해결됐는지 드라마는 보여주지 않는다. 갈수록 식구는 늘어나는데 한때 선거에서 지고 대리기사 일을 하며 지내던 위대한은 어떻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걸까.

 

한다정이라는 인물을 통해 끌어온 미혼모의 문제도 드라마는 너무 쉽게 해결책을 제시한다. 임신을 한 채 학교를 다니는 걸 선택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한다정은 같은 반 아이들에게 임신을 했다는 사실 때문에 온라인을 통해 집단 따돌림을 당한다. 그런데 이 심각한 문제의 해결이 너무 단순하게 이뤄진다.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에게 다가가 자신은 다를 뿐 틀린 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휴대폰을 던지면서 이제 할 얘기가 있으면 직접 하라는 말 한 마디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

 

또 갑자기 나타는 아이들의 친부가 위대한에게 돈을 요구하는 그 긴박한 상황들이 전개됐지만 그 이야기도 별다른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이 이뤄지지 않은 채 넘어가 버렸다. 이렇게 꽤 심각한 현실을 담는 문제제기는 나쁜 게 아니지만, 그렇게 문제를 단순화해버리는 식의 해결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건 실제 그런 심각한 상황을 맞닥뜨린 이들에게는 비현실성 때문에 오히려 허탈감만 줄 수 있고 또 보통의 시청자들도 공감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제기와 너무 쉬운 해결은 그래서 드라마가 어떤 갈등이나 위기상황이 전개될 때 만들어져야 할 긴장감을 흩트리는 요인이다. 문제가 생겨도 결국 쉽게 해결될 거라는 예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위대한 쇼>는 정치쇼라는 소재를 가져와 우리 시대의 대안적 가족의 모습을 제시한다는 꽤 괜찮은 기획의도를 갖고 있지만 그걸 풀어내는 과정이 너무 단순하게 그려짐으로써 맥 빠지는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tvN)

‘위대한 쇼’, 송승헌의 정치 쇼에 담긴 우리 시대 가족 찾기

 

정치 쇼를 빙자하고 있지만 들여다보면 볼수록 우리 시대의 가족문제를 생각하게 만든다. 정치 풍자를 담은 코미디를 빙자하고 있지만 진지한 가족극. tvN 월화드라마 <위대한 쇼>에는 가족 해체 시대에 찾아보는 대안 가족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

 

알고 보면 위대한(송승헌)의 정치 인생의 시작과 추락 그리고 다시 부활하는 그 과정은 모두 가족과 연관되어 있다. 그가 정치를 하겠다 마음먹은 건, 반에서 1등을 한 위대한 때문에 2등으로 밀려난 아들을 둔 정치인 강경훈(손병호) 때문이었다. 그가 시장에서 일하는 엄마의 일터를 빼앗으려 하자 위대한은 자신이 1등을 포기하는 대가로 그 일을 막는다. 그는 결국 힘이 있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고 정치인이 되겠다 마음먹는다.

 

하지만 그렇게 최연소 초선의원이 된 위대한은 선거에서 갑자기 나타난 아버지 때문에 재선에 실패한다. 이혼 후 한 번도 찾아온 적 없던 아버지가 유세장에 갑자기 찾아왔고 위대한은 그를 외면한다. 아버지의 부고는 하루아침에 위대한을 ‘국민패륜아’로 만들어버린다. 3보1배를 통해 반전을 시도하지만 결국 강경훈에게 패배한 위대한은 대리운전을 하며 살아간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힘이 필요했고 그래서 정치인이 되었지만 그는 가족 때문에 낙선한다. 하지만 그건 위대한이라는 인물이 겪을 가족사의 시작일 뿐이었다. 갑자기 자신의 딸이라고 찾아온 한다정(노정의)과 아이들을 정치 재개 이미지세탁을 위해 받아들이면서 육아문제가 현실적으로 불거져 나온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하나하나가 다 경제적인 문제라는 것.

 

이처럼 정치쇼를 하려는 위대한이라는 인물을 통해 <위대한 쇼>는 육아의 문제를 담고, 나아가 미혼모, 낙태의 문제까지 다룬다. TV토론에 나가 낙태 반대를 외치며 그 이유로 만일 아이의 엄마가 미혼모로서 낙태를 했다면 다정이 같은 딸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거라 말했지만, 바로 한다정이 덜컥 아이를 갖게 된 것. 게다가 이제 고등학생인 딸아이는 병원에 수술을 받으러 갔다가 그냥 나와 아이를 낳겠다고 선언한다.

 

<위대한 쇼>는 정치 풍자 코미디로서 정치인들의 진심 없는 코스프레를 웃음의 코드를 보여주고 있지만, 점점 그 하려는 이야기는 우리 시대의 대안적 가족이라는 게 드러나고 있다. 처음에는 현실적인 육아 문제 때문에 우리네 저출산 문제가 발생한다는 걸 보여주었고, 미혼모의 낙태를 통해 한 부모 가정 또한 우리 시대의 가족 양태가 될 수 있다는 걸 드러내준다.

 

위대한이 정치에 복귀하기 위한 가족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만, 점점 자신의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이 드라마가 가진 코믹한 상황이다. 한다정을 통해 네 명의 아이가 생겼고, 이제 한다정의 남자친구와 또 그들이 가진 아기까지 가족이 늘어나게 생겼다. 식구가 는다는 것이 주는 현실적 무게감이 더해지지만, 또한 가족이 주는 행복감도 존재하지 않을까.

 

중요한 건 위대한과 한다정은 혈연으로 맺어진 부녀관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아무런 연관이 없는 두 사람이지만, 위대한은 정치복귀의 목적으로 한다정은 가족이 함께 지낼 현실적인 선택으로 가족이 된다. 그래서 친 가족도 아닌 이들이 진짜 가족처럼 서로를 걱정하고 챙기기 시작하는 그 변화들은 흥미롭게도 우리 시대의 대안 가족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드러내주는 면이 있다.

 

과연 위대한은 다시 정치 일선에 복귀할 수 있을까. 그런 궁금증이 앞서지만 <위대한 쇼>는 그것 말고도 이 위태로운 가족이 코스프레가 아닌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더 크다. 과연 그건 가능할 수 있는 일일까. 그건 어쩌면 정치보다 더 위대한 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정치를 시작한 위대한이 이제 정치보다 가족을 챙기는 그런 날이 올까.(사진:tvN)

‘거리의 만찬’ 같은 프로그램이 KBS의 가치를 높여준다

시청률은 3%(닐슨 코리아)대다. 최고시청률 5.2%를 찍기도 했지만 사실 KBS <거리의 만찬>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방송사들의 격전지가 되어있는 금요일 밤 10시에 편성되어 있는 ‘시사’ 프로그램이니, 타 방송사의 웃음 터져 나오는 쟁쟁한 예능프로그램들과 경쟁이 될 리가.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웃음보다는(그렇다고 시종일관 심각하다는 얘긴 아니다) 진지함과 아픔 때로는 눈물을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대한 공감이 더 많다. 실제로 여기 고정출연해 매회 현장을 찾아가 그 곳의 ‘사람 이야기’를 들어주는 개그우먼 박미선, 정치학박사 김지윤, 아나운서 김소영은 그들의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기 일쑤다. 그러니 즐기고픈 ‘불금’에 높은 시청률을 낸다는 건 애초부터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의 만찬>에 대해 시청자들은 ‘수신료가 아깝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필자는 시청률이 3%라도 이 프로그램이야말로 KBS 같은 공영방송이 제대로 해야할 일을 하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시사프로그램으로서 지금 현재 우리 사회가 들여다봐야할 중요한 문제들을 ‘용감하게’ 소재로 선택하고, 그 문제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할 말이 있는 분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이로써 두루뭉술한 양비론적인 접근이 아니라 어느 한 쪽이라도 확실한 목소리를 담아낸다는 점이 그렇다. 

예를 들어 지난 18일 방영된 ‘노동의 조건 첫 번째 이야기-죽거나 다치지 않을 권리’가 다룬 하청 노동자들의 현실은, 최근 안타까운 죽음으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고 김용균씨의 빈소를 찾아가 조문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비정규직과 하청, 청년실업 게다가 안전불감증까지 겹쳐져 있는 이 사안을 피하지 않고 소재로 가져와 문제를 환기시키고, 우리 사회에 결코 적지 않은 또 다른 김용균씨라고 할 수 있는 세 사람을 어느 삼겹살집에서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대기업 하청공장에서 메탄올에 중독되어 실명을 하게 된 김영신씨와, 고 김용균씨의 동료인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다 다리를 다쳐 수차례 수술을 받고 있는 김범락씨, 그리고 산업체 현장실습 중 사고로 목숨을 잃은 열아홉살 고 이민호군의 아버지가 그들이다. 메탄올의 위험성 따위는 알려주지도 않고 작업을 하게 했다는 사실이나, 사고가 났을 때 그 사실이 알려질까봐 앰블란스를 부르지도 않고 병원을 갈 정도로 쉬쉬했다는 이야기, 평소 말 잘 들으라 했던 말이 통한의 후회로 남는다는 아들의 죽음으로 무너진 아버지의 이야기는 이 사안이 가진 부조리를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감정적인 울림을 만들어낸다.

아마도 뜨거운 심장을 가진 사람이라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그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아픔과 슬픔을 이겨내기 어려웠을 게다. 그 삼겹살집에서 묵묵히 그 이야기들을 들어주는 세 명의 여성MC들과 그날 특별출연한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차오르는 눈물을 조용히 닦아내는 것으로 그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그 청취와 눈물은 아마도 가슴 속 응어리처럼 단단하게 뭉쳐있던 그 아픈 이야기를 꺼내놓은 분들에게 천만분의 일이라도 무게를 덜어내주지 않았을까. 

찬반이 팽팽한 낙태문제 같은 소재도 피하지 않고 다룰 수 있었던 건 거기 어떤 이념이나 사심이 전혀 없는 진솔한 대화들이 오고갔기 때문이다. 실제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머릿속 논리로만 생각해왔던 문제가 현실에 부딪쳤을 때 어떤 다른 파장으로 돌아가는가를 확인하게 해주는 것. 그것은 낙태라고 하면 일단 ‘죄’를 먼저 떠올리는 그 사회적 시선 이면에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고통을 홀로 감수하고 있는가를 공감하게 했다. 

희귀중증질환을 가진 어린 환자와 가족들을 찾아간 ‘내일도 행복할거야’ 편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개인이 온전히 책임져야만 하는 사안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안아줘야 하는 사안이라는 걸 보여줬다. 아픈 아이들 때문에 온전한 삶 자체가 불가능한 엄마들과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는 “웃어야 하기 때문에 웃는다”는 이 엄마들의 웃음 속에 깊이 담겨진 아픔들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최근 들어 ‘지상파가 위기’라는 말은 이제 하나의 기정사실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인지 지금 지상파들은 생존하기 위해 오히려 더 자극적인 드라마를 편성하고 어떻게든 시청률을 내려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KBS 같은 공영방송에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개인화되어가는 미디어 활용 때문에 보편적 시청을 추구하는 기존의 지상파의 헤게모니는 사라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필요해지는 건 공영성이 아닐 수 없다. <거리의 만찬> 같은 공영성을 가진 시사교양프로그램이 KBS 같은 공영방송의 가치를 높여준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단지 시청률만 높은 프로그램이 아니라.(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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