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은 성동일에게 씌운 악귀 통해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진종현은 포레스트로 몸을 옮겨가려는 거였어.” tvN 월화드라마 <방법>은 왜 진종현(성동일)이 운영하는 SNS회사 이름이 포레스트인지, 그 회사가 크게 된 것이 ‘저주의 숲’이라는 서비스 때문이었는지 그리고 포레스트의 로고는 왜 나무 형상과 스티그마타의 형상을 본따고 있는지를 드러냈다.

 

포레스트는 ‘저주의 숲’을 의미하는 것이고 로고는 그 숲과 동시에 진종현, 백소진(정지소)의 손에 새겨진 스티그마타 형상의 상처가 담긴 것이었다. 진종현이 ‘저주의 숲’에 올라온 저주들을 프린트해 마치 열매를 달 듯 걸어놓는 나무 역시 그 상징물이었다. 진종현에게 들어간 악귀가 포레스트라는 저주의 숲으로 몸을 옮기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저주의 숲에 올라온 무수한 저주의 대상들이 거기 찍혀진 동의에 의해 방법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임진희(엄지원)와 정성준(정문성) 모두 그 저주의 숲에 올라온 저주 대상이다. 이제 한두 명을 대상으로 하는 방법(저주)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방법이 전개될 수 있다는 위기감과 함께 그 대상 속에 임진희와 정성준도 들어가 있다는 사실은 드라마에 극적 긴장감을 높여 놓는다.

 

사실 <방법>이 그려내는 세계는 현실적이라 보기 어렵다. 따라서 그 세계의 룰을 설명하는 일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탁정훈(고규필) 같은 민속학 교수 캐릭터는 중요하다. 그는 악귀가 어떻게 몸을 옮겨가고 그 대상이 인간보다는 물건이나 자연물 등에 더 깃들게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것이 더 오래 영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탁정훈은 방법이 통하지 않게 만드는 악귀가 든 귀불의 특징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귀불 옆에서는 방법이 통하지 않지만, 그걸 없애기 위해서는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것. 귀불이 저주하려는 대상을 찾아 먼저 저주하면 귀불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 단서는 저주의 숲에 올라와 있는 임진희가 백소진에게 방법을 부탁하는 이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방법의 대상이 될 때 주도권을 잡아 역공을 하려는 것일 게다.

 

중요한 건 탁정훈의 이런 설명을 통해 소개되는 이 세계의 룰이 비현실적이지만 시청자들에게 납득되는 이유다. 그것은 누군가를 방법하거나 방법을 막거나, 악귀가 들리거나 옮겨가는 그 일련의 이 세계가 가진 룰들이 우리네 현실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혐오와 저주의 확산과 그 결과들을 은유하는 것처럼 설정되어 있어서다.

 

포레스트라는 회사가 SNS를 통해 ‘저주의 숲’을 운영하고, 진종현에게 든 악귀가 그 숲으로 몸을 옮겨 불특정다수를 방법한다는 설정은 그래서 여러모로 우리네 SNS를 타고 번져나가는 혐오와 그로 인해 실제로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방법>을 그런 혐오 사회가 갖는 폭력을 ‘방법’이라는 초현실적인 소재를 가져와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방법>을 보고 있으면 그 초현실적인 대결을 통해서도 어떤 현실적인 실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 안에도 존재할 수 있는 ‘저주의 숲’을 생각하게 되고, 어떤 상황이 터졌을 때 저도 모르게 SNS를 통해 누군가를 방법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그건 어쩌면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의 위협보다 더 무서운 감염병은 아닐는지.(사진:tvN)

‘방법’, 우리 앞의 ‘저주의 숲’

 

무속 신앙을 소재로 하는 오컬트 장르에서 자주 보이던 ‘살 날리기’가 이 드라마에서는 마치 총을 쏘면 응사하는 것 같은 액션 스릴러처럼 그려진다. 한쪽에서 살을 날리면 다른 쪽에서는 그것을 막아 ‘역살’을 날린다. 각각 떨어진 공간에서 날리는 살은 무형이지만 확실한 ‘저주’로 지목된 이들을 공격한다.

 

tvN 월화드마라 <방법>은 그 상상력이 발칙하다. 중국 무협장르에서 보던 장풍을 날리고 사람이 날아오르는 액션도 아니고, 그렇다고 할리우드식의 지구를 넘어서 우주를 넘나드는 슈퍼히어로도 아니다. 대신 지극히 토속적인 무속 신앙의 하나로서 ‘방법(일종의 저주다)’을 쓴다. 그런데 첫 회에 임진희(엄지원)의 요구로 방법사인 백소진(정지소)가 살을 날려 죽게 한 김주환(최병모)이 온몸이 구겨진 채 죽은 장면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 살은 무형이지만 드러난 결과가 살벌하다는 걸 <방법>은 그렇게 전제로 깔아놓고 시작한다.

 

그런데 백소진이 복수하려는 진종현(성동일)이라는 악귀가 쓰인 인물의 면면이 만만찮다. 무속인이었던 백소진의 어머니가 해준 굿으로 괴물 같은 악귀가 쓰인 진종현은 자신이 본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힘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그저 그랬던 SNS 사업에 ‘저주의 숲’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 포레스트를 굴지의 IT회사로 성장시킨다. 그런데 왜 하필 IT기업이고 ‘저주의 숲’일까.

 

여기에는 이 드라마가 하필이면 ‘방법’이라는 저주를 스릴러의 소재로 삼았는가에 대한 이유가 들어있다. ‘저주의 숲’은 SNS에 누군가의 사진에 저주의 글을 올리면 이에 동조하는 댓글과 ‘좋아요’가 덧붙여지는 방식으로 고안된 시스템이다. 그건 마치 ‘방법’의 IT 버전이랄까. 우리가 사는 디지털 세상의 어두운 면을 끄집어낸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연예인들이 어느 날 갑자기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항상 지목됐던 ‘악플’ 역시 이 드라마 식으로 이야기하면 SNS를 통해 벌어지는 집단적인 ‘방법’에 가깝다. 한 사람에게 던져진 악플들은 집단적으로 쌓임으로써 심지어는 그 타깃이 된 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 드라마가 정의하고 있는 방법은 ‘사람을 저주해서 손발이 오그라지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네 디지털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이지 않는 폭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연상호 작가는 무속 신앙에 등장하는 누군가를 저주하는 ‘방법’과 현재 우리 앞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혐오사회의 두 지점을 연결해 그 유사성을 은유하고 있다. 백소진이 ‘방법’을 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세 가지, 즉 한자 이름과 인물사진 그리고 그 사람의 물건 또한 인터넷에서 악플 달린 페이지에 자주 등장하는 것들이 아닌가.

 

다소 피상적일 수 있는 이런 메시지를 실제 눈앞에서 벌어지는 액션 스릴러로 풀어내고 있다는 건 <방법>의 놀라운 접근방식이다. 진종현 회장이 혐오를 부추겨 돈을 벌은 악귀 쓰인 빌런이라면 그와 맞서는 백소진 역시 살을 날리는 방식으로 대항한다는 건 흥미로운 대목이다. 과연 살을 막기 위해 살을 쓰는 방식은 온당한 결과를 만들어낼까. <방법>이라는 드라마가 혐오사회에 던지는 살은 과연 먹힐까.(사진:tvN)

‘방법’, 살을 날리는 슈퍼히어로의 탄생이라니

 

드라마를 보기 전까지는 영화 <곡성> 같은 오컬트 장르에 가까울 거라 생각했다. 물론 tvN 월화드라마 <방법>에는 살을 날리는 무속인이나 악령이 언급되는 오컬트적 요소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렇게 살을 날리고 거기에 또 ‘역살’을 날리는 대결의 관점이 들어가고, 저주를 통해 누군가를 죽이거나 상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와 그가 무너뜨리려는 악의 세력이 빌런으로 등장한다는 점은 마블 같은 슈퍼히어로물의 구도를 떠올리게 한다.

 

<방법>은 한자이름과 얼굴이 들어간 사진 그리고 소지품으로 그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을 가진 10대 소녀 백소진(정지소)이 등장한다. 그는 어려서 역시 무속인이었던 어머니를 처참하게 죽인 진종현(성동일) 포레스트 회장과 그 일당들에 대한 복수를 꿈꾼다. 진종현은 백소진의 어머니에게 어떤 괴물을 신 내림 받았고, 진경(조민수) 같은 무당을 신봉하는 인물이다.

 

드라마는 먼저 백소진이 가진 엄청난 초능력을 실제로 보여주는 대목으로 시작한다. 백소진의 살을 처음 맞은 자는 바로 임진희(엄지원)이 내려던 폭로기사를 막고 대신 포레스트사의 사주를 받아 조작기사를 낸 중진일보 김주환 부장(최병모)이다. 그로인해 임진희와 인터뷰 했던 내부고발자는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자살로 위장된 채 죽음을 맞이하고 분노한 임진희는 속이라도 풀겠다는 마음으로 별 생각 없이 백소진에게 살을 부탁한다.

 

그런데 실제로 그 살이 벌어진다. 김주환 부장이 홀로 사무실에서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사지가 구겨지는 끔찍한 죽음을 맞이한 것. 백소진이 말한 ‘방법’이 실제였다는 걸 알게 된 임진희는 그를 찾아가고, 그로부터 진종현 회장이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악령이 쓰인 인물이라고 말한다. 이로써 백소진과 임진희는 같은 운명공동체가 되고, 진종현과 진경 같은 모종의 끔찍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이들과 맞서게 된다.

 

이것은 해외의 슈퍼히어로물을 완벽하게 토속적인 무속신앙과 연결해 해석한 대목이다. 살을 날리는 ‘방법’은 바로 그 슈퍼히어로의 초능력에 해당하는 것이고, 그 능력을 갖고 싸우게 되는 겉보기엔 그저 성공한 IT기업 회장인 진종현과 진경은 슈퍼히어로물의 빌런에 해당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백소진의 사적 복수(엄마에 대한)가 들어 있지만 동시에 어딘지 부정한 방법으로 치부해온 진종현 일당에 대한 사회적 정의 구현 또한 들어있다.

 

아마도 연상호 작가는 영화 <부산행>이나 <염력>을 통해서 보여준 것처럼 해외의 장르물들을 어떻게 하면 우리 식의 토속적인 색깔로 재해석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왔다고 생각된다. 즉 좀비물을 우리식으로 재해석한 것이 <부산행>이고 초능력을 가진 존재를 통해 재개발 문제 같은 우리네 사회적 사안을 접목시킨 것이 <염력>이었다. 그 연장선에서 보면 <방법> 역시 마블의 작품들 같은 해외 슈퍼히어로물을 무속인의 능력을 빌어 토속적으로 해석한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이런 재해석의 과정에서 여러 장르적 요소들이 겹쳐져 등장한다는 점이다. <곡성> 같은 오컬트적 장르의 오싹한 공포는 물론이고, 사건을 추적해가는 스릴러에 대결과 대결이 이어지는 히어로물의 색채와 사회적 정의를 추구하는 사회극적 요소까지 이 드라마는 끌어안고 있다. 물론 오컬트 같은 공포 장르가 그리 대중적이라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오컬트를 활용한 토속적인 슈퍼히어로물과 이를 통한 사회적 의미를 메시지로 던지는 작품으로 본다면 훨씬 <방법>을 친숙하게 즐길 수도 있을 게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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