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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극 같은 장르물, 이건 ‘열혈사제’의 진화인가 퇴행인가

분명 장르물의 색깔을 지녔는데 어딘지 주말극 같다. 나쁜 놈들 때려잡는 전직 요원 출신의 신부. 동료애 하나만큼은 분명히 갖고 있지만 두려움 때문인지 트라우마 때문인지 조폭들에게 휘둘리는 형사. 마음 한 구석에 살해당한 신부님을 외면하지 못한 채 살아가지만 성공하고픈 욕망 때문에 흔들리는 검사. 이들이 정치인에서부터 경찰, 검찰, 조폭들까지 결탁해 구담시를 좌지우지하는 악의 카르텔과 대적해가는 이야기.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는 분명 액션이 더해진 장르물의 구조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된다기보다는 캐릭터 중심으로 자잘하고 일상적인 코미디에 더 집중하는 이 드라마는 어딘지 전형적인 주말극을 닮았다. 

시청률표를 보면 금토에 SBS가 새롭게 시간대를 마련해 들어온 이 드라마가 완벽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전국시청률이 16.1%(닐슨 코리아)에 이르고, 특히 타깃시청률이라고 할 수 있는 2049시청률 또한 9.4%를 달성하고 있다는 건 실구매층으로 여겨지는 젊은 세대들 또한 이 드라마에 몰입하고 있다는 걸 말해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어딘지 변종이다. 지금껏 시청자들이 OCN이나 tvN 등에서 자주 봐왔던 장르물과는 너무나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어서다. 예를 들어 OCN에서 방영됐던 <나쁜녀석들> 같은 드라마와 <열혈사제>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사실 <나쁜녀석들>이나 <열혈사제>나 그 이야기 설정과 구조만 보면 그리 다른 장르물은 아니다. 현실을 대변하는 악의 무리들이 존재하고(이들은 대부분 권력과 결탁해 있다), 검찰이나 경찰 같은 법집행기관은 부패해 있다. 그러니 더 ‘나쁜 놈들’이 나서 그들과 싸우거나, 참다못한 열혈신부가 나서 그들과 대적해나간다. 그리고 이들은 혼자가 아니라 비슷한 부류의 소외된 이들과 함께 팀을 이룬다. 

<나쁜녀석들>과 <열혈사제>는 이야기 구조는 비슷해도 장르물의 색깔은 완전히 다르다. <나쁜녀석들>은 긴장감 넘치는 대결구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또 언제 어떤 반전이 생겨날지 알 수 없는 그 이야기에 시청자들을 몰입시킨다. 반면 <열혈사제>는 정반대다. 시청자들은 이미 이 전직 요원 출신의 신부와 지금은 악의 무리들에 반쯤 발을 걸치고 있는 형사와 검사가 이 구담시라는 곳에서 살아가는 선량한 이들과 힘을 합쳐 결국은 정의를 세울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이야기 전개도 전혀 빠르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동어반복적인 같은 상황이 빙빙 도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이 드라마의 전제가 되는 이영준 신부(정동환) 살해사건은 일찌감치 벌어졌지만 아직 그 갈피조차 잡지 못했다. 대신 악의 세력들과 결탁한 불량급식업체의 비리를 캐나가는 김해일(김남길) 신부의 이야기가 몇 회에 걸쳐 이어진다. 대신 이 드라마는 느린 전개 속에 자잘한 캐릭터 코미디를 채워 넣는다. 마치 만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우스꽝스런 장면들이 연출되고, 실제로 태국인 출신 노동자인 쏭삭(안창환)이나 배부르게 먹으면 놀라운 청력을 발휘하는 요한(고규필)이 보여주는 코믹한 캐릭터 플레이는 의외의 정감과 재미를 더해 넣는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또 다른 의미의 ‘시간 순삭(순간삭제)’을 경험한다. 뭐 별 이야기도 아직 진행된 게 없는 것 같은데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리는 경험. 하지만 그건 긴장감 넘치는 전개 때문에 생겨나는 ‘시간 순삭’과는 사뭇 다르다. 이야기는 실제로 별로 전개되지 않지만 대신 깨알 같은 캐릭터들의 유머 코드들이 채워져 있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되는 그런 의미에서의 ‘시간 순삭’이다. 

이건 도대체 어떻게 봐야할까. 장르물이 지상파 주말극이라는 시간대를 공략하기 위해 시도된 새로운 의미의 진화일까. 아니면 본래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로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장르물의 퇴행일까. 여러모로 아슬아슬한 지점에 서 있는 <열혈사제>지만 그 느린 전개에도 남다른 몰입감을 느끼며 젊은 시청자들까지 들여다보게 되는 건 이런 장르의 변종이 그 안에 들어 있어서다. 

장르물은 이제 드라마의 중요한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들은 여전히 그 플랫폼이 지금껏 유지해온 색깔과 시청층들(신구세대를 모두 아우르려는)을 겨냥해 본격 장르물보다는 변종들을 시도해왔다. 멜로에 가족까지 더한 이른바 ‘복합장르물’ 같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 점에서 보면 <열혈사제>는 또 하나의 변종 장르물이라 여겨진다. 장르물이지만 주말극 같은 느슨함을 오히려 장점으로 만들어내고 있는.(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감빵생활’, 박해수에게 배우는 슬기로운 위기대처법

주인공인데 이토록 무뚝뚝하기도 참 어려울 듯하다.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주인공 김제혁(박해수)은 말보다는 행동을 더 많이 보여준다. 그래서 침묵 속에서 표정조차 잘 변하지 않는 이 인물은 평상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없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이렇게 무뚝뚝하고 어떤 면에서는 무뎌 보이는 인물이 이토록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건 왜일까.

김제혁은 자신에게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어쩌다 감옥까지 오게 됐지만 그는 마치 바보처럼 무덤덤해 하고 그다지 아픈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데 그건 그가 무감해서가 아니다. 다만 그런 아픔들이 있어도 그걸 버텨낼 만큼 강인한 정신의 소유자라서다. 자신보다 오히려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이 더 아플 것을 먼저 생각한다. 

왼쪽 어깨를 다쳐 은퇴선언까지 했던 야구를 다시 오른쪽 투구로 바꿔 재기에 성공한 김제혁은 복귀 소식에 구단들이 전부 러브콜을 하는 상황에서 의외의 조건을 내건다. 계약금 같은 현실적인 부분이 아니라, 언론 플레이를 잘 하는 구단을 최우선으로 요구하는 것. 알고 보면 그것이 결국 동생 제희(임화영)를 위한 일이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성폭행을 당할 뻔했던 제희의 이야기가 자신 때문에 거론되는 걸 원치 않았다는 것이다. 

무뚝뚝하고 그래서 야구 빼고 나면 바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마음 씀씀이나 생각이 굉장히 치밀하고 섬세하다는 걸 이 에피소드는 말해준다. 이런 모습은 그가 처음 구치소에 들어갔을 때 돈을 요구하는 조주임(성동일)을 뿌리치고 대신 법자(김성철)의 어머니의 병원비를 대주는 이야기 속에서도 등장한다. 훈훈한 이야기지만 김제혁이 하는 일들은 이처럼 드러내지 않고 진행된다. 

하지만 일단 결심이 서면 무시무시할 정도로 자신을 밀어붙이고 준비하는 게 바로 김제혁이다. 오른손으로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순간부터 그는 감옥에서 강행군에 돌입한다. 쉴 틈 없이 체력훈련과 투구훈련을 하고 친구인 교도관 준호(정경호)가 슬쩍 건네는 술 한 잔도 거부한다. 그만큼 무언가를 하기 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끝없이 준비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는 한없이 혹독하다는 것. 

그러면서도 얻을 것을 얻기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활용할 줄 아는 ‘인간관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자신에게 팬심을 가진 소장을 ‘형’이라고 부르고 그가 그토록 원하는 언론플레이를 자신을 통해 슬쩍슬쩍 하게 해주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구해 얻어내기도 한다. 곰인 줄 알았더니 처세술에서는 여우였다는 것. 

하지만 무엇보다 김제혁이 가진 가장 큰 슬기로움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삶의 방식이다. 어머니의 병환을 도운 일로 법자는 영원히 그의 사람이 된다. 무엇보다 같은 감방에 사는 식구들의 마음을 얻은 김제혁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위기 상황 속에서 그들의 도움을 받는다. 다시 돌아와 호시탐탐 김제혁을 노리는 똘마니(안창환)로부터 감방 사람들은 제혁을 보호하려 나선다. 장기수(최무성)는 완력으로, 한양(이규형)은 약에 대한 지식으로, 유대위(정해인)는 군인다운 주도면밀함으로 그를 돕는다. 타인을 도와 자신을 돕게 하는 김제혁의 삶의 방식은 그가 그 힘겨운 나락 속에서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된다. 

그런 그를 알아봐준 건 넥센 히어로즈였다. 스카웃 담당자는 준호가 보낸 김제혁의 투구영상을 통해 그가 완벽하게 재기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다는 걸 확인하고는 단도직입적으로 조건을 수락하고 계약을 진행한다. 김제혁이 가진 스토리가 사실 많은 구단들이 영입을 원하는 이유였지만 이들은 그의 실력을 먼저 본 것. 그는 자신들이 “신파가 아닌 실력”을 원한다고 말한다. 

신파가 아닌 실력. 어쩌면 이건 김제혁이라는 인물이 지금 같은 혹독한 현실 속에서 우리에게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상황을 받아들이면서도 결심을 하면 무섭게 준비해 실력을 갖추는 것. 그리고 자신만이 아니라 타인을 도와 자신을 이롭게 할 줄 아는 것. 현실을 한탄하는 신파에 빠져들기보다는 그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실력으로 넘어서는 것. 그것이 우리가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조금 독특한 주인공 김제혁에게 빠져들게 되는 그만의 매력이 아닐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감빵생활’, 작품도 좋지만 운용도 현명하다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9.1%(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했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10%를 넘겼다. 지난 21일 7.9% 시청률에서 이처럼 훌쩍 뛰어오른 건 연말을 맞아 한 주 간의 휴방이 가져온 효과다. 워낙 관심이 높은 드라마인지라 한 주 쉰다는 소식에 시청자들의 원성도 높았지만, 그 한 주의 기대감이 증폭되어 새해에 다시 방영된 11회에는 더 많은 시청자들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11회의 내용을 보면 그간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흘러온 이야기 구조에서 크게 달라지거나 튀거나 한 부분은 없다고 보인다. 늘 그래왔듯이 감방에 들어온 인물들의 이야기가 뒤편에 깔리고 웃음과 감동 그리고 긴장감이 병치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던 것. 이 날 이야기에서 가장 핵심적이었던 건 제혁(박해수)의 어깨를 찔렀던 똘마니(안창환)가 같은 감방으로 들어오며 대놓고 위협을 하는 상황과, 이를 막기 위한 감방 동기들의 노력이었다. 

감방생활에 너무 잘 적응하고 있는 주인공 제혁에 위기감을 끌어올려주고 따라서 드라마에도 긴장감을 다시 만들어주는 역할로서 똘마니라는 캐릭터는 그래서 적절한 순간에 등판했다고 보인다. 그 위기 속에서도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고 들어왔다는 무기수의 아픈 속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소각장에서 제혁 대신 죽을 위기에 처했다가 구출된 무기수는 윤간당해 죽은 딸 곁으로 가겠다며 왜 자신을 살렸냐고 오열했고, 그 무기수에게 제혁은 찔레꽃을 선물하는 훈훈한 장면도 이어졌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한 주를 쉬게 된 건 다름 아닌 연말이라는 특수한 시간대 때문이지만, 그 한 주의 휴방은 여러모로 ‘신의 한수’가 된 면이 있다. 그것은 기대감을 높여준 차원도 있지만, 지금껏 흘러오던 드라마 제작에도 일종의 브레이크 타임으로 작용한 면도 있다. 우리네 드라마 제작의 여건상 급박하게 흘러가기 마련이고, 누적된 노동의 피로감도 중반을 넘기면 훨씬 가중되기 마련이다. 이런 시점에 적절한 휴지기를 갖게 된다는 건 제작자들에게는 보다 높은 완성도를 위해서도 또 제작여건을 위해서도 천운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것은 시청자들을 위한 휴지기가 되기도 한다. 물론 한 주 쉬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만, 중반을 넘어오며 어느 정도 패턴화 되기 마련인 드라마의 흐름을 한 번 끊고 가는 것으로 조금은 새롭게 드라마를 다시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쉬는 그 한 주에 그간의 줄거리들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그 뒷얘기를 더해 새로운 시청층을 유입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그런데 이게 과연 그저 천운일까.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신원호 PD는 지난 <응답하라 1988>에서도 똑같은 휴지기를 가진 바 있다. 공교롭게도 연말에 배정된 이 드라마는 2015년 12월 26일 16회를 방영하고 다음 주 한 주를 휴방했다가 이듬해 1월 8일 17회를 방영한 바 있다. 물론 그 때는 연말이 아니고 연초였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보다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위해’ 휴방을 결정했던 것. 그 때는 결과는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17회에 15%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18회에 17%로 훌쩍 뛰었다. 휴지기를 통한 보다 공고한 완성도를 추구한 결과다.

신원호 PD는 <응답하라 1997>이 여름에 방영된 이후,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 그리고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연말연시에 드라마가 배정되었다. 그래서 그 연말연시의 분위기에 적절히 동승해 필요하다면 한 주 쉬어가는 운용을 통해 드라마의 완성도도 높이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다시금 집중시키는 효과를 거두어갔다. 실로 완성도 높은 작품은 물론이고 ‘슬기로운’ 드라마 제작 운용이 아닐 수 없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감빵생활’ 비하인드가 보여준 슬기로운 제작현장

찍고 있는 공간은 긴장감이 넘치는 감방이지만 제작현장의 분위기는 이보다 따뜻하고 훈훈할 수 없다.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비하인드가 보여준 제작현장의 이야기는 어째서 이 드라마가 이렇게 기분 좋은 사람 냄새를 풍길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오로지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그 한 가지의 마음으로 모두가 즐거운 촬영장 분위기를 이어기는 모습. 모든 드라마 제작현장이 더도 덜도 말고 이 드라마만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인공인 김제혁 역할을 맡은 박해수는 그 얼굴에서부터 이 드라마 촬영이 그에게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지를 느끼게 해줬다. 그는 단역을 해왔던 것에서 지금처럼 계속 촬영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고 했다. 그는 “너무 감사하다”며 “한 신 있으면 바들바들 떨었는데. 지금 연기를 하고 있는 건지.”라고 말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명교수 역할의 배우 정재성은 그게 신기한 일이라며 계속 힘들게 찍다보면 그런 긴장감이 사라지며 진짜 연기가 나오게 된다고 말해줬다. 

그런 촬영의 즐거움 때문인지 박해수는 몸이 힘든 장면에서도 사리지 않았고, 또 즐거운 현장을 만들기 위해 춤을 추기도 하는 분위기 메이커로서의 모습도 보여줬다. 물론 현장 분위기를 웃음 가득 채워넣는 장본인은 바로 한양 역할을 연기하는 이규형이었다. 마약 복용으로 들어와 금단현상을 보이는 해롱이 특유의 모습을 연기해내는 이규형은 싸우는 모습이나 박해수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는 모습을 통해 귀여움 터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모습은 촬영현장에서도 스텝들과 동료 연기자들을 빵빵 터트리는 피로회복제가 되어주고 있었다.

고박사(정민성)가 노래대회에 나가 ‘마이웨이’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음정이 잘 맞지 않는 그를 돕기 위해 무대 밑에서 문래동 카이스트 역할의 박호산이 같이 열창을 해주는 모습이 포착됐다. 뭔가 분위기 있어 보이는 얼굴에 혀 짧은 소리를 내는 것으로 반전 웃음을 주는 박호산은 이미 이번 드라마가 낳은 존재감 갑이 된 배우. <슬기로운 감빵생활> 특유의 훈훈한 촬영 현장 분위기를 제대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흥미로웠던 건 출연자들끼리 서로 다투거나 격투신을 벌이는 촬영이 끝난 후 들려오는 신원호 PD의 “화해하세요!”라는 목소리다. 주인공인 김제혁 역할의 박해수가 왼쪽 어깨를 다치는 장면에서 격투신을 같이 찍은 똘마니 역할의 배우 안창환과 서로 부딪치는 액션 연기가 끝나자, “화해하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러자 그들은 서로를 토닥이며 잘 찍었다는 격려를 해주었다.

보기만 하면 으르렁대는 이규형과 유대위 역할의 정해인도 마찬가지였다. 카메라가 돌아갈 때 서로 악을 바락바락 써대며 싸우던 두 사람은 그러나 컷 사인이 나오면 서로에게 미소를 던지는 그 누구보다 끈끈한 사이였다. 특히 유대위라는 살벌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정해인은 의외로 웃음이 많은 ‘미소천사’였고, 조각 같은 맨몸으로 팔굽혀펴기를 할 때는 멋짐이 터지는 모습이었지만 컷 소리와 함께 부끄러워하는 반전의 배우였다. 

어디든 드라마 촬영현장은 쉬울 수가 없고, 고단하고 힘든 일들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특히 폭염의 더위 속에서 손발이 꽁꽁 어는 겨울까지 촬영을 하고 있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촬영장은 더더욱. 그래서 자칫 사고 위험도 높고 노동 스트레스도 높을 수밖에 없는 곳이 드라마 촬영현장이다. 하지만 그 힘든 촬영현장도 어떻게 해나가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마치 감방 생활을 한다고 해도 ‘슬기롭게’ 대처하면 잘 해나갈 수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런 훈훈한 촬영현장의 분위기는 알게 모르게 작품에도 묻어날 수밖에 없다. 좋은 작품은 결국 좋은 촬영장이 만드는 것이니.(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감빵생활’, 신원호 PD가 보여주는 인물에 대한 무한애정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경험이 있어서일까.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한 감방에서 지내던 고박사(정민성)가 다른 교도소로 이감되어 가게 된 그 과정을 보면 신원호 PD가 얼마나 인물 하나하나에 애정을 쏟는가가 느껴진다. 장기수(최무성)와 사실은 동갑이었던 고박사가 헤어지는 순간에 즈음에 서로 말을 놓으며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마치 장기수의 시선으로 다독여주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떠나는 고박사를 이송하는 팽부장(정웅인)이 가는 길에서나마 편하라고 수갑을 풀어주자 고박사가 법조항을 들먹이며 다시 수갑을 채우라 하는 장면도 훈훈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고박사의 캐릭터가 아닌가. 겉으로는 툴툴대고 거칠어 보이지만 수감자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보여 왔던 팽부장에게 고박사는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떠나면서 고박사가 제혁(박해수)에게 남긴 노트 선물은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고박사의 방식으로 제혁에 대한 애정이 그 노트 속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제혁이 재활훈련을 할 때 매일 매일 던진 공의 수나 그 때 그 때 달라진 컨디션의 변화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늘 서류를 통해 잘못된 것들의 시정을 요구하고 툭하면 법 조항을 꺼내는 고박사라는 다소 딱딱해 보일 수 있는 인물이 어느새 정이 들었고, 그래서 떠나는 과정에서 그 예우를 다하는 듯한 마음이 고박사의 퇴장에서 여지없이 느껴진다.

드라마 초반에 장기수(최무성)와 마치 부자지간처럼 등장했던 장발장(강승윤)은 석방이 되어 감방을 떠나게 되면서 그것으로 끝이라 여겨진 바 있다. 실제로 장발장은 감방을 나서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린 인물이었다. 하지만 장발장이 장기수를 잊지 않고 다시 면회를 오고 그와 함께 지낼 집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벌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내놓는 장면을 보면 이 드라마가 장발장이라는 인물을 잊지 않고 끝까지 챙기려 하고 있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된다. 바로 이 장발장의 재등장이 있어 고박사의 퇴장 역시 그걸로 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처음 구치소에 제혁이 들어올 때 같이 들어오게 된 법자(김성철)도 다른 교도소로 이감해가면서 그걸로 끝이라 생각했지만 다시 돌아와 제혁을 돕는 인물이 되었다. 제혁에 의해 죽을 위기에 놓였던 엄마가 수술을 받은 은혜를 입은 법자이기 때문에 그는 제혁을 위해 어떤 일이든 보은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일찍 퇴장했지만 다시 돌아와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것.

제혁을 찌르고 갔던 똘마니(안창환)가 다시 돌아오는 이야기도 그렇다. 물론 이미 그런 폭력을 저질렀던 인물을 다시 한 감방에 들어오게 한다는 설정은 조금 현실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지만, 분명 이 인물은 다시 제혁과 어떤 관계의 반전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거의 모든 인물들이 우리가 생각해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어떤 놀라움과 감동까지 줬던 것처럼 말이다. 

사실 드라마에서 조연의 경우 몇몇 역할을 수행하고 사라지는 경우도 흔하다. 그것은 조연이 드라마 스토리를 위한 기능적인 역할에 머물 때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완성도 높은 드라마일수록 주연만큼 조연의 존재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드라마의 완성도를 판정하는 기준으로서 주연이 아닌 조연을 들여다보는 일은 꽤 의미가 있다. 그건 작품이 얼마나 세세하게 주변 인물들까지 허투루 활용하지 않는다는 걸 드러내는 일이고, 또한 작품이 그만큼 풍부하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니 말이다.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한 팀이 결성이 되면 마치 유사가족 같은 끈끈함이 만들어지고, 그렇기 때문에 인물 하나가 빠지거나 새로운 인물이 들어가는 일은 그만큼 신중해진다. <무한도전>이나 <1박2일> 같은 프로그램에서 그 구성원들이 바뀔 때마다 얼마나 많은 말들이 나왔던가를 확인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비롯해 <응답하라> 시리즈까지 신원호 PD가 연출한 작품들을 보면 바로 이런 예능적인 팀의 끈끈함이 드라마 속에서도 고스란히 발견된다. 어느새 이 감방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제혁과 장기수, 문래동 카이스트(박호산), 한양(이규형), 유대위(정해인) 그리고 고박사까지 한 가족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이러한 신원호 PD의 인물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정성 때문이다. 

떠나는 고박사와 떠났다 다시 등장한 장발장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 들어온 똘마니 같은 인물들의 들고 나는 과정에서 신원호 PD는 허투루 인물을 쓰는 법이 없다. 그 무한애정은 이 드라마의 모든 인물들에 닿아 있다. 이를 테면 제혁의 친구 역할인 준호(정경호)의 남다른 훈훈함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나, 그와 연애를 시작하는 제혁의 동생 제희(임화영)나 해수의 연인인 지호(정수정) 같은 인물들도 잠깐씩 등장하지만 그 존재감만큼은 남다르다. 이 많은 인물들이 하나하나 빛나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 그저 우연히 생긴 기적이 아니다. 그것은 신원호 PD의 정성어린 손길이 닿아 생겨난 당연한 결과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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