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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방송 재개 전 고려해야 할 것들

 

KBS 예능 <1박2일>이 돌아온다. 올해 초 정준영의 몰카 사건에 김준호와 차태현의 골프 논란으로 잠정 중단됐던 <1박2일>이 하반기에 돌아온다고 KBS는 공식적으로 밝혔다. KBS는 보도자료를 통해 “초심으로 돌아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예능 부활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며 “방송 시작일과 출연진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지난 3월 정준영 사태가 워낙 충격적이었던 지라 <1박2일>이 방송을 잠정 중단한다고 했을 때, 시청자들 중에는 아예 폐지하라는 이야기도 적지 않았다. 그건 당시 사건도 사건이지만, 10여 년을 이어온 <1박2일>이 너무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가고 있어 동력 자체를 잃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선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KBS로서 <1박2일>은 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인 것만은 분명하다. 사실상 KBS에서 <1박2일>이 벌어주는 수익이 만만찮다. 힘이 빠졌다고 해도 연간 수백억에 달하는 광고수익이 존재한다. 잘 나가던 시절에는 연간 매출 500억 원대에 이르러 KBS 예능국 1년 예산에 맞먹는 수익을 거둬들이기도 했었다. 그러니 <1박2일>의 방송 중단은 KBS로서는 경영적으로 봐도 크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1박2일>은 공영방송인 KBS의 공공적 가치로서도 충분한 프로그램이다. 특히 요즘처럼 해외여행이 일반화되어 있고 심지어 여행을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해외로 나가는 상황에, <1박2일> 같은 국내의 여행지를 찾아가고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그만한 가치를 지닐 수밖에 없다. 그건 우리네 대중들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을 위해서도 그렇다.

 

이처럼 프로그램이 가진 명분과 가치는 충분하다 여겨진다. 다만 남는 문제는 올해 초에 있었던 불미스런 사건들이 만들어놓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어떻게 일소할 것이며, 나아가 ‘장수 예능’이 갖는 피로감을 떨쳐낼 수 있는 새로운 시도들을 어떻게 넣을 것이고,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얼굴들을 어떻게 참신하게 구성해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어느 것 하나 만만찮은 문제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사실상 한 가지로 묶여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즉 부정적인 이미지를 일소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완전히 새롭고 참신하며 호감 가는 얼굴들을 세우는 것이고, 지금까지 <1박2일>의 고정적인 패턴이 되어왔던 복불복 게임 대신 프로그램을 참신하게 만드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해결되면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의 이미지는 바뀔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문제 중 무엇이 선결되는 문제일까. 출연자보다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먼저 고민하는 편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출연자에 맞춘 스토리텔링이란 이제 뻔한 것이 될 수 있어서다. 최근 들어 스타 MC 프리미엄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프리미엄이 아니라 독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어떤 스타 MC가 들어오면 늘 봐왔던 그 방식이 여지없이 전개되는 걸 시청자들은 여러 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즌4로 새로 돌아올 <1박2일>의 스토리텔링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1박2일>이 처음부터 지금껏 해왔던 스토리텔링의 두 가지 요소는 여행과 게임이다. 애초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들었던 이명한 현 tvN 본부장은 여행을 소재로 날 것의 예능 프로그램을 하려는 시도를 하면서 너무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고 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으로 ‘복불복 게임’을 넣었다고 말한 바 있다. 즉 일종의 자극제 역할로서 게임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1박2일>은 여행보다 게임의 자극 속에 빠져 그 패턴을 반복하는 프로그램이 되어 버렸다. 게임 예능은 이제 SBS <런닝맨>이 거의 전담하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 역시 식상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남는 카드는 결국 여행이 된다. 해외여행이 일반화되면서 국내여행이 어딘가 폄하된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들어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릴 수 있는 스토리들이 발굴되어야 한다. 국내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여행의 스토리텔링.

 

필요하다면 여행과 정착을 오가는 방식도 피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최근의 여행 트렌드는 그저 지나치는 여행이 아니라 한 곳에 머무르며 그 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그 소소한 일상들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전국을 여행하면서도 동시에 정착하며 보여줄 수 있는 ‘장기 프로젝트’도 시도할 만 하다. <1박2일>이라는 제목에 너무 억매여 1박 여행으로만 머물면 한계를 만날 수 있다.

 

국내 여행을 근간으로 하되, 해외 중에서도 한국의 의미를 갖는 곳을 찾는 여행 또한 보다 적극적으로 시도될 필요가 있다. 어차피 글로벌한 시대에 들어선 마당에 해외라고 해서 무작정 피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해외여행이 많은 건 문제가 되겠지만, 아주 가끔씩 특별한 의미를 담는 해외여행은 국내 여행과 병치시키며 우리네 여행지 역시 해외처럼 좋다는 걸 그 자체로 보여줄 수 있다.

 

기왕에 돌아오려면 제대로 준비하고 와야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게다. 초심도 좋지만 지금의 달라진 예능환경, 여행환경 등을 고려하는 일도 중요하다. 초반의 그 열정을 가져오되 지금의 환경에 맞게 유연한 자세로 새로운 여행 스토리를 찾아내려는 노력. 바로 거기에 돌아올 <1박2일>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본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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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클럽' 멋지다, 다만 우리가 우~ 몰려갈 필요는

 

저런 곳에 나도 가고 싶다... 아마도 JTBC <캠핑클럽>을 보던 시청자들은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을 듯싶다. 캠핑이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조차 저런 캠핑 여행이라면 한번쯤 떠나 보고픈 마음이 들었을 게다. 심지어 ‘우리나라에 저렇게 아름다운 곳이 많았어’ 하고 생각했을 지도.

 

<캠핑클럽>은 오랜만에 만난 핑클 완전체가 캠핑카를 타고 전국으로 떠나는 여행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 첫 번째 캠핑카가 찾아간 곳은 전북 진안군 용담면 송풍리에 있는 캠핑장. 천년송을 품고 있는 이른바 ‘용담 섬바위’의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그 곳을 찾은 핑클 멤버들이 <반지의 제왕> 같은 걸 찍은 곳 같다고 감탄했던 것처럼, 맑고 깨끗한 금강이 흐르는 곳에 자연이 만들어놓은 예술작품 같은 섬바위가 놓여져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난 이효리와 이진이 카누를 타고 그 섬바위 뒤편으로 가자 숨겨진 비경들이 펼쳐진다. 아침을 깨우는 새소리와 물소리 그리고 환하게 비쳐오는 햇살 아래 노를 젓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느껴지는 물의 흐름이 절로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그런 풍광. 병풍처럼 둘러쳐진 그 아름다운 공간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모닥불을 피우고 둘러앉아 두런두런 나누는 수다라니.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두 번째 캠핑카가 찾아간 곳은 경주 ‘화랑의 언덕’이라 불리는 곳이다. 단석산 줄기에 위치한 그 곳은 탁 트인 잔디 벌판에 언덕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마을의 풍광이 마치 알프스에 온 듯한 기분을 만드는 곳이다. 핑클 멤버들이 “이런 곳이 우리나라에 있었어?”하고 물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 물론 그곳은 2017년 이후 영업이 종료된 곳으로 외부인들 없이 핑클 멤버들이 자유롭게 지낼 수 있었던 곳이지만 우리에게도 그런 숨은 보석같은 여행지들이 있다는 걸 실감하게 만드는 곳이다.

 

경주에서의 둘째 날 핑클 멤버들은 시내 황리단길로 나가 스쿠터를 빌려 타고 롤러스케이트장을 찾아가 즐겁게 놀았다. 스쿠터를 타고 돌아보는 경주의 거리가 새롭고,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옛 기분에 빠져보는 일도 남달랐을 게다. 꼭 해외에 가지 않아도 국내에서도 충분히 보고 즐길 수 있는 곳이 넘쳐난다는 걸 <캠핑클럽>은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렇게 여행이 즐거울 수 있는 건 우리나라가 맞아 하고 물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의 여행지 때문이기도 하지만, 함께 여행하는 이들 덕분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 조금은 경쟁하며 지내왔던 그들이 이제는 나이가 들어 그 때를 회고하며 때론 즐거웠고 때론 미안했던 마음을 꺼내놓는 시간은 여행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새로운 곳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시간은 얼마나 귀한 여행의 경험인가.

 

이제 해외여행은 일반화되었다. 그래서 휴가철만 되면 공항은 북새통이다. 그래서인지 여행을 소재로 담는 예능 프로그램들도 국내보다는 해외로 더 많이 나간다. 낯선 이국적 풍경이 주는 새로움이 시청자들에게도 신선한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캠핑클럽>을 보다보면 이런 생각들이 편견이자 선입견이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국내에도 저토록 숨겨진 비경을 품은 여행지들이 많은데.

 

티저를 통해 공개된 향후 <캠핑클럽>이 찾아갈 촬영지를 보면 그 곳이 우리나라가 맞는지 놀라운 곳들이 소개되어 있다. 전남 신안 증도의 우전해변은 마치 발리의 휴양지를 연상케 하고, 인천 소래습지공원은 작은 풍차가 돌아가는 네덜란드의 풍광을 떠올리게 한다.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는 두바이의 사막을 보는 듯하고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북유럽의 숲을 떠올리게 만든다.

 

물론 <캠핑클럽>이 찾아간 여행지들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건 카메라가 그걸 아름답게 포착하고 있어서이고, 무엇보다 덜 알려져 인파가 없는 한적함이 있어서다. 그러니 방송에 나왔다고 우 몰려갈 필요는 없을 게다. 넘쳐나는 인파는 방송이 보여준 고적한 편안함을 깨버릴 테니 말이다. 대신 내 주변에 있는 곳도 애정을 갖고 들여다보면 어떨까. 어디든 마음 두는 곳에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을 테니. 물론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더더욱.(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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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강박 버리자 <1박2일>이 얻은 것

 

서울 이 거대한 도시가 기적처럼 잠드는 1년 중 단 하루 설날. 빌딩과 인파 속에 숨겨졌던 낯선 서울의 얼굴을 찾는 단 하루의 마법 같은 시간여행.’ <12> 서울편은 이런 자막과 함께 지금껏 우리가 늘 봐왔던 차와 인파로 북적대는 서울이 아니라 텅 빈 낯선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익숙함에서 낯설음을 찾는 것. <12> 서울편으로 보여주려 한 것은 여행이 가진 이 마법적인 힘이었다.

 

'1박2일(사진출처:KBS)'

대학로에 있는 가장 오래된 다방 학림다방, 장충동에 있는 가장 오래된 빵집 태극당, 연지동에 있는 가장 오래된 사무실 대호빌딩, 중랑천에 있는 가장 오래된 다리 살곶이 다리, 그리고 서울 한 복판에 있는 정동의 배재학당, 서울시립미술관, 중명전과 구러시아공사관. 이 오래된 공간들은 무심코 지나치며 살아왔던 우리들에겐 그다지 큰 의미를 주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것은 시간과 흔적이 어떤 의미인지 실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2> 출연자들이 찍은 자신들의 사진과 그 똑같은 공간에서 찍은 부모님들의 사진이 오버랩 됐을 때 그들은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시간과 공간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를. 1967년 초여름 김주혁의 부모님이 데이트를 하던 명동성당에 2014년 겨울 김주혁이 서 있다는 것. 1973년 봄 차태현의 부모님이 신혼여행 사진을 찍었던 남산 팔각정에 2014년 겨울 차태현이 서 있다는 것. 그리고 1978년 봄 김종민의 아버님이 사진을 찍은 창경궁에 2014년 겨울 김종민이 있다는 것.

 

공간이 사실은 그 시간의 추억들을 켜켜이 쌓아놓고 있다는 걸 <12> 출연자들은 물론이고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들 또한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니 그들이 그날 하루 지나온 공간들이 주는 느낌 또한 새로워질 수밖에 없다. 학림다방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음악을 들었을 것이며, 데이트 온 연인들이 태극당의 빵을 먹었을 것이며, 거의 100년이 된 대호빌딩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품었을 것인가. 5백년도 넘은 조선시대 지어진 그 살곶이 다리 위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걸어갔을 것이며, 정동의 그 역사적 현장 속에는 또 얼마나 많은 아픔들이 서려있을 것인가.

 

그날 하루 명동에서 시민들과 함께 환희를 연출한 김주혁과 데프콘이나, 남산의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버스킹을 했던 차태현과 정준영, 그리고 창경궁에서 때 아닌 쓸쓸한 보스 연기를 했떤 김준호와 김종민은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이 곳을 다시 찾아 그 때의 기억과 추억을 되살릴 지도 모를 일이다. 시간의 기억들은 기둥 위에 새겨진 낙서처럼 공간에 흔적을 남긴다. 우리가 갔던 그 길을 우리가 알던 그 분들도 똑같이 걸어갔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 뛰게 만드는 일인가.

 

처음부터 특별한 장소는 없다. 추억이 그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 뿐.’ 자막으로 드러낸 것처럼 이번 서울 시간 여행 편은 그래서 <12>의 새로운 출사표처럼 보인다. 새로운 공간과 여행지에 대한 강박을 벗어나는 일은 여행에 깊이를 더하는 일이다. 공간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잊지 못하게 만드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과 함께 했던 기억, 추억들이 더 중요하다는 것. 유호진 PD의 여행관이 투영된 <12>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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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2.16 04:15 신고 BlogIcon 지식전당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잼있네용 ^^ 또뵈용.

<12>의 여행, 무엇이 달라진 걸까

 

과거 <12> 시즌2는 복불복 게임만을 반복하는 것 때문에 줄곧 비판을 받아왔다. <12>이라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은 결국 여행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시즌3는 복불복 게임이 아닌 여행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을까.

 

'1박2일(사진출처:KBS)'

여행을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12> 시즌3에서 여행지에 대한 정보나 풍광을 보여주는 장면은 그다지 많지 않다. 대신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여전히 복불복 게임에 맞춰져 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시즌2에서 여행은 없고 게임만 있다 비판받던 것들이 시즌3에서 반복되는 복불복 게임에서는 사뭇 다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비판은커녕 오히려 호평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진 걸까.

 

일단 복불복 게임의 양상 자체가 달라졌다. 유호진 PD가 전면에 나서면서 새롭게 투입된 멤버들로 재구성된 출연진들과 흥미로운 대립관계가 형성되었다. 첫 복불복 게임으로 땅을 파고 물을 채우고 얼음 채운 물에 등목을 시키는 등 이른바 야생5덕 테스트로 유호진 PD의 호락호락하지 않은 면모가 드러나면서, 여기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김주혁이나 놀라운 임기웅변으로 상황을 모면하는 정준영, 특유의 현실 멘트로 큰 웃음을 주는 데프콘, 그리고 역시 개그의 달인답게 놀라운 리액션으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김준호가 모두 살아나게 되었다.

 

이러니 게임 하나를 하더라도 캐릭터 하나하나의 리액션이 모두 쓸 만한 방송 분량으로 나오게 된 셈이다. 여기에 유호진 PD나 막내 작가인 슬기 작가까지 캐릭터가 생기다 보니 관계가 만들어내는 스토리는 더 풍부해졌다. 슬기 작가를 놓고 출연자들이 서로 그녀와 파트너가 되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나, 그녀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독설을 날리는 모습은 그간 <12>에서 빠져 있었던 알콩달콩한 스토리라인까지 가능하게 만들었다.

 

결국 복불복 게임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게임을 누가 어떤 심리 상태로 하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다. 그러니 이미 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확실한 캐릭터와 그들 사이의 팽팽한 대립각 혹은 두근두근한 관계를 세운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게임의 성패가 아니라 그 과정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지고 그것은 향후에도 계속 발전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필요하다면 스텝까지도 캐릭터로 만드는 열정적인 자세는 시청자들에게 그 재미에 대한 제작진의 진정성을 전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복불복 게임의 이런 다른 접근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여행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다. 시즌2에서 여행은 없고 복불복 게임만 있다 비판받았을 때 그 여행이란 도대체 뭘까. 그것은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더 소개하는 것일까. 멋진 풍광을 찍어 보여주는 것일까. 아니면 그 여행지에서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들을 체험해보는 것일까. 사실 이런 정보들은 이제 너무 흔해져버렸다. 인터넷만 열면 누구나 쉽게 얻어갈 수 있는 여행에 대한 정보들이 아닌가.

 

유호진 PD<12>의 새 메가폰을 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필자를 만나 자신이 생각하는 여행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유호진 PD나영석 PD와 자신은 다르다며 자신은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훨씬 더 여행의 본질에 다가가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여행의 본질이란 뭘까. 그것은 여행지가 아니라 그 때 그 때 여행을 떠날 때마다 느껴지는 독특한 감성이나 체험을 말한다.

 

즉 여행을 떠나기 전에 막연히 느끼는 설렘이나, 어느 비오는 날 오도가도 못 하게 된 섬 마을 외딴 집 처마 밑에서 느끼는 처연한 느낌, 화창한 봄날 어디든 떠나고 싶어 무작정 떠난 여행에서 갑자기 맞닥뜨린 숨 막힐 듯 흐드러진 꽃들을 마주할 때의 그 정서, 혹은 여행 중 아주 사소한 것에 목숨 걸고 게임을 하다가 하루를 꼴딱 보내고 난 후의 허전함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여행지와 여행 그 자체가 주는 감흥은 이렇게 다르다.

 

현재 <12>이 복불복 게임만 하는 것 같아도 거기에는 이들의 여행이 만들어가는 독특한 감흥과 정서가 깔려 있다. 게임을 해도 거기서 만들어지는 긴장감과 대립이 그 감흥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여행이 주는 수많은 감흥 중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먼저 캐릭터가 확고해지고 나면 더 많은 여행의 본질에 다가가는 이야기들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것이 지금 복불복 게임만 해도 호평이 쏟아지는 <12>의 달라진 점이다. 그리고 더 많은 이야기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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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2.04 10:01 BlogIcon 노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앞으로도 1박 2일이 더 잘되면 좋겠어요 ㅎㅎㅎ

  2. 2014.02.04 13:51 신고 BlogIcon 루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때 1박2일의 왕팬이었는데
    시들해진 이후 진빠 사나이로 주말 예능을 바꾼이후 보지 않았어요.
    근간에 한번 보니 많이 달라졌더군요.
    예전의 흥행신화를 다시 창조하면 좋겠습니다.

휴가철, 대중문화로 주목받는 촬영지

드라마나 영화의 촬영지가 주목받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올해 휴가철을 맞아 가장 주목받는 곳은 어딜까. 최근 이른바 뜨고 있는 작품들을 염두에 둘 때, 떠오르는 두 지역이 있다. 그것은 현재 시청률 40%에 육박하고 있는 '선덕여왕'의 경주와, 역시 1천만 관객을 예고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해운대'의 부산이다.

물론 '선덕여왕'의 촬영지는 경주만이 아니다. 용인의 MBC세트장에서도 촬영을 하고, 양평에서도 야외 촬영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경주가 '선덕여왕' 촬영지로 주목받는 것은 그 곳 보문단지 내에 조성된 신라밀레니엄파크 내에 있는 세트장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껏 사극이 조명하지 않았던 신라를 온전히 품고 있는 곳으로서의 경주가, '선덕여왕'으로 주목받는 여행지가 되는 이유다.

따라서 드라마 '선덕여왕'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세트장에서만이 아니다. 선덕여왕 하면 우선 떠오르는 첨성대가 그렇고, 지금까지는 조금은 쓸쓸하게 존재해온 선덕여왕릉이 그렇다. 그 곳에 가면 드라마가 왜 그다지도 천문에 관심을 두는가를 직접 느껴볼 수 있다. 드라마의 이야기지만 미실(고현정)과 덕만(이요원)이 천문을 두고 벌이는 대결구도는 실제로 선덕여왕이 얼마나 여기에 관심이 많았는가를 거꾸로 알려주는 대목이다.

첨성대가 있는 대릉원 주변에는 실제 드라마 '선덕여왕' 촬영지가 있어서인지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주변에 조성된 지천으로 피어난 연꽃들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그 앞에 서면 카메라를 꺼내고픈 욕망에 사로잡히기 마련이다. 드라마 포스터에 선덕여왕이 쓰고 있는 금관과 금귀고리를 보려면 대릉원 맞은편에 있는 천마총에 가보면 된다. 천마총도 천마총이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에 조성된 소나무 군락이 장관이다.

경주가 '선덕여왕'으로 들썩이고 있다면, 부산은 영화 '해운대'로 들썩인다. 1천만 관객을 앞두고 있는 '해운대'는 그 제목 자체가 해운대이기 때문에 이 공간이 갖는 특별함은 더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영화 '해운대'의 포스터가 즐비하게 걸려 있어, 영화 속 장면과 실제 장면의 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해준다. 해운대를 통째로 잡아먹는 쓰나미를 잡아낸 영화는, 해운대를 인파의 쓰나미로 법석대게 만든다.

해운대라는 공간이 영화적으로 의미가 있었던 것은 앞으로는 바다가 있고 뒤로는 호텔과 빌딩들이 서 있는 그 공간적 특수성에 비롯된 바, 해운대의 묘미는 바닷바람 맞으며 호텔 잔디밭에서 벌어지는 쇼를 감상하는 것이다. 누리마루에서 보는 멋진 풍광은 영화 해운대에서 엄정화가 다가오는 쓰나미 앞에 이리 뛰고 저리 뛰던 그 장면을 이야기하게 만든다. 영화 '해운대'가 보여준 부산만의 지역적인 재미, 특유의 활력은 해운대라는 공간에 서면 현실로서 보여진다.

문화 컨텐츠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익히 알려진 바다. '주몽'의 성공이 그 테마파크가 있는 전라도 나주를 일으켜 세웠듯이 '선덕여왕'은 경주를 재발견하게 만들고 있고, '라디오 스타'라는 영화 한 편이 강원도 영월을 우리에게 새롭게 보이게 했듯이, '해운대'는 부산을 우리 앞에 새로 꺼내놓고 있다. 휴가철, 이제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것은 단순한 여행지, 그 이상의 문화가 있는 곳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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