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연예인급 영향력, 인기 유튜버에게 요구되는 책임감

유퀴즈 온 더 블럭

“이번 일로 저의 부족함에 대해 많이 느끼고 반성했습니다. 앞으로는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도록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매사에 신중함을 가지겠습니다.” 인기 여행 유튜버 곽튜브는 자신의 채널에 장문의 사과문을 내놨다. 두 번째 사과문이었다. 최근 학교폭력과 같은 팀 멤버 왕따 가해 의혹으로 논란을 빚은 에이프릴 이나은과 함께한 이탈리아 로마 여행기에서 그가 했던 두둔 발언이 문제가 됐다. 

 

“학폭 이야기만 나오면 예민했다. 가해자라고 해서 널 차단했는데 아니라는 기사를 보고 풀었다. 오해받는 사람한테 피해주는 것 같았다.” 곽튜브는 해당 영상에서 그렇게 말했고, 여기에 이나은은 “진짜 나를 오해하고 차단했다는 게 그런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게 속상했고 슬펐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물론 이나은의 학교폭력 논란은 최초 유포자의 명예훼손 혐의가 임전돼 누명을 벗었지만, 같은 팀 멤버에 대한 왕따 가해 의혹은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다. 

 

이 상황에서 올린 곽튜브의 영상은 일파만파의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마치 가해자를 두둔하는 내용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유무를 떠나서 이런 과감하고 어찌 보면 무모한(?) 영상을 올린 것 자체가 곽튜브에게는 치명적인 일이었다. 가해자를 두둔하는 듯한 내용은 2차 피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다. 또 비슷한 상황에 처한 피해자들에게는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서둘러 사과하고 영상을 내렸지만 비난이 쏟아졌고 2차 사과까지 하게 된 것이다. 

 

특히 곽튜브는 자신이 겪은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이야기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던 인물이기도 하다.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그 사실을 고백한 후 곽튜브에 대한 대중적 인기도 급상승했다. 교육부가 내놓은 학교폭력 캠페인 공익광고에 곽튜브가 출연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였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교육부도 이 공익광고를 비공개 처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번 사태에서 주목해서 봐야 하는 건, 이제 유튜버라고 하더라도 그만한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면 책임 또한 커지게 됐다는 사실이다. 유튜브는 상대적으로 소재나 표현에 있어서 자유로운 채널이라고 여겨져온 바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 같은 리니어 미디어들은 ‘공영성’이라는 개념의 영향력으로 인해 제재와 규제의 대상이 되어왔고, 방송 수위나 표현도 제한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튜브 채널에서 벌어지는 연이은 논란들은 이제 이러한 책임이 유튜브에서도 요구되기 시작했다는 걸 말해준다. 

 

이런 징후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건 지난 5월 피식대학이 겪은 지역 비하 논란에서다. 영양군에서 찍은 영상이 지역 비하 논란에 휘말리면서 피식대학은 구독자들이 대거 이탈하는 사태를 겪었다. 작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피식대학은 대중적 영향력이 있는 채널로 인정받은 바 있다. 그러니 그만한 책임도 따른다는 걸 이 사태는 보여줬다. 물론 방심위의 제재 바깥에 있지만 구독자 이탈로 나타나는 결과들이 이 영향력과 책임의 상관관계를 말해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더 인플루언서’도 치열한 인플루언서들의 서바이벌 대결 끝에 오킹이 우승하게 되면서 프로그램도 악영향을 받았다. 오킹이 코인 사기 연루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은 내놓고 홍보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없었고, 프로그램 공개 전 비밀 유지를 어긴 스포일러 논란이 터지면서 오킹은 계약 위반으로 상금을 받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인기 유튜버들에게서 터져나오는 일련의 논란들은 이제 이들의 위상이나 영향력이 연예인급으로 높아진 현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곽튜브의 경우 유튜브만이 아니라 지상파, 케이블, 종편을 오가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송인으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유튜브라고 해서 면죄부를 받거나 혹은 하고 싶은대로 방송을 하는 시대는 조금씩 저물어가고 있다. 그것이 구독자 이탈 같은 실질적인 논란의 제재로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사진:tvN)

‘더 인플루언서’가 꺼내 보여준 인플루언서들의 민낯

최근 넷플릭스에서 흥미로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내놨다. ‘더 인플루언서’가 그것이다. 77인의 인플루언서들이 한 자리에 모여 특정 미션을 수행하며 끝까지 살아남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런데 그 과정을 보면 이들이 어떻게 성공했고 살아남았는가가 엿보인다. 

더 인플루언서

관심으로 생존하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더 인플루언서’의 포스터에는 ‘관심으로 생존하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이 한 줄이 사실상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아프리카TV 등 소셜 플랫폼에서 내로라하는 인플루언서 77인이 한 자리에 모여 끝까지 살아남는 1인을 뽑는 프로그램이다. 인플루언서들은 각자의 구독자수에 비례해 3억원이라는 총상금 액수를 나눈 수치가 ‘몸값’으로 찍히는 목줄을 차고 한 자리에 모인다. 그리고 시작된 서바이벌. 그건 소셜 플랫폼에서 구독자와 조회수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들의 삶을 보다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축소판처럼 보인다. 

 

77인이 저마다 ‘좋아요’ 15명, ‘싫어요’ 15명씩 투표하는 첫 번째 미션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우리 같은 보통의 상식으로 본다면 ‘좋아요’를 얼마나 많이 받고 ‘싫어요’를 적게 받느냐가 이 미션의 관건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즉 ‘좋아요’ 수에서 ‘싫어요’ 수를 빼서 누가 더 많은 수를 얻느냐가 이 미션의 승리자일 거라 여겨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그걸 이러한 서바이벌 게임을 많이 제작해옴으로서 브레인 중의 브레인이라고 불리는 진용진은 정확히 꿰뚫어본다. 결국 관심을 얼마나 많이 끄느냐가 관건인 인플루언서들에게 ‘좋아요’든 ‘싫어요’든 많이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는 이 관점은 실제로 이 미션의 진짜 목표가 된다. 그걸 간파한 이들은 이제 ‘좋아요’가 아닌 ‘싫어요’를 받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인다. 처음 구독자수가 많아 가장 많은 상금을 가진 이들이 ‘싫어요’의 타깃이 되었지만, 진용진의 이 생각이 전파되면서 이제는 ‘싫어요’를 요구하는 이상한 풍경들이 생겨난다. 치열하게 ‘싫어요’를 받아낸 장근석과 빠니보틀은 그래서 이 미션에서 나란히 1,2위를 차지한다. 

 

‘관심으로 생존하라’는 그 문구가 사실상 이 서바이벌의 색깔이라는 걸 이 첫 번째 미션이 드러낸다. 재미있는 양질의 콘텐츠가 인플루언서들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이 착각에 불과하다는 걸 이 미션은 말해준다. 그보다는 어떻게든 더 많은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이야말로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그 후 9년

2015년 MBC에서 방영됐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이러한 인플루언서들의 세계가 이미 도래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 전조였다. 물론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지상파에서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인터넷 방송으로 넘어가는 그 과도기의 겹쳐지는 부분이 상당부분 담겨진 예능이었다. 거기에는 김구라, 초아, 홍진영 같은 연예인들이 참여했지만 동시에 이말년이나 황재근, 차홍, 정샘물 같은 인플루언서적인 파워가 느껴지는 비연예인들도 참여했다. 스튜디오에 꾸려진 여러 방들에 들어가 저마다 인터넷 방송을 하고 가장 시청률이 높은(평균 시청률과 최고 시청자수로 계산) 출연자가 우승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현재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박진경 PD와 함께 연출했던 이재석 PD가 기획, 연출한 ‘더 인플루언서’는 그간의 시간만큼 변화된 콘텐츠의 환경을 보여준다. 일종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넷플릭스 버전처럼 보이는 이 프로그램은 이제는 소셜 플랫폼에서 유명해져 많게는 연간 수십 억의 수입을 얻게 된 인플루언서들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 두 번째 미션으로 치러진 라이브 방송 미션을 보면 그 위상을 실감하게 된다. 가장 많은 시청자를 확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이 미션을 위해 몇몇 인플루언서들은 이제 거꾸로 연예인들을 섭외하고 있으니 말이다. 대도서관은 배우 설인아를 섭외했고, 준우는 가수 에일리를 섭외했다. 무엇보다 이 거꾸로 뒤집어진 영향력을 말해주는 건 장근석이 초보 크리에이터로 참여해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도전에 뛰어들고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연예인들에게도 인플루언서는 이제 하나의 워너비가 되고 있는 현실을 말해준다. 

 

콘텐츠보다 관심이 더 앞서는 현실

그런데 막상 ‘더 인플루언서’에서 여러 미션들을 통해 살아남는 생존자들을 보니 그것이 콘텐츠의 경쟁력이라기보다는 오로지 ‘관심’이 우선이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예를 들어 라이브 방송 미션에서 진용진은 콘텐츠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뉘앙스를 풍기거나, 자신의 수익을 공개한다거나 하는 식의 관심 끌기에 집중했다. 장근석이 매운 음식들을 땀을 뻘뻘 흘려가며 먹방을 하고, 뷰티 크리에이터인 이사배가 분장에 가까운 화장술을 보여주는 콘텐츠로서의 방송과는 너무나 다른 것이었다. 결과는 영알남(영어 알려주는 남자)이나 차홍처럼 콘텐츠로 승부하는 이들은 탈락하고, 진용진은 살아남았다. 또 벼랑 끝에 몰려 넷플릭스 욕을 하는 것으로 시간을 채운 장지수는 끝내 살아남은 것도 마찬가지였다.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이른바 시쳇말로 ‘어그로’를 끄는 것이었다. 

 

이런 미션 방식과 결과들은 그 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2인1조 팀전으로 치러진 피드 사진 미션에서도 평가단 100인의 시선을 가장 오래 머무르게 하는 건 사진의 내용이 아니었다. 궁금증을 자극하는 모습이나 글귀들이 더 높은 주목도를 낳았고, 인플루언서들은 살아남기 위해 더 자극적인 사진을 시도하기도 하고 나아가 아예 사진이 아닌 글귀로만 채워진 피드도 올라왔다. 또 SNS를 통해 최대한 많은 댓글을 받는 미션에서도 선물 공세를 한다거나, 고양이 사진을 올리고 이름을 다는 이벤트를 하는 등의 시도들이 이어졌다. 댓글을 유도하기 위한 이들의 노하우가 드러나긴 했지만 그것이 자연스러운 콘텐츠를 통해 주고받는 소통이라는 댓글 본연의 기능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마지막 최종 라운드에 올라온 오킹, 장지수, 빠니보틀 그리고 이사배 중 끝까지 살아남은 이사배와 오킹의 대결에서 결국 오킹이 3억원 상금의 주인공이 된 사실은 인플루언서들에게 콘텐츠만큼 중요한 게 관심을 유도하는 노하우라는 걸 확인시켜준다. 화장법을 알려주는 콘텐츠로 승부한 이사배는 즉각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오킹의 선거전을 방불케 하는 방송과 먹방, 즉석 소개팅 등에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또한 ‘더 인플루언서’는 우승자가 된 오킹이 그간 인기만큼 크고 작은 논란의 주인공이고 최근에도 코인 관련 논란을 일으켰던 장본인이라는 점에서도 들여다볼 지점이 있다. 이것은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조차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이 세계의 높은 영향력에 비해 갖는 낮은 책임감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건 상대적으로 연예인들보다 이들의 영향력이 낮다는 전제 하에 가능한 이야기지만, 최근 방송이 이제 유튜브 같은 소셜 플랫폼으로 헤게모니가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 이상 적용되기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실제로 피식대학이 지역 비하 논란으로 순식간에 많은 구독자들의 이탈을 경험한 건 영량력이 높아진 이들에게도 그만한 책임을 요구하게 된 현실을 잘 말해준다. 

 

엄청난 관심을 받고, 그것이 돈으로 환산되어 천문학적인 돈을 벌기도 해서 부러움을 사지만 ‘더 인플루언서’를 통해 보는 그들의 세계는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관심을 끌어야 하는 SNS 시대의 씁쓸한 현실이다. 인플루언서는 그 극단화된 사례지만, 이런 일들은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글:시사저널, 사진:넷플릭스)

'빈센조'를 통해 보는 필요악 PPL의 허용범위

 

분명 우리 드라마인데, 중국 제품이 PPL로 등장한다? 게다가 그 제품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유통되지도 않는 제품이라면, 어딘지 이상하다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일이 지금 현재 우리네 드라마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

 

연초에 방영됐던 tvN 드라마 <여신강림>에 주인공들이 편의점에서 '훠궈 컵라면'을 먹는 장면과 중국어로 적힌 버스정류장 광고판이 등장했을 때, 시청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중국 제품들까지 우리네 드라마 속 PPL로 들어온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의 표현이었다.

 

그런데 그 때까지만 해도 드라마 제작 여건 상 PPL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는데다, 외국 제품이 PPL로 등장하게 된 이유가, 그만큼 우리네 드라마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불편해도 그러려니 했다. 중화권에서 워낙 우리 드라마를 챙겨 보는 이들이 많고, 이를 통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이 유행이 되기도 하는 터라, 중국제품 PPL이 우리 드라마 속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tvN 드라마 <빈센조>에 들어간 송중기와 전여빈이 뜬금없이 '차돌박이돌솥비빔밥'이라 한글로 표기된 중국 컵밥을 꺼내 먹는 장면은 그저 불편한 정도를 감수하며 넘어갈 수준이 아니었다. 훠궈야 중국 음식이니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 비빔밥은 문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의 비빔밥이 마치 중국 것이나 되는 양 오인 받을 수 있는 제품 PPL이 아닌가.

 

이 장면이 나간 후 한 네티즌이 중국에는 '한국식김치돌솥비빔밥'이라고 문구가 적힌 제품도 판매되고 있다고 밝힌 사실은 시청자들을 더욱 공분하게 만들었다. 그 문구는 김치나 비빔밥이라는 우리 고유의 음식 앞에 '한국식'이라는 말도 안되는 수식어를 붙여 그것이 마치 우리 것이 아닌 것처럼 오인하게 만드는 표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표기 문제가 민감하게 된 건, 최근 중국이 펼치고 있는 이른바 '전파공정' 때문이다. 마치 전 세계의 문화가 자신들의 것이라도 되는 양, 김치도 자기 것이고 한복도 자기 것이라 주장하는 중국의 전파공정은 그저 몇몇 사람들의 일탈이 아니라 정부까지 관여되어 있는 조직적인 문화 침탈 행위다. 이런 상황에 중국 제품 '비빔밥'을 우리 드라마에서 버젓이 PPL로 세운다는 건 너무나 생각이 없는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이 제품은 한국 브랜드인 청정원이 재료를 납품하고 중국 브랜드 즈하이궈가 만든 중국제품이라고 한다. 아마도 이런 식의 합작이 우리네 기업과 중국 기업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여겨지는데, 제아무리 비즈니스라고는 해도 그 표기 문제에 있어 향후 오해의 소지들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충분한 사전 숙고가 필요하다는 걸 이번 사태는 보여주고 있다.

 

PPL은 알다시피 드라마에 있어서 필요악이다. 제작을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너무 과도하거나 아예 어울리지 않는 PPL은 드라마 몰입 자체를 깬다는 점에서 오히려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 그러니 중국제품(그것도 국내 유통되지 않는)이 뜬금없이 우리 드라마에 들어오는 그 이물감도 참기 힘든 일인데다, 원조 논쟁의 빌미마저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을 버젓이 세운다는 건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우리네 드라마에 외국제품들이 PPL을 싣기 시작했다는 건 그만큼 위상이 높아졌다는 반가운 의미일 수 있다. 하지만 높아진 위상만큼 그만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필요악인 PPL을 넣는다고 해도 책임의식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파문이 커지자 <빈센조> 측은 부랴부랴 중국 비빔밥 PPL 잔여분에 대한 취소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를 통해 이제 글로벌 위상을 갖기 시작한 K드라마 제작자들은 PPL에도 그만한 개념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사진:tvN)

루게릭병 환우만큼 세월호 가족도 껴안을 순 없을까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루게릭병 환우들을 돕기 위해 시작된 릴레이 이벤트다. SNS를 타고 세계로 번져가는 이 행사에 우리네 연예인들도 하루가 멀다 하고 참여하고 있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 또 루게릭병이라는 희귀병을 세상에 조금이라도 알릴 수 있는 이벤트에 연예인들도 동참한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고 또 박수 받을 일이다.

 

'사진출처:김장훈 페이스북'

물론 과도한 연예인 홍보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본래 취지와 의미는 퇴색된 채 자기 홍보나 프로그램 홍보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 어차피 이처럼 자발성을 요하는 행사라면 저마다의 목적성도 있는 법이다. 그러니 어느 정도의 홍보성도 이해 못할 법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행사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하는 건, 이 행사 자체 때문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지금 이 릴레이 행사가 즐겁게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누군가는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채 쓰러져 나가고 있다는 현실 때문일 게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간 상황이다. 가장 오랫동안 단식을 이어온 유민아빠는 지난 21일 쓰러져 결국 병원에 실려 갔다. 이런 상황이니 루게릭병 환우를 돕는다는 좋은 취지의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연예인들이 줄줄이 동참하는 것을 그저 즐겁게만 바라보기 힘든 것일 게다.

 

연예인이 사회운동에 동참할 때 가장 큰 것이 그 파급력이다. 아무래도 일반인들보다는 훨씬 더 주목되는 위치에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 영향력도 클 수밖에 없다. 광화문에서 유민아빠와 함께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김장훈의 행보는 그 연예인의 사회참여가 발휘하는 힘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가 광화문에 나가기 전까지 우리는 부끄럽게도 단 몇 달 전에 있었던 세월호 참사를 조금씩 잊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김장훈이 거기 서게 되면서 그 곳에서 눈물로 호소하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그 아픔이 다시 세상을 향해 전해지기 시작했다. “같이 할테니 힘내시라고... 죽어도 같이 죽자고 그랬더니”, “우리장훈씨 내가 짜장면 한그릇 꼭 사준다고 했다는 김장훈이 남긴 유민아빠에 대한 페이스북의 이야기는 그 어떤 외침보다도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김장훈이 말하듯, ‘우리장훈씨짜장면이라는 말이 아프면서도 따뜻한그 느낌을 먹먹하게 전해준다.

 

아이스버킷 행사에 연예인들이 참여하는 건 그 자체로 뜻 깊고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 의미 있는 행사마저 불편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건 세월호 참사가 남긴 여전히 진행 중인 우리 사회의 깊은 상처이고, 그 상처를 보듬기는커녕 그저 덮으려고만 하는 책임자들의 책임 없는 행동들 때문일 것이다. 당장 우리 앞에 놓여진 암담한 현실이 좋은 행사에 즐겁게 참여할 수만은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김장훈의 행보에는 아무런 정치적 의도가 들어 있지 않다. 그것은 광화문에서 단식을 하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그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제대로 된 처리를 원하고 있을 뿐이다. 김장훈이 얘기하듯 유민아빠가 원하는 건 보상도 아니고 하야도 아니다. 그 요구란 살만한 나라에서 살고 싶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일 뿐이다. 아이스버킷 릴레이가 루게릭병 환우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뜻 깊은 행사라면, 우리 모두에게 당면과제로 다가오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행사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김장훈은 단식을 하면서 제일 생각나는 노래가 시인과 촌장이 부른 좋은 나라라는 곡이라고 했다.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 푸른 강가에서 만난다면/ 슬프던 우리 서로의 모습들은/ 까맣게 잊고서 다시 인사할지도 몰라요.’ 김장훈의 의로운 행보가 그 좋은 나라를 위한 또 다른 아이스버킷릴레이로 이어지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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