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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남녀>, 혼술 즐기는 그들의 속사정

 

나는 혼술이 좋다로 시작하는 <혼술남녀>. 하지만 이 내레이션을 하는 진정석(하석진)은 진정 혼술이 좋은 것일까. 그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클래식을 들으며 퀄리티 있는 안주에 혼술을 한다. 그 모습은 그가 말하듯 오롯이 나만을 위한 힐링타임처럼 보인다. 그래서 옆 자리에서 술을 마시며 애정행각을 벌이는 남녀를 보고는 술 맛 떨어진다며 투덜댄다.

 

'혼술남녀(사진출처:tvN)'

그런데 이 진정석이라는 캐릭터가 반복해서 나는 혼술이 좋다고 얘기할수록 점점 기묘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그건 마치 혼자 마시는 술의 정당성을 합리화하려 애쓰는 모습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과연 그는 진짜로 혼자 술 마시는 걸 즐기고 있는 것일까.

 

물론 진정석의 이 나만을 위한 힐링타임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부어라 마셔라에 폭탄주를 돌리는 우리네 폭력적인 회식문화, 술 문화를 경험한 분들이라면 진정석의 혼술은 그 자체가 하나의 로망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업무상 마셔야 하는 회식 같은 술자리인 경우의 이야기다. 사적으로 친구나 동료 그리고 애인과 한 잔 마시는 술이 어찌 퀄리티 떨어지는술 자리가 될까.

 

그래서 진정석의 혼술은 조금은 쓸쓸한 느낌을 준다. 오죽 사는 게 복잡하고 관계의 피곤을 느끼면 혼술을 즐길까 싶고, 그러다 보니 진짜 좋아하는 사람과도 함께 술을 마시지 못하는 상황이 됐나 싶은 것이다.

 

이것은 마치 우리네 사회생활의 현실을 술에 빗대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린다. 즉 사회의 관계라는 것이 너무 피곤해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을 원하게 된 현대인들의 이야기. 그래서 그 관계가 복잡해지는 걸 피하기 위해 업무로서만 선을 그어 놓고 대하는 사람들. 진정석이 박하나(박하선)를 이것저것 챙겨주면서도 종합반 관리 차원입니다라고 말하는 건 그래서 단지 퉁명스럽게 대하면서도 마음을 쓰는 이른바 츤데레로만 보이진 않는다. 거기에는 어쩌다 보니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도 속내를 표현하지 못하고 사무적으로 대하게 된 현대인들의 자화상이 어른거린다.

 

혼술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얼마나 관계에서 엇나가 있는가는 이 드라마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취준생들의 이야기 속에도 투영되어 있다. 어떻게든 시험에 붙어 이 학원가를 빨리 뜨고 싶어 하는 정채연은 그래서 그녀에게 다가오는 남자들을 매몰차게 떨쳐낸다. 그래서 상심한 한 남자가 그녀의 몰카를 찍어 고동넷에 올리는 사건이 발생하고 정채연은 그 몰카범이 예전에 자신이 밀어냈던 기범이라고 오해한다. 결국 진범이 잡히지만 정채연은 그간 숨기고 있었던 두려움의 긴장감이 풀어지며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그들의 오해는 끝났지만 그들은 여전히 각자의 방에 들어가 혼술을 한다. 참으로 쓸쓸한 풍경이 아닌가.

 

<혼술남녀>는 매회 여러 가지 상황에 처한 인물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혼술을 하는 장면을 병렬적으로 보여준다. 혼술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매개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 담겨진 우리가 사는 현실의 쓸쓸함 같은 것이 거기에는 묻어나 있다. 학원가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번 성대모사를 준비해오며 웃음을 주는 민진웅 같은 인물은 밤마다 알람을 맞춰놓고 치매에 걸린 엄마를 문병 가는 사실을 그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는다. 그저 혼자 술 한 잔을 마시며 그 마음을 달랠 뿐이다.

 

진정석이 이끄는 종합반이라는 틀은 그래서 흥미롭다. 혼술을 마시며 혼자 사는 삶을 지향하던 그가 종합반이라는 함께 팀을 이뤄야하는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것. 그리고 그 종합반에 자신이 가능성이 있다며 넣어준 박하나는 어쩌면 혼술을 해왔던 그가 함께 마실 수 있는 대상으로의 가능성을 봤을 지도 모를 일이다. “종합반 관리가 아니라 좋아하는 여자 관리 아닌가요?”라는 박하나의 말에 그토록 화들짝 놀라는 모습에서는 그래서 마치 진심을 들킨 자의 과한 반응이 읽혀진다.

 

혼술? 물론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혼술남녀>가 보여주듯이 그들만의 속사정들도 들어가 있다.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쓸쓸함을 혼술이라는 소재를 통해 그려내고 있는 <혼술남녀>는 그래서 웃기지만 짠하다. 진정석이 박하나의 저돌적인 순수함에 마음이 열리는 순간을 기대하게 되는 것도 그래서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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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빨로맨스>, 이미지 반복한 황정음과 새 이미지 만든 류준열

 

MBC <운빨로맨스>가 종영했다. 성적은 좋다고 말할 수 없다. 첫 회 10.3%(닐슨 코리아)로 시작했던 시청률이 마지막회에는 6.4%까지 떨어졌으니. 이렇게 된 건 운에 기대는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졌던 것과, 이야기 전개 상 밀고 당기는 멜로는 많았지만 신선하다고 여겨질만한 새로운 이야기들이 지속적인 긴장감을 유지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운빨로맨스(사진출처:MBC)'

웹툰 원작이 워낙 유명한 작품인지라, 드라마 리메이크에도 큰 기대감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역시 웹툰 리메이크는 좀 더 드라마적인 현실성을 바탕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생각보다 난관에 부딪친다는 걸 확실히 보여준 작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빨로맨스>의 힘이 그나마 끝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건 황정음과 류준열이라는 연기자들 덕분이다. 특히 류준열의 경우, 이번 작품을 통해 확실히 매력적인 연기자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응답하라1988>에서 류준열이 연기한 정환 역할은 끝까지 자제하는 캐릭터였다. 속으로는 끙끙 앓고 있지만 그 속내를 좀체 표현하지 않는 인물. 이것이 팬들에게는 오히려 강력한 츤데레매력으로 어필되기도 했다.

 

<운빨로맨스>의 제수호라는 캐릭터는 그렇게 <응답하라1988>에서 꼭꼭 숨기고 있던 류준열의 다양한 얼굴들을 끄집어내준 인물이 되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만들어낸 모태 솔로에 극도의 이성으로 자기보호를 위해 오히려 까칠한 모습을 보이는 인물이지만(이 모습은 어딘지 <응답하라1988>의 정환을 닮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는 차츰 심보늬(황정음)를 통해 각성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속내를 숨기지 않고 때론 화를 내고 때론 고백을 하는 캐릭터로 변화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류준열이 제수호 캐릭터를 확실히 잘 소화해냈다고 여겨지는 건 이런 변화를 잘 계획해 그려냈다는 점이다. 초반의 제수호의 모습과 마지막에 이르러 보여주는 제수호의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 변화는 다름 아닌 시청자들이 이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류준열이 꽤 괜찮은 준비된 배우라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기존 작품의 이미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모습을 보여준 류준열과 달리, 아쉽게도 황정음은 이번 작품이 그다지 그녀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녀가 연기한 심보늬라는 캐릭터가 기존 작품들의 캐릭터와 그리 다른 점을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운에 지나치게 기대는 모습은 처음에는 코믹하게 다가왔지만 그것이 반복되면서는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가 되었다.

 

결국 이번 작품에서 황정음의 공적이라면 아쉽게도 류준열이라는 배우의 가능성을 끄집어내준 점 정도에 머물렀다. 물론 그것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연기를 위해 이 작품에서 보여준 열성에 비하면 캐릭터가 그것을 너무 받쳐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여러모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래도 류준열이라는 배우가 확실히 빛났다는 건 이 작품이 남긴 작은 성과가 아닐 수 없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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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 덕선 남편보다 빛나는 택이와 정환의 우정

 

어남류인가 혹남택인가. 이게 무슨 말인가 어리둥절한 분들도 있을 게다.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이란 뜻이고 혹남택혹시 남편은 택이란 뜻이다. 이 두 신조어는 tvN <응답하라1988>의 인기를 말해준다. 오죽 드라마가 인기 있으면 누가 극중 여주인공인 덕선(혜리)의 미래 남편일까를 두고 이토록 열띤 화제가 될 것인가.

 


'응답하라1988(사진출처:tvN)'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에는 단연 택이(박보검)가 돋보였다. 그는 이미 쌍문동 골목에서 천재 바둑기사로 성공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국가적인 보물(?)로 추앙받는 인물이고 대회에서의 연전연승으로 상당한 돈과 영향력을 거머쥔 인물이기도 하다. 보통의 멜로드라마라면 이런 판타지적인 캐릭터의 손을 들어주기 마련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시작되고 단 몇 회만에 어남류라는 말이 나왔다. 정환(류준열)은 덕선을 좋아하지만 그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인물이다. 덕선 모르게 그녀를 챙겨주지만 앞에서는 냉랭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을 보인다. 요즘 젊은 세대를 열광시키는 이른바 츤데레(겉으로 퉁명스럽지만 속은 따뜻하다는 뜻의 신조어)’를 자극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정환이 이른바 어남류라는 말까지 만든 데는 단지 애정만이 아니라 친구를 배려하는 우정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정환의 마음을 아무도 모르는 사이, 어느 날 택이가 덕선을 좋아하는 마음을 슬쩍 꺼내놓자 그는 더 꽁꽁 자신의 마음을 숨긴다. 그래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덕선과 더 선을 긋는다. 또 자신은 가슴앓이를 해도 진정으로 친구가 잘되기를 바라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떤 면으로는 너무 바보스러울 정도다.

 

이렇게 되자 시청자들의 마음은 어딘지 약자(?)의 위치에 서 있지만 심지어 배려까지 하고 있는 정환쪽으로 자연스럽게 기울게 된다. 여기에는 상대적으로 평범하게 생긴 정환에게 시청자들이 어떤 동질감을 느끼는 심리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택이가 점점 덕선에게 다가가고 정환은 의도적으로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면서 그를 응원하는 마음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응답하라1988>은 여기서 또 한 번의 반전을 만들어낸다. 아무 것도 모른 채 덕선에 대한 사랑을 이제 막 표현하려고 할 때 택이가 정환의 마음을 알아채게 된 것. 덕선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남다르다는 걸 눈치 채고 또 그가 놓고 간 지갑에서 덕선과 함께 찍은 사진이 보물처럼 들어있는 걸 확인하고는 택이는 특유의 어른스러움으로 돌아간다. 택이는 바둑기사의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얼굴로 돌아가 덕선에게 고백하려던 마음을 접어버린다.

 

애초에 <응답하라1988>이 시작되기 전 신원호 PD는 이 시리즈에서 반복해왔던 남편 찾기콘셉트가 이번에도 또 나올 거라고 얘기한 바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재미요소일 뿐 이번 드라마의 주요 콘셉트는 가족이라는 걸 명확히 했다. 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응답하라1988>에서 어남류혹남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누가 누구의 남편이 되는가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거기에 머물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덕선에 대한 사랑이 친구 간의 우정을 끝장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우정을 확인하는 계기로 작용하는 건, 이 드라마가 애정보다 우정 나아가 친구와 이웃을 넘어서 마치 가족 같은 정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것은 다분히 사랑타령보다는 사람 간의 정에 더 갈급해진 현실 정서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응답하라1988>이 그 어떤 <응답하라> 시리즈보다 더 큰 공감대를 가져갈 수 있었던 힘. 덕선의 남편찾기보다 빛나는 택이와 정환의 우정에서 그 힘의 일단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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