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타령을 넘어서 세상과의 대결을 유쾌하게 그려내다
'최고의 사랑'(사진출처:MBC)
"독고진이 구애정을 정말 열심히 사랑했다는 게 욕먹고 오해받을 일이 되지 않도록 제발 지켜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이른바 독고진(차승원) 동영상에는 감동적이지만 씁쓸한 반전이 담겨져 있다. 대중과 언론들이 기대했던 것은 뭔가 음성적인 동영상이었겠지만, 그 속에는 죽을 것을 대비해 남겨놓은 독고진의 뜨거운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이 장면은 '최고의 사랑'이라는 로맨틱 코미디가 그려낸 세계의 특별함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최고의 사랑'은 기존 신데렐라 스토리를 연예계로 가져왔다. 국민배우 독고진과 비호감 연예인 구애정(공효진) 사이는 저 왕자와 신데렐라만큼의 거리가 놓여져 있다. "살아서도 고백하고 죽어서도 고백하고 독고진씨는 나를 도대체 얼마나 좋아하는 거예요?" 왕자 독고진이 신데렐라 구애정에게 살아서도 죽어서도(?) 고백하는 이야기. 이만큼 익숙하고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가 있을까.
하지만 이 전형적인 스토리가 극단적인 호감, 비호감으로 나눠지는 연예계로 들어오면서 이 달달한 스토리는 사회성을 띄게 된다. 즉 전통적인 멜로 구도에서는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 방해자(시어머니 같은)가 끼어들기 마련. 하지만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과 구애정 사이에 끼어 있는 건 대중들이다. 즉 그들이 사랑에 이르는 과정보다 더 어려운 건 그들의 사랑이 대중들의 인정을 받는 것이다. 여기에는 전통적인 멜로 구도가 갖는 사적인 사랑을 그 연예인이라는 직업적인 특성 때문에 공적인 간섭을 받는 불편한 상황이 들어가 있다.
독고진이 말끝마다 자신을 '특별한 독고진'이라고 수식하는 데는 그래서 이중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특별하지만, 그 특별함 때문에 사적인 사랑이 불편해지는 것. 그래서 이 로맨틱 코미디의 남녀가 먼저 '극복'해야 했던 것은 공적인 사랑에 익숙해진 그들이 사적인 사랑에 눈뜨는 과정 그 자체다. 자신은 특별하다는 이유에서 또 자신은 비호감으로 낙인찍혔다는 이유에서 보통의 사랑을 하지 못하는 지친 이 두 영혼은 차츰 서로의 '충전'이 되어주며 사랑을 이뤄간다.
이 사이에 완벽남 윤필주(윤계상)가 삼각관계를 이룬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평범한 이들이라면 당연히 선택할 이 완벽남이 TV의 짝짓기 프로그램에 나와서 프로그램 의도와 달리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는 장면은 사적인 선택과 공적인(?) 선택의 충돌처럼 여겨진다. 윤필주는 사적인 진심을 드러내지만 공적인 위치에 있는 구애정은 그것을 실제로는(방송으로만 받아들인다) 받아들이지 못한다.
즉 국민배우든 비호감이든 연예인이라는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 사이에 위치해 있는 이들의 사랑은 (이중적인 의미로) 특별하다. 그래서 공적인 신분을 벗어나 사적으로 사랑하게 되고, 그것을 또한 공적으로도 인정받는 이 사랑은 '최고의 사랑'인 셈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우리는 과연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과 구애정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현실의 연예인이라는 존재들을 바라보고 있을까.
거의 '개그콘서트'를 연상시킬 정도로 발랄하고 경쾌하기 그지없는 이 로맨틱 코미디는 그래서 그 달달한 사랑과 유쾌한 유머 밑에 진중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웃으며 바라봤던 일반 대중들의 아무렇지도 않은 말과 글이 어떻게 한 사람을 힘겹게 만드는가를 우리 자신에게 다시 되돌리고 있으니 말이다. '최고의 사랑', 이 사랑이 특별했던 것은 오글거리는 사랑타령만이 아니라 그 바깥에 놓여진 세상과의 대결을 머리가 아닌 가슴 두근거리는 사랑을 통해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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