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아빠 어디가' 아이들 몰카, 과연 괜찮은 걸까 본문

옛글들/명랑TV

'아빠 어디가' 아이들 몰카, 과연 괜찮은 걸까

D.H.Jung 2013. 2. 28. 08:41
728x90

<아빠 어디가>, 아이들의 트루먼쇼 되지 않으려면

 

최근 예능 프로그램 중에 아마도 가장 뜨거운 걸 꼽으라면 단연 <아빠 어디가>가 될 것이다. 민국이, 후, 준, 지아, 준수. 이 다섯 귀요미들이 하는 짓이 얼마나 귀여운지, 하는 일거수일투족마다 화제다. 첫 번째 여행에서는 민국이가 ‘나쁜 집’에 걸려 대성통곡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더니, 두 번째 여행과 설날 특집에서는 후가 그 순수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아빠 어디가>의 웃음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그리고 세 번째 여행에서는 담력 체험을 통해 준이의 리더십이 또 화제가 되었다.

 

'아빠 어디가'(사진출처:MBC)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말과 행동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해지는 이 예능 프로그램은 그래서 ‘힐링 예능’이라고 불린다. 특히 자식을 가진 아빠들이라면 웃음이 절로 나고 누구나 마음이 푸근해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게다. 그동안 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한 부모들은 <아빠 어디가>에 등장하는 아빠들에 빙의되기 마련이다. 그들이 아이들을 통해 느끼는 행복감이나 보람 혹은 후회가 고스란히 그것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에게 전해지는 이 프로그램은 확실히 어른들에게는 비타민 같은 예능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좋은 예능에 한 가지 드는 걱정이 있다. 그것은 이 프로그램에서 어른들을 힐링시켜주는 아이들에 대한 것이다. 어찌 됐건 여기 출연하는 아이들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될 수밖에 없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재미는 아이들의 사적인 생활들이나 성격 같은 것이 가감 없이 보여질 때 생겨난다. 후가 지아 앞에서 “어휴 귀염둥이!”라고 말할 때, 준이 폐가 앞에서 두려움을 이겨내고 “우린 총사잖아!”하고 외칠 때 우리는 아이들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며 웃음 짓는다.

 

사적인 내용이 드러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리얼 버라이어티, 아니 방송의 생리다. 만일 어른들이었다면 이러한 사적인 내용의 공개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였을 수 있다. 사적인 것들이 공개되는 것이 아이들이라고 해서 괜찮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자칫 아이들에게 상처로 돌아올 수 있다. 이것은 실제로 최근 이 아이들에게조차 달리는 비판적인 댓글들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다. 아이들의 성격이나 사적인 행동이 공개되면서 생기는 부작용이다.

 

물론 말했다시피 이 사적인 내용이 드러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방송의 생리일 수 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과 의도적으로 뽑아내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아빠 어디가>에서 두 차례 시도되었던 몰카 설정은 그래서 불편한 면들이 존재한다. 꿀단지를 놓고 지키게 하고는 아이들의 반응을 훔쳐보는 것이나, 한밤 중 어른들도 가기 힘든 폐가로 아이들을 보내고 그 모습을 보는 것은 그래서 몰취미처럼 여겨진다.

 

이것은 아이를 시험에 빠뜨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시험대에서 나온 행동들이 방송을 통해 가감 없이 보여진다는 것은 그래서 아직 사리판단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가혹한 일일 수 있다. <아빠 어디가> 같은 아빠와 아이 간의 추억 만들기라는 좋은 의도를 가진 프로그램이 왜 굳이 이런 몰카 실험이 필요한 것일까. 그것은 그저 재미를 위한 것일 뿐이다. 하지만 그 어른들의 재미가 아이들에게는 시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아빠 어디가>만큼 괜찮은 기획의 예능 프로그램은 최근 <일밤>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 괜찮은 기획이 지속적인 공감과 힐링으로 이어질 수 있으려면 거기 서 있는 아이들에 대한 극도의 조심스런 배려가 필요하다. 제 아무리 재미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만일 아이들의 <트루먼쇼>가 된다면 그만한 안전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적어도 몰카 설정만큼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