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박시후에게 시간이 필요한 까닭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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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후에게 시간이 필요한 까닭

D.H.Jung 2013. 8. 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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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후의 편지, 용기일까 무리수일까

 

“하지만 사건 이후에도 변함없는 마음으로 제 곁에 있어주신 여러분을 보면서 용기를 내어 봅니다.” 성 스캔들로 인해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박시후가 팬 카페에 그간의 심경에 대해 장문의 편지를 남겼다. 그 편지에서 박시후는 팬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팬들을 가족이라 칭하며 그 “가족이 있어 다시 한 번 꿈을 꾸고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하려 한다”고 했다. 언젠가 배우로서 복귀할 뜻을 전한 것.

 

'청담동 앨리스(사진출처:sbs)'

팬 카페에 올린 글이니만큼 일반 대중을 향한 이야기와는 사뭇 다를 수 있다.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지해주는 팬들이 얼마나 고마울 것인가. 그 지지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감사의 표시를 전하고, 또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을 게다. 하지만 우리네 연예 언론들은 팬 카페든 미니 홈피든 아니면 SNS든 다분히 사적인 이야기들도 끄집어내 공론화하는 습성을 가졌다는 점이 문제다. 물론 박시후 스스로가 의도한 점이 있을 지도 모지만.

 

어쨌든 팬 카페에 글을 올리는 순간(그것도 박시후가 아닌가!) 그것이 일반 대중들에게 공적인 이야기처럼 전해질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일반 대중들의 정서가 팬들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지난 2월 갑자기 불거진 박시후 관련 성 추문은 그가 일반 대중들에게 갖고 있던 반듯한 이미지에 커다란 흠집을 만들었다. 게다가 이 스캔들 공방은 점점 가열되면서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까지 공개되는 극한의 상황까지 이르렀다. 대중들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국 박시후는 그 일련의 과정을 지나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성폭행을 주장했던 여성이 합의에 의해 고소를 취하했던 것. 결국 진실은 당사자들만이 아는 것으로 남겨지게 됐다. 문제는 법적으로 불기소처분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것이 그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라는 것을 입증하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이다. 어쨌든 드러난 치부는 설혹 피해자라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자신의 잘못도 거기에 분명 들어있다는 것을 말해주지 않았던가. 물론 성폭행 주장 여성의 말처럼 그가 가해자라면 두 말할 나위가 없는 이야기다.

 

이처럼 여전히 의혹이 남아있고 모든 것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박시후가 팬 카페에 올린 편지는 너무 앞서가고 있는 인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그것은 팬 카페에 올린 팬들을 위한 미안함과 고마움의 표시겠지만, 그것이 밖으로 유출되었을 때 일반 대중들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마치 온전히 자신이 피해자인 듯한 뉘앙스는 일반 대중들에게는 그다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을 게다.

 

“길고 거센 이번 여름 장마처럼 저에게도 모진 비가 내렸지만 그 비를 이겨낸 만큼 더욱 땅이 단단해지리라 믿습니다.” 박시후의 소망은 이것이 그냥 한 때 지나가는 비였으면 하는 것일 게다. 하지만 대중들의 마음은 이미 너무 멀리 가버렸다. 그가 다시 단단한 땅이 되려면 바로 이 지금의 현실 인식을 바라보는 지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작은 행동이나 말 한 마디가 중요한 시점이다. 특히 본업이 대중들을 캐릭터에 몰입시켜야 하는 연기자라면 그 손상된 이미지에 대한 기억이 조금은 지워질 수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섣부른 용기보다는 좀 더 숙고할 수 있는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