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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전지현에 이어 김희선도 ‘참 좋은 시절’ 맞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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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시절>, 그래도 김희선을 기대하는 까닭

 

연기력 논란이라는 단어가 먼저 튀어나왔다. KBS 주말극 <참 좋은 시절>에 출연하고 있는 김희선 얘기다. 경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경주가 아닌 부산 사투리를 쓰고 있다는 얘기다. 아마도 경주 쪽에 사시는 시청자들이라면 어색한 사투리가 드라마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 드라마에서 특히 사투리가 갖는 정서가 중요하다고 여겼다면 좀 더 신중했어야 하는 건 당연한 얘기다.

 

'참 좋은 시절(사진출처:KBS)'

하지만 사투리가 어색하다고 그녀의 이번 <참 좋은 시절>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평가 절하하기는 어려울 듯싶다. 어차피 현지인이 아닌 이상 완벽한 사투리를 구사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적어도 첫 회부터 돈을 받아내기 위해 길거리에서 뒹굴며 드잡이까지 하는 모습은 분명 김희선이라는 배우의 달라진 면을 보여준다. 그녀가 극 중에서 맡은 차해원이라는 인물처럼, 한때는 공주 역할이 어울렸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쫄딱 망해 길거리를 전전하는 생계형 대부업자 역할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나오기만 하면 우선 연기력 논란부터 불거지는 여배우들을 보면 물론 본인들의 미숙함도 원인이 되기도 하겠지만 그 외적인 요소들도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김태희는 꽤 괜찮은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연기력 논란이 불거져 나왔고 세간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작품에 어떤 문제가 생기게 되면 우선 여배우의 연기력으로 책임을 지우는 일이 종종 생겨난다. 그것도 늘상 연기력 논란이 나오던 여배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전지현은 <별에서 온 그대>라는 좋은 작품을 만나 훨훨 날았지만 <엽기적인 그녀> 이후에 꽤 오랫동안 연기보다는 CF로만 대중들을 접하면서 연기력에 대한 문제를 지적받기도 했다. 늘 비슷비슷한 엽기적인 그녀캐릭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별에서 온 그대> 역시 그 틀에서 그다지 다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워낙 화제가 된 작품에 그녀 스스로도 팔색조라 할 만큼 다채로운 매력을 천송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보여줬던 터라 만족스런 결과를 보여주었다.

 

<미스코리아>의 이연희 역시 늘 따라다니던 연기력 논란을 이번 작품을 통해 보기 좋게 날려 버렸다. 엘리베이터걸의 애환을 그녀는 엘리베이터에서 몰래 삶은 계란을 먹는 장면 하나로도 표현해냈다. 그녀가 미스코리아 진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신데렐라류의 예쁜 척 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과감할 정도로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은 연기자로서의 진짜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그녀는 보여주었다.

 

고아라 또한 <응답하라 1994>를 통해 늘 덧씌워지던 연기력 논란을 벗어버렸다. 거의 일상에 가까운 모습들을 포착해내는 이 드라마는 그저 외모로만 부각되던 고아라의 의외로 털털한 모습과 때로는 엽기발랄한 모습까지를 잡아내면서 그녀의 새로운 이미지를 끄집어냈다. 그녀로서는 아마도 이 작품이 여배우로서의 길을 살짝 들여다보게 해준 잊지 못할 기회였을 게다.

 

연기력 논란에 휘말리는 여배우들을 보면 비슷한 특징들이 있다. 일단 외모가 눈에 띄게 미인이라는 점이다. 아마도 이 점은 질시의 시선을 만들기도 할 것이지만 사실상 눈에 띄는 외모는 연기에는 오히려 장애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연기가 아니라 외모가 자꾸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CF 등에서 먼저 소비되기 시작하면 이미지가 고착되고 그것은 새로운 연기변신을 막는 이유로 작용하기도 한다.

 

연기력 논란이 벌어지는 여배우들의 또 다른 특징은 목소리. 연기의 50% 이상은 목소리가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는 그 자체로 연기자에 대한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김태희, 전지현, 이연희, 고아라, 김희선까지 목소리를 들어보면 외모와는 달리 너무 가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우 로맨틱 코미디류의 가벼운 역할은 잘 어울릴지 몰라도 무거운 정극에는 어색한 면이 생길 수 있다. 물론 목소리는 타고나는 것이지만 발성연습을 통해 일정 부분 극복할 수 있다.

 

그래도 전지현이나 김희선을 보면서 느껴지는 건 역시 배우는 경험을 통해 연기도 깊어지기 마련이라는 믿음이다. 결혼을 하고 나더니 이 두 여배우는 확실히 자신을 내던질 줄 아는 면모가 생겼다. 예쁘다는 이유로 발성이 어색하다는 이유로 또 기존 이미지와 상충한다는 이유로 이들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는 여배우들은 특히 더 엄격한 대중들의 도마 위에 오르곤 한다. 다른 배우들이라면 그냥 지나갔을만한 일도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참 좋은 시절>의 김희선에게 불거져 나온 사투리 논란은 그래서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쨌든 연기의 세계로 본격적으로 뛰어든 그녀에게는 약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적어도 연기를 대하는 그녀의 눈빛과 태도가 다르게 느껴지는 만큼 김희선의 이번 작품이 그녀에게도 참 좋은 시절을 겪게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