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이 죽어간다? 도대체 어떤 한식을 말하는 건지
올리브 채널 <한식대첩2> 기자간담회에서 한식연구가인 심영순씨는 기자들을 향해 호통을 쳤다. 그 첫 번째 이유는 한식을 다루는 프로그램의 기자간담회에서 “진행자나 잘생긴 사람한테만 질문을 하고” 정작 “한식을 연구하는” 자신에게는 질문하지 않는 것에 대한 개탄이었다. 즉 한식을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퓨전이나 외국음식을 하는 사람한테 더 관심이 많고 질문을 하는” 기자회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
'한식대첩2(사진출처:올리브TV)'
그리고 그녀는 두 번째 개탄의 이유로 “우리 한식이 죽어가고 있다”는 걸 거론했다. 그리고 그 책임이 ‘여러분들’에게 있다고 했다. 여기서 여러분들은 아마도 ‘젊은 사람들’과 이런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 기자들을 통칭한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이 우리 음식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여러분들 외국에 가서 한식 안하고 외국 음식 하면 망한다”고 말한 내용을 보면 그녀의 발언이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그녀는 “한국 사람은 한식을 잘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곰탕 한 가지만 가지고 전 세계 어디로 가도 성공할 수 있다”, “비빔밥 하나만 가지고도 돈을 끌어 모을 수 있다”, 또 “콜라나 햄버거, 닭 하나 튀겨가지고도 돈을 끌어가는 데 왜 우리 음식은 그렇게 소외당하는지...”라는 얘기를 덧붙였다고 한다.
한국 사람이 한식을 잘 해야 한다는 건 상식적이고 수긍이 가는 이야기지만 그것을 꼭 ‘성공’과 연결지어 ‘돈 얘기’, ‘사업’이야기로 끌고 가는 건 쉽게 공감이 되지 않는다. 결국 ‘한식이 죽어간다’는 말이 ‘한식 사업이 죽어간다’는 얘기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식을 연구하는 목적이 돈을 벌기 위함인가.
곰탕과 비빔밥을 콜라나 햄버거 닭 튀김과 비교하는 것도 그다지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심영순씨의 이야기는 그것이 전통 한식을 지키자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사업화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이야기인지 맥락이 이해되지 않는다. 사업화를 한다면 우리네 음식 역시 일정부분의 퓨전이나 패스트푸드화는 아니더라도 간소화하는 단계를 거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죽어가는’ 한식을 지키자는 이야기와 사업화가 만나면 결국 나올 수 있는 이야기는 ‘한식 사업’을 살리자는 결론뿐이다.
그렇다면 왜 심영순씨는 한식을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퓨전이나 외국음식을 하는 사람한테 더 관심이 많은”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호통을 쳤을까. 한식 사업을 살리자는 취지라면 퓨전이나 외국음식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나쁠 게 없을 것이다. 한식 이야기? 프로그램 자체가 <한식대첩>이다. 앞으로 할 얘기의 거의 전부가 한식에 대한 것이니 그 때 해도 늦지 않는다. 여러모로 ‘한식이 죽어가고 있다’는 논리에 얹어져 나온 그녀의 울분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우리가 매일 같이 집에서 된장찌개에 김치로 밥을 챙겨먹는 한 한식은 살아있다. 그러니 ‘한식이 죽어가고 있다’는 얘기는 사업적으로 그것을 바라볼 때에나 나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한식 사업화는 한식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논쟁적인 부분이다. 퓨전을 통해 한식의 세계화를 부르짖는 입장이 있을 수 있지만 전통한식을 고집함으로써 한식의 명맥을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식을 오래도록 연구해온 사람이라면 그 한식을 버리지 않고 오래도록 식탁 위에 올리며 매일 매일을 살아온 우리네 보통 사람들 앞에 겸손해야 한다. 한식 사업화의 실패? 그것은 그렇게 오래 연구해온 사람들이나 그것을 통해 한식 사업화를 하려 했던 몇몇 사람들의 실패이지, 여전히 우리 입맛을 고수하고 있는 보통 서민들의 실패는 아니다. 젊은 사람들이 외국입맛에 길들여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도 젊은 사람들의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것도 결국 큰 틀에서 보면 한식 사업화의 실패에서 비롯되는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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