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과 아이유의 썸이 살려낸 <프로듀사>의 묘미
웬만한 예능 프로그램보다 웃기다. 사실 KBS <프로듀사>의 1,2회만 하더라도 기대만큼의 웃음의 요소가 등장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두 가지 요인에서 기인한다. 하나는 기대가 너무 컸다는 점이다. 김수현부터 공효진, 차태현, 아이유가 출연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렇다. 여기에 예능국 이야기라는 점은 막연하게 웃음에 대한 기대치를 증폭시켜놓았다.
'프로듀사(사진출처:KBS)'
하지만 제 아무리 어벤져스급 배우들이 나온다고 해도 첫 회부터 빵빵 터트리기는 쉽지 않은 일.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라도 기본적인 캐릭터 설정이 깔리는 시간은 필요한 법이다. 게다가 예능국 이야기가 웃음을 주려면 그 현실적인 상황들이 이해되어야 한다. 1,2회가 <다큐3일>의 형식적 틀을 이용해 그 예능국의 현실을 하나하나 설명하려 했던 건 그래서다.
두 번째는 그러다보니 본격적인 로맨스의 가동이 조금 늦춰졌다는 점이다. 결국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예능국의 복잡다기한 이야기를 흩어지지 않고 묶어주는 건 인물들의 멜로다. 그 안정된 멜로라는 틀이 갖춰지면 그 위에서 다채로운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비로소 흩어지지 않고 재미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
3회의 <프로듀사>가 완전히 다른 느낌을 선사하면서, 웬만한 예능보다 웃기는 포인트들을 쉴 새 없이 만들어줄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전제들이 1,2회에 어느 정도 깔려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표민수 PD가 투입되면서 훨씬 더 안정되고 대중적인 연출이 들어갔다는 점도 작용한 면이 있다. 1회 때 다큐적인 형식 틀을 활용하면서 이렇다 할 BGM이나 효과음을 거의 쓰지 않았다는 점은 너무 드라마를 실험적인 느낌으로 만들었던 면이 있다.
3회의 <프로듀사>는 박지은 작가표 로맨틱 코미디가 드디어 본격 가동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한 회였다. 아이돌 가수 신디(아이유)와 예능국 어리바리 신출내기 백승찬(김수현)이 우산이 인연이 되어 벌어지는 썸은 달달한 멜로와 함께 이 두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한껏 드러내주었다.
신디를 프로그램의 출연자로 섭외하러 온 백승찬에게 소속사 사장 변미숙 대표(나영희)가 예능 출연으로 부담하게 되는 기회비용을 줄줄이 늘어놓자, 백승찬은 이른바 ‘쌈마이’와 ‘니마이’의 이야기를 통해 그녀를 에둘러 비판한다. 적어도 돈만 밝히는 ‘쌈마이’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 그 얘기에 발끈하는 변민숙 대표를 보며 신디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 시퀀스는 신디가 그저 싸가지 없는 아이돌이 아니라 소속사 사장에 의해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것에 염증을 느끼는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어리버리하게만 보였던 백승찬이란 인물이 예능 PD로서 자기만의 소신이 있는 인물이라는 것 역시 드러내준다. 결국 신디와 백승찬의 이 썸은 양자의 캐릭터를 제대로 드러내주면서 향후 이들의 멜로에 대한 기대감까지 만들어내는 효과를 가져온 셈이다.
무엇보다 백승찬이라는 캐릭터는 저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과는 또 다른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도민준이 손에 닿을 수 없는 판타지였다면, 백승찬은 심지어 지질하게까지 느껴지는 현실을 담은 인물이다. 그런데 그 인물의 의외로 강한 고집과 완고함 성실함 같은 것들이 신디 같은 아이돌과 특별한 관계를 맺는다는 건 흥미로운 설정이다. 신디와 백승찬의 썸은 그래서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과 천송이(전지현)와 다른 색다른 로맨틱 코미디로 다가온다.
이 기본적인 멜로 구도가 자리를 잡으면서 박지은 작가 특유의 빵빵 터지는 코미디 역시 살아나고 있다. 느물느물한 능구렁이면서도 경력이 공력이 된 김태호(박혁권) PD가 프로그램 출연자를 섭외하면서 자기 딸 사진을 활용하는 이야기나, 신디를 섭외하러 간 백승찬이 선배 PD인 탁예진(공효진)이 시킨 호떡을 가슴에 꼭 안고 “이건 못 준다”고 버티는 장면은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이라고 해도 괜찮을 법한 웃음을 안겨준다.
웃음과 멜로. 어쩌면 <별에서 온 그대>의 가장 큰 힘은 이 두 요소를 잘 버무려 만들어낸 로맨틱 코미디였을 것이다. <프로듀사>가 조금씩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아가고 있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백승찬과 신디 그리고 탁예진과 라준모(차태현)가 만들어가는 로맨틱 코미디의 유쾌한 달달함이 <프로듀사>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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