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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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뷰티풀 마인드', 문제는 박소담이 아니라 계진성이다

D.H.Jung 2016. 7. 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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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마인드>, 어째서 박소담이 모든 짐을 떠안아야 할까

 

KBS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의 추락은 충격적이다. 사실 이 드라마에 KBS가 걸었던 기대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회 시청률에 4.1%(닐슨 코리아)라는 저조한 기록으로 불안감을 갖게 했던 드라마는 5회에 급기야 3.5%까지 추락했다. 마침 동시에 출격한 의학드라마 <닥터스>의 승승장구는 <뷰티풀 마인드>의 추락을 더욱 뼈아프게 만들었다.

 

'뷰티풀 마인드(사진출처:KBS)'

이러한 추락의 원인으로 박소담의 연기가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다. 영화 일정 때문에 뒤늦게 합류함으로써 드라마 시작 전부터 시끄럽더니 막상 드라마가 시작하자 좀체 박소담에게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물론 드라마 연기가 처음이다 보니 박소담에게 어색한 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연기력 논란을 얘기할 정도는 아니고 또한 이 드라마가 추락한 그 모든 짐을 박소담이 떠안아야 한다는 건 어딘지 억울할 일이다.

 

먼저 분명해야 할 것은 이건 박소담의 연기보다 계진성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문제가 더 크다는 점이다. 어째서 이름을 계진성이라고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뭐든 쓸 데 없어 보이는 것까지 파고들어가 수사한다는 반어적인 의미의 진상 캐릭터는 갈수록 진짜 진상 캐릭터로 굳어져 가는 인상이다. 이 캐릭터의 가장 큰 문제는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녀는 교통과 순경이다.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걸 보라. 병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수사하는 그녀는 거의 강력계 형사가 해도 될 만한 사건이다.

 

교통과 순경이 강력사건을 수사하는 것이니, 시행착오가 없을 수 없다. 계진성은 그래서 끊임없이 오판을 한다. 그녀는 이영오(장혁)를 의심한다. 그가 수술한 환자의 죽음이 그의 살인이라고 의심하고, 그가 수술하다 역시 죽게 된 병원장의 죽음 역시 그의 소행이라고 오판한다. 하지만 그 때마다 드러나는 건 그녀가 너무나 쉽게 오판하고 현혹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결국 이런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매력을 느낄 수가 있을까. 계진성은 이영오와 함께 극을 이끌어나가야 할 여자 주인공이다. 매력이 철철 넘쳐서 드라마의 사건 전개가 다소 느슨하다고 해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아 둘 수 있어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민폐로 일관하는 행위로 캐릭터의 매력을 뚝뚝 떨어뜨릴 수 있을까.

 

계진성이라는 캐릭터는 그래서 호감을 느끼기가 어렵다. 여자 주인공이라기보다는 민폐 캐릭터로서 극의 갈등을 만드는 인물 정도로 기능할 뿐이다. 여자 주인공이 이처럼 제대로 서지 못하면 그 상대역으로서 남자 주인공도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매력적인 여자 캐릭터는 그 캐릭터와 관계를 맺어가는 남자 주인공도 매력적으로 만들어낸다. 결국 <뷰티풀 마인드>의 추락은 계진성이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세우지 못한 데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결과라는 것이다.

 

박소담은 그런 점에서 보면 피해자에 가깝다. 박소담의 평범한 얼굴은 최근 드라마의 경향에서 훨씬 대중들을 몰입시키고 공감시킬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평범한 얼굴에 민폐 캐릭터는 몰입은커녕 비호감 이미지까지 갖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건 전적으로 제작진의 잘못이다.

 

<뷰티풀 마인드>의 이야기는 분명 흥미롭다. 하지만 반전에 반전을 이어가는 이야기의 묘미만큼 중요한 것은 그 속에 시청자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인물들이 곳곳에 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뷰티풀 마인드>는 그러한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실패함으로써 심지어 그 여파를 연기자들마저 떠안아야 하는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