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자연인과 우주 사이, '무도'가 넓혀온 예능 영역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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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과 우주 사이, '무도'가 넓혀온 예능 영역

D.H.Jung 2016. 10. 2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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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무한도전>이 우주로 간다면

 

과연 MBC <무한도전>은 우주로까지 나가게 될까. 사실 ‘5대 기획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우주여행 특집이 들어가 있을 때만 해도 그 도전에 대한 실감이 없었다. 상상하기 어려운 도전이 아닌가. 그래서 우주여행 특집이라며 화성에서 시도된 마션 특집은 이 도전이 하나의 농담이라고 여겨지게 만들기도 했다. 우주라는 설정의 상황극정도?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하지만 <무한도전>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우주여행 훈련을 위해 러시아를 다녀왔다는 이야기는 이것이 농담이 아닌 실제 상황이라는 걸 실감케 했다. 과연 <무한도전>은 진짜로 우주로 나가게 될 것인가. 그리고 이건 실현 가능한 일일까.

 

현재 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주여행을 위한 시도들을 보면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민간인들의 우주여행을 현실화하기 위한 발사체의 실험들이 현실화 단계에 도달해 있기 때문이다. 이미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가 우주관광 사업을 계속 준비해왔고, 아마존의 최고경영자 베저스는 이르면 2018년에 우주관광객을 우주로 보내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물론 당장 실현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일어날 일이라는 것.

 

<무한도전>이 러시아까지 가서 하고 온 훈련은 무중력 비행 훈련이다. 사실 당장 우주선을 타지 않는다고 해도 <무한도전>이 우주여행 혹은 우주 자체에 대한 도전을 통해 관심을 제고시키는 건 그 자체로도 재미와 의미를 모두 가져갈 수 있는 기획이다. 사전 훈련으로 벌어진 암흑 적응 훈련에서 깜깜한 곳에 끈끈이와 계단 설치만 갖고도 충분히 웃음을 주지 않던가. 게다가 우주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의 유도는 도전을 추구하는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사실 예능이 이런 극한 도전을 해온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남극을 가겠다고 지금도 얘기하고 있는 <12>을 떠올려 보라. 한 때는 교양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던 정글이 <정글의 법칙>을 통해 예능의 영역이 된 건 최근 몇 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예능은 이처럼 지속적으로 그 영역을 넓혀왔고 아마도 <무한도전>이 시도하는 우주는 그 극점이 될 것이다.

 

이러한 <무한도전>이 지금껏 해온 예능의 영역 확장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건 이 날 우주여행 콘셉트의 그래비티특집 앞부분에 행운의 편지 특집으로 마련된 벌칙으로 우린 자연인이다특집을 방영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우린 자연인이다라는 특집은 한 마디로 <나는 자연인이다>를 패러디한 상황극처럼 기획되어 산 속으로 들어가 자연인처럼 세 끼를 챙겨먹는 아이템이었다.

 

어찌 보면 소소할 수 있는 산골 자연 적응 도전이 보여진 후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우주여행 특집의 일환으로 암흑적응훈련을 소재로 한 도전이 이어지는 곳. 이 곳이 바로 <무한도전>의 현주소다. 11년을 달려오며 자연인에서 우주로까지 영역을 확장해온 것. 끝없는 도전이 아니었다면 이루기 어려웠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