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정준영의 '1박2일' 복귀, 가장 큰 숙제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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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의 '1박2일' 복귀, 가장 큰 숙제는

D.H.Jung 2017. 1. 1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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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정준영 복귀 공식화, 넘어야할 산들

 

진짜 너니?” KBS <12>의 다음 주 예고에 낯익은 발걸음으로 등장하는 정준영을 보고는 출연자들이 반색하는 모습이 흘러나왔다. 그들은 진정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그간 동고동락해오다 한 순간의 실수로 나락에 떨어진 동료이니 다시 돌아온 그가 반가울 수밖에 없었을 게다. 하지만 그들의 반가움이 시청자들의 반가움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박2일(사진출처:KBS)'

정준영이 복귀를 선언했다. 지난 9월 사생활 문제로 자진하차한 지 어언 4개월여 만이다. 보통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의 자숙 기간으로 보면 지나치게 짧은 게 사실이다. 물론 그가 저지른 사회적 물의는 법적인 차원이 아니다. 그저 사적인 일들이 드러나면서 생겨난 해프닝에 가깝다.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갖게 된 정준영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는 <12> 시청자들에게 그를 보는 것 자체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게 했다. 아이와 부모가 다 함께 즐기는 <12>의 성격상 그런 불편함은 당연할 것이다. 이것은 잘잘못과는 무관한 일이다. 드러난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불편함이 <12>처럼 진정성을 추구하는 예능 프로그램과 상충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시청자들의 이런 정서적 불편함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12> 측은 말 그대로 전격적으로 정준영의 복귀를 선언하고 실제 방송도 찍었다. 이런 불편함을 호소했던 시청자들로서는 이런 방송의 일방통행적인 태도를 불쾌하게 느낄 수 있다. 예고편에 잠깐 등장한 반색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자칫 시청자들을 소외시킨 저들만의 반색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준영의 복귀는 당사자나 <12> 양자에 모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12>에서 정준영이 했던 캐릭터를 떠올려보라.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4차원 캐릭터로 거침없는 자유로움이 그가 가진 매력이었다. 하지만 아직 그 물의를 일으킨 사건의 기억이 채 지워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의 행동이 자유로울 수 있을까.

 

만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유롭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러니 이런 어쩔 수 없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부자연스러움은 정준영 본인의 캐릭터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기가 어렵다. 그런 점으로 보면 정준영이 굳이 <12> 복귀를 서두르기보다는 본업인 가수로서의 활동에 좀 더 집중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이것은 또한 <12>에도 부담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한 명의 멤버가 갖는 불편함이나 부자연스러움은 고스란히 다른 멤버들에게도 또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친다. 물론 <12>은 지금 현재 주말예능에서 경쟁자를 찾아볼 수 없는 독보적 위치에 서 있다. 시청률이 19.3%(닐슨 코리아)까지 오를 정도다. MBC <진짜사나이>가 빠지고 대신 들어선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SBS <런닝맨>은 이제 종영수순에 들어갔다. 그러니 <12일에 쏠리는 시선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독보적 행보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라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런닝맨> 후속으로 SBS가 새로운 예능을 준비하고 있고, MBC 역시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궤도에 올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르는 건 외적 요인 때문이 아니다. 내적인 문제들은 의외로 프로그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12>이 정준영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계속 이어오고 있었다는 건 프로그램 중간 중간에 등장했던 멤버들의 그리움을 토로하는 장면들에서 이미 느껴졌던 사실이다. 관건은 그들의 안타까움과 그리움의 감정을 시청자들이 어떻게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느냐는 점이 될 것이다. 이 점은 정준영의 <12> 복귀가 남긴 가장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