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의 여왕’ 최강희 안에 아줌마·소년·여자가 보인다
이 정도면 최강희를 위한 드라마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KBS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은 최강희라는 배우를 떼놓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다양한 결들이 공존한다. 설옥(최강희)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복합적인 결이 그렇다. 그녀에게서는 아줌마의 모습이 보이다가도 추리하는 소년의 모습이 연상되고 그러다가 또 어떤 설렘을 만들어내는 여자의 모습도 겹쳐진다. 실로 이런 다양한 이미지를 동시에 껴안고 있는 최강희에게는 맞춤옷 같은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추리의 여왕(사진출처:KBS)'
다시 생각해보면 <추리의 여왕>이라는 형사물이지만 어딘지 생활밀착형의 추리물 느낌이 나는 드라마가 가능해진 건 다 이 설옥이라는 캐릭터 덕분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녀는 일찍이 결혼해 남편을 검사가 되기까지 뒷바라지한 전형적인 아줌마다. 남편을 위해 학업도 포기해 고졸이지만, 그런 헌신적인 아내와 며느리로서의 삶을 친구인 김경미(박현숙) 외에는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놀라운 추리의 능력을 갖고 있고, 또한 무고한 이들을 해하는 범인을 잡고자 하는 사명감도 남다르지만, 그럴듯한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것도 아닌 그녀는 그저 범행현장을 기웃대는 동네 아줌마 취급을 받기 일쑤다. 도움을 주고파서 자신이 추리한 내용들을 알려 주려 하는 것이지만 돌아오는 말은 “집에 가서 밥이나 하라”는 말이다. 그녀는 친구 김경미에게 “난 고졸에 살림도 똑바로 못하는 아줌마”라고 자조한다.
그녀를 그렇게 무시하는 이는 다름 아닌 범인은 몸으로 뛰어야 잡을 수 있다고 믿는 열혈형사 완승(권상우)이다. 범행현장에 다시 나타나면 공무집행방해로 집어넣겠다고 으름장을 놓지만 그는 어째 그녀가 한 추리들이 딱딱 들어맞는 걸 보고는 조금씩 그녀가 궁금해진다. 게다가 “나쁜 놈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건 아니다”라고 한 그 말에서 그녀의 진심을 느낀다.
그래서 이미 시청자들이 눈치 챘듯이 이 수상한 추리물은 완승과 설옥이 공조해 범인을 잡아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인물은 역시 설옥이다. 형사물이라고 하면 어딘지 쳐다보기도 섬뜩할 정도의 범죄들이 나오기 마련이지만, 설옥이라는 아줌마 탐정이 캐릭터로 들어오면서 이런 부분들은 상당부분 상쇄된다. 게다가 이 인물은 보통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아줌마들의 로망을 담고 있다.
일터로 나가는 이들은 무시할지 모르지만, 아줌마들의 눈썰미나 사람들과 쉽게 교감하는 그 소통능력 같은 것은 의외로 놀라운 면들이 있다. 설옥은 바로 그런 아줌마의 장점을 십분 살려 사건을 수사해간다. 남자로서는, 그것도 범인은 몸으로 뛰어서 잡는 것이라는 지론을 가진 마초형 남자 완승 같은 인물로서는 도무지 상상할 수도 없는 추리의 능력을 보여준다. 자잘한 것들의 조합을 통해 범인을 추적하는 아줌마 탐정의 탄생이다.
흥미로운 건 이 설옥이라는 캐릭터가 아줌마들의 로망을 담는 인물이면서 때론 소년 탐정 같은 아이의 보이시하면서도 똘망똘망한 면을 드러내고 때론 전형적인 며느리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그러면서도 완승의 눈을 통해서 매력적인 여자로서의 면까지 품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복합적인 캐릭터의 면면은 <추리의 여왕>이라는 드라마의 시청층을 아줌마들만이 아닌 남녀노소로 확장시킨다.
그리고 이야기를 다시 되돌려보면 역시 이런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해낼 만한 인물로 최강희만한 배우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워낙 독특한 4차원 매력을 가진 배우가 아닌가. 추리하는 모습이 보여주는 묘미는 물론이고 그러면서 고졸 출신 아줌마지만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는 성장과정을 보여주며 동시에 완승과의 미묘한 멜로 관계까지를 담아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을 최강희가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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