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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바뀌니 ‘SNL 코리아’도 이렇게 바뀌네

“이렇게 정치가 이런 개그의 소재가 되고 하는 게 참 좋아요.” 자신을 찾은 문재수(김민교)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그렇게 말했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선거유세를 하는 도중에 있었던 일이다. tvN 예능 프로그램 [SNL 코리아9]에서는 대선을 소재로 한 코너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으로 각 대선후보들을 캐릭터화한 풍자코너를 방영중이다. 홍준표를 패러디한 레드준표, 유승민을 패러디한 유목민 그리고 안철수를 패러디한 안찰스도 모두 실제 후보들을 찾아가 당시 대선 주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SNL코리아(사진출처:tvN)'

선거 유세를 하던 당시라 이런 패러디 캐릭터들은 화제가 될 수 있었을 게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이 이들과 나란히 서서 농담을 주고받는 장면은 달라진 정치에 대한 의식을 보여준다. 국민들은 훨씬 더 친근한 정치인을 원하고 더 가까이서 소통하고 싶어 한다. 서민들의 웃음을 주는 존재로서 예능인들만큼 친숙한 이들이 있을까. 그래서 대선주자들도 모두 이들과 한 자리에 서는 것이 너무나 기꺼운 일이었을 게다. 

하지만 이렇게 [SNL 코리아9]에 의해 담겨진 그 모습에서 특히 문재인 당시 후보가 문재수 캐릭터와 함께 나누는 대화가 인상 깊다. 정치가 개그의 소재가 되는 게 참 좋다는 그 말에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문재수가 “영광이고요. 저는 5년 전부터 문재인 후보님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말하자 문재인 당시 후보는 “문재인 역할도 재수입니까?”라는 농담을 던져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자신이 과거에도 재수를 했었고 대통령 도전도 재수라는 점을 문재수라는 캐릭터에 빗대 던진 농담. 얼마나 웃긴가를 떠나 그렇게 웃음을 주려는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런 장면은 격세지감이다. 과거 몇 년 간 [SNL 코리아]가 겪었던 부침을 떠올려 보라. 지난 국정농단 사태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CJ그룹이 박근혜 정권의 눈밖에 나게 된 원인으로 지목됐던 프로그램이 바로 [SNL 코리아]였다. ‘여의도 텔레토비’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패러디했던 그 대목이 심기를 건드렸다고 했다. 결국 그 코너는 사라졌고, [SNL 코리아]에서도 시사 풍자 소재는 더 이상 다뤄지지 않았다. 

시사 풍자와 19금 코미디의 균형 있는 조화가 [SNL 코리아]가 가진 중요한 특성이었던 점을 떠올려보면 어째서 이 프로그램이 한동안 성적 농담으로만 가득 채워지면서 혹평을 받았는가 하는 점은 지금 생각해보면 안타까운 일이다. 시사 풍자라는 한쪽 날개를 읽어버린 프로그램이 가진 한계를 어쩔 수 없이 반복하게 되자 또 다른 문제들까지 겹쳐지기 시작했으니까. 어떻게든 떠나는 시청자를 잡으려는 안간힘은 무리수를 만들었고 그것은 논란으로 이어졌다.

다른 건 몰라도 표현에 있어서 자유가 보장되는 일은 그 사회가 가진 숨통을 틔워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표현의 자유는 가감 없는 비판을 가능하게 하고 그런 분위기는 권력의 독주를 막는 길이기도 하다. 이것이 문화의 순기능이다. 그것을 막으면 결국 소통은 단절되고 밀실이 부활하게 된다.

이런 점들을 생각해보면 [SNL 코리아]가 보여준 대통령과 대선주자들의 출연은 그 자체로 의미가 깊다. 문재수를 패러디한 김민교는 문재인 당시 후보에게 이렇게 물었다. “국민들이 웃을 수 있는 나라 만들어 주실 거죠?” 그리고 지금 새로운 정부를 이끌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아 그럼요.”하고 선선히 답했다. [SNL 코리아]의 시사풍자가 계속 이어지길 바라고, 나아가 그것을 하나의 웃음으로서 정치인들 역시 즐길 수 있는 풍토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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