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서 먹힐까', '홍식당'이라고 내걸어도 괜찮았을 듯
새로 시작한 tvN 예능 <현지에서 먹힐까>는 여러모로 <윤식당>의 그림자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건 외국에 가서 음식을 만들어 외국인들에게 평가받는다는 그 형식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첫 방에 등장하는 장면들은 그래서 <윤식당>의 그것과 장소만 다를 뿐, 큰 틀에서는 비슷한 느낌을 준다. 개업이 주는 부담감과 장보기, 음식을 만들어 현지인이 처음 맛봤을 때 나올 반응에 대한 긴장감, 그리고 드디어 첫 날 처음 마주하게 되는 손님들이 주는 설렘 등등.
물론 <현지에서 먹힐까>가 <윤식당>과 다른 지점이 없는 건 아니다. 가장 큰 것은 한식이 아니라 현지식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태국에서 팟타이를 만들어 판다. 종주국(?) 사람들에게도 우리가 만든 현지 음식이 먹힐까 하는 점이 이 프로그램의 포인트다. 그래서 아마도 프로그램 제목을 그렇게 잡았을 게다.
여기에 국내에 태국음식 전도사를 자칭하고 있는 홍석천이 메인 셰프로 투입되었다. 그는 전문 셰프는 아니지만 이미 여러 개의 음식점을 갖고 있고 그만큼 경험이 풍부하다. 특히 태국음식은 끝없는 공부와 노력을 통해 현지에 가까운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그러니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태국 음식이 태국사람들의 입맛에도 먹히는가 하는 점은 홍석천이라는 인물이 투입됨으로써 더 흥미진진해진다.
식당이 아닌 푸드트럭이라는 점도 <윤식당>과는 다른 지점이다. 푸드트럭은 협소하고 야외 개방형이라는 점이 단점이지만, 또한 이동이 가능하고 다양한 공간에서의 영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그래서 <현지에서 먹힐까>는 치앙마이부터 시작해 태국을 훑어 내려오며 여러 다른 공간에서의 장사 풍경들을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차별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서 먹힐까>를 보며 <윤식당>의 잔상을 지우기는 쉽지 않다. 푸드트럭을 함께 하는 홍석천과 이민우, 여진구가 만들어가는 형제 케미 같은 나름의 재미 지점들이 충분히 있고, 첫 날 온천 유원지에서 푸드트럭을 오픈하면서 겪는 시행착오들이 향후 어떻게 개선되어가는가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그 이야기의 흐름은 이미 <윤식당>에서 어느 정도 봤던 패턴이다.
같은 방송사인 tvN에서 하는 것이고, 나영석 PD와 <신혼일기>를 함께 했던 이우형 PD의 프로그램이니 <윤식당>의 노하우가 이어지는 것이 무슨 문제일까 싶지만, 시청자들로서는 비슷한 포맷을 다른 이름으로 꾸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윤식당>의 패러디 혹은 스핀오프라는 걸 정면에 내세워 <강식당>이 탄생했듯, 홍석천을 전면에 세운 <홍식당>으로 내놓고 했다면 어땠을까.
물론 <윤식당>이 너무 다양한 버전으로 여기저기 소비되는 것이 저어되는 일일 수 있지만, 성공한 프로그램의 스핀오프들이 다양하게 나오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수 있다. <현지에서 먹힐까>는 이 프로그램만의 차별성들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을 좀 더 어필하기 위해서는 <윤식당>과의 유사성을 먼저 끄집어내놓고 “우리는 이렇다”고 하는 편이 더 먹히지 않았을까. <윤식당>과의 고리를 어떻게 잇고 그걸 확장시키는가 하는 점은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향후 자리를 잡는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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