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누나', 미운 엄마 길해연의 낯간지러운 속물근성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미운 엄마’ 김미연(길해연)의 미운 짓이 드디어 시작됐다. 이미 윤진아(손예진)의 전 남친인 이규민(오륭)을 마치 사위나 된 듯 챙기던 때부터 예고됐던 일이다. 사람 보는 눈이 얼마나 없는지, 헤어진 후에도 계속 찾아와 스토커 짓을 하고, 심지어 사귈 때 찍었던 내밀한 사진까지 슬쩍 꽃바구니에 끼워 보내는 섬뜩함을 보이는 그를 집으로 초대해 밥을 챙겨먹이던 엄마였다.
김미연의 눈에 보이는 건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배경이었다. 부모 형제가 모두 서울대 출신으로 뼈대 있는 가문 출신에 부유하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니 이 속물의 끝을 보여주는 엄마가 서준희(정해인)를 선선히 받아줄 리 만무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재가해 버린 아빠 때문에 누나 서경선(장소연)과 단 둘이 살아온 서준희. 이 속물 엄마는 그런 서준희의 배경을 몸서리치듯 싫어한다.
물론 겉으로는 ‘가족’이나 다름없다며 마치 챙겨주는 척 한다. 그래서 딸과 서준희가 사귄다는 사실을 알고는 경선을 찾아가 웃는 얼굴로 말한다. “걔들이 정 좋게 지내다 일 벌리는 것 같아서 그런다”며 경선에게 “준희 아직 철부지고 잘 잡아줘야 한다”고 절대 불가라는 그 입장을 드러낸다.
웃는 얼굴로 얘기했지만 그 의미를 못 알아들을 경선이 아니다. 늘 엄마처럼 대해왔던 김미연이기에 뭐라 한 마디 말도 못하고 듣고만 있던 그는 혼자 조용히 눈물을 삼킨다. 하지만 그렇게 웃는 얼굴로 얘기하고 집으로 돌아온 김미연은 “언감생심 어디다가!”라며 그 속물적인 속내를 드러낸다. 그리곤 윤진아에게 맞선을 보라고 강권했다.
사실 시청자들 입장에서 보면 이런 엄마의 속물근성을 이해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누가 봐도 나이든 딸이고, 서준희처럼 건실한 청년의 사랑을 받는다면 오히려 축복이라 여겨질 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를 통해 볼 때는 손가락질 하게 되는 그 근성이 실제 현실에서는 의외로 많이 보게 된다. “딸의 장래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속물근성이 정당화되는 경향이 있어서다.
엄마 때문에 속이 상한 윤진아에게 엄마의 입장을 대신 얘기하러 나온 아빠에게 윤진아는 문득 “사랑을 아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준희를 자신이 만날 자격이 되나 싶을 정도로 ‘훌륭한 사람’이라며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해 말한다. “나 처음 알았어. 사랑이 어떤 건지. 어떻게 하는 건지. 준희를 통해서 배우고 있어. 병원에서 엄마 거들 때도 다. 옷 갈아입히는 거, 신발 신겨 주는 거, 침대에서 내려오게 하는 거, 다정하게 말하는 거, 행여나 넘어질까 다치지 않을까 다 큰 어른인데 민망할 만큼 안절부절하는 그런 마음을 내가 받고 있어.”
즉 준희의 사랑은 윤진아가 어디서든(직장에서도) 사랑받을 만큼 ‘예쁜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는 사랑이다. 그래서 실제로 윤진아는 회사 안에서 과거 자신을 포기하며 ‘윤탬버린’으로 불리던 모습에서 탈피한다. 그렇게 되찾은 자존감은 윤진아가 좀더 당당하게 사회에서 설 수 있게 해준다.
반면 김미연이라는 엄마가 보이는 ‘사랑’을 위장한 ‘속물근성’은 딸의 자존감을 한없이 무너뜨리고 심지어 ‘평가절하’하는 행위들이다. 저 스스로 결정해 행동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이 취급을 하는 것이고, 여성으로서 사화에 나가 저 스스로 자기 길을 개척할 수 있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어떤 배경을 가진 남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 수동적이고 부속적인 존재로 딸을 취급하는 일이다.
우리네 드라마 속에서 늘상 존재해왔던 ‘결혼 반대하는 엄마’라는 이야기 구조는 마치 그것이 당연한 현실인 양 담아졌던 면이 있다. 특히 가족드라마의 ‘혼사장애’ 코드는 하나의 드라마 문법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김미연이라는 엄마를 통해 꺼내놓는 이 틀에 박힌 코드에 대한 문제제기가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건 자식 걱정하는 게 아니고, 그걸 핑계로 제 속물근성을 드러내는 일이며 나아가 자식의 가치를 심각하게 평가절하 하는 일이라는 걸 이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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