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참시', 냄새를 보는 소녀 이영자의 군침 가득 도는 먹방
실제로 먹은 건 두부와 고구마 한 개뿐이다. 그런데 이영자가 나오는 그 방송 분량을 보는 내내 입에 침이 고인다. 도대체 이건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우리가 늘 봐왔던 먹방은 도무지 입에 넣지 못할 만큼 음식을 담아 입안 가득 밀어 넣고 맛있게 먹는 장면이다. 물론 이영자도 그런 먹방을 보여주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이영자의 먹방은 확실히 무언가가 특별했다. 그 특별한 점은 실제 먹는 장면을 쏙 빼놓자 드디어 확연히 드러난다. 그건 이영자만이 가진 상상력과 표현력이었다.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이영자와 매니저의 광고를 하루 앞두고 벌어진 다이어트가 주요 소재가 되었다. 붓기를 뺀다며 한강둔치에서 운동까지 한 이영자는 그 곳을 찾은 연인들이 먹는 라면 한 그릇에도 참을 수 없는 유혹을 느꼈다. 하지만 꾹꾹 유혹을 눌러가던 이영자는 이러다간 밤늦게 뭔가를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살짝 공복만 달래기로(?) 했다.
그런데 소고기를 먹자고 했던 이영자가 찾아간 곳은 두부집. 두부 한 모를 그냥 잘라서 양념을 찍어 먹는 곳이었다. 하루 종일 공복 상태였던지라 두부 한 모의 맛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또 순두부는 종이컵에 세 숟가락을 담고 양념을 살짝 얹어 마치 커피를 마시듯 먹었다. 지나는 사람들에게 “커피 한 잔 해요”라고 천연덕스럽게 이야기하며.
그렇게 하루 다이어트가 성공한 줄 알았지만 진짜 복병은 맛집들이 늘어선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길이었다.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냄새가 이영자의 발목을 잡아끌었던 것. 이영자는 이미 먹어봤던 그 맛집들의 음식들을 상상하며 그 맛이 어땠는가를 매니저에게 설명했다. 또 그 맛집에서 음식을 먹는 손님들과 눈이 마주치자 먹어보라며 그 맛을 그렇게 대신 느껴보려 했다.
먹방을 흔히 ‘푸드 포르노’라고 말하게 되는 건 그 자극성 때문이다. 그 먹방이 자극하는 건 주로 시각이다. 눈앞 가득히 음식과 그 음식을 먹는 입을 클로즈업해 보여준다. 하지만 이영자의 먹방이 자극하는 건 시각보다는 후각과 청각이다. ‘냄새를 보는 이영자’라는 자막 표현이 그저 하는 이야기가 아닌 건, 이영자가 음식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언어들을 곱씹어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는 냄새에 유독 민감해 스스로도 말했듯, 음식점의 냄새 안에서 얼마나 청결한가까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란다.
또 맛 표현에서 “지글지글”, “호로록” 같은 청각적인 단어들이 자주 쓰이는 것도 특이점이다. 음식 그 자체를 이야기하기보다는 식재료가 어떻게 자라나고 그것을 어떻게 가져와 조리하느냐까지의 그 과정들을 설명하며 그는 청각을 자극하는 단어들로 표현을 한다. 후각과 청각을 동원한 표현들은 시각보다 훨씬 더 상상력을 자극한다. 즉물적인 것이 아니라 각자의 경험치가 더해진 맛 상상이기 때문에 이영자의 먹방이 특별하게 느껴진다는 것.
그런데 이영자의 음식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하는 양재웅 원장의 질문에 들려주는 답변이 소름 돋게 만든다. 어린 시절 엄마가 해주던 음식이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것. 어쩌면 이영자는 그래서 그 때의 그 행복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공감하기를 바라는 지도 모르겠다. 탁월한 감수성에 개그우먼으로 잔뼈가 굵은 이만이 가질 수 있는 남다른 표현력이 더해지고 거기에 진심까지 얹어져 있으니 이영자의 먹방이 특별하게 느껴질 밖에. 상상만 해도 군침이 도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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