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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아는 와이프', 한지민 하드캐리에 유사성 논란 쑥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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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와이프’, 당신은 정말 당신의 와이프를 아는가

이젠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가 유사성 논란을 일으켰던 <고백부부>와 무엇이 다른가를 알겠다. <고백부부>가 현실에 치인 부부가 과거로 타임리프해 일종의 ‘리마인드 청춘’을 보여줬다면, <아는 와이프>는 만일 이 부부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다른 사람과 살게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통해 지금 바로 옆에 있는 배우자의 존재를 새삼 들여다본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준 건 과거를 바꾸자 아예 현재가 바뀌어 버리는 그 상황을 보여주면서다. 차주혁(지성)은 그 이상한 톨게이트를 통과하면 과거로 가게 되고, 그 곳에서 겪은 어떤 일들이 현재를 바꾸게 된다는 사실을 자신의 몸에 난 상처를 통해 알게 된다. 과거에 오토바이와 부딪쳐 가진 상처가 자신의 손에 흉터로 남아있는 걸 발견하게 된 것. 

왜 서우진(한지민)과 결혼했을까를 후회하고 첫 사랑 이혜원(강한나)과 이루어지지 못한 걸 안타까워하던 차주혁은 결국 과거로 돌아가 그 때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이루게 된다. 좋아하는 마음을 내비쳤던 이혜원과 연주회를 함께 보고 데이트를 하면서 키스를 하게 된 것. 그렇게 과거를 바꾸고 현실에서 깨어난 차주혁은 자신의 침대 옆에 함께 자고 있는 이가 서우진이 아닌 이혜원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렇게 과거를 바꿔 차주혁이 서우진을 만나지 않고 두 사람이 부부로 이어지지 않게 되면서 서우진 또한 그 현재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침대에서 깨어나 달라진 와이프로 쾌재를 부르는 차주혁과 교차 편집되어 보여진 서우진은 홀로 달리기를 하는 모습이다. 차주혁의 아내였을 때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자기 관리에 철저한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다. 

서우진의 이런 상반된 모습은 누구와 결혼했는가와 나아가 ‘결혼 생활’ 그 자체를 통해 같은 사람이라도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차주혁의 와이프로서 서우진은 일과 육아에 지치고 어머니까지 치매증상을 보여 도무지 출구조차 안 보이는 암담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남편만 보면 쏘아대고 심지어 분노 조절 장애를 보이기까지 했다. 심지어 남편이 몰래 사두었던 게임기를 물속에 던져버리는 일을 할 정도로.

그러니 차주혁은 서우진의 일면만 본 것이다. 만일 자신과 결혼하지 않았다면 완전히 다른 삶과 다른 모습으로 살았을 와이프를 전혀 상상하지조차 못했던 것. 그것이 어쩌면 진짜 와이프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제목이 <아는 와이프>다. 그 제목에는 흔히 잘 모르는 사람을 ‘아는 사람’이라고 표현할 때의 뉘앙스를 담아 사실은 잘 몰랐던 와이프의 의미가 담겨있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여기서 주목되는 건 서우진을 연기한 한지민이다. 첫 회에서 이렇게 망가져도 되나 싶을 정도로 살벌한(?) 와이프의 모습을 보여줬던 그는, 이제 자기 관리에 철저한 커리어우먼으로 변신한다. 그런데 고교시절의 그 풋풋하지만 어딘지 세 보이는 소녀의 모습까지를 생각해보면 한지민이 단 2회 동안 얼마나 하드캐리를 하고 있는가를 새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한지민의 하드캐리는 이제 앞으로 또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커리어우먼으로 멋진 모습을 보이는 그가 다시 차주혁을 만나 다른 관계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를 바꿔 현재가 바뀌고, 그 달라진 현재 속에서 또 다른 (과거) 와이프의 모습을 만나게 되며, 그래서 막연히 드세다고만 생각했던 와이프의 진면목을 찾아가는 이야기. 그 흥미진진한 여정이 시작됐다. 그 여정의 끝에서 우리는 다시 우리의 옆을 돌아보게 될 지도 모른다. 당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배우자를 당신은 진정으로 알고 있는지를 질문하게 하며.(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