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김은희 작가의 조선 좀비 캐릭터 특별한 이유
김은희 작가의 신작 드라마 <킹덤>에 대한 반응은 호불호가 엇갈린다. 넷플릭스를 통한 전 세계 동시 방영. 해외 반응은 폭발적이지만 우리네 반응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그 이유는 지역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김은희 작가는 누가 뭐래도 국내 드라마 작가 중 누구나 기대할 수밖에 없는 최고의 작가다. <시그널>로 그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국내 드라마 하면 떠올리는 멜로드라마나 가족드라마가 아니라 장르물로서 이만한 성취를 만들어내는 작가를 찾기가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대부분의 한류 드라마라고 하면 늘상 떠올리는 게 멜로 아니면 가족이다. 그런데 장르드라마로도 확실한 우리만의 색깔을 지니면서 미드와 비교해도 손색이 전혀 없는 완성도를 갖는 드라마. 그 새로운 장르극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가가 다름 아닌 김은희 작가다.
그러니 그가 새롭게 시작한 <킹덤>이라는 드라마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것도 국내 플랫폼이 아니라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에 몸을 실었다는 사실은 더더욱 기대를 높이는 이유가 된다. 게다가 <킹덤>은 국내 드라마들처럼 기획단계에서 제작이 완료되고 방영되는 그 기간이 결코 짧지 않았다. 사실 어찌 보면 국내 드라마들이 너무 완성도가 아니라 시의성에 맞춰 재빨리 기획되고 편성되는 느낌마저 새삼 확인시켜준 드라마가 바로 <킹덤>이었다. <킹덤>은 기획단계가 거론된 이후 거의 2년이나 지난 후에 첫 시즌, 그것도 6회 분량을 내보냈다.
그러니 기대감이 한층 높이진 국내의 시청자들이 이제 도입 부분에 불과한 6회분을 보고 그만한 기대감을 맞춘다는 건 애초부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드는 생각은 과연 우리네 제작 풍토와 그 제작의 속도가 과연 글로벌 시장에 우리도 진입한 현 드라마 환경에서 적절한가 싶은 부분이다. 조금 속도가 느려도 제대로 한 편씩을 만들어내고 그런 완성도가 더 오래도록 또 더 폭넓은 나라에서 소비될 수 있게 하려는 넷플릭스의 전략을 우리도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킹덤>을 보며 느끼는, 뭐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사극의 틀은 외국에서 보면 새롭게 느껴질 수 있다, 우리는 워낙 현실을 반영하는 사극을 하면서 힘없는 왕과 조정을 농단하는 신하의 이야기를 너무나 많이 본 바 있다, 그러니 그 틀을 가져온 <킹덤>이 어딘가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킹덤>은 그 사극적 틀만이 아니라 거기에 좀비라는 장르물의 특성을 섞어낸 새로운 작품이다. 만일 좀비 장르의 특성을 이해하고 우리네 사극의 틀에 익숙하지 않는 이들이라면 <킹덤>은 지금까지의 좀비 장르와는 색다른 해석이 담겨있다는 것에 놀라울 수 있다. <킹덤>이 다루는 조선 좀비는 서구에서 만들어낸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면모들이 있기 때문이다.
서구의 좀비들은 대부분 위협적이어서 ‘박멸해야할 대상’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대부분 액션 장르로 구현되면서 무차별적으로 살육되는 좀비들이 그려지곤 했다. 물론 <웜바디스> 같은 영화에서 좀비는 ‘공감의 대상’으로 바뀌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멜로의 대상으로서 그려진 새로운 해석이다. 하지만 <킹덤>에서 등장하는 조선 좀비는 확연히 다르다. 그것은 ‘춥고 배고픈 민초’로 해석된다. 이것은 대단히 새로운 우리식의 해석이다. 다닥다닥 붙어 잠이 들고, 깨어나면 누군가의 살을 물어 뜯으려하는 욕망으로 그려지는 조선 좀비는 그래서 그 어느 좀비 장르에서도 발견하기 힘든 새로운 해석이 더해진 좀비가 아닐 수 없다.
<부산행>의 좀비가 ‘다이내믹’을 특징으로 삼았다면 <킹덤>의 좀비는 배고픔에 굶주려 있어 다이내믹함을 보여줄 만큼 폼 나는 그런 특징을 보여주지 않는다. 어딘가 배가 고파 무언가를 먹고 싶어 달려드는 좀비의 색채를 <킹덤>은 새롭게 그려낸다. 한편 좀비 창궐의 근원이 되는 왕은 이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마치 욕망을 위해 누군가를 덮치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 <킹덤>의 이런 색다른 해석이 가능한 건 다름 아닌 좀비 장르를 가져오면서도 이를 우리 식으로 해석한 김은희 작가가 있어서다.(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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