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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와이키키2' 이이경, 이렇게 대책 없이 웃길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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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이 그리워? ‘으라차차2’ 이이경이면 충분해

 

뭐 이렇게 대책 없이 웃긴 드라마가 다 있나 싶다. 사실 드라마라기보다는 시트콤에 가깝다. 갑자기 게스트하우스에 떨어진 유성에 천장에 난 구멍을 막으려다 이준기(이이경)는 발이 빠지고, 마침 찾아온 건물주(전수경)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차우식(김선호)은 난데없는 거짓 ‘사랑고백(?)’을 한다. 차우식은 어쩔 수 없이 건물주와 데이트를 하게 되는데, 그 아들들이 거의 조폭급이다. 사랑고백이 거짓이라는 걸 얘기했다가는 죽을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속에 땀만 뻘뻘 흘리며 놀이공원까지 가서 조폭 같은 아들들과 회전목마를 탄다...

 

JTBC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2>가 돌아왔다. 이미 시즌1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드라마로 시청하기보다는 시트콤으로 보는 게 더 재미있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청춘들의 좌충우돌을 다루지만, 사실상 매 회 황당한 설정 속에서 빵빵 터트리는 것이 이 시트콤드라마의 주목적인 듯싶다. 

 

웃음의 주요 코드는 뭘 해도 잘 안되는 이 청춘들의 면면에 있다. 액션 스타를 꿈꾸지만 현실은 이름조차 잘 기억되지 않는 엑스트라인 이준기와 가수를 꿈꾸지만 현실은 각종 행사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뛰는 차우식, 그리고 프로야구 스타를 꿈꾸지만 2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기봉(신현수)이 그 청춘들이다. 여기에 준기의 오랜 친구인 김정은(안소희)과 고교시절 ‘와이키키 3인방’의 첫사랑이었지만 어쩌다 사업이 부도난 아버지 때문에 결혼식장에서부터 도망치다 와이키키로 들어오게 된 한수연(문가영), 그리고 우식의 누나로 등장할 차유리(김예원)가 합류했다. 

 

이준기와 국기봉이 함께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소화기를 눈에 뿌려 앞이 잘 안보이게 되고, 촬영 스텝들까지 모두 돌아간 촬영현장에서 마치 장님처럼 산을 내려오는 에피소드는 <으라차차 와이키키2>의 웃음 코드가 어디든 닿아 있다는 걸 잘 보여준다.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진 국기봉이 볼일 볼 조용한 곳을 찾다가 들어가게 된 캠핑장에서 마침 소리 내지 않고 007빵 게임을 하는 여자들 앞에서 볼일을 보게 된 에피소드. 웃길 수 있다면 화장실 유머도 마다치 않겠다는 이 시트콤드라마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제작발표회에서 이창민 감독이 밝힌 것처럼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서 이이경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시즌1을 통해 “가즈아!”라는 유행어를 남길 정도가 아니었던가. 그가 보여주는 과장된 리액션은 시트콤 특유의 웃긴 상황을 더 웃기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이번 시즌2에는 여기에 신현수와 김선호가 합류했다. 신현수는 억울한 상황에 빠지는 리액션이 전매특허이고, 특히 김선호의 무표정하게 내면의 슬픔을 드러내는 리액션은 첫 회 억지로 전수경과 데이트를 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했다. 

 

사실 의미나 메시지 같은 것에 집중하며 드라마를 보다 보면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시트콤이 그리워진다. 그래도 한 때는 <하이킥> 시리즈 같은 시트콤들이 있어 그 갈증을 채워줬지만 지금은 그런 시트콤이 사라진 지 오래다. 매일 터지는 인상 찌푸리게 만드는 사건 사고들 속에서 머리가 지끈지끈해질 때, 그 복잡함을 순삭해주는 시트콤 한 편의 가치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으라차차 와이키키2>가 그 어느 때보다 반가워지는 이유다. 잠시 심각함을 내려놓고 웃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사진: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