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 가족 위해 거짓 자백한 그들 다시 진실 앞으로
죽이지 않았다. 하지만 죽였다고 하지 않으면 아버지가 위험해진다는 협박을 받고 죽였다 자백했다. tvN 토일드라마 <자백>에서 최도현(이준호) 변호사는 제니송(김정화)을 만나러 갔다가 그가 총에 맞고 죽어 있는 걸 발견하고는 누군가에게 맞고 쓰러졌다. 그리고 깨어보니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총. 그 장면은 마치 10년 전 자신의 아버지 최필수(최광일)의 상황과 마치 평행이론처럼 똑같았다.
당시 최필수의 차승후 중령 살인사건에서도 현장에 처음 당도했던 기춘호(유재명) 형사는 이번에도 그 비슷한 상황에 놓여진 최도현을 발견한다. 하지만 최도현이 제니송을 죽일 리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기춘호는 총기 발사 잔사물 검사를 통해 그가 총을 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다. 그리고 문득 떠오르는 10년 전 사건. 당시에도 최필수의 총기 발사 잔사물 검사를 했을 테지만 그 결과물이 자신에게 오지 않았다는 걸 떠올린다. 확인해본 결과 그 때도 최필수는 총을 쏘지 않았던 걸로 결과가 나왔다. 결국 검찰의 누군가가 서둘러 최필수를 살인범으로 몰아갔던 것.
<자백>이 후반부로 가면서 흥미진진해지는 대목은 바로 이 최도현과 최필수의 평행이론처럼 닮아버린 상황 때문이다. 최도현은 자신이 똑같은 상황에 처함으로써 아버지의 상황을 오히려 더 잘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최필수는 자신도 같은 처지에 놓인 최도현을 구하기 위해 탈출하고 그 배후에 박시강(김영훈)이 있다는 걸 확인한다. 그리고 최도현을 찾아와 드디어 10년 만에 자신이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걸 자백하며 재심을 요청한다.
지나고 나서 되돌아보면 <자백>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모두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차승후 중령 살인사건이나 김선희 살인사건 그리고 최도현에게 벌어진 제니송 살인사건은 모두 진범 대신 누군가 누명을 썼다는 점과 그 누명을 쓴 자는 배후의 진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일을 당했다는 점이다. 즉 ‘비선실세’로 불리는 저들은 거대한 비리를 저지르고 그 진실에 다가오는 자들을 누명을 씌워 제거해왔다는 것.
하지만 최필수가 거짓자백을 하게 된 건, 아들 최도현의 목숨이 달린 일에 대한 은밀한 거래 때문이었다. 심장이식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아들을 위해 하지 말아야할 거래를 했던 것. 하지만 최도현은 아버지와는 다른 이유로 거짓자백을 한다. 자백을 하지 않으면 아버지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위협을 받았지만, 그래서 자백을 한 게 아니라 상대를 방심하게 하기 위해 자백했다는 것. 이로써 <자백>은 최필수와 최도현이 함께 손을 잡고 자신들이 했던 자백이 위력에 의한 허위자백이었다는 걸 증명하며 그 뒤에 놓인 거대한 비리들과 본격적으로 마주하는 흥미진진한 지점에 도달했다.
<자백>이 하려는 이야기는 그래서 과거 벌어진 어떤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으면 그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후에도 계속 반복되어 비슷한 피해자들을 낳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토록 많은 사건들 속에서 ‘진상규명’을 부르짖었지만 유야무야 사라져버렸던 많은 사건들과 그 후에도 계속 비슷한 사건들이 반복되던 우리네 사회의 현실이 떠오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자백>은 이 반복되는 비리와 비극을 끊어낼 수 있을까. 최도현과 그 아버지의 반격이 기대되는 대목이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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