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밥은 먹고 다니냐', 면죄부 캐스팅으론 김수미마저 위태롭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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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고 다니냐', 면죄부 캐스팅으론 김수미마저 위태롭다

D.H.Jung 2019. 10. 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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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한 김수미, 그 마음은 알겠지만 대중들 생각은 다르다

 

SBS플러스 <밥은 먹고 다니냐?>는 김수미가 아니면 만들어질 수 없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요리에 일가견을 가진 데다 시원하고 기분 좋은(?) 욕으로 ‘욕쟁이 할머니’의 캐릭터를 제대로 갖춘 김수미가 낸 식당이란 콘셉트가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국밥을 먹는 먹방의 풍경이 연출되지만, 실상 이 프로그램은 그것보다는 그 곳을 찾는 이들과의 대화가 주가 된다.

 

찾아온 손님에게 “욕먹을래? 국밥 먹을래?”하고 김수미가 묻고 시작하는 이 프로그램은 김수미의 시원스런 욕이 일종의 ‘덕담’으로 더해지고,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이 전하는 위로가 정서적으로 깔려 있다. 프로그램 제목도 <밥은 먹고 다니냐?>라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마치 어머니가 해주는 밥 한 끼의 온기가 그 질문에서부터 묻어난다.

 

그래서 오랜만에 MBC <전원일기>의 복길이 김지영 같은 배우가 출연하고, 때 마침 찾아온 노마 역할을 연기했던 김태진의 얼굴을 다시 보는 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꼬마였던 김태진은 어엿한 청년이 되어 김수미를 반색하게 만들었고, 그건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을 게다. 당대를 살며 <전원일기>를 봤던 시청자들로서는 한의사가 되어 잘 성장한 노마를 보는 흐뭇함이 어찌 없겠나.

 

하지만 <밥은 먹고 다니냐?>는 김흥국이나 김정민처럼 논란으로 시끌시끌했던 연예인들도 출연한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2년 전 성폭행 논란이 벌어졌던 김흥국은 무혐의 판결이 났음에도 논란만 기억되는 현실을 토로했다. 김수미는 조심스럽게 “무죄인거지?”하고 돌직구로 질문을 던졌고 김흥국은 ‘무혐의 판결’이 났다고 말했다. 김흥국이 원하는 대로 김수미는 시원하게 욕을 해주고는 가족들에게 잘하라는 덕담을 던져줬다.

 

그렇지만 성폭행 논란에서 무혐의 판결이라는 것에 대한 대중들의 정서는 사뭇 다르다. 즉 무혐의라는 것이 무죄라는 뜻은 아니며 다만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게다가 성폭행에 있어서는 무혐의라도 가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은 여전히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기가 어렵다.

 

물론 김정민의 사례는 조금 다르다. ‘꽃뱀 논란’까지 생겼지만 재판부는 당시 김정민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가 피해자였다는 걸 법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여전히 남은 논란의 후유증과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하지만 이런 그의 심경이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중요한 건 <밥은 먹고 다니냐?>가 논란을 일으켰던 연예인들을 연거푸 출연시키는 것에 대해 시청자들이 가질 수 있는 오해다. 물론 진짜로 억울한 사례를 겪은 이들을 다시 불러 그 심경을 들어주고 위로하려는 김수미의 엄마 같은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시청자들도 그걸 같은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점 때문이다.

 

욕쟁이 할머니 이미지의 김수미가 “욕먹을래? 국밥 먹을래?”하고 묻는 지점이나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프로그램의 제목은 그래서 자칫 오인되면 전혀 다른 뉘앙스로 들릴 수 있다. 마치 김수미의 욕 한 방으로 논란을 희석시키려는 의도처럼 들릴 수 있다는 것. 그잖아도 장동민처럼 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김수미와 함께 계속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상황은 이런 오해를 더더욱 부추길 수 있다.

 

국밥집 욕쟁이 할머니가 등장해 욕을 하며 “밥은 먹고 다니냐?”고 물었던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광고가 떠오른다. 그 광고의 효과는 어마어마해서 욕먹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경제대통령’의 이미지를 갖는데 일조했고 결국 당선까지 가는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훗날 그 욕쟁이 할머니가 사실은 섭외된 배우이고 그 장면도 연기를 해낸 것이라는 게 메이킹 필름으로 밝혀지면서 대중들을 허탈하게 했던 적이 있다.

 

물론 그것과 <밥은 먹고 다니냐?>가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논란 연예인들이 지금처럼 계속 출연하다가는 자칫 ‘면죄부 방송’이라는 오인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은 김수미 개인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김수미에 대한 남다른 대중들의 애정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논란 연예인을 모두 보듬어주는 것을 대중들은 지지하기 어려울 것이 말이다. 모쪼록 힘겨운 현실을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따뜻한 국밥의 온기를 전하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란다. 물의를 일으켰던 이들을 섣불리 복귀시키는 프로그램이 아니라.(사진:SBS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