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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블랙독' 서현진의 외침은 대중들에게 어떤 울림을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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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독’, 기간제·낙하산·입시...서현진이 마주한 교육현실

 

언제부턴가 학교를 소재로 하는 콘텐츠들이 뜨거워졌다.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신드롬을 만든 것도 MBC 예능 <공부가 머니?> 같은 프로그램이 시작과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것도 우리네 교육 문제가 얼마나 큰 관심사인가를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새로 시작하는 tvN 월화드라마 <블랙독>은 어떨까. 대치고등학교에 1년제 기간제 교사로 들어온 고하늘(서현진)이 앞으로 겪어야할 일들은 어떤 것일까.

 

첫 회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블랙독>은 고하늘이라는 기간제 교사가 주인공으로 세워져 있는 것처럼 ‘진정한 스승’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이다. 터널에서 벌어진 버스전복사고로 자신을 구하고 사망한 선생님에 대한 기억을 하나의 트라우마로 안고 살아가는 고하늘은 도대체 어떤 스승의 마음이 죽을 수도 있는 곳에 제자를 구하기 위해 들어가게 하는가에 대한 경외심이 있다. 사망한 선생님은 기간제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보상도 이뤄지지 않았다. 어쩌면 그 아픈 경험이 고하늘을 교사의 길로 이끌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하늘이 가까스로 대치고에 1년짜리 기간제 교사로 들어오면서 마주한 현실은 참담하다. 그는 시작부터 엇나간다. 자신은 까마득히 몰랐던 삼촌이 그 학교의 교사로 있었고, 그 사실은 곧바로 고하늘에게 낙하산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린다. 물론 그의 채용에 삼촌은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았지만 고하늘은 동료교사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따돌림을 당한다.

 

바로 그만 두려던 그 때 그가 배정된 진학부 부장 박성순(라미란)의 뼈를 때리는 한 마디가 그를 되돌려 놓는다. “먼저 학생 포기하는 선생은 선생 자격 없다”는 말 때문이다. 그건 자신이 터널 속 사고 난 버스에 갇혀 애타게 누군가를 찾았을 때 얼굴을 내밀었던 선생님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었을 게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제자를 향해 죽을 수도 있는 그 위험한 길을 찾아오지 않았던가.

 

고하늘은 마음을 돌린다. 학생들을 포기하지 않으려 수업을 준비하고 텅 빈 교실에 서서 앞으로 제자들로 채워질 빈 책상을 마주한다. 그건 마치 자신의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거대한 터널을 마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어둠 속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는, 그저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하늘은 그 상처를 향해 나아가고, 그가 앞으로 선택해야 할 스승의 길들은 어쩌면 그 터널로 뛰어 들어와 자신을 구하고 사망한 선생님을 마주하고 이해하는 길이 될 지도 모른다.

 

<블랙독>은 최근 들어 더 뜨거워진 학교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학생들이나 학부모의 이야기보다는 선생님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입시지옥 속에서 선생님들도 그 경쟁 속에 함께 뛰어들고 있는 현실, 과연 우리 시대에 진정한 스승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를 묻는다. 또 그러면서 기간제 같은 비정규직의 문제 또한 정면으로 바라본다. 색이 검다는 이유로 모두에게 거부되는 블랙독이 되어버린 편견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모두가 흰색으로만 가려는 세상이 기꺼이 블랙독이 되겠다고 외친다. 과연 고하늘의 이런 외침은 지금의 대중들의 마음에 어떤 울림을 줄까. 기대되는 대목이다.(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