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골목' 백종원이 마법사인가? 팥칼국숫집 사장님의 심대한 착각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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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백종원이 마법사인가? 팥칼국숫집 사장님의 심대한 착각

D.H.Jung 2020. 2. 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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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백종원 황당하게 만든 팥칼국숫집 사장님의 불통

 

말끝마다 핑계다. 게다가 마치 맡겨놓은 거라도 있다는 듯 팥 좀 구해 달라, 비법을 달란다. 백종원으로서는 황당하고 기가 막힐 노릇이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찾아간 홍제동 문화촌에 있는 팥칼국숫집 사장님은 백종원도 또 그걸 보는 시청자들도 황당하게 만들었다.

 

애초 물을 부어서 끓이는 방식이 팥을 너무 묽게 만든다는 걸 백종원은 실제로 물을 넣지 않고 옹심이가 익혀 팥 베이스에 넣어 끓인 걸 비교하게 함으로써 확인시킨 바 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팥칼국숫집 사장님은 원래 조리법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물을 좀 붓는다고. 대표님이 하는 거는 너무 되서 안돼. 끓이지도 못해.” 그러면서 엄마의 말이라며 “팥만 끓이면 맛이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옹심이 찹쌀에서 우러나오는 물하고 같이 끓여야 걸쭉해진다는 것. 사장님은 남편 말도 잘 듣지 않는 눈치였다. 끓여낸 걸 먹어본 남편이 “아까보다 더 묽다”고 말하자 “이게 뭘 또 묽어. 되구만 이 정도면.”이라고 툭 쏘아붙였다.

 

그 가게를 찾은 백종원에게 사장님 내외는 국내산이 확실히 구수하고 맛 차이가 많이 난다고 했다. 그런데 백종원이 그럼 국내산으로 하면 되지 않냐고 하자 대뜸 사장님은 “그럼 팥 좀 어디서 해줘 봐요. 팥 어디서 국내산 좀 해달라고요...”라고 황당한 요구를 했다. 백종원은 그 요구에 당황한 얼굴이 역력했다. 그런 요구를 당연시하는 것에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이게 진짜 오해하시는 게 식당을 많이 해서 싸게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발품팔고 알아보시고 돌아다니시면 되는 거예요. 내가 골목식당 하면서 답답한 게 돌아다녀야 돼요 많이.” 그러자 사장님은 처음에는 많이 돌아다녔다고 했다. 그런데 비쌌고 시장에 차 댈 데도 없고 그래서 “편안하게 그냥 동네에서 갖다 주는 걸 써야 되겠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백종원은 당연히 비싸지만 그래도 계속 발품을 팔아야지 그냥 앉아서 편하게 싸게 사는데 없냐고 묻는 건 아니라고 했다. 장사를 너무 안일하게 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자 사장님은 한 달 내내 쫓아다녔는데 너무 힘들어서 그만 뒀다고 했고, 백종원은 한 달이 아니라 1년 내내 쫓아다녀야 한다고 했다. 보통 1년 10년씩 쫓아다니는 게 정상이라며 그런 노력 없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게 잘못된 거라고 했다. 하지만 사장님은 그것도 수긍하지 못했다. “잘만 됐으면 그렇게 했을 텐데..”라고 하자 결국 백종원은 “사장님은 말끝마다 다 핑계”라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뭘 핑계야 말을 하는 거지.”라고 말하는 사장님에게 백종원은 자신이라면 팥이 잘 먹혔을 때 더 좋은 팥을 구하려고 돌아다녔을 거라고 했다. 그런 지적에서야 겨우 사장님은 “알았어요”라고 마지못해 수긍했다. 그리고 가격을 알아본 결과 실제로 팥은 문제가 있어 보였다. 중국산이라고 해도 40킬로그램에 18만원 하는 걸 이 가게는 14만원에 받고 있었다는 것. 그건 묵은 팥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 국내산과 중국산 팥이 40킬로를 기준으로 했을 때 12만원 차이가 나 국내산이 엄청 비싸 보이지만 한 그릇 당 원가계산을 해보니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걸 백종원은 계산을 통해 설득시켰다.

 

하지만 사장님의 불통은 팥을 어떤 걸 쓰느냐는 문제만이 아니었다. 조리방식에서도 엄마가 그랬다며 본래 방법을 고집했다. 물을 넣고 옹심이를 끓인 후 거기에 팥을 넣어 끓이라고 했다는 것. 지난 번 백종원이 물을 섞지 않고 끓인 걸 먹어보고 인정했던 걸 또 다시 뒤집은 것. 의미가 없다는 백종원에게 사장님은 엄마를 얘기하며 굳이 기존 방식을 고집했다.

 

그러면서 사장님은 엉뚱하게도 국산 팥을 쓰지 않아 그 맛이 안나는 것으로 이야기했다. 조리법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이야기해도 자꾸 국산을 이야기했다. 결국 마지못해 수긍을 했지만 백종원이 다음 주 숙제를 내줄 때 또 엉뚱한 요구를 했다. “비법을 가르쳐 줘야지.”라고 한 것. 백종원은 또 황당해하며 이렇게 말했다. “비법이 어디 있어요? 비법은 지금 제가 다 가르쳐 드린 거예요. 여태까지 몰랐던 거 원가 계산 하는 거 왜 지금 쓴 맛이 나는지.. 이거 원래대로라면 두 분이 발품 팔아서 몇 년 동안 배워야 하는 건데 지금 다 가르쳐드린 거야.”

 

팥칼국숫집 사장님이 가진 문제는 타인의 말을 잘 듣지 않는데다 너무 장사를 쉽게 생각한다는 점에 있었다. 직접 시연까지 해서 맛의 문제를 알게 됐음에도 팥도 조리법도 그대로 유지한 채 엄마가 그랬다는 이야기만 내놨다. 그러면서 팥 구해 달라 비법을 가르쳐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었다. 이래서야 솔루션을 준 들 잘 될 턱이 있을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오해가 아닐까 싶다. 출연하면 뭐든 요구하는 대로 원하는 것만 들어주는 프로그램이라는 착각.(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