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추억..'서울촌놈'이 제대로 잡은 색다른 여행의 맛
어찌 보면 그저 평범한 아파트다. 아마도 청주 율량동에 사는 많은 주민들은 일상적으로 지나치던 공간이었을 게다. 하지만 그런 일상이 특별해져 감정이 몽글몽글해지고 눈가에 물기가 촉촉해지는 이들도 있다. 바로 그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이들이다. tvN 예능 <서울촌놈>이 청주에서 그 곳을 이승기와 함께 찾아간 한효주가 바로 그 인물이다. 한효주는 "기분이 이상하다"며 급기야 좀체 보이지 않던 눈물을 보였다.
아파트 입구를 들어설 때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곳이 무서워 눈을 감고 지나쳤다는 한효주에게 그 평범한 공간은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타임 터널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아이들과 뛰어 놀던 놀이터에서 지금은 사라져버린 그네의 자리를 떠올리고 괜스레 지나는 주민에게 "저 여기 살았어요"라고 말한다. 그 때 다녔던 학교를 찾아가 자신이 학창시절을 보냈던 그 시간들을 마주하고는 울컥한다.
한효주와 동행한 이승기 역시 그 곳에서 길 건너편에 자리한 아파트에서 2년 정도를 살았다고 했다. 한효주가 "기분이 이상하다"고 하는 모습을 보며 아마도 '그게 뭐라고' 생각했을 이승기는 그러나 막상 길을 건너 자신이 살았던 그 아파트 근처로 다가가자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단다. 상가 건물이 눈에 들어오고 자전거를 타고 오르곤 했던 오르막을 기억해낸다. 이건 <서울촌놈>이 찾아낸 소박하지만 특별한 여행의 발견이다.
누구나 자신이 나고 어린 시절 자랐던 곳은 있기 마련이다. 그 때의 기억 속에 있던 곳은 변하기도 하고 때론 변함없이 그 때 그대로의 모습이기도 하다. 변했건 변하지 않았건 그 곳에 다시 서면 저도 모르게 시간의 중첩을 경험하기 마련이다. 청주편에 한효주와 함께 게스트로 출연한 이범수는 자신이 살았던 곳이 사라져버리고 건물이 들어선 것이 못내 아쉽다. 하지만 그 골목길을 다녔던 기억들이 새록새록하다. 아이들을 데리고 한번 다시 찾아와보고 싶을 정도란다.
<서울촌놈>이 조금씩 확고한 색깔을 갖기 시작했다. 부산과 광주를 거쳐 청주로 오면서 한결 여유가 느껴진다. 부산편이 첫 시작의 부담감 때문인지 그 지역 토박이와 서울촌놈들의 대결구도를 갖가지 게임으로 채워 넣었다면, 광주편에서는 게임보다는 조금씩 그 지역의 특징을 파고들었고, 청주편에 와서는 이제 그 곳 토박이 게스트들의 '시간여행'이라는 특별한 지대를 찾아낸 느낌이다.
청주편은 터미널 분식집에서 만나 이 곳의 사투리와 사람들의 특징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부터 웃음이 빵빵 터졌다. 자신들은 '중부지방' 사람이라며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이범수는 그래도 어미를 길게 늘이는 방식의 사투리를 들려줬다. '이이-'라고 하는 전라도의 '거시기'에 해당하는 표현을 알려주고, 충청도 사람들 특유의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거나 말하지 않는 '배려' 넘치는 언어습관을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웃음바다가 됐다.
어린 시절 가곤 했었다는 50년도 훌쩍 넘은 설렁탕집이나 중앙공원의 900년이 넘은 나무와 오래 전부터 '만남의 광장'이었던 철당간이라는 공간 자체가 <서울촌놈>의 시간여행을 더욱 의미심장하게 만들었다. 게스트들이 호스트가 되어 서울에서 온 촌놈들(?)에게 자기 고장의 자랑거리를 알려주는 <서울촌놈>은 그렇게 지역을 알린다는 취지 자체도 좋지만, 여기에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을 찾아간다는 이 여행의 특색이 살아나는 느낌이다. 역시 유호진 PD표 여행은 어딘가 다를 것이라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서울촌놈>은 일요일밤의 편안한 시간여행을 선사하고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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