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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노는 언니' 박세리의 각별한 승부욕, 예능계 제패도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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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언니', 어째서 똑같은 놀이인데 이 언니들이 하면 다를까

 

"LPGA에서도 저 정도까지는 안했거든요." 골프여제 박세리가 헬멧에 클럽을 달아 공을 쳐서 홀에 넣는 이른바 '헤드골프'에서 지나치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자 최성민 캐스터가 툭 던진 그 한 마디에 박세리는 빵 터진다. '이기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부제로 시작한 '언니들의 축제 언림픽'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쑥불쑥 등장하는 언니들의 승부욕은 보는 이들을 웃게 만든다.

 

E채널 예능 <노는 언니>가 이른바 '언림픽(아마도 언니들의 올림픽)'을 개최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시작부터 자막으로 보여준 것처럼 이 전현직 스포츠스타 언니들의 직업병은 바로 '승부욕'이다. 매 경기 이기기 위해 엄청난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이겨내며 사투를 벌여온 만큼,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 말 그대로 '놀기 위한 경기'를 해보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첫 경기로 치러진 '퀵보드 멀리뛰기'에서부터 승부욕은 슬슬 피어올랐다. 첫 주자로 나선 남현희가 생각보다 멀리 퀵보드를 끌고 나가자, 이어진 정유인은 그보다 더 멀리 나갔고, 곽민정은 또 그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박세리가 기대한 만큼(?) 시작과 동시에 멈춰서 최단기록을 세우는 모습으로 큰 웃음을 주었고 한유미 역시 그다지 멀리 나가지는 못했지만 이들의 승부욕은 점점 불타올랐다.

 

박세리의 승부욕은 헤드골프에서 여지없이 발휘됐다. 모두가 장외로 공을 내보내 실격이 됐지만 LPGA에서도 보지 못한 집중력(?)으로 신중하게 퍼팅을 한 박세리는 몇 차례만에 홀에 공을 넣는 승부사의 모습을 보여줬다. 배에 바퀴달린 발판을 놓고 정해진 구간을 왕복하는 '땅 짚고 수영'에서도 의외의 승부욕을 보여주는 박세리와 남현희의 치열한 경기가 눈에 띄었지만 역시 현역 수영선수인 정유인을 이길 수는 없었다.

 

물감을 묻힌 막대로 상대방의 옷에 색을 묻히는 '컬리링 펜싱'은 '이기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부제를 가진 이 언림픽의 진수를 보여준 경기였다. 과열양상을 보이며 엄청난 승부욕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을 물감으로 색을 칠해버린 박세리는 그럴수록 자신도 만신창이가 되는 걸 겪으며 정유인에게는 "너 일부러 진거지?"하고 물어 큰 웃음을 줬다. 그저 놀기 위한 경기지만 막상 경기에만 들어가면 '끝내 이기리라' 달려드는 천상 승부사의 모습이라니.

 

사실 <노는 언니>가 '언림픽'이라고 지칭하며 한 일련의 게임들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너무나 많이 써먹었던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무한도전> 시절부터 <1박2일>, <런닝맨> 등등 단체로 나오는 예능 버라이어티에서는 빠지지 않던 아이템들이었던 것. 하지만 어쩐 일인지 <노는 언니>에서는 똑같은 놀이를 보여줘도 어딘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면이 있었다.

 

그것은 이들이 '놀아본 적이 없다'는 여성 스포츠스타라는 사실의 차별점 때문이다. 늘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승부사 기질을 보이곤 했던 그들이 부담감을 내려놓고 마음껏 게임을 즐기면서도 동시에 승부욕이 올라오는 걸 막을 수 없는 그 지점이 색다른 웃음을 만들어줬다.

 

이것은 <노는 언니>가 가진 확실한 차별적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여성 스포츠스타들이 겪어온 삶들을 통해 '논다'는 그 행위 자체가 신선하게 느껴지고, 하다못해 네일을 하는 것조차 이들에게는 특별한 에피소드로 전해진다. 물론 완전히 새로운 아이템들을 좀 더 개발하고 시도하는 모습이 아쉽지만 그마저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건 차별성이 확실한 출연진들 덕분이다.(사진:E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