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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개훌륭', 강형욱을 초라하게 만든 진짜 훌륭한 보호자의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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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훌륭', 그래도 훈육에 우선되는 보호자의 사랑

 

"진짜 보호자가 되고 싶어요." KBS <개는 훌륭하다>에 출연한 도사견 다루의 엄마 보호자는 그렇게 말했다. 도사견이라고 하면 먼저 떠올리는 단어는 '맹견'. 그래서 다루를 만나러 가기 전부터 강형욱과 이경규, 장도연 그리고 게스트로 출연한 김요한은 투견으로 알려진 다루에 대한 경각심이 가득했다. 강형욱은 이런 맹견일수록 어렸을 때부터의 확실한 훈육이 필요하고, 만일 그렇지 못하면 공격적인 개가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다루의 보호자들을 만나러 간 강형욱은 먼저 다루가 입질을 하기도 하고 '낑낑' 대는 소리를 내는 것이 마음이 약한 보호자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맹견 중의 하나니까"라고 엄마 보호자가 하는 표현을, 단호하게 "맹견이니까"라고 강형욱이 고쳐준 건 그래서였다. 맹견이라는 걸 인정해야 그 경각심을 갖고 훈련을 할 수 있고 그것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강형욱은 그래서 보호자들에게 "가엾어 하기 그만하기'를 주문했고, 무언가 놀아주려 애쓰는 보호자에게 "놀아주지 않아도 괜찮아요"라며 산책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객관적이고 냉철하지 않으면 위협적일 수 있는 도사견을 입양하기에는 보호자의 기질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 엄마 보호자는 다루가 행복하게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 있기 위해 "진짜 보호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강형욱은 금세 자신이 보호자를 오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다루가 식용견으로 키워져 태어나자마자 6개월 동안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의 좁은 뜬장에서 생활했고, 그것 때문에 몸도 마음도 다친 상태였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런 뜬장에서 나오게 됐지만 맹견이란 이유로 입양이 어려워 안락사를 앞두고 있던 다루를 보호자가 입양한 것이었다. 강형욱은 깨달았다. 다루는 훈련보다도 먼저 사랑이 필요했다는 걸.

 

"보호자님이 응석을 받아줬다고 말을 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닐 수도 있어요. 그냥 이 친구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았죠? 그렇게 이렇게 애정이 많은 보호자님에게 딱 오죠? 그러면 얘가 이제 너무 기분이 좋은 거예요. 이렇게도 표현하고 저렇게도 표현하고. 그래서 사실은 보호자님한테 지금까지 왜 그랬어! 개를 어떻게 기르는 거야! 물고 빨고 하면 되겠어? 라고 할 수 없어요. 잘했어요. 지금 보호자님이 한 달 동안 키우면서 잘했어요. 이렇게 해야 돼."

 

다루는 뜬장에서의 상처 때문에 좁은 공간에 들어가서 끼어 잠을 자기도 하고, 심지어 발작을 계속 일으키기도 했다. 발작은 치료 방법이 따로 없고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발작하기 전 몸을 떤다는 다루를 보호자는 계속 해서 깨워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강형욱은 훈련보다 아프지 않게 키우는 게 먼저라며 훈련을 보류했다. 그리고 자신이 보호자를 오해했던 걸 솔직히 털어놨다.

 

"사실 지나치게 애정이 많은 보호자구나 했는데 다루 보니까 얘한테 필요한 보호자였네요. 보호자님 저는 제가 초라한 기분이기는 한데 지금은 그냥 산책만 하시죠." 강형욱은 나중에 다시 꼭 오겠다는 말을 전하며 다루에게 "마음대로 살아. 병 다 나으면 또 신청해. 지금은 마음대로 살아."라고 말했다. 다루의 사연을 들은 이경규는 예전 도사견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투견하는 모습을 봤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일 게다.

 

"그런데 사실 저희 다루뿐 아니라 전국에 많은 다루들이 그렇게 아프고 그런 환경 속에 살다가 죽어가잖아요. 그냥 마음은 우리나라에서 식용견으로 생을 마감하는 게 아니라 정말 사람들과 어울려 행복하게 살다가 그렇게 갔으면 좋겠어요. 사랑받으면서." 엄마 보호자의 말에는 다루는 물론이고 비슷한 환경에 처해 있을 다른 개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묻어났다.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것 다 이루고 살라고 '다루'라 이름을 지은 것처럼.

 

지금껏 <개는 훌륭하다>에서 많이 나왔던 상황들은 보호자들의 과한 애정이 반려견들의 문제 행동을 유발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반려견을 사랑하는 만큼 객관적인 훈육이 필요하다는 게 강형욱의 솔루션이었고, 그것은 실제로 중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먼저 우선되는 건 사랑이고 그 다음이 훈육이라는 걸 다루는 보여주고 있었다.

 

강형욱은 많은 걸 느끼게 했던 하루였다며 그 소회를 이렇게 한 마디로 정리했다. "훈련사로 있으면 너무 경솔하지 않나. 우리 보호자님들의 사랑을 너무 폄하하지 않나 하는 스스로의 생각이 있었는데 오늘 저는 초라했고 보호자님은 훌륭했습니다."(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