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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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세상

‘대박부동산’, 죽어서도 집 없는 원혼들의 나라

D.H.Jung 2021. 6. 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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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부동산’이 은유하는 부동산 공화국의 현실

 

부동산이 현재 우리네 대중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라는 건 최근 나온 드라마들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시즌2까지를 마친 SBS <펜트하우스>는 강남의 초고층 주상복합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 드라마로, 그 밑그림에는 부동산과 교육(이것도 부동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의 현실이 깔려 있다. 종영한 JTBC <괴물>이나 tvN <빈센조>에서도 부동산은 드라마의 중요한 밑그림이다. 한 작은 시골마을에서 벌어진 일련의 실종과 살인사건을 다룬 <괴물>에는 ‘재개발’이라는 이슈가 진짜 괴물의 얼굴을 숨기고 있고, <빈센조> 역시 금가프라자라는 상가 건물을 재개발하려는 건설업체와 이를 막으려는 입주자들의 대결로부터 시작하는 드라마다. 또 최근 방영되고 있는 tvN <마인>은 효원그룹이라는 재벌가의 대저택을 부감으로 보여주며 시작하는데, 그것 역시 대저택이라는 부동산을 중요한 배경으로 삼고 있다. ‘내 것’을 뜻하는 <마인>이라는 제목이 담고 있듯이, 대저택은 그 자체로 자본주의에서의 위계를 드러내는 부동산의 위력을 상징한다. 

대박부동산

KBS 수목드라마 <대박부동산>은 바로 이러한 최근 대중들의 관심사를 제대로 겨냥한 시의성 높은 작품이다. ‘귀신 들린 집’ 전문 부동산이라는 기막힌 설정을 가져온 이 드라마는, 원귀가 떠나지 않고 출몰해 집값이 뚝 떨어진 건물이나 집을 대상으로 중개업을 하는 ‘대박부동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박부동산의 퇴마사 홍지아(장나라)는 영매인 오인범(정용화)과 함께 집에 붙은 귀신을 퇴치하고 제 값에 부동산 매매를 해준다. 언제 한 푼 두 푼 벌어서 집 장만 하느냐며 아예 집 갖는 걸 포기한 채 사기를 쳐 살아가는 오인범은 홍지아와 일하면서 집과 얽힌 한 맺힌 사연들을 접하게 되고, 그저 일로써 퇴마만 하려는 홍지아를 설득해 그들의 원한을 풀어주는 데 앞장선다. 

 

설정은 ‘퇴마’를 하는 오컬트 장르에 공포가 더해진 B급 코미디처럼 가볍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우리네 부동산 현실이 들여다보이는 결코 가볍지 않은 사례들을 담고 있다. 임신한 딸을 위해 엘리베이터 있는 집을 사려다가 분양 사기를 당해 집도 돈도 다 날려버린 후 결국 화병으로 사망한 어머니, 기껏 고생해 대박을 냈지만 집주인에게 쫓겨나 이에 항의하다 실랑이 끝에 사망한 세입자, 임대아파트 사람들을 차별하며 철조망까지 설치해 놓은 것 때문에 이를 넘다 떨어져 사망한 아이, 안전이 확보되어 있지 않아 범행을 당할 위기에 처한 혼자 사는 여성을 도와주다 오히려 사망하게 된 이웃집 여성... 이들은 원한 때문에 그 곳을 떠나지 못하고 귀신이 되어 사람들을 공격한다. 

 

영매인 오인범은 이 귀신을 자신의 몸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 홍지아는 그 귀신의 이름을 적어 넣은 비수로 오인범의 가슴을 찔러 귀신을 저 세상으로 보낸다. 그 순간 오인범은 귀신이 원한을 갖게 된 사연을 빙의된 상태에서 알게 된다. 그래서 미제로 남은 사건을 해결하기도 한다. 이런 설정은 어딘가 KBS <전설의 고향>의 원귀 한 풀어주는 사또 이야기를 닮았다. 처음에는 공포로 시작하지만, 차츰 원귀의 사연이 진짜 이야기가 되는 구조의 이야기 설정이다. 그 사연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있으면 우리네 부동산을 둘러싼 현실이 보인다. 드라마는 퇴마 같은 형식을 취해 사실은 이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LH 사태가 일파만파의 파장으로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젊은 세대들이 영혼까지 끌어모아 어떻게든 집을 마련하려는 부동산 현실 속에서 <대박부동산>이 그려내는 원혼들은 그래서 마치 내 집이 없어 여기저기 부유하며 살아야 하는 서민들의 모습을 은유한다. 그들은 더 가진 자들에 의해 길거리로 나앉았다가 결국은 삶의 바깥으로까지 밀려난다. 그래서 복수하듯 그 자리에 머물며 끝내 얻지 못한 그 집을 떠나지 못하고 거기 들어오는 이들을 가로막는다. 이 얼마나 슬픈 원혼들의 출몰인가. 그나마 그 원혼들의 한을 풀어주고 있는 대박부동산마저 도학건설 도학성 회장(안길강)이 재개발을 위해 몰아내려 하는 이야기는 그래서 팽팽한 대결구도를 만든다. 이마저도 허용하지 않는 부동산 공화국의 참담한 현실이 그 대결구도 속에서 그려지기 때문이다. (글:PD저널, 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