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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세상

뻔한 로코 ‘사내맞선’, 적어도 세 가지 성공요인은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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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맞선’,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에도 반응 나쁘지 않은 건

사내맞선

회사 대표 강태무(안효섭)와 평범한 사원 신하리(김세정). 친구 진영서(설인아)를 대신해 나간 맞선에서 신하리는 그 상대가 자신의 회사 대표 강태무라는 사실을 알고는 경악하고, 갖가지 남자들이 싫어할 짓들을 다했는데도 강태무가 뜬금없이 결혼을 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 또 한 번 놀란다. 알고 보면 강태무의 조부 강다구(이덕화)가 하도 손자를 결혼시키려 맞선을 주선하는 바람에 그렇게라도(계약결혼) 이를 피하려 한 제안이다. 

 

결국 사실이 모두 드러나지만 강태무는 신하리에게 결혼을 전제한 계약연애를 제안한다. 물론 강태무는 신하리가 자기 회사 직원이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 매달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강태무의 말에 혹하지만, 신하리는 아무리 계약연애라고 해도 직원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대표와 사귀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 갈등한다. SBS 월화드라마 <사내맞선>이 가진 설정이다. 

 

그 설정만 봐도 <사내맞선>은 어떤 이야기가 앞으로 펼쳐질 것인가가 예측된다. 전형적이고 뻔한 직장상사(그것도 대표)와 직원 사이에 벌어지는 오피스 로맨스가 그것이고, 거기에는 평범한 치킨집 딸이 GO푸드 대표와 엮이는 신데렐라 스토리도 빠지지 않는다. 결국 이들은 밀고 당기는 티키타카를 벌일 것이고, 그 결과 계약관계를 넘어 진짜 연인관계로 발전하지 않을까. 모두가 기대하는 스토리가 이것이고, 아마도 <사내맞선>은 이 기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게다. 

 

뻔한 스토리지만, 그런데도 <사내맞선>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너무 재밌다는 반응과 함께 출연남녀 캐릭터들이 모두 매력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물론 웹툰 원작이라 원작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비교하는 목소리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괜찮은 반응들이다. 어째서 뻔해도 평은 나쁘지 않은 걸까. 

 

그 첫 번째는 일단 기대감 자체를 낮춘 <사내맞선>의 런칭 방식이 효과를 줘서다. <사내맞선>은 대놓고 전형적인 오피스 로맨틱 코미디라는 걸 내세웠다. 사회적 의미를 내포하는 굉장한 메시지 같은 걸 담는 드라마가 아니라 오락적인 드라마라는 걸 인정한 것. 그래서 시청자들은 부담 없이 보며 한 시간 웃을 수 있는 <사내맞선>에 대한 호감을 갖게 된 면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실제로 <사내맞선>이 오락적인 드라마에 맞게 충분한 즐거움을 주느냐 하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 <사내맞선>은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대사 하나하나에 빵빵 터지는 재치가 엿보이고, 다소 과장된 상황들을 보여줄 때는 마치 웹툰을 보는 것 같은 만화적인 연출을 통해 이 작품이 코미디라는 걸 강조한다. ‘시조새’가 계속 해서 울며 나타나는 장면은 대표적이다. 이것이 호평이 나오는 두 번째 이유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지만 여성을 그리는 방식이 그런 위계구도에서 벗어나려 애쓴 부분이다. 사내에서 ‘여직원’ 운운하며 ‘신데렐라’, ‘신분상승’ 같은 말들을 마구 쏟아내는 계빈(임기홍) 차장에게 여의주(김현숙) 부장이 날리는 일갈은 단적인 사례다. “어쩜 이렇게 맞는 말씀만 하실까. 쳐 맞는 말. 자꾸 여직원 여직원 하지 말고 그냥 직원! 성차별적 발언인 거 몰라요? 그리고 뭐 신분상승? 내 혈압상승하게 하지 말고 빨리 결제 서류나 올려요.”

 

<사내맞선>은 다소 뻔한 전형적인 오피스 로맨스물이지만 적어도 세 가지 성공요인은 갖췄다. 그 하나는 오락물이라는 걸 선선히 인정하고 내세운 것이고, 두 번째는 충분히 오락물로서의 재미를 갖춘 것이며, 나머지 세 번째는 시대착오적일 수 있는 신데렐라 스토리구도에서도 성차별적 요소를 없애려 노력한 부분이다. 이런 편안함 위에서 <사내맞선>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오피스 로맨스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