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 업고 튀어’, 시간까지 되돌려 최애를 살리는 팬심의 위대함
팬심은 위대하다?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는 누군가를 덕질해본 이들이라면 200%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그 위대한 덕심은 심지어 시간을 되돌리고, 위기에 처한 최애를 구해내는 판타지 또한 납득시키는 것이니.
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고 삶을 포기하고팠던 임솔(김혜윤)은, 신인 아이돌이었던 류선재(변우석)와 라디오 방송에서 우연히 하게 된 전화통화를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옆에 있는 사람은 고맙다고 느낄 것이고, 날이 좋아서 하루를 살고 비가 와도 하후를 버티다 보면 사는 게 괜찮아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선재는 말하고, 그걸 임솔은 힘을 얻는다.
선재의 팬이 되어 그를 덕질하는 것으로 살아갈 힘과 위안을 얻게 된 임솔. 게다가 인턴 면접에서도 회사에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이유로 떨어지고, 입장권도 잃어버려 공연장 바깥에서 덜덜 떨며 응원한데다, 돌아오는 길 휠체어가 고장나 한강다리 위에서 오도가도 못하게 됐을 때 기적처럼 선재가 나타나 우산을 씌워주고 손난로를 쥐어준다.
하지만 이 꿈 같은 일도 잠시, 약물 과용으로 호텔 난간에서 수영장으로 추락한 선재는 결국 사망하고, 그 사실을 확인하고 절망에 빠진 순간 임솔의 시간은 2008년으로 되돌려진다. 이 드라마가 회귀물이었다는 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2008년 임솔은 아직 사고 전이다. 그래서 두 다리로 서고 같은 학교 수영선수였던 선재를 향해 달려갈 수도 있다. 물론 선재가 아팠던 것을 그 때는 몰랐지만 다시 알아봐줄 수도 있고, 나아가 훗날 아이돌로 성공하지만 심한 우울감에 사망하게 되는 그 사건도 어쩌면 막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시간을 되돌리는 회귀물이 그 판타지를 허용하는 건, 어떤 결정적인 위기의 순간이 만들어내는 강력한 회한과 그로 인해 모든 걸 되돌리고픈 욕망 때문이다. 이미 웹소설에서부터 리메이크된 많은 회귀물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와 익숙해진 장르가 됐지만, ‘선재 업고 튀어’는 여기에 ‘덕심’이라는 강력한 동인을 넣어 색다른 서사를 그려낸다.
회귀한 이들은 결국 회귀 전 후회했던 일들을 채우기 위해 행동하기 마련이다. 성공을 원했다면 이미 어떻게 흘러갈지 알고 있는 경제사정을 이용해 성공을 쟁취하고, 복수를 원한다면 자신을 그렇게 만든 자들의 행동을 미리 예측해 사태를 뒤집는다. 회귀물은 그래서 주로 성공이나 복수 같은 보다 드라마틱한 소재를 먼저 활용해왔다. 심지어 남편의 불륜 같은 소재를 담은 회귀물에서조차 멜로의 차원에 머물지 않고 살인 같은 보다 강력한 극적 갈등을 내세우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선재 업고 튀어’의 회귀는 어딘가 보다 소소하고 일상적인 행복의 회복이라는 색다른 지점을 건드리는 면이 눈에 띤다. 일단 하반신 마비라는 주인공의 설정은 두 다리로 서고 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세상을 그려낸다. 또한 심지어 죽고 싶은 절망의 순간에도 그걸 이겨내게 해주는 건 누군가 건네는 위로의 한 마디일 수 있다고 말한다. 때론 임솔의 경우처럼 선재 같은 아이돌을 덕질하는 것이 삶의 빛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선재 업고 튀어’는 그래서 그 제목에 이 회귀물의 소소하지만 소중한 회귀의 목표를 담고 있다. 회귀한 임솔은 선재의 드러내지 않았던 아픔을 알아주고 그를 덕질하듯 추앙하며 훗날 벌어질 수도 있는 우울의 그늘을 지워내려 하고, 사고 전 튼튼한 두 다리로 그와 함께 우울한 현실로부터 튀려고 한다. 그 작지만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행복을 찾아가는 회귀의 판타지. 그것이 바로 ‘선재 업고 튀어’가 팬심을 자극하는 지점이다.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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