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얼떨결에 MBC 욕까지... 기안84의 이번 여행도 예사롭지 않다 본문

이주의 방송

얼떨결에 MBC 욕까지... 기안84의 이번 여행도 예사롭지 않다

D.H.Jung 2024. 8. 2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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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김에 음악일주’, 기안84표 여행이라 가능한 새로운 도전

태어난 김에 음악일주

“Fxxx MBC” 기안84의 입에서 순간 욕이 튀어나온다. 어둑한 공터 같은 곳에 모여 싸이퍼 대결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 자신도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해 가사까지 고민한 후 나선 기안84였다. 하지만 막상 뛰어든 싸이퍼 도전에 말문이 막히고, 리듬은 계속 흘러나오고, 뭔가 좀 센 척 해야 할 것 같은 급한 마음까지 더해져 저도 모르게 그런 욕이 튀어나온다. 그걸 스튜디오에서 영상으로 보던 출연자들은 모두 웃음을 터트리며 쓰러졌다.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가 이번에는 ‘음악일주’로 돌아왔다. 어려서 꿈이 가수였다는 기안84가 음악을 소재로 하는 여행을 하는 것이 콘셉트다. 그래서 떠난 뉴욕. 지금까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에서 떠났던 오지와는 사뭇 달라서 날 것의 어행이 덜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건 오해일 뿐이었다. 영어도 익숙하지 않지만 아무 거나 일단 부딪치고 보는 기안84 특유의 여행은 여전히 날 것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센트럴파크에서 길거리 음식을 먹은 후 아무데나 누워 잠시 잠을 청하고 일어나, 갑자기 몰려오는 복통에 화장실을 찾으러 다니는 기안84의 모습부터 어딘가 우리가 생각해온 뉴욕의 여행과는 사뭇 다른 결이 느껴졌다. 마약 문제 때문에 공중화장실이 별로 없는 뉴욕 한 복판에서 화장실을 찾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기안84의 모습은 이 여행이 뉴욕 하면 떠오르는 한 손에 커피 한 잔을 들고 길거리를 우아하게 활보하는 그런 것과는 다르다는 걸 실감케 했다. 

 

그리고 또 무작정 힙합의 고향 브롱크스를 찾아가면서 마주하게 된 길거리 풍경 역시 어딘가 살풍경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 곳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힙합 하는 친구들은 기안84로 하여금 브루클린의 어느 작은 공터에서 벌어지는 싸이퍼 현장에 참여하게 만들었다. 그날 밤 싸이퍼 대결이 벌어진다며 장소를 알려준 것. 그래서 찾아간 그 곳에서 싸이퍼 대결을 벌이는 이들을 직관하다가 무작정 나선 기안84는 역시 엉망진창이지만 그래도 마구 던져보는 특유의 힙합 바이브를 보여줬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도 그랬지만 이번 ’태어난 김에 음악일주‘ 역시 기안84가 간 뉴욕은 지금껏 다른 여행 프로그램들이 가지 않았던 그런 곳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무수한 여행 프로그램들이 찾아간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어떤 여행 프로그램들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리얼한 현장의 날 것이 주는 새로움은 역시 기안84여서 가능한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밤에 길거리를 다니는 것 자체가 위험한 뉴욕의 거리가 아닌가.

 

게다가 그 위험을 뚫고 가서도 생전 한 번 해보지도 않은 랩을 그것도 현지의 진짜 힙합을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무모하게 도전한다는 건 사실 어려운 일이다. 스튜디오에서 그 영상을 직관하는 래퍼 쌈디도 그래서 기안84가 그 안에 뛰어들어 랩을 하는 모습을 보며 그건 자기도 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잘 해야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못해도 뛰어들어야 할 수 있는 것. 다소 무모하게 뛰어드는 기안84여서 가능한 색다름이 이 여행에서도 여지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한번 넘기 힘든 선을 넘으면 거기서부터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하던가. 기안84의 여행은 그 싸이퍼 대결 현장에서부터 엉뚱한 길로 이어져 간다. 그 곳에서 만난 친구 브이솝시티가 기안84를 자신의 음악스튜디오에 초대하고 그래서 찾아간 곳에서 그를 만난 후 그가 해주는 브루클린 투어를 하며 한 명 두 명 모여드는 그의 친구들과 조금씩 친분을 쌓아간다. 그렇게 모인 친구들과 어우러지며 다음 주 예고편에는 이들이 함께 패밀리(?)가 되어 현지 그대로의 바이브를 즐기는 모습이 펼쳐진다. 

 

너무 많은 여행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래서 가보지 않은 곳을 점점 찾기 힘들 정도로 비슷비슷한 내용들이 채워지곤 하는 게 현재 여행 예능의 현실이다. 하지만 ’태어난 김에 음악일주‘를 보면 같은 지역이라도 완전히 예상을 깨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가능하다는 걸 절감하게 된다. 그건 결국 누가 무슨 이유로 여행을 하는가에 달려 있다. 

 

’태어난 김에 음악일주‘는 어려서 가수의 꿈을 가졌던 기안84가 힙합의 본고장인 뉴욕 한 복판으로 날아가 그들과 어우러지며 그 문화에 고스란히 젖어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기안84 같은 무조건 덤비고 보는 도전적인 인물이어서 가능한 일이지만, 그를 통해 간접적으로 떠나는 이 음악여행이 음악과 그들의 문화를 얼마나 가깝게 우리에게 전해줄 수 있을지 못내 궁금해진다. (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