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팅스타’, 레전드들의 원팀으로 찾아낸 K리그의 또다른 세계
“2024년 공식 첫경기야. 우리는...” 양주시민축구단의 오휘성 감독은 라커룸에서 경기를 앞둔 선수들에게 그렇게 말하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K4리그팀 중 하나였지만 올해 구단의 재정난 때문에 독립구단으로 변경된 상황이었다. 1년 동안 제대로 된 경기를 치른 적이 없었다. 아무런 수익이 없는 선수들은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축구를 했다. 그러면서도 축구를 놓지 못했다.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고, 또 그게 너무 좋아서다.
그런 그들에게 공식 첫경기의 기회가 왔다. 쿠팡플레이 예능 ‘슈팅스타’를 통해서다. 박지성 단장과 최용수 감독, 설기현 수석코치를 필두로 김영광, 고요한, 염기훈, 현영민, 권순형 등등 이제는 은퇴한 레전드 선수들이 모여 만들어진 FC 슈팅스타는 그 첫번째 스페셜 매치로 양주시민축구단을 선택했다. 이만큼 절실한 팀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사실 그대로였다. 선수들 앞에서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는 오휘성 감독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이럴려고 이렇게 힘들었나. 이런 기회가 오려고 힘들었나. 그런 생각도 들었고 그냥 기다려왔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오휘성 감독의 말처럼 이들에게는 이게 기회였다. 특히 방송을 통해 자신들의 모습이 대중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이건 어찌 보면 ‘슈팅스타’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중요한 기획의도였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하위리그팀과 선수들을 조명해보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물론 K리그 열혈 팬들은 잘 알겠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그 리그가 7개로 나뉘어져 있다는 사실이 생소하다. 대중들에게는 프로리그로 불리는 K리그1, K리그2 정도가 알려져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밑으로 세미프로리그인 K3리그, K4리그가 있고, 그 아래로 또 아마추어 리그로 분류되는 K5, K6, K7리그가 있다. ‘슈팅스타’는 이 중에서 박지성의 표현대로 ‘한국 축구의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K4 이상의 팀들을 상대하려고 한다.
축구 팬들의 저변을 넓힌다는 의미에서 K리그측에서 이만큼 반가운 기획이 있을 수 없다. 또 이건 최근 중계방송의 공격적인(?) 변화를 통해 K리그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고 평가받는 쿠팡플레이가 가진 또 다른 포부이자 신의 한수이기도 하다. 열혈 팬들에게 늘 목마른 건 새로운 게임이고 새로운 팀들의 멋진 경기다. ‘슈팅스타’가 그 K리그의 영역을 좀더 확장시켜 보여줄 수 있다면 쿠팡플레이의 K리그 스포츠 중계의 영역도 넓혀질 수 있지 않을까.
예능 프로그램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장점도 빠지지 않는다. 그건 진짜 스포츠 중계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경기 중 감코진의 작전을 있는 그대로 듣는다거나, 선수들 사이의 대화, 몇 개의 카메라로는 놓치기 쉬운 선수들의 디테일한 움직임 같은 것들이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디테일하게 포착된다. 선수들이 K리그 때보다 카메라가 더 많다고 놀라는 대목은 그래서 나온다. 이들은 심지어 몸에도 작은 카메라를 장착했고 저마다 운동복에 마이크도 달았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소스들이 재료가 되어 경기의 디테일들을 담아내겠는가.
물론 더 중요한 건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선수들의 성장드라마 같은 스토리들이 그려진다는 점이다. 여전히 레전드들이지만 현역이 아니라 떨어질 수밖에 없는 체력에도 이들이 보여주는 투혼은 축구가 즐겁지 않으면 보여줄 수 없는 것들이었다. K리그의 레전드로 통하는 용병 데얀에게 자신의 트레이드 넘버인 10번을 빼앗겼지만 자신이 그 등번호를 달 자격이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며 환상적인 발리슛으로 승부를 가른 이종호나, 나이는 40대 중반이지만 현역 시절의 기량을 보여주는 현영민, 처음으로 쥐가 났다고 할 정도로 열심히 뛴 강민수 등 이들은 방송을 통해 이제는 은퇴했지만 현재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들로 거듭났다.
무심한 듯 툭툭 던지면서도 애정이 넘쳐나는 최용수 감독의 츤데레 스타일도 ‘슈팅스타’의 재미포인트 중 하나다. 경기를 준비하면서 ‘빌드업’이라는 개념을 설명해주고, 실제 경기에서 그걸 보는 과정은 축구를 좀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일종의 팁이 되어주고, 경기 내내 바뀐 상황에 맞게 전술의 변화를 지시하는 과정도 좀더 가까이서 K리그를 즐길 수 있는 지식들을 만들어줬다. 특히 선수들과 만들어가는 케미는 향후 이 프로그램에서 진한 감동 또한 기대하게 만들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에 나오는 대목처럼 ‘슈팅스타’가 보여주는 축구는 좀더 자세히, 오래 들여다보려 한다. 그래서 그저 국가스포츠 같은 이벤트 때 보고 넘기는 그런 스포츠가 아니라, 봐도 봐도 매력적인 선수들과 명장면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는 진짜 축구의 맛을 보여주려 한다. 이건 그냥 예능이 아니다. 예능이라는 틀을 가져와 오히려 좀더 깊숙이 축구의 묘미를 담아내려는 진심이다.
“축구는 힘들어요. 은퇴하면서 아 이제 축구를 떠날 수 있구나. 아쉬우면서도 굉장히 좋았거든요. 그러니까 축구가 처음에는 너무 좋았는데 이게 시간이 축적되면서 좋고 싫고가 막 뒤엉켰거든요. 그게 멈추게(그만두게) 된 이유기도 하고요. 그래서 (슈팅스타를) 시작한 거예요. 그거 알고 싶어서. 축구가 저한테 어떤 존재인지 알고 싶어서 이거 지금 하고 싶어요.”
강민수는 이 프로그램을 하게 된 계기를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준비과정에서 벌써 그 답을 찾았다. “준비하면서 너무 힘들다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 근데 왜 이게 포기가 안될까 생각을 했었는데 다시 뛰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축구가 다시 좋아졌어요.” 그리고 이런 마음은 아마도 ‘슈팅스타’를 본 시청자들의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자세히 보지 않았을 때는 잘 몰랐던 축구의 맛이 제대로 느껴질 테니 말이다. (사진: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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