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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식, 청춘의 발랄함에 깊이감까지 갖춘 보물이주의 인물 2025. 2. 28. 15:47728x90
‘보물섬’의 박형식, 매운맛 드라마에 더한 설득력
보물섬 청춘은 밝고 경쾌하다. 그래서 보는 이들을 풋풋한 그 시절로 소환하는 힘이 있다. 박형식은 그런 이미지를 타고난 배우다. 보는 이들을 설레게 만들고, 한없이 밝고 맑으며 가벼웠던 청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배우. 그런데 이런 이미지는 나이 들어가면서 무게감을 요구하는 역할들로 영역을 넓혀야 하는 배우에게는 정반대로 장애요소가 되기도 한다. 발랄함의 가벼움을 넘어 인생의 무게감을 짊어지고 그 그늘을 매력으로 끄집어내야 하는 느와르 장르나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 돌아와 분노를 뿜어내는 처절한 복수극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박형식이 최근 출연한 드라마 ‘보물섬’은 그에게는 보물 같은 경험을 하게 해주고 있다고 보인다. 이 작품을 통해 그간 밝고 경쾌하게만 보였던 청춘의 아이콘은 사뭇 무겁고 깊이감까지 갖춘 ‘남자’의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으니 말이다.
‘보물섬’에서 박형식이 맡은 서동주라는 인물은 등장부터 선한 청춘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다크한 어른의 면모를 드러낸다. 대산그룹 차강천 회장(우현)이 총애하는 비서로 회사에 불리한 증언들이 청문회에서 나오기 시작하자 대뜸 돈다발을 들고 의원을 찾아가 회유하고 협박하는 인물이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금품을 제공하기도 하고 때론 주먹질도 하며 몰래카메라로 찍은 영상으로 협박하기도 하는 그런 인물. 그간 박형식이 해온 풋풋한 청춘과는 등장부터가 다르다.
우리에게 박형식의 이미지는 그의 전작이었던 <닥터 슬럼프>에서의 여정우 역할에 가깝다. 그는 늘 밝았고, 심지어 모든 걸 잃고 밑바닥으로 추락한 후에도 여전히 밝았다. 잘 나가던 성형외과의사이자 인플루언서였던 여정우는 한 순간의 누명으로 모든 걸 잃는다. 그런데 이 청춘은 자신의 만만찮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선배의사들에게 이용만 당하다 결국 우울증을 갖고 쫓겨나게 된 남하늘(박신혜)을 위로해준다. 생존경쟁과 각자도생의 삶을 살아오다 그 지경에 이른 남하늘이 “잘못 산 것 같다”고 말할 때 “네 잘못 아니야”라고 얘기해준다. 박형식 특유의 건강한 에너지는 그래서 남하늘은 물론이고 자신까지도 다시금 회복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하는 여정우라는 캐릭터에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박형식이라는 청춘의 이미지가 보여주는 이러한 ‘회복력’은 그가 사극에 도전했던 ‘청춘월담’에서도 힘을 발휘한 바 있다. ‘청춘월담’은 저마다 저주와 누명을 뒤집어쓴 청춘들이 그들을 가둬놓았던 담을 뛰어넘는 이야기다. 이환(박형식)은 형을 죽이고 왕세자 자리에 올랐다는 누명을 쓴 채 혹독한 저주를 받은 인물이고, 민재이(전소니)는 사랑하는 부모와 오라버니를 독살한 살인자라는 누명을 쓴 채 도망자가 된 인물이다. 왕세자와 도망자의 처지이지만 그들은 둘다 누명을 쓴 청춘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어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그래서 함께 그 어둠의 터널을 통과해 진실을 향해 나간다. 어두운 곳에 놓여져도 오히려 빛나는 밝은 이미지를 드러내는 박형식인지라, 그는 속박된 틀을 벗어나 훨훨 담을 넘어가는 ‘청춘월담’의 서사와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박형식의 밝은 이미지는 심지어 좀비 장르에서도 설렘을 주는 면모를 발휘한다. 좀비들이 창궐하는 아포칼립스 상황 속에서도 한효주와 달달한 멜로 구도를 그려냈던 ‘해피니스’에서의 박형식이 그렇다. 어찌 보면 좀비가 창궐하는 아포칼립스의 암울한 상황과 이러한 발랄함은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오히려 ‘해피니스’는 이런 팬데믹 분위기와는 상반된 발랄한 극의 분위기가 특징인 작품이다. 팬데믹 이후의 달라진 인식 기반 위에 세워진 이 드라마는 좀비 장르를 통해 팬데믹 상황을 은유하긴 했지만 너무 어둡지 않은 전망을 담으려 했다. 그래서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어둡지만은 않은 작품을 그리려 했고, 그래서 멜로 같은 달달한 분위기를 살리려 했다. 밝은 미소가 더 어울리는 박형식과 한효주가 작품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듯 배우에게 있어서 고정된 밝은 이미지는 성장에는 족쇄가 되기 마련이다. 박형식은 제국의 아이들의 아이돌로 시작했지만 2012년부터 배우로 데뷔해 지금껏 10여년이 넘게 연기의 길을 걸어왔다. 이제 나이도 30대에 접어든 그가 계속해서 청춘의 아이콘으로만 머물러서는 여러모로 한계를 드러낼 수 있는 상황이다. 그가 ‘보물섬’ 같은 욕망과 좌절 그리고 분노와 복수가 이어지는 느와르에 가까운 작품으로 돌아온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인다. 그에게 필요한 것이 이러한 이미지 변신이니 말이다.
실제로 예고편이 등장한 후 대중들은 박형식의 다른 면모에 적이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훨씬 굵어진 선이 강조되는 이미지에, 강렬한 눈빛과 다크해진 모습들이 그렇다. 물론 등장은 사랑에 진심인 순정남으로서의 면모로 시작한다. 사랑을 위해 야망까지 접고 여은남(홍화연)이라는 여인을 사랑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순정남의 면모는 첫 회만에 깨져버린다. 여은남이 차강천 회장의 외손녀였고, 비선실세로서 최강빌런인 염장선(허준호)의 조카와 정략결혼을 하게 되면서다. 서동주는 이로써 사랑을 배신당하고, 나아가 대산그룹에서 성공하려던 그 야망 또한 저지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2조원의 비자금을 만든 후 팽 당할 위기에 서게 되는 서동주의 선택은 우리 모두가 기대하듯이 처절한 복수다.
사실 어찌보면 ‘보물섬’은 돈과 권력의 세상 속에서 저마다의 ‘보물’을 찾아가는 이야기지만, 그 구성이나 소재는 막장드라마에 가깝다. 그런데 이러한 막장의 요소들이 박형식이라는 배우가 가진 진중함과 만나 중화되는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지금껏 신뢰를 주던 박형식이기에 믿고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밝은 이미지로만 채워져 있던 박형식에게도 변화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간 청춘의 아이콘으로만 그려져오며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졌던 깊이감의 부여랄까. 이것은 아마도 박형식이 이 작품을 통해 얻게 된 진짜 보물이 아닐까 싶다. (글:국방일보,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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