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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누가 진범인가, ‘왓쳐’가 전하는 가까운 곳의 적

 

김영군(서강준)의 기억은 왜곡되었던 걸까. OCN 토일드라마 <왓쳐>에서 김영군이 굳이 경찰이 된 건 자신의 기억이 과연 진실인가를 알고 싶어서였다. 그 기억 속는 아버지 김재명(안길강)이 어머니를 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재명의 피살은 그것이 왜곡된 기억이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김영군의 집 목욕탕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한 김재명의 엄지손가락은 잘려 있었다. 진범이 남기는 일종의 시그니처. 그렇다면 김재명은 진범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게 김재명이 죽은 자리에 김영군은 세양경찰청 감찰 반장인 도치광(한석규)을 기억으로부터 세워 놓는다. 마침 그 때 어머니가 살해됐을 때도 또 아버지가 이번 살해됐을 때도 도치광이 그 현장에 있었다. 물론 도치광은 자신이 들어갔을 때는 이미 둘 다 살해된 후였다고 밝히고 있지만, 김영군은 어머니를 살해하는 장면에 아버지가 아닌 도치광이 있었을 거라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그 장면 속에서 도치광은 섬뜩하게도 웃고 있었다.

 

이런 전개 방식은 <왓쳐>가 가진 중요한 특징이다. <왓쳐>는 속 시원하게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저 인물들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그들은 하나의 목적을 갖고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저마다의 욕망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예를 들어 도치광은 늘 “무고한 피해자가 없게 하겠다”는 말에 따라 움직이고, 김영군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진짜로 살해했는가 하는 그 진실을 알고 싶어 움직인다. 또 변호사인 한태주(김현주)는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잘랐던 범인을 찾기 위해 어떤 짓이든 하는 인물이다.

 

저마다의 욕망은 모든 인물들에 스며있다. 세양경찰청 차장인 박진우(주진모)는 사건을 진두지휘하며 도치광을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슨 일인지 비리가 담겨 있는 사라진 장부를 찾는 일에 혈안이다. 세양경찰청 청장인 염동숙(김수진)은 틈만 나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습관을 가진 인물로 대중의 여론과 인기에 영합하는 인물이고, 도치광과 각을 세우고 있는 장해룡(허성태) 광역수사대 반장은 사건의 진실보다는 현실적 타협을 하는 인물이다.

 

이렇게 인물들이 저마다의 욕망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사건은 어디로 흘러갈지 종을 잡기가 어렵다. 게다가 연출은 이들의 행동의 의도를 드러내주는 극적인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너무나 담담하게 그 행동들을 한 걸음 떨어져 관찰하는 듯한 연출방식은 그래서 시청자들을 더욱 미궁에 빠뜨린다. 도대체 무엇이 진실이고, 과거 이들은 어떤 사건으로 얽혀있는 것이며, 그것이 현재 인물들의 행동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지 쉽게 밝혀주지 않는다.

 

비리수사팀을 이끄는 도치광 팀장이 진범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드는 건, 시청자들에게는 그래서 충격적이지만 이 드라마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지점을 만들어낸다. 도치광만이 아니라 박진우도 염동숙도 장해룡도 모두 의심이 가는 인물들이다. 게다가 이들 경찰조직의 이야기 바깥에 존재하는 뇌물장부를 잃어버린 기업이 누구와 손을 잡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그래서 <왓쳐>가 이 미로 같은 욕망의 존재들 속에서 모두를 의심하게 만드는 사건으로 하려는 이야기는 뭘까. 그것은 의외로 적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아주 가까우 우리 주변에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게 아닐까.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라는 기획의도에 담겨진 한 문장이 의미심장해지는 건 이 <왓쳐>의 세계에 깊숙이 들어가면 갈수록 그 누구도 의심의 고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도대체 진범은 누구란 말인가. 감찰은 경찰을 들여다보는 ‘왓쳐’지만 어느새 드라마는 우리를 그 감찰까지 들여다보고 의심하는 ‘왓쳐’가 되게 만들고 있다.(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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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클럽' 멋지다, 다만 우리가 우~ 몰려갈 필요는

 

저런 곳에 나도 가고 싶다... 아마도 JTBC <캠핑클럽>을 보던 시청자들은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을 듯싶다. 캠핑이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조차 저런 캠핑 여행이라면 한번쯤 떠나 보고픈 마음이 들었을 게다. 심지어 ‘우리나라에 저렇게 아름다운 곳이 많았어’ 하고 생각했을 지도.

 

<캠핑클럽>은 오랜만에 만난 핑클 완전체가 캠핑카를 타고 전국으로 떠나는 여행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 첫 번째 캠핑카가 찾아간 곳은 전북 진안군 용담면 송풍리에 있는 캠핑장. 천년송을 품고 있는 이른바 ‘용담 섬바위’의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그 곳을 찾은 핑클 멤버들이 <반지의 제왕> 같은 걸 찍은 곳 같다고 감탄했던 것처럼, 맑고 깨끗한 금강이 흐르는 곳에 자연이 만들어놓은 예술작품 같은 섬바위가 놓여져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난 이효리와 이진이 카누를 타고 그 섬바위 뒤편으로 가자 숨겨진 비경들이 펼쳐진다. 아침을 깨우는 새소리와 물소리 그리고 환하게 비쳐오는 햇살 아래 노를 젓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느껴지는 물의 흐름이 절로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그런 풍광. 병풍처럼 둘러쳐진 그 아름다운 공간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모닥불을 피우고 둘러앉아 두런두런 나누는 수다라니.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두 번째 캠핑카가 찾아간 곳은 경주 ‘화랑의 언덕’이라 불리는 곳이다. 단석산 줄기에 위치한 그 곳은 탁 트인 잔디 벌판에 언덕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마을의 풍광이 마치 알프스에 온 듯한 기분을 만드는 곳이다. 핑클 멤버들이 “이런 곳이 우리나라에 있었어?”하고 물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 물론 그곳은 2017년 이후 영업이 종료된 곳으로 외부인들 없이 핑클 멤버들이 자유롭게 지낼 수 있었던 곳이지만 우리에게도 그런 숨은 보석같은 여행지들이 있다는 걸 실감하게 만드는 곳이다.

 

경주에서의 둘째 날 핑클 멤버들은 시내 황리단길로 나가 스쿠터를 빌려 타고 롤러스케이트장을 찾아가 즐겁게 놀았다. 스쿠터를 타고 돌아보는 경주의 거리가 새롭고,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옛 기분에 빠져보는 일도 남달랐을 게다. 꼭 해외에 가지 않아도 국내에서도 충분히 보고 즐길 수 있는 곳이 넘쳐난다는 걸 <캠핑클럽>은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렇게 여행이 즐거울 수 있는 건 우리나라가 맞아 하고 물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의 여행지 때문이기도 하지만, 함께 여행하는 이들 덕분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 조금은 경쟁하며 지내왔던 그들이 이제는 나이가 들어 그 때를 회고하며 때론 즐거웠고 때론 미안했던 마음을 꺼내놓는 시간은 여행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새로운 곳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시간은 얼마나 귀한 여행의 경험인가.

 

이제 해외여행은 일반화되었다. 그래서 휴가철만 되면 공항은 북새통이다. 그래서인지 여행을 소재로 담는 예능 프로그램들도 국내보다는 해외로 더 많이 나간다. 낯선 이국적 풍경이 주는 새로움이 시청자들에게도 신선한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캠핑클럽>을 보다보면 이런 생각들이 편견이자 선입견이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국내에도 저토록 숨겨진 비경을 품은 여행지들이 많은데.

 

티저를 통해 공개된 향후 <캠핑클럽>이 찾아갈 촬영지를 보면 그 곳이 우리나라가 맞는지 놀라운 곳들이 소개되어 있다. 전남 신안 증도의 우전해변은 마치 발리의 휴양지를 연상케 하고, 인천 소래습지공원은 작은 풍차가 돌아가는 네덜란드의 풍광을 떠올리게 한다.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는 두바이의 사막을 보는 듯하고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북유럽의 숲을 떠올리게 만든다.

 

물론 <캠핑클럽>이 찾아간 여행지들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건 카메라가 그걸 아름답게 포착하고 있어서이고, 무엇보다 덜 알려져 인파가 없는 한적함이 있어서다. 그러니 방송에 나왔다고 우 몰려갈 필요는 없을 게다. 넘쳐나는 인파는 방송이 보여준 고적한 편안함을 깨버릴 테니 말이다. 대신 내 주변에 있는 곳도 애정을 갖고 들여다보면 어떨까. 어디든 마음 두는 곳에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을 테니. 물론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더더욱.(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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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 유튜브와 지상파의 결합, 아직은 어정쩡하지만

 

MBC 새 예능 <놀면 뭐하니?>의 프리뷰가 ‘릴레이 카메라’라는 방식으로 유튜브 시대의 방송을 실험했다면, 이제 본격적인 첫 방은 그 유튜브 방송을 지상파와 결합한 형태였다. 조세호의 집에 유재석을 위시해 유노윤호, 딘딘, 태항호, 데프콘 등이 찾아와 릴레이 카메라로 찍어온 방송을 보며 리액션 코멘터리를 다는 방식을 취한 것.

 

그것은 우리가 현재 지상파 관찰카메라의 흔한 형식 중 하나였다. <나 혼자 산다>가 그렇고, <전지적 참견 시점>이 그러하며 <미운 우리 새끼> 같은 프로그램도 그렇다. 다만 다른 건 그 장소가 스튜디오가 아니라 조세호의 집이라는 사실이고, 그 방송 영상을 보는 것도 조세호가 직접 컴퓨터로 TV를 연결해 보는 방식이라는 사실이었다. 중간에 보다가 멈출 수도 있고 다시 돌려 볼 수도 있는 방식이 더해져 유재석의 과거 굴욕영상이 편집된 장면에서는 여러 차례 반복해 보는 것으로 웃음을 만들었다.

 

이런 형식은 우리가 과거 <무한도전>에서도 종종 봤던 지상파에서 익숙한 예능의 풍경이었다. 관찰카메라가 일상에서 찍어온 리얼한 영상들을 보여준다면, 이것을 보며 출연자들이 덧붙이는 코멘트는 일종의 캐릭터쇼를 더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유재석은 전체 토크를 진두지휘했고, 유노윤호는 딘딘과 마치 콤비처럼 ‘왕과 충신(?)’ 같은 깨알 같은 캐릭터 토크를 더했다. 태항호는 전체 흐름을 관찰해 짚어내는 캐릭터가 돋보였고, 데프콘은 방송 욕심을 드러내는 캐릭터를 드러냈으며 조세호는 먹는 것 밝히고 은근히 있는 고집을 드러내는 것으로 웃음을 주었다.

 

한편 김태호 PD에게 두 대의 카메라를 받은 유재석은 한 대를 하하에게 다른 한 대는 유희열에게 전하면서 이 ‘카메라 대장정’의 출발을 알렸다. 하하는 그 카메라를 양세형, 양세찬 형제에게 넘겼고 양세형은 다시 유세윤에게 넘어갔다. 유희열은 그 카메라를 소속 아티스트인 정승환을 통해 정재형에게 넘겼고 정재형은 다시 장윤주에게 카메라를 전해주었다.

 

이처럼 <놀면 뭐하니?>의 릴레이 카메라라는 새로운 예능 실험은 카메라 몇 대로 시작해 계속 확장되어가는 방식으로 펼쳐질 예정이지만 첫 방은 아직 그 한계를 먼저 보여준 면이 크다. 즉 지상파 버전이 결합하면서 유튜브 방식의 참신함은 흔한 관찰카메라 형식과 캐릭터쇼로 되돌아간 느낌을 주었다는 점이 그렇다. 그들이 ‘조의 아파트’에서 보여준 웃음의 방식은 우리가 이미 오래 전부터 <무한도전>을 통해 봤던 그런 방식 그대로였다.

 

게다가 가장 큰 취약점으로 꼽히는 건 출연진들이 여전히 <무한도전>의 ‘관계자들(?)’로 채워지면서 늘 봐오던 그 모습들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태항호 같은 경우는 그다지 많이 노출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훨씬 재밌고 신선한 인물로 등장했지만, 딘딘은 너무 예능에서 많이 소비된 인물 그대로의 모습이었고, 데프콘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릴레이카메라가 아는 지인들을 통해 움직이기 때문에 거기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그리 새롭지 않았다는 점은 큰 한계로 지목된다. 이를 테면 하하와 유희열이 그렇고 양세형, 유세윤, 장윤주 같은 인물들이 그렇다. 사실 그들은 광의의 <무한도전> 멤버나 다름없는 인물들이 아닌가.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을 게다. 그렇게 익숙한 인물들로부터 시작한 이야기가 좀 더 확장되며 새로운 인물군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보인다. 다만 아쉬운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확장된 세계에도 연예인들로 지칭되는 ‘저들의 세계’만이 채워질 거라는 점이다. 요즘처럼 보통 사람들의 방송 참여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되는 시대에 ‘저들만의 세계’, 그것도 익숙한 인물들로 채워지는 세계가 얼마나 큰 공감대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점을 제작진은 고민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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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델루나’, 여름 시즌 ‘전설의 고향’을 떠올리게 한 건

 

tvN 토일드라마 <호텔 델루나>는 신세대 <전설의 고향>이 아닐까. 무더운 여름 밤 시청자들을 오싹하게 만들고 때론 그 귀신들의 사연에 눈물짓게 했던 전설의 드라마. <호텔 델루나>는 그 시대적 배경으로 현대로 잡았을 뿐, 그 이야기 소재들은 사뭇 <전설의 고향>을 떠올리게 한다.

 

영혼결혼식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는 단적인 사례다. 억울하게 결혼도 하지 못한 채 죽은 영혼을 달래기 위해 하는 영혼결혼식에 대한 이야기는 과거 <전설의 고향>에서 ‘귀녀’라는 제목으로 다뤄진 바 있다. 혼례를 치르지 못하고 죽은 처녀총각의 한을 달래기 위해 이승을 떠난 짝을 찾아 영혼결혼식을 치러주던 풍습을 다룬 이야기.

 

이 이야기가 <호텔 델루나>에서는 신세대 호러 로맨틱 코미디로 재탄생했다. 영혼결혼식을 치르게 하려 죽은 여인의 손톱과 머리카락을 잘라 주머니에 담아 풍등으로 날려 보내는 장면으로 시작한 이 이야기는 그 주머니를 발견한 사람이 그 귀신과 결혼을 해야 하는 으스스한 사건으로 전개됐다.

 

델루나 호텔의 유일한 인간인 구찬성(여진구)은 그를 보호하기 위해 장만월(이지은)이 자신과 함께 지내는 형 산체스(조현철)로 하여금 그 주머니를 발견하게 만들자 스스로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는 심지어 자신이 그 죽은 여인과 영혼결혼식을 치르려 하고, 그것을 막기 위해 장만월이 그 여인이 사랑했던 진짜 남자를 찾아내 구찬성 대신 그 결혼식을 치르게 만든다.

 

<전설의 고향>에서 자주 다뤄졌던 영혼결혼식의 에피소드는 그래서 공포와 더불어 스릴러적 요소를 더하게 됐고 여기에 구찬성을 생각하는 장만월이나, 죽은 여인의 애틋한 사연까지 더해진 멜로적 요소도 추가되었다. 게다가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반전 이야기도 더해졌다. 알고 보니 영혼결혼식을 하게 했던 부모가 죽은 여인의 부모가 아니라 그가 사랑했던 남자의 부모였다는 것. 죽은 여인 때문에 같이 생사를 오고가는 위치에 놓이게 된 남자를 살리기 위해 부모가 다른 이와의 영혼결혼식까지 치르게 하려 했던 것이었다.

 

결국 이야기는 우리 식 <전설의 고향>의 마음 착한 귀신들(?)의 에피소드로 끝을 맺었다. 죽은 여인이 자신을 찾아온 남자를 밀어내 그를 살리는 이야기. 그리고 이런 ‘이별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결론은 향후 장만월과 구찬성의 비극적인 운명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결국 죽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가지 못하는 장만월을 보내주려 나타난 존재가 바로 구찬성이라는 것이다.

 

고목으로 존재하던 나무에 잎이 피어난 건 그 운명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걸 말해준다. “잘 들여다보고 돌보다가 잘 보내봐”라는 장만월의 이야기에 저 영혼결혼식을 포기하고 떠나는 여인과 같은 쓸쓸함이 묻어나는 건 그래서다.

 

<호텔 델루나>는 그래서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마치 <전설의 고향>처럼 저마다의 사연들을 담아내며 공포와 웃음과 먹먹함을 전해주면서도, 지금의 로맨틱 코미디나 판타지 장르로 재해석된 느낌을 준다. 세련된 장르적 포장을 취하고 있는 이 작품이, 여름철이면 우리를 오싹한 공포와 감동으로 몰입시켰던 과거 <전설의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건 그래서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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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천천히 방향만 맞다면...

 

지난 20일 프리뷰로 방영된 MBC 예능 <놀면 뭐하니?>는 호불호가 확실히 나뉘었다. 지금껏 김태호 PD가 <무한도전>에서 어떤 시도를 할 때면 거의 대부분의 팬층이 지지의 의사를 표명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였다. 그것은 아무래도 프리뷰였고, 그 영상들은 이미 유튜브를 통해 선보였던 것이었기 때문에 다소 재미가 적었던 면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무한도전> 시즌2를 기대했던 팬들에게 그와는 다른 릴레이카메라를 가져온 것이 준 당혹감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어쩌다 보니 김태호 PD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외부의 어떤 경쟁 프로그램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왔던 <무한도전>이 되었다. 그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도전과 실험을 하려하고 있지만, <무한도전>의 팬들은 시즌2에 대한 소망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김태호 PD는 그 팬들과 소통하면서 새로운 도전들을 시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팬들로서는 시즌2가 보일락말락하는 그 지점을 들여다보며 일종의 ‘희망고문’ 같은 느낌을 갖게 됐다.

 

그래서 지난 25일 기자간담회를 한 건 여러 모로 자신과 제작진이 함께 벌이는 이 예능 실험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하기 위한 소통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그는 여기서도 <무한도전> 시즌2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 기대감 때문에 다시 시작하려 계획을 세우기도 했는데 빅데이터 등을 통해 조사해본 결과 지금 하긴 힘들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 그는 “스페셜 시즌으로 ‘토요일 토요일은 무한도전’이라는 제목까지 정해놨었다”고 밝혔다.

 

유재석 역시 같은 날 오후 인터넷 V앱을 통해 <무한도전> 시즌2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많이 보고 싶다”며 하지만 “모든 멤버가 모이기가 참 쉽지가 않다”고 했다. “각자가 생각하는 인생이 있지 않냐”는 것. 하지만 그러면서도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은 앞으로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다 문득 어느 날 갑자기 돌아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믿고 있다. 희망고문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 역시 ‘희망고문’이라는 표현을 쓴 건 <무한도전> 시즌2에 대한 남다른 기대감은 자신 역시 갖고 있지만 그것이 당장 지금은 아니라는 걸 수긍한 것이다. 대신 지금은 김태호 PD와 함께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라는 것. 그 방향성은 지난 주 프리뷰에서 유재석과 김태호 PD를 포함한 제작진이 함께 회의를 나누는 대목에서 분명히 밝혀진 바 있다. 이미 익숙한 인물들을 출연시키면 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오기 때문에 기대감이 떨어진다는 한계를 공감한 그들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인물군들을 끄집어내기 위한 새로운 틀(이를테면 릴레이 카메라 같은)을 시도하게 됐다. 지난주 프리뷰에서는 우리에게 다소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했지만 이번 주 본방부터는 색다른 인물들도 나올 거라는 얘기다.

 

지금 어쩌면 김태호 PD는 과거 <무한도전> 초창기 시절의 그 첫 걸음을 다시 떼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시에도 그의 실험들이 대중적으로 호응을 받았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때도 그렇고 지금도 중요한 건 당장의 성과가 아니라 방향성이다. 앞으로 나갈 방향만 제대로 맞다면 조금 여유를 갖고 천천히 하지만 ‘황소걸음’으로 나가는 게 정답이 아닐까.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무한도전> 시즌2를 갑자기 만나게 될 수도 있을 게다. 단지 희망고문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시대에도 조응하는 시즌2를.(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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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블유’, 여성 캐릭터들의 진화 어디까지 왔나

 

tvN 수목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했요 WWW(이하 검블유)>가 종영했다.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과 일에 있어서의 아슬아슬함을 넘어 결국은 해피엔딩에 이른 <검블유>. 어찌 보면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로맨틱 코미디의 틀에서 그다지 크게 벗어나지 않은 드라마라 볼 수 있지만, 어째서 이 드라마는 다르게 보였을까.

 

그것은 캐릭터의 힘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제목에 담긴 ‘WWW’가 세 명의 여성(Woman)을 뜻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이 드라마는 배타미(임수정), 차현(이다희) 그리고 송가경(전혜진)이라는 세 여성 캐릭터들이 중심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배타미는 우리가 지금껏 봐왔던 착하거나 도덕적인 선택만을 하는 여성 캐릭터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 인물이었다.

 

즉 검색업계 1위인 유니콘에 있을 때도 그는 도덕적인 갈등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기기 위해 현실적인 선택을 할 줄 아는 그런 인물이었다. 유니콘에서 해고되어 경쟁업체인 바로의 TF팀 팀장으로 왔을 때 차현과 대립하게 됐던 건 바로 그런 부분 때문이었다. 정의를 세우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차현은 배타미의 현실 타협적인 면들과 부딪쳤다.

 

이런 면면은 늘 착함과 바른 선택만을 강요받으며 다소 수비적인 입장만을 드러내곤 하던 여성 캐릭터들과는 사뭇 다른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배타미는 현실과 타협하면서도 동시에 싸울 줄도 아는 인물이었고, 자신과 반대되는 입장이지만 그것이 옳다면 옆에 두고 쓴소리를 들을 줄도 아는 인물이었다. 바로 이 점은 차현이라는 그와는 사뭇 다른 ‘정의의 화신’과 워맨스에 가까운 밀당이 가능한 이유이기도 했다.

 

또한 송가경 역시 기존 여성 캐릭터들의 면면을 온전히 뒤집어놓은 인물이다. 결혼을 꿈꾸거나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곤 하던 여성 캐릭터와는 달리, 그는 자신의 삶을 위해 이혼을 결심하는 인물이다. 게다가 남녀 관계에 있어서도 결혼만이 유일한 행복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인물도 아니다. 그는 오히려 이혼을 통해 자신을 찾았고, 그 과정에서 그걸 묵묵히 옆에서 도와준 남편 오진우(지승현)와 이혼 후 진정한 연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로맨틱 코미디에서 늘상 보여주던 남녀 캐릭터의 위치를 뒤바꿔 보여주는 묘미 또한 이 드라마가 캐릭터의 매력을 만들어낸 중요한 힘이었다. 비혼주의자인 배타미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진남인 박모건(장기용)의 관계는 기존 신데렐라 틀을 뒤집어 놓았고, 특히 차현이 보호해주며 주도적으로 사랑을 이끌어낸 설지환(이재욱)이라는 캐릭터는 이 드라마가 끄집어낸 보물 같은 매력이 있었다.

 

여성 캐릭터들의 진화를 도전적으로 실험한 작품이지만 남는 아쉬움도 분명히 있다. 그것은 일의 세계에 있어서 초반부의 꽉 찬 긴장감이 뒤로 갈수록 조금씩 풀려버린 느낌이 있어서다. 정부의 실검 조작에 관여하려는 문제나 포털 사용자 정보열람 같은 사안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었다. 게다가 이들의 공격에 대통령이 사과하는 장면은 물론 사이다 설정의 드라마적 판타지라고는 해도 너무 간단하게 처리된 면이 있다.

 

또한 이런 색다르고 능동적인 여성상이 등장하면서도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삼각 멜로 구도가 다시 들어가는 대목도 아쉬웠던 부분이다. 배타미와 박모건의 사랑 사이에 갑자기 들어와 그 관계에 위기를 만들어낸 피아노 선생님 정다인(한지완)이 그렇다. 굳이 이 새로운 관계와 인물을 가져온 드라마가 과거의 로맨틱 코미디 틀을 다시금 쓸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블유>는 확실히 이 변화해가고 있는 시대에 로맨틱 코미디도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 작품이었다. 특히 차현 같은 우리 시대에 어울릴 법한 매력적인 새로운 여성상을 끄집어낸 것이나, 그 상대역으로서 설지환 같은 역시 바람직한 매력의 남성의 모습을 포착해낸 점은 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싶다. 김은숙 작가의 보조작가 출신답게 귀에 콕콕 박히는 대사와 멋진 캐릭터들을 그려내면서도 지금 시대에 어울리는 다소 도발적인 이야기를 과감히 시도해 보여준 권도은 작가의 향후 행보가 기대되게 만든 작품이었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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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이 다시 찾은 포방터 홍탁집, 시청자도 흐뭇해진 건

 

아마도 시청자들 또한 불안감 반, 기대감 반으로 봤을 게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여름특집 긴급점검으로 다시 찾은 식당들. 그 중에서도 포방터 홍탁집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었다.

 

방송되던 때만 해도 시청자들의 뒷목을 잡게 했던 홍탁집 사장님이 아니었던가. 백종원은 의외로 솔루션만 제공한 게 아니라, 고생하시는 홍탁집 어머님을 위해서라도 사장님 자체를 바꿔보려 노력했다. 사실 이 부분은 프로그램이 너무 나간 것 아니냐는 말조차 나오기도 했었다. 게다가 사람이 어디 그리 쉽게 바뀔 수 있을까.

 

하지만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다른 골목을 찾았을 때도 간간히 홍탁집 사장님의 근황이 확인되었다. 그것은 그 후로 지금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백종원에게 인증샷을 보내는 사장님 때문이었다. 새벽에 나와서 닭을 삶기 시작하며 인증샷을 올리고 장사를 하고 나서도 남은 국물을 체크해 문자를 보내는 일이 반복됐고, 백종원은 그것이 다소 귀찮고 괴로운 일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기특하게 여기는 눈치였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진짜인지 아닌지 다시 여름특집으로 마련된 긴급점검을 위해 백종원이 포방터 시장을 찾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청자들은 궁금해졌다. 그 때의 불안 불안했던 사장님으로 다시 돌아갔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과 함께.

 

문이 닫혀 있었지만 홍탁집 사장님은 아침 일찍부터 닭을 삶으며 잠깐 졸고 있었다. 갑자기 찾아온 백종원에 다소 놀라는 눈치였지만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냉장고 안에도 살펴보라고 자신감 있게 얘기하는 모습에서는 그가 식당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었는지가 느껴졌다.

 

그리고 마치 시트콤 같은 풍경이 이어졌다. 삶아진 닭을 고기만 발라내며 백종원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그 모습에서는 과거 그렇게 함께 앉아 있던 모습이 오버랩됐다. 말할 때 고개 돌리고 말하라는 백종원이 지적에 긴장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그래서 그 자체만으로 웃음이 터지게 만들었다.

 

이제 걱정은 그가 장사를 잘 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척 보기에도 안 좋아 보이는 건강이었다. 신장이 안좋다는 홍탁집 사장님은 살이 쪘다기보다는 부어보였고, 검진에서는 당뇨가 심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백종원은 그것이 운동을 안해서라고 지적했고, 마침 그 곳을 찾은 돈가스집 사장님은 홍탁집 사장님의 하루를 일일이 백종원에게 보고(?)했다. 놀랍게도 돈가스집 사장님은 백종원이 과거 요구했던 것처럼 포방터 시장을 매일 둘러보고 있었다.

 

3시에 장사가 끝나면 종종 돈가스집을 들른다는 홍탁집 사장님은 돈가스를 3인분이나 사서 사라지곤 했다고 돈가스집 사장님이 증언(?)했고, 그걸 상황실에서 들은 김성주와 정인선은 부러워하면서도 그렇게 먹어 몸이 안 좋아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훈훈한 광경이 이어졌다. 헬스를 끊어서 3시부터 운동을 하라는 백종원의 이야기에 대뜸 돈가스집 사장이 헬스를 자기가 끊어주겠다고 했고, 백종원은 PT 10회를 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백종원은 이제 ‘헬스 인증샷’을 매일 찍어 보내라고 새로운 미션을 내렸다. 남은 닭 국물 체크하듯이 몸무게 체크해서 보내라고.

 

불안감이 사라진 자리에 빵빵 터지는 웃음이 자리했다. 건실하게 살아가는 그 모습은 시청자들 또한 흐뭇하게 만들었다. 살 빼서 올해 꼭 결혼하라고 덕담을 해주고, 여름에는 아무래도 뜨거운 닭 국물을 덜 찾을 걸 예상해 또 다른 메뉴를 준비해온 백종원을 대하는 홍탁집 사장님에게서 그 감사한 마음을 읽어낼 수 있었다. 앞으로도 그 마음 잊지 말고 건강하고 건실하게 장사하시길.(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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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생존자’, 정치드라마일까 또 다른 액션 스릴러일까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는 과연 정치드라마일까 아니면 액션 스릴러일까.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라는 국가 위기 상황을 상정하고 있으니 액션 스릴러적 장르의 색깔이 묻어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 국가 위기 상황에서 졸지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박무진(지진희)의 국정 수행에 관한 이야기는 정치드라마적 색채를 띤다.

 

게다가 60일 이후의 선거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권한대행으로 왔지만 북한 관련 이슈가 터지면서 오히려 지지율이 반등한 박무진이 대통령 후보로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다, 야권 주자인 윤찬경(배종옥)은 애초에 그 싹을 잘라버리려 갖가지 정치적 포석을 두고 있다. 여기에 여권의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서울시장 강상구(안내상)가 만만찮은 야심을 드러내니 정치드라마로서의 치열한 복마전이 벌어진다.

 

하지만 이런 정치드라마적 색깔보다 더 액션 스릴러에 가까운 색깔을 만드는 인물은 오영석(이준혁) 의원이다. 무너진 국회 건물 더미에서 유일한 생존자로 구조된 오영석 의원은 바로 그 사실 때문에 국민적인 영웅이 된다. 박무진은 정치적인 포석으로 오영석 의원을 끌어들여 국방부장관에까지 임명시키려 하지만, 그는 국정원 한나경(강한나) 요원에게 국회의사당 테러의 주범으로 의심받는 인물이다.

 

유일한 생존자라는 것에 의구심을 가진 한나경은 폭탄이 터질 당시 오영석 의원이 자리를 비웠다는 걸 알게 되고, 누군가의 제보에 의해 그가 국회 내에 은밀하게 만들어진 방공호에 들어갔다는 사실까지 증거로 확보하게 된다. 결국 국회의사당 테러는 오영석 의원이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 자행한 사건이었다는 것. 하지만 그 증거를 갖고 오던 한나경은 교통사고로 위장된 사고를 당한다. 즉 오영석 의원을 의심하고 그 행적을 추적하는 이야기는 전형적인 액션 스릴러 장르로 <60일, 지정생존자>의 색깔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테러범이라 주장하며 캄보디아에 숨어 지내는 북측의 명해준(이도국) 고위 장교를 검거해오기 위해 특수부대가 투입되는 장면 역시 정치드라마의 틀에서 훌쩍 벗어난 전쟁 액션 장르 같은 느낌을 더한다. 그렇게 잡혀와 국정원에서 심문을 받던 중 누군가에 의해 명해준이 살해되고, 한나경이 찾은 증거를 공유했던 정한모(김주헌) 국정원 대테러팀장이 갑자기 자신이 명해준을 살해했다고 자백하는 장면 역시 이 드라마가 흘러갈 스릴러적 장치들을 예감하게 한다.

 

이처럼 <60일, 지정생존자>는 정치드라마와 액션 스릴러의 중간 지점에서 애매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애매함을 만드는 중요한 인물이 바로 오영석이다. 그의 정체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정치드라마로서의 이야기보다 음모가 숨겨진 액션 스릴러적 이야기가 더 전면에 등장하는 것. 게다가 이 오영석 의원의 정체를 이제 시청자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황이지만 드라마 속 인물들은 그걸 모르고 있는 지점은 드라마를 조금 답답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오영석 의원의 실체가 빨리 드러나야 <60일, 지정생존자>가 가진 정치드라마적 요소들이 좀 더 전면에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위기 상황에서 국정운영을 맡게 된 인물이 어떻게 그 현실 정치에서 살아남는가가 이 드라마가 가진 백미라고 볼 때, 지나치게 오영석 의원이 만들어내는 스릴러적이고 음모론적인 색채는 정치드라마가 가진 현실 공감을 흐리는 부분이 아닐까. 정치드라마든 액션 스릴러든 좀 더 분명한 색깔로 나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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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문래동을 열정과 휴식으로 정리해낸다는 건

 

문래동을 찾아간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퀸의 ‘Don’t stop me now’가 깔리며 그 곳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의 면면과 함께 시작되었다. 부제 역시 ‘Don’t stop me now‘로 찍혀 있어 오래된 철공소들이 많은 문래동의 풍경은 새삼스런 의미가 더해진다. 지금도 여전히 열정을 불태우며 일하고 싶은 그 곳 사장님들의 목소리가 그 노래와 제목에 그대로 담겨있는 듯 하다.

 

IMF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무수한 철공소들이 도산을 하기도 했던 그 곳이다. 살아남은 분들도 요즘 “경기가 안 좋다”며 힘든 현실을 애써 짓는 웃음과 함께 전하셨다. 한 편으로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점점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밀려난 예술가들이 그 곳의 빈 철공소를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동네의 독특한 문화적 향기가 더해져 삭막해보였던 철공소들의 풍경은 문래동만의 새로운 색깔이 되었다. ‘Don’t stop me now‘라는 부제는 그래서 오래도록 그 곳을 지켜온 철공소 사장님들과 이곳으로 밀려오게 된 가난한 예술가들을 모두 끌어안는 제목처럼 보였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편집과 자막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사람여행’을 지향하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그 곳에서 만난 분들은 문래동의 현재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처음 인터뷰한 철공소 사장님은 IMF가 터지면서 지금껏 어려운 현실을 담담히 토로했다. 아들이 대만에 있는데도 가보지를 못했다는 사장님은 퀴즈를 맞혀 획득한 100만원으로 아들을 만나러 가겠다고 했다. 두 번째 인터뷰는 작업실에서 일하는 작가였다. 예술가로서의 삶을 선택했지만 그 역시 현실적으로는 “돈 생각하지 않고 창작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문래동을 채우고 있는 두 부류의 인물군들이 처한 현실을 이 두 인물을 통해 간단하지만 효과적으로 전해준 것.

 

그 곳에서 만난 이제 20대의 젊은 철공소 사장은 그래도 그 곳에 어떤 희망 같은 것을 발견하게 했다. 젊은 나이에 철공소 일을 선뜻 선택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보였지만, 그는 아버지가 그 일을 땀 흘리며 밤늦게까지 집중해 하시는 모습을 보며 그 일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멋있게 느껴졌다는 것. 오래도록 그 일을 해온 아버지의 거래처 분들이 일을 주시면서 잘 한다고 칭찬도 해준다고 밝힌 그 청년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문래동 철공소에도 여전히 미래가 가능하다는 걸 잘 보여줬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그러면서 그 곳에서 만난 분들에게 일관된 질문을 던졌다. 그것은 지금 당장 ‘열정’과 ‘휴식’ 중에 선택하라고 하면 무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어떤 분은 아직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며 열정을 선택했고 어떤 분은 그만큼 열심히 살았으니 이제 좀 쉬엄쉬엄 하며 살아야 한다며 휴식을 선택했다. 별 거 아닌 질문처럼 보이지만 이 질문은 답변을 해주는 이들의 현재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질문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어떤 답변을 하든 그 문래동에서 살아가는 분들이 모두 열심히 살고 있다는 걸 바탕에 깔고 있었다. 열정을 말하는 분들이라면 앞으로도 더 열심히 살겠다는 뜻일 테고, 휴식을 말하는 분들이라면 그간 열심히 살아왔다는 뜻일 테니 말이다. 흥미롭게도 이 열정과 휴식이라는 두 단어는 문래동을 잘 표징하는 말처럼 다가왔다. 한쪽에서는 기계가 돌아가며 땀과 불꽃이 튀는 열정이 묻어나고, 그렇기 때문에 가끔은 휴식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예술적 여유들이 묻어나는 곳. 문래동은 그런 풍경이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대단히 큰 시청률을 내고 있지는 않지만 시청자들의 호감을 사고 있는 데는 이 프로그램만이 가진 자막과 편집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길거리에 무작정 나가 사람을 만나는 프로그램이다. 우연적인 만남이 이어지는 그 곳에서 어떤 의도나 계획적인 영상을 만들어낼 수는 없는 법이다. 다만 찍기 전 그래도 일관적인 어떤 흐름을 가질 수 있는 ‘질문’을 준비할 뿐이고, 찍어온 후 편집과 자막을 통해 그 날의 이야기에 일관성을 집어넣을 수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문래동을 찾아가며 열정과 휴식이라는 두 키워드를 들고 간 것이나, 그 곳에서 만난 분들의 이야기를 그 두 키워드로 묶어낼 수 있는 편집과 자막은 이 프로그램이 가진 저력의 원천으로 보인다. 메인 작가가 만만찮은 역량을 가진 이라는 게 프로그램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 아마도 관찰카메라 시대에 작가의 가장 큰 덕목이라면 그 우연적 영상들 속에서 의미망을 찾아내고 묶어내는 것이 아닐까. 그런 관점에서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보고 읽고 느끼는 맛이 분명한 프로그램이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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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의 순간’, 청춘의 미숙함이 풋풋함으로 다가오는 이유

 

미숙한 청춘의 아픔과 풋풋함이 느껴진다. 아마도 이건 JTBC 월화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이 포착한 이 드라마만의 매력일 게다.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지만 자꾸만 오해를 받는 최준우(옹성우). 이전 학교에서 폭행과 절도로 강제전학을 당했다는 사실은 전학 온 학교에서도 단 하루 만에 도둑질을 했다는 누명을 쓰게 만든다.

 

실제로는 반장으로 학교 선생님들은 물론이고 학생들에게까지 완벽한 신뢰를 얻고 있는 마휘영(신승호)의 짓이라는 사실을 최준우는 알고 있지만 모른 척 한다. 하지만 최준우는 마휘영이 앞에서는 그를 도와주는 척하면서 사실은 그를 도둑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걸 알고는 그 앞에 나선다. 그러자 마휘영이 드디어 그 숨겨진 얼굴을 드러낸다. “알면 어쩔건데? 이 쓰레기 새끼야.” 그러자 최준우도 그토록 드러내지 않던 속내를 꺼내놓는다. “쓰레기는 너 아냐?”

 

<열여덟의 순간>의 이 엔딩 장면은 최준우라는 무존재감의 청춘이 자기 존재를 드디어 드러내는 순간이다. 드라마는 마휘영이라는 인물을 그저 악역으로만 세우려 하지 않았다. 그가 겪는 스트레스 또한 보여주었다. 학원에서는 공부 천재 조상훈(김도완)과 비교되고, 집에서는 모든 것에서 잘 난 형과 비교된다. 완벽하고 싶은 마휘영은 그 스트레스 때문에 아토피로 쉴 새 없이 손을 긁어댄다.

 

그런 그가 보복하듯 학원 선생의 시계를 슬쩍 쓰레기봉투에 버린 것이고, 마침 아르바이트생으로 거길 왔다가 그걸 수거해간 최준우가 범인으로 몰렸던 것이다. 마휘영이 최준우에게 “쓰레기 새끼야”라고 말한 건 그래서 어쩌면 스스로에게 말한 것인지도 모른다. 완벽하고 싶고 그래서 그런 척하지만 사실은 가식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자신에게.

 

<열여덟의 순간> 첫 회는 이렇게 미숙해서 아픈 청춘들을 전면에 끄집어낸다. 최준우는 유수빈(김향기)이 안타까워했던 것처럼 ‘무존재감’으로 살아가는 청춘이다. 그 ‘무존재감’을 잘 표상하는 건 그의 이름표다. 그는 최준우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전학 와 마휘영의 부탁으로 얻게 된 중고 교복의 이태호라는 이름을 달고 다닌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면서 붙은 박영배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의 이름이 최준우라고 애써 알리려 하지 않는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그런 그에게 유수빈이 다가와 이태호라는 이름표를 떼내 주며 말한다. “전학생. 너 귀신? 무슨 애가 색깔이 없어. 분하지 않아? 존재감 없이 사는 거.” 대신 종이를 붙여 최준우라는 이름을 써준 후 돌아서며 유수빈은 한 마디를 콕 집어낸다. “잘 가라 전학생. 잘 살아. 계속 그렇게 존재감 없이.”

 

한편 마휘영은 최준우와는 정반대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안간힘을 쓴다. 그래서 자신을 가장하기도 한다. 아마도 마휘영이 최준우를 “쓰레기”라고 부른 건 그런 가장된 모습을 알아차렸다는 사실 때문일 게다. 둘은 그래서 부딪치고 갈등하며 상처를 줄 것이지만 어쩌면 서로의 부족한 면들을 채워줄 수 있는 그런 존재들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무존재감으로 어딘가 아픔을 갖고 있는 듯한 최준우라는 인물이 주는 몰입감이 적지 않다. 그 모습은 어딘지 매일 입시와 경쟁 사회 속에서 버텨내고 있는 청춘들의 ‘침묵’을 보는 듯해서다. 소소한 청춘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섬세한 감정들이 교차하는 <열여덟의 순간>에서 젊은 날의 미숙했지만 풋풋했던 시절을 떠올려보게 되는 건 그 무존재감에 대한 안타까움과 공감이 함께 하기 때문일 게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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