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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지 못한 사회, 공정함을 기대했던 오디션의 배신

 

Mnet <슈퍼스타K> 시즌2에서 허각이 우승자로 뽑혔을 때 심지어 신드롬까지 생겨났던 건 오디션 프로그램이 공정함에 대한 판타지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환풍기 수리공’으로 일하며 행사를 뛰며 노래를 해왔던 허각이지만, <슈퍼스타K>의 무대는 그의 스펙이나 배경 따위는 뒤로 밀쳐두고 오로지 가창력으로 그를 최종 우승자로 세웠다. 스펙과 태생으로 미래가 규정되는 우리네 불공정한 사회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 공정성의 판타지를 제공했고 그래서 허각 신드롬이 생겨났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Mnet <프로듀스X101(이하 프듀X)>의 투표조작논란을 보고 있자면 이런 오디션의 판타지가 과연 진짜였는가를 의심하게 된다. 지난달 19일 방영된 생방송 파이널에서 1위부터 20위 사이의 득표수가 ‘7494.442’라는 특정 숫자의 배수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불거진 논란이다. 확률적으로 이런 동일한 득표수 차이나 특정 숫자의 배열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개입이 있었을 거라는 추측은 합리적인 의심일 수 있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Mnet 측은 공식 입장을 내놨다. “득표 수로 순위를 집계한 뒤 각 연습생의 득표율도 계산해 최종 순위를 복수의 방법으로 검증했다. 제작진이 순위를 재차 검증하는 과정에서 득표율을 소수점 둘째 자리로 반올림했고, 득표율로 환산된 득표 수가 생방송 현장에 전달됐다.” 결국 이 이야기는 득표 수 집계 및 전달 과정에 오류가 있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최종 순위에는 변동이 없다”고 밝혔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자체가 심각한 조작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시청자들은 물론 이런 해명조차 납득하지 못했다.

 

결국 해명이 신뢰를 잃어버리게 되자 Mnet 측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특단의 조치를 단행했다.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는 것. 경찰은 이 프로그램 제작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투표 관련 자료들을 확보해 분석에 들어갔다고 한다. 데이터 보관업체가 집계한 투표 결과와 방송에서 발표한 투표결과를 비교 분석한다는 것. 만일 그 결과가 같다고 해도 데이터 보관업체 또한 제작진과 공모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결과가 같지 않다면 제작진의 조작 의혹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구체적으로 조작을 의심할만한 증거들이 나온 것이지만, 이미 이전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늘 조작논란이 불거지곤 했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음악을 두고 순위를 매긴다는 일이 자의적인 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마다의 취향이 다른 시청자들로서는 그 결과를 100% 받아들일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증거가 없어 유야무야 지나가버렸던 게 현실이었던 것.

 

또 구체적인 순위 조작은 아니어도 방송 편집을 통한 제작진의 개입에 대한 논란은 늘 있었다. 예를 들어 마지막 라이브 경연에 들어가면 노래를 하기 전 편집 영상이 먼저 들어가곤 하는데, 이 영상을 어떤 방식으로 편집해내느냐에 따라 투표 결과는 당연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악마의 편집’ 같은 노골적인 개입도 있었지만, 잘 보이지 않는 편집의 개입 또한 투표 결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최근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이런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공정성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100% 투표 방식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프로듀스 101>은 아예 대놓고 ‘국민 프로듀서님’이라는 호칭을 쓰며 시청자들의 참여로 이뤄지는 순위를 강조했다. 그것이 공정한 오디션의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공정할까는 의문이다. 결국 최종적으로 방송에 나오게 되는 것은 제작진의 편집을 거쳐서다. 즉 그 방송 편집이 여기 출연한 참가자들을 어떤 방식으로 담아내느냐에 따라 당락은 결정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 ‘팬덤 오디션’이 비뚤어진 부정투표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최종 투표에 있어 자신들이 미는 참가자에 투표를 독려한다는 취지로 상당한 경품까지 내걸고 있다는 후문이다. 공정성은 결국 판타지일 수밖에 없다.

 

과연 오디션은 앞으로도 유효한 음악 프로그램의 형식이 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다시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서 음악으로 순위를 세운다는 일이 가능한 일일까. 특히 요즘처럼 취향이 강조되는 시대에. 공정성이 사라진 오디션에 남는 건 결국 냉혹한 비즈니스뿐이다. 그 세계는 현실적인 것들이 오고갈 뿐, 공정성 같은 판타지가 설 자리는 없다. 이번 <프듀X> 사태는 바로 그 민낯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사진:Mnet)

Posted by 더키앙

‘골목식당’ 백종원 팔아 장사하는 이대 백반집. 이래도 될까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여름특집으로 한 ‘재점검’은 일종의 ‘보너스’ 성격이 아니었을까. 이를테면 포방터 시장의 홍탁집 같은 경우, 진짜로 지금도 잘 하고 있는가를 점검하러 왔지만 사실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사장님의 면면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백종원은 그래서 홍탁집 사장님의 건강까지 걱정했고, 헬스클럽을 끊어서 인증샷을 보내라는 훈훈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게다가 백종원은 이번 재점검을 통해 여름 장사를 위한 솔루션을 추가해주기도 했다. 닭곰탕이 아무래도 여름에는 더워서 찾는 분들이 줄었다는 홍탁집에 백종원은 여름 메뉴로 초계탕 레시피를 전수해줬다. 시청자들도 개과천선해 열심히 살아가는 홍탁집 사장님을 응원하는 터라, 백종원의 새 레시피 전수가 기분 좋은 일이 될 수 있었다.

 

또 백종원은 성내동 분식집에도 신 메뉴인 비빔국수 레시피를 알려줬다. 비빔국수를 먹어 본 김성주와 정인선은 그 맛에 감탄했다. 백종원은 “내가 불편하면 손님들이 좋아한다”는 조언도 해주었다. 분식집 사장님은 지금까지도 열심히 해왔지만 재점검을 통해 초심을 다잡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대 백반집을 찾아가는 백종원과 김성주, 정인선의 마음은 무거워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SNS 상으로 올라온 이대 백반집에 대한 평가가 너무나 안 좋았기 때문이다. 음식이 짜다거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악평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백종원은 1년 반 동안 6번 정도의 점검을 했다며 그 참담한 결과를 알려줬다. 양이 들쑥날쑥하고 소스가 줄었고 대량으로 조리한 후 퍼주고 있다는 등의 보고서 내용은 모두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이대 백반집의 맛을 점검하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동원해 찾은 요원(?)들은 다들 고개를 가로저었다. 순두부찌개가 “너무 맵다”는 이야기를 하자 사장은 오히려 적반하장식의 해명을 늘어놓았다. “백대표 음식 많이 안 먹어봤지? 백대표 음식이 맛이 다 강하다. 다 약간 맵고 짜고 달다. 지금은 원래 알려준 것보다 더 맛있어졌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거짓말까지 했다. 새로운 레시피로 추가된 김치찌개와 백숙이 “백종원이 자문해줘서 개발한 것”이라고 했고, 모든 레시피가 백종원이 가르쳐준 것이라 다르게 하면 “금방 전화 온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이미 초심과 멀어져 애초의 맛을 내지 못하는 음식들을 내놓고 있었지만 백종원이라는 이름을 계속 팔아 장사를 하고 있었던 것.

 

사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관심을 받는 이유가 된다. 그만큼 이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방터 시장 같은 경우는 아예 없던 상권이 살아나기도 하지 않았던가. 백종원의 공도 크고 방송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일종의 혜택을 받는 입장이라면 애초 왜 그들이 그런 수혜를 입을 수 있었던가를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골목 상권을 살린다는 그 대의를 위해서라도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대 백반집은 초심을 버리고도 심지어 백종원이라는 이름을 팔아 장사를 하고 있었다. 백종원으로서는 참담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일이고, 그것은 시청자들도 허탈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다음 주 예고편에 슬쩍 들어가 있는 “저도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는 백종원의 목소리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나랏말싸미’, 세종대왕 폄훼 아니라고 하지만

 

영화적으로만 보면 <나랏말싸미>는 꽤 잘 만든 영화다. 그것은 이 영화가 지금까지 세종대왕을 다루는 많은 콘텐츠들이 깊게 들어가 보지 않았던 한글의 창제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어서다. 무에서 유를 창출해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제목에 담긴 것처럼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로 시작하는 ‘훈민정음’의 서문처럼, 우리는 우리말을 하고 있는데 글자는 한자를 쓰는 당대 언어생활의 어려움은 세종대왕이 그 말을 소리 나는 대로 글자로 만들려한 중요한 이유다.

 

소리글자를 만들기 위해 하나하나 발성을 해가며 그 소리가 입안 어디서 나오는지 알아내기 위해 손가락을 집어넣고 소리를 내는 과정들을 반복하고, 그 일관된 규칙을 찾아내며 나아가 점과 선만으로 다양한 글자의 조합을 만들어내는 그 한글의 창제 과정 속에는 그래서 자연스레 세종대왕의 뜻과 마음이 얹어진다. 그 뜻은 모든 정보들을 민초들도 공유하게 하여 특정권력자들이 정보를 독점해 나라가 망하는 걸 막겠다는 것이고, 그 마음은 좀 더 민초들이 편리하게 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 ‘애민정신’이다.

 

그러니 세종대왕이 주도적으로 이 한글 창제를 하는 과정을 온전히 담았다면 박수 받아 마땅한 영화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나랏말싸미>는 박수는커녕 역사왜곡 논란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것은 출처도 불분명한 신미 스님의 한글창제설을 덜컥 영화의 중심으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신미는 세종대왕이 홀로 고민해온 연구들을 보고는 한 마디로 ‘헛짓’을 했다고 일갈하고, 소리문자를 만들기 위해 본인이 능숙한 산스크리트어를 참조하며 한글을 만들어나간다.

 

신미가 한글 창제의 중심부에 서게 되자 자연스럽게 세종대왕은 뒤편으로 물러난다. 물론 이를 지시하고 그 과정들을 검수하는 건 세종대왕의 역할이 되지만, 실제로 우리의 소리를 정리하고 점과 선으로 이어 만든 글자를 만들며, 심지어 그 한글을 쓰는 법을 정리한 것도 모두 신미의 몫이 된다.

 

물론 <나랏말싸미>가 이처럼 다소 도발적인 시도, 즉 신미가 한글 창제의 중심에 있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게 된 건 왕과 대등한 스님이라는 그 구도가 지금의 대중들에게 어떤 카타르시스를 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일 게다. 과거 <광해> 같은 영화가 광해라는 왕과 광대를 병치시키면서 만들어냈던 카타르시스와 유사한 어떤 것.

 

하지만 신미가 세종대왕을 ‘주상’이라 부르고, “왕 노릇 똑바로 하란 말입니다!”라고 일갈하는 장면에서 지금의 대중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보다는 어떤 불쾌함을 느끼는 면이 더 컸다. 역사는 세종대왕이 주도적으로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우리의 문화유산인 한글을 창제했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어디서 갑자기 스님 한 명이 나타나 그걸 자신이 했다고 주장하고 심지어 세종대왕에게 면박을 주는 대목이 어딘가 잘못됐다 여겨졌기 때문이다.

 

역사왜곡 논란이 점점 커지자 <나랏말싸미> 조철현 감독은 신미를 세운 일이 역사를 왜곡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밝혔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 때 가졌을 내면의 갈등과 고민을 ‘외면화’하기 위해 영화적 인물을 만들어냈을 뿐이라는 것. 그리고 신미가 실존인물이며 여러 문헌에 기록이 나와 있어 충분히 ‘역사 공백을 개연성 있는 영화적 서사’로 만들만한 근거가 있는 인물이라고도 했다. 세종대왕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화 <나랏말싸미>는 시작부분에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일 뿐이며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고 자막으로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한 인터뷰에서 “나로서는 넣고 싶지 않은 자막일 수 있다”며 “어째 됐든 그 누구든 역사적인 평가 앞에서 겸허해야 된다는 판단에서 넣게 됐다”고 한 말이 그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세종대왕이 주도적으로 만든 한글을 신미가 주도해서 했다고 하는 영화의 이야기는, 창작물로서의 상상력의 허용을 어느 정도 감안한다 하더라도 대중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다. 외국에서 이 영화를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특히 일본 같은 나라에서 이 영화의 신미 한글창제설을 보게 된다면 또 엉뚱한 말들을 늘어놓지 않을까 우려된다. 역사왜곡을 의도하려 한 건 아닐 수 있어도 <나랏말싸미>는 지금의 대중들의 정서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이것이 이 영화가 끝내 무너지게 된 진짜 이유다.(사진:영화'나랏말싸미')

Posted by 더키앙

유재석의 '유퀴즈', 강호동의 '한끼줍쇼' 이들이 찾은 해법

 

워낙 오래도록 사랑받아왔던 예능 프로그램이어서인지, 방송을 재개해달라는 목소리가 솔솔 피어오른다. MBC <무한도전>과 KBS <1박2일> 이야기다. 약 10여 년 간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를 이끈 양대 예능 프로그램은 지금 방영되지 않는다. <무한도전>은 12년 만에 시즌 종영을 선언했고, <1박2일>은 정준영 사태가 터지면서 제작 중단된 상태다.

 

<무한도전>과 <1박2일>이 지금 방영되지 않게 된 건 저마다의 사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더 이상 이같은 형식의 프로그램이 먹히지 않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연예인 캐릭터쇼는 이제 조금은 구닥다리 예능 트렌드가 됐다. 대신 그 자리에 들어온 건 일반인과 더해지는 관찰카메라다. 가짜가 아닌 진짜를 보고픈 대중들의 욕구가 만들어낸 새로운 예능 트렌드다.

 

이런 트렌드의 변화는 <무한도전>과 <1박2일>을 각각 이끌었던 유재석과 강호동의 양대 구도도 막을 내리게 했다. 유재석과 강호동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 해법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이들이 해법을 찾은 프로그램은 뭘까? 지금 <무한도전>과 <1박2일>을 부활시켜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과연 이 프로그램들은 유재석과 강호동에게 해법이 되어줄까.

 

김태호 PD가 새로 들고 온 프로그램은 <무한도전> 시즌2가 아니라 <놀면 뭐하니?>라는 릴레이 카메라 방식의 예능 실험이었다. 물론 아직 제대로 정착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래서 호불호가 갈리고 차라리 <무한도전> 시즌2를 부활시키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놀면 뭐하니?>가 새로운 실험을 하고 유재석이 그 중심에 서게 됐지만 그 역할은 사뭇 달라졌다. 중심에 있다고 해도 새로운 예능인들을 발굴하고 찾아내는 정도의 역할이라고 해야할까.

 

온전히 유재석이 지금의 새로운 트렌드에 적응하고 또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는 프로그램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은 거리를 다니며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즉석에서 벌어지는 리얼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유재석은 그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역할을 부여받는다. 대전에서 찍은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애초 ‘노잼 대전’을 ‘유잼 대전’으로 만들겠다며 사람들을 찾아 나섰는데, 마지막 카페를 운영하는 분에게서 의외의 얘기를 들었다. ‘노잼’이지만 ‘노스트레스’가 바로 대전이라는 것. 이런 보통 사람들에게서 만들어지는 발견의 지점들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재미이고 그것은 또한 이 달라진 시대에 대중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강호동은 어떨까. 물론 <1박2일> 시즌4를 원년 멤버들로 다시 시작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그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KBS라는 공영방송의 틀에서 우리네 숨은 여행지들과 그 곳에 사는 분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취지는 <1박2일>이 일반적인 예능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이 강호동에게도 이 새로운 시대에 맞는 해법이 되어줄 거라는 점에는 회의적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강호동을 되살린 프로그램은 JTBC <한끼줍쇼>였다. 이경규와 함께 골목골목을 다니며 낯선 집의 초인종을 누르고 환대해주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강호동은 그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끄집어내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면서 ‘소통의 이미지’를 갖게 됐다.

 

<무한도전> 시즌2나 <1박2일> 시즌4가 만들어지는 일은 물론 반가운 일일 게다. 그래도 한 때의 10여년을 우리와 함께 웃고 울었던 프로그램이 아닌가. 그러니 향수가 있고 여전한 즐거움이 있을 거라 여겨진다. 하지만 이렇게 과거로 가는 프로그램보다 좀 더 현재적인 프로그램으로서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나 <한끼줍쇼> 같은 프로그램이 훨씬 바람직해 보인다. 그건 아마도 과거 언저리에 머물러 있기보다 앞으로 나가야 하는 유재석과 강호동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60일, 지정생존자’에서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는 건

 

사건 전개가 지나치게 느리다.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를 보다보면 어째서 이렇게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이야기에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즉 이 드라마는 미드 원작과 달리 우리네 헌법에 맞게 ‘60일’이라는 시간제한을 뒀다. 그래서 드라마의 연출에서도 시작과 함께 자막으로 ‘○○일’ 같은 시간의 흐름을 적시해 놓았다.

 

보통 이런 구조의 시간제한은 마치 시한폭탄 같은 장치를 만들어 드라마를 긴박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여기서 60일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게 되기까지의 시간이다. 졸지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박무진(지진희)은 그 60일의 국정운영을 대신해야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60일 후 대통령 선거에서 박무진이 대행이 아닌 진짜 대통령이 되는 그 과정까지 담아낼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드라마는 그 시간제한이 갖는 긴박감을 살리지 못하고 자잘한 에피소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지난회까지 시청자들의 관심이 한껏 증폭되어 있던 인물은 바로 오영석(이준혁) 의원이었다. 그가 사실상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고, 그 진실에 다가가려는 한나경(강한나)과 정한모(김주헌) 국정원 요원들이 오히려 누군가에 공격을 받고 위기에 몰려 있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시청자들로서는 오영석 의원의 실체가 드러나는 과정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드라마는 갑자기 ‘스캔들’이라는 부제로 박무진 권한대행과 아내 최강연(김규리)이 어떻게 만났고 친부로부터 버려진 박시완(남우현)을 박무진이 어떻게 친자식으로 끌어안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드라마의 흐름을 꺾어버린 전개고, 어떤 면에서는 시간 끌기를 함으로써 맥을 풀리게 만드는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박무진의 인간적인 모습을 담아내려는 이 에피소드가 그리 대단히 감동적으로 다가온 것도 아니었다. 어느 정도는 다 예상할 수 있는 전개 안에 머물고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반 박무진이 유부녀였던 최강연과 불륜을 통해 박시완을 갖게 됐다는 식의 제보가 등장하고, 차마 박시완을 친자식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박무진이 그 거짓 제보를 그대로 인정하는 대목에서 이미 시청자들은 그 사건의 전말을 어느 정도는 예상했을 게다.

 

나아가 이 이야기 자체도 허점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박시완이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라면, 아들에게 아빠가 불륜남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건 괜찮은 걸까. 이런 논리적인 허점들이 있기 때문에 이 에피소드는 과도하게 박무진의 인간적 캐릭터를 짜내서 만들어낸 듯한 느낌을 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에피소드의 허점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지지부진한 전개가 만들어내는 피로감이다. 빠른 전개를 해도 시청자들이 채널을 유지할까 말까 한 상황이다. 정공법으로 이야기의 속도를 내지 않고 자잘한 에피소드로 변죽만 울리다 시청자들이 다 떠나버릴까 우려되는 지점이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검법남녀2’, 시즌3를 위한 포석? 사이다 없는 결말

 

이 정도면 시즌제 드라마라고 아예 못을 박은 셈이다.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2>는 종영했지만 끝난 건 없었다. 드라마 내내 시청자들을 뒷목 잡게 만들었던 갈대철 검사(이도국)는 끝내 표창까지 받으며 승리했고, 그 비리를 수사했던 도지한(오만석) 검사는 사직서를 내고 나갔다. 모든 사건은 닥터 K 장철(노민우)의 짓으로 덮여져 버렸다. 사건을 해결하고 증거를 통해 정의가 세워지는 것이 지금껏 <검법남녀>가 그려온 세계라고 본다면 이 가장 큰 줄기의 에피소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셈이다.

 

그나마 해결된 건 시즌1에서 죽은 걸로 처리되었지만 사실 닥터 K에 의해 그렇게 꾸며졌던 오만상(김도현)이 붙잡힌 것 정도다. 그는 갖가지 살인죄에 은닉죄로 처벌받았고 재벌가에서도 그를 더 이상 비호하지 않았다. 꼬리 자르기를 한 것. 그러니 사실 오만상 사건 역시 확실히 마무리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재벌가와 연계된 고리들은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검법남녀2>는 이렇게 미진한 결말을 시즌3를 위한 포석으로 남겨두었다. 감찰반으로 오라는 제안에도 은솔 검사(정유미)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겠다며 여전히 살아남아 잘 살고 있는 갈대철 검사의 사건을 계속 캘 거라는 의지를 보였고, 갈대철 검사는 묘소에서 독사에 물린 것처럼 위장해 살인을 저지를 때 썼던 주사기를 자신의 책상 서랍 안에 두었다. 언제고 증거가 될 떡밥을 놓아둔 셈이다.

 

그리고 드라마가 끝난 후 이어진 쿠키영상은 <검법남녀>가 시즌3로 돌아올 거라는 확실한 암시를 줬다. 즉 검사직을 그만둔 도지한이 변호사가 되어 계속 사건을 수사할 거라는 걸 드러냈고 그 뒤에 죽은 줄 알았던 장철이 함께 하게 됐다는 걸 보여줬다. 시즌3에서는 이 도지한과 장철이 백범(정재영) 검시관과 어떤 협업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물론 시즌제 드라마가 낯선 우리에게 이런 시즌2의 마무리는 어딘지 미진함을 남길 수밖에 없다. 사건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결국 악당들의 승리로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미드 같은 시즌제 드라마에서는 자주 쓰이는 방식이다.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기 위해 시즌 말미에 또 다른 떡밥을 남기거나 혹은 비극을 담아내는 방식.

 

최근 우리 드라마에서도 점점 시즌제 드라마가 본격화되고 있다. tvN <아스달 연대기>는 파트2까지 끝내고 파트3를 9월 7일부터 방영할 예정이고, JTBC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도 시즌1을 끝내고 오는 11월 시즌2로 돌아올 예정이다. 두 드라마 모두 시즌 말미에 이렇다할 시원한 결말을 담아내지 않았다. 특히 <보좌관> 같은 경우 주인공인 장태준(이정재)이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정적이나 다름없는 송희섭(김갑수) 국방부장관에게 무릎을 꿇는 지점에서 시즌1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결국 <검법남녀>도 이런 시즌제 드라마의 길을 본격화한 셈이다. 사이다 없는 결말을 내놨고 그것은 아마도 시즌3의 또 다른 시작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렇게 된 건 <검법남녀>라는 작품이 시즌제 드라마로서 시즌1,2를 모두 성공적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가져와 법의학이라는 관점에서 하나씩 풀어가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는, 사실상 소재만 다양하면 충분히 시즌제를 계속 이어가도 충분하다는 걸 입증시켰다. 과연 시즌3는 언제 다시 돌아오게 될까. 그 때가 되면 갈대철 검사를 비롯해 노한신(안석환) 차장검사까지 그 추악한 비리들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될까.(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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