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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동시 방영 드라마와 그렇지 않은 드라마의 차이

 

최근 SBS에서 금토에 방영되고 있는 블록버스터 드라마 <배가본드>는 넷플릭스에서도 동시 방영된다. 사실 지상파들이 넷플릭스 같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그토록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는 걸 떠올려보면 <배가본드>의 넷플릭스 동시 방영은 어딘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지상파 3사는 최근 SK텔레콤과 함께 웨이브라는 OTT를 만들겠다 선언하지 않았던가. 그건 넷플릭스는 물론이고 향후 디즈니 플러스 같은 공룡 OTT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면서 생겨난 지상파들의 위기감을 반영한 움직임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배가본드>는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는 걸까.

그런데 이런 이례적인 행보는 SBS <배가본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KBS에서 수목에 방영되는 <동백꽃 필 무렵>도 넷플릭스에서 동시 방영되고 있다. 이 작품은 KBS 드라마 중 넷플릭스에서 동시 방영되는 첫 드라마이기도 하다. 이처럼 지상파가 넷플릭스 같은 OTT에 동시 방영을 결정하게 된 건, 지상파 방송3사가 넷플릭스라는 투자자이자 유통사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상파 3사는 협의를 통해 한 해 몇 편 한도를 정해 넷플릭스와 협업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놓았다.

이렇게 된 건 tvN이나 JTBC 같은 비지상파들이 일찌감치 넷플릭스와 공동제작, 글로벌 방영을 통해 그만한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특히 tvN은 <미스터 션샤인> 같은 작품이나 <아스달 연대기> 등을 만들 수 있는 동력으로서 넷플릭스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냈다. JTBC는 넷플릭스와 계약을 통해 자사 드라마들을 글로벌하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열어 놓았다.

 

그래서 심지어 이제 몇 백 억이 넘어가는 대작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넷플릭스 없이는 어렵다는 업계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430억이 들어간 <미스터 션샤인>이나 540억이 투입된 <아스달 연대기> 같은 작품은 사실상 넷플릭스가 몇 백 억씩 투자하지 않았다면 제작 자체가 어려웠을 드라마다. 250억이 들어간 <배가본드>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렇게 되자, 넷플릭스에 방영되는 한국드라마와 그렇지 않은 한국드라마들 사이에 확연한 차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 좀 괜찮다 싶은 드라마들은 여지없이 넷플릭스에서 동시 방영되는 경향이 생기고, 좀 대작이라 생각되는 작품들 역시 넷플릭스에서 방영된다. 냉정한 현실이지만 현재 방영되고 있는 한국드라마들은 많지만 그 중 주목받는 작품들은 몇몇 작품으로 점점 한정되는 경향이 있다. <아스달 연대기>, <배가본드>, <동백꽃 필 무렵> 같은 드라마들이 그렇다.

 

물론 OCN은 넷플릭스 오리지널처럼 일찍부터 ‘OCN 오리지널’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 넷플릭스 동시 방영 드라마들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tvN, JTBC 그리고 지상파 3사의 드라마들은 이제 괜찮다 싶으면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 있는 그런 상황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중요한 건 이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은 저도 모르게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고, 이른바 ‘글로벌 감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네 드라마에도 보다 높은 스케일과 완성도를 요구하게 됐다. 그런데 넷플릭스의 이런 영향은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제 디즈니 플러스 같은 글로벌 OTT들이 등장하게 되면 이러한 변화는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에 방영되는 드라마들이 이렇게 도드라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자본의 논리가 들어간 것이지만, 여기에 시청자들이 이미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내 드라마 제작사들의 각성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이제 우리네 드라마들도 ‘국내용’의 틀을 넘어 글로벌에도 먹힐 만큼의 완성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걸 맞추지 못하면 활짝 열린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네 드라마의 입지는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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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 유재석과 트로트의 만남 빵빵 터진 이유

 

시청률도 빵 터졌고 웃음도 흥도 빵빵 터졌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는 새로 시작한 ‘뽕포유’로 6.6%(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주 3.7% 시청률에서 거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웃음의 강도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유재석과 트로트의 만남이라는 그 시도 자체가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유재석이 동묘에 위치한 알 수 없는 녹음실을 방문하는 것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했다. 그 곳은 다름 아닌 한 때 <전국노래자랑> 심사위원을 했고 무수한 영화 음악을 작곡한 작곡가 박현우의 녹음실이었다. 영문을 몰라 하는 유재석의 표정은 이제 <놀면 뭐하니?>에서는 익숙한 웃음의 포인트가 됐다. ‘유플래쉬’에서도 그는 영문도 모른 채 체리필터 손스타에게 드럼을 배워 두드렸고, 그것이 가요계 선후배들을 끌어모아 ‘릴레이 음악’을 하게 만든 시발점이 됐었다.

 

이번 ‘뽕포유’는 그 ‘유플래쉬’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유플래쉬’에서 자신의 드럼 비트가 트로트로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던 유재석이었다. 또 평소 트로트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였던 그였기에 이제 트로트계 선후배들이 모여 유재석을 장차 용이 될 ‘트로트계의 이무기’로 키우는 프로젝트가 시도되게 됐던 것.

 

물론 이건 유재석의 아무런 의도나 의지가 들어 있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웃음을 줬다. 갑자기 진성의 ‘안동역에서’를 부르게 된 유재석은 심지어 ‘트로트 영재’라고까지 치켜세우는 박현우의 과한 칭찬에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특이한 건 노래방 기계 반주를 이용해 녹음을 했던 것.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녹음한 노래를 트로트계의 거성들인 태진아, 김연자, 진성에게 직접 들려주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게했다. 처음에는 아마추어라며 혹독한 평가를 이어가던 세 사람은 그러나 유재석이 직접 나타나 자신이 불렀다고 하자 갑자기 호평을 시작하는 모습으로 큰 웃음을 줬다.

 

결국 유재석이 쏘아올린 작은 비트 하나가 가요계 선후배들을 한 자리에 모아 노래를 만들게 했듯이, 이번 ‘뽕포유’는 트로트계 선후배들을 모아 유재석 트로트 가수 만들기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했다. 흥미로웠던 건 ‘트로트 신동’ 유재석의 행보만이 아니었다. 그 과정을 통해 방송에 얼굴을 내민 트로트 가수들의 면면 또한 놀라울 정도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것.

 

처음 유재석을 맞았던 박현우는 물론이고, 남다른 트로트의 흥을 끌어내준 태진아, 김연자에 이어 진성과 함께 만나게 된 가수 윤수현 작곡가 김도일 또한 남다른 예능감으로 큰 웃음을 주었다. 특히 과한 리액션을 쉬지 않고 해주는 윤수현은 그 자체로 유재석을 웃게 만들었고 그 ‘우쭈쭈’로 그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유재석의 예명을 짓는 과정도 예사롭지 않았다. 작곡가 김도일이 ‘이무기’라고 하면 어떠냐는 의견에 진성이 그건 너무 부정적인 이미지라며 설전을 벌이고, 메뚜기, 사마귀, 유뽕, 유태풍, 유이슬을 거쳐 갑자기 튀어나온 유산슬이 그의 닉네임이 되었다. 또 첫 무대를 위해 의상을 선뜻 빌려주겠다고 나선 태진아를 찾아가 핑크색 반짝이 코트와 노란 중절모 심지어 팬티까지 지원받는 과정도 빵빵 터지는 웃음을 주었다. 
  
그리고 클라이맥스가 된 유산슬의 첫 무대.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오른 유재석은 그간 선배들에게 배운 포인트들을 살려 진성의 ‘안동역에서’를 불렀고, 관객들의 호응에 유재석은 한껏 들뜬 모습을 보여줬다. 마침내 가면을 벗은 유재석에게 놀란 관객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트로트 신동의 탄생에 관객들도 진성도 기뻐했다. 
  

<놀면 뭐하니?>의 ‘뽕포유’는 트로트 버전의 릴레이 카메라가 되었다. 유재석이 트로트를 한다는 것 때문에 시선을 끌게 되었지만, 사실 프로그램의 주역들은 거기 출연한 트로트 가수들이었다. 구수한 트로트 가락에 걸 맞는 저마다의 남다른 예능감을 보여준 이들은 우리에게 트로트의 맛을 새삼 알려주었다. 아마추어인 유재석이 비교점이 되어 똑같은 가사의 노래지만 어디에 어떻게 포인트를 살리느냐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보여줬고, 무엇보다 그들의 구수한 흥은 그들 캐릭터에 녹아 있듯이 삶 자체에 닿아있다는 걸 드러내줬다.

 

결국 <놀면 뭐하니?>의 ‘뽕포유’는 트로트가 얼마나 친근하고 흥과 한이 넘치는 음악인가를 그 예사롭지 않은 출연자들을 통해 보여줬다. 아마도 시청자들은 첫 회가 끝나고 나서 진성의 ‘안동역에서’가 마치 입시금지송처럼 입에 착 달라붙어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지도. ‘트로트 신동’ 유재석도 흥미로웠지만, 그보다 더 반가웠던 건 예능의 새얼굴이 되어도 충분할 트로트 가수들의 면면이었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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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마마트’, 처음엔 낯설어도 익숙해지다 빵빵 터지는

 

이거 도대체 뭐지? 아마도 원작 웹툰을 잘 모르는 시청자라면 tvN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를 보며 당혹스러웠을 지도 모르겠다. 대뜸 대마그룹 회장이란 사람이 자사 주력 상품이라며 가져온 ‘털이 나는 광택제’를 내놓는 에피소드부터 시작하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할 법 하다.

 

그 말도 안되는 상품에 회장 눈치 보며 동조하는 권영구 전무(박호산)에 모든 이사들이 찬성할 때, 반대의사를 들고 나온 정복동(김병철). 회장은 갑자기 이것이 이사들을 시험해보기 위한 일이었다며 충언을 할 줄 아는 정복동을 추켜세우지만, 갑자기 ‘털이 나는 광택제’가 출시돼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오면서 상황은 역전된다. 결국 정복동은 이 얼토당토 않은 일로 대마그룹의 유배지나 다름없는 ‘천리마마트’ 사장으로 좌천되게 된다.

 

그런데 황당함은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망하기 일보직전인 천리마마트에 직원들을 더 뽑겠다 나선 정복동은 가수 지망생과 은행에서 명퇴 당한 대리기사, 전직 깡패 심지어는 빠야족 족장과 부족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힘겹게 대마그룹의 천리마마트에 점장으로 취직한 문석구(이동휘)는 정복동이 온 후로 놀라운 마트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부족한 카트 대신 카트 역할을 하는 빠야족들이 마트 곳곳에서 맹활약(?)을 하고, 고객만족센터에서 일하게 된 전직깡패 오인배(강홍석)는 조선시대 왕이 입던 곤룡포를 입고 왕좌에 앉아 불만을 갖고 온 손님을 발밑에 무릎 꿇리며 그 불만사항을 들어준다. 심지어 “오늘은 꽃이 되자”는 정복동은 스스로 해바라기 분장을 하고 직원들은 꽃 분장을 한 채 손님들을 맞는다.

 

이 정도면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드라마의 리얼리티하고는 거리가 멀어도 한 참 멀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도대체 대마그룹 같은 대기업이 어디 있고, 천리마마트나 정복동 같은 사장이 어디 있으며, 그런 곳에 오인배 같은 전직 깡패나 심지어 빠야족 사람들까지 정직원으로 채용된다는 일이 어찌 벌어질 수 있을까.

 

이쯤 되면 <쌉니다 천리마마트>라는 드라마의 정체를 이제 받아들이게 된다. 병맛으로 가득한 웹툰의 세계가 고스란히 드라마로 들어와 있는 것. 그러니 현실성이나 리얼리티를 따질 필요는 없어진다. 대신 우리가 알고 있던 현실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이 천리마마트의 기상천외한 풍경들을 보며 웃을 준비만 하면 되는 것.

 

그래서 처음엔 기존 드라마들이 갖던 리얼리티와의 부조화로 약간의 낯설음과 당혹감을 느끼다가 조금씩 리얼리티를 포기하는 순간부터 빠져드는 기이한 병맛의 세계를 시청자들은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 리얼리티의 정반대를 그려내는 마트의 풍경이 의외로 우리네 현실에 대한 은근한 풍자를 담고 있다는 걸 확인하면서, 병맛 뒤에 숨겨진 날카로움 같은 묘미도 감지하게 된다.

 

제 아무리 노력해도 하늘에 별 따기가 되어버린 정직원이 되는 길이나, 한 때 잘못된 길로 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만들어진 현실, 심지어 외국인노동자로서 살아가면서 대접을 받는 일이 요원한 우리네 현실을 투영해보면, 천리마마트의 병맛 풍경은 의외로 짜릿한 판타지를 제공한다. ‘고객이 왕’이 아니라 ‘직원이 왕’이라는 이 마트의 상상초월 성장기가 자못 궁금해지고 기대되는 건 그래서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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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이승기의 액션만으로도 꽉 찬 한 시간

 

이미 시작 전부터 화제가 됐던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는 그 기대감만큼 불안감도 컸던 게 사실이다. 여러 차례 국내 드라마들이 이른바 ‘액션 블록버스터’를 시도했지만 대부분이 실패했던 전적들이 있어서다. <로비스트(2007)>, <태양을 삼켜라(2009)>,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2010)>, <도망자PLAN B(2010)>, <아이리스2(2013)> 그리고 비교적 최근작인 <THE K2(2016)>까지. 이들 이른바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를 내세웠던 블록버스터 드라마들은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하고도 그만한 결과를 가져가지 못했다. 그러니 250억이 투입된 액션 블록버스터 <배가본드>에 대한 우려가 생길 밖에.

 

하지만 첫 회만 보면 <배가본드>는 꽤 성공적인 액션 블록버스터가 될 거라는 예감이다. 일단 먼저 눈에 띄는 게 주인공 차달건 역할을 연기하는 이승기의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다. 액션 스턴트맨 출신이라는 캐릭터의 옷을 입은 이승기는 모로코 현지에서 테러범과 마주해 보여준 격투신과 추격 신을 통해 몰입감을 높였다.

 

특히 건물 사이를 뛰어넘으며 도망치는 테러범을 뒤쫓는 파쿠르 액션은 눈을 뗄 수 없는 장면들을 연출해냈다. 건물 꼭대기에서 달리는 차 위로 뛰어내리는 장면이나, 그 차에 매달려 가다 차 안으로 들어가 격투를 벌이는 장면은 결코 쉬운 액션이 아니었다. 유인식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이 특히 고생했다”며 “안전한 장면에선 직접 연기를 했는데,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신, 차에 매달려 가는 신에선 이승기가 직접 연기를 했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배가본드>의 이야기 구조는 단순명쾌하다. 유도, 주짓수, 검도, 복싱 등등 종합무술 18단의 유단자로 스턴트맨으로 활동하며 무술감독을 꿈꾸던 차달건이 조카가 탄 여객기 추락사고의 진실을 추적하는 이야기. 여기에 국정원 요원인 고해리(배수지)가 함께 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그 이면에 존재하는 국방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로 확장된다.

 

단순명쾌한 구도지만, 그렇기 때문에 몰입이 쉽다. 유일한 가족 조카의 죽음이 만들어내는 차달건의 확실한 동기가 있고, 비행기 사고로 위장된 무기업자들의 테러가 조금씩 드러난다는 점에서 고해리 같은 요원의 동기까지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건 그래서 이 단순명쾌한 이야기를 어떻게 실감나게 보여줄 것인가가 된다.

 

다행스럽게도 <자이언트>, <샐러리맨 초한지>, <돈의 화신>까지 장영철, 정경순 작가와 합을 맞춰왔고 <미세스캅>과 <낭만닥터 김사부> 같은 작품으로 탄탄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유인식 감독은 <배가본드>의 실감나는 액션 연출로 확실한 볼거리를 만들어주고 있다. 차달건의 캐릭터를 짧게 보여주는 갖가지 스턴트 액션으로 이 작품이 가진 볼거리의 예열을 했다면, 비행기 추락 신에서부터는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장면들이 촘촘히 채워졌다.

 

금요일 저녁이라는 시간대에 복잡한 스토리보다는 시원한 액션과 볼거리로 채워지는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는 건 이미 이 시간대에 처음 편성되어 20%가 넘는 시청률을 냈던 <열혈사제>가 입증한 바 있다. 만일 첫 회 같은 밀도의 볼거리들을 꽉꽉 채워 보여줄 수 있다면 <배가본드>는 어쩌면 <열혈사제>의 성공을 재현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배가본드>는 이 압도적인 몰입감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까. 이승기의 액션만으로도 한 시간을 꽉 채워준 <배가본드>가 만일 성공사례로 만들어진다면 우리에게도 이제 블록버스터 드라마가 더 이상 실패의 늪이 되지 않는다는 걸 확인시켜줄 수 있을 게다. 우리가 드라마에서 갖게 된 볼거리에 대한 욕망 또한 영화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도.(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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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필 무렵’, 중간들에게 던지는 강하늘의 돈키호테식 위로

 

“엄마는 오락기가 원래 없는 게 좋을 것 같아? 쓰다 뺐기는 게 좋을 것 같아? 나는 쓰다 뺐기면 미치고 팔짝 뛸 거 같아. 잠도 안 올 거 같아. 근데 원래 없다고 치면 마음이... 중간이야. 충재네집은 이혼해갖고 걔네 아빠 서울 갔대. 나는 충재보다 내가 나은 것 같기도 해.”

 

KBS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동백(공효진)의 아들 필구(김강훈)는 엄마에게 그렇게 말한다. 아빠 없이 큰 아들에게 아빠가 궁금하지 않냐고 묻는 동백에게 하는 필구의 말이 꽤 설득력이 있다. 그 말에 위로를 얻는 동백은 말한다. “그래 우리 중간이야 그치? 중간.”

 

<동백꽃 필 무렵>은 그 중간의 위치에 있는, 아니 어쩌면 중간이라고 애써 우기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 같은 드라마다. 미혼모에 술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동네 여인들이 동백을 편견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때론 괴롭히는 이유다. 그건 동백의 아들 필구도 마찬가지다. 필구는 아빠가 없다는 사실과, 엄마가 술집을 한다는 이유로 친구들마저 마구 이야기하는 사실이 괴롭다.

 

그런 동백과 필구 앞에 편견이나 선입견과는 애초부터 거리가 멀 것 같은 순백의 영혼을 가진 황용식(강하늘)이 나타난다. 그는 앞뒤 재지 않고 부당하거나 잘못된 일들이 있으면 몸부터 뛰어드는 돈키호테 같은 인물이다. 그래서 경찰들보다 더 범인은 많이 잡아 순경이 된다. 그런 돈키호테 앞에 돌시네아처럼 동백이 나타난다.

 

엄마를 함부로 말하는 친구들과 한판 붙는 걸 도와주고 함께 오락실에 간 동백은 필구에게 이렇게 말한다. “세상 사람들이 다 아빠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네가 ‘나 아빠 없어요’ 했을 때 너를 짠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람들, 그런 사람들 아주 촌스런 사람들이여. 그런 사람들은 그냥 네가 짠하게 봐주면 되야.”

 

<동백꽃 필 무렵>은 그 중간의 위치에 서 있다 우기는 이들을 함부로 동정하거나 연민하는 것이 아니다. 황용식의 말처럼 그건 아주 촌스런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동정이나 연민은커녕 낮춰보고 괴롭히는 사람들이 천지다. 남편이 동백이네 술집에 자주 간다는 이유로 동백이나 그 집에서 일하는 향미(손담비)를 술집 작부나 마담 취급하는 이들이 그렇다.

 

“술집 작부나 마담이나 엎어지나 메치나지. 야 똑같이 하루 세 끼 먹는다고 똑같은 사람인지 아니? 오죽하면 이러고 살까. 인생이 불쌍해가지고 사람취급 해줬더니 이런 식으로 은혜를 갚아?” 그렇게 따지고 드는 시장 아주머니에게 그러나 동백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는다. “무슨 은혜요? 제가 뭘 그렇게 신세를 졌어요?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요? 나 아무 짓도 안했어요. 저는 그냥 죽어라 열심히 사는 것밖에 안 해요. 근데 다 왜 맨날 다 제 탓인지 모르겠어요. 저도 좀 살 게 놔두세요. 저 좀 놔주세요.”

 

“그냥 죽어라 열심히 사는 것밖에 안 해요”라는 동백의 말이 아프다. 그저 열심히 살고 있는 것뿐인데, 함부로 무시하고 죄인 취급하는 세상의 편견 앞에 중간 정도의 위치라고 우기며 사는 이들은 얼마나 힘겨울까. 그 때 마침 동백의 아들 필구가 나타나 엄마를 괴롭히는 준기엄마들에게 마구 대들며 엄포를 놓는다. “아줌마 우리 엄마 때리면요, 나 준기 맨날 맨날 때릴 거예요. 주먹으로 코 깨고요 발로 막 찰 거예요. 내가 하나 못하나 봐봐요.”

 

그날 밤 어른들한테 그러는 거 아니라며 그래서 네가 ‘쌈닭’이라 불리는 거라고 하는 동백의 말에 필구가 하는 말이 또 한 번 가슴에 와 박힌다. “내가 왜 쌈닭이 됐는지 알기나 알아? 엄마, 엄마 땜에. 내가 왜 엄마를 지켜야 돼? 엄마가 나를 지켜줘야지. 나는 일학년인데 일학년이 왜 엄마를 지켜? 나도 귀찮아. 근데 내가 엄마를 지킬 수밖에 없다고. 나 빼고 세상 사람들이 다 엄마를 싫어하니까. 세상에서 엄마 좋아하는 사람 나밖에 없잖아. 나 다 알아. 사람들이 다 엄마 싫어하고 괴롭히잖아. 그니까 내가 야구도 못하고 계속 계속 지켜줘야 된다고. 어떨 때는 나도 막 피곤해. 막 화가 나.”

 

<동백꽃 필 무렵>에서 필구와 황용식은 그렇게 동백을 지키는 돈키호테로 등장한다. 사실은 힘겨워도 중간 정도라 스스로 치부하며 애써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필구와 황용식 같은 돈키호테식 위로가 먹먹하고 따뜻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게다. 가만 놔두면 “울까 봐” 자꾸 뒤를 따라가게 된다는 황용식은 그래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생판 남이 우는 데 내가 막 승질이 납디다.”

 

에너지 보충을 하겠다며 역전으로 간 동백은 꿈이 뭐냐는 황용식의 질문에 쑥스러워하면서 그 곳에 있는 ‘분실물 센터’를 손으로 가리킨다. 그 곳에서 일하는 게 꿈이라는 것. 그런데 그 이유가 기가 막히다. “저기선 다들 그 말을 하잖아요. 고맙다고. 고맙다고들 하니까. 제가 살면서요, 미안하게 됐다 이런 얘기는 많이 들었거든요. 사랑한다는 얘기하고, 아무렇게나 들었죠. 근데 이상하게요. 아무도 나한테는 고맙다고는 안 해요. 아무도 나한테는 그 말을 안 해요. 저 분실물 센터에서는 저분이 최고 천사고 최고 은인이에요.”

 

돌아오는 길 황용식은 조심스럽게 동백에게 묻는다. “우리 쩌어그 해요... 쩌어그 친구요. 우리 친구 좀 해봐요.” 그러자 동백이 말한다. “나한테 친구하자는 사람은 또 처음인 거 같은데.” 그리고 황용식이 하는 말은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분명히 드러낸다. “친구해요. 친구하면은 나 동백씨랑 필구편 대놓고 들어도 되죠? 작정하고 편파적으로 해도 되는 거죠?”

 

아직 피어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좌절하지도 않는 스스로를 ‘필 무렵’이라 치부하며 살아가는 그 중간의 위치에 놓인 이들에게 황용식과 필구 같은 돈키호테식 위로가 닿는 순간은 기분좋은 뭉클함과 먹먹함이 피어난다. 그리고 그 뭉클함과 먹먹함이 참 귀하게 느껴진다. 참으로 오랜 만에 볼만한 괜찮은 드라마가 나타났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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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필 무렵’, 가짜 ‘좋아요’ 세상의 진짜 좋음이란

 

제목이 그래서 그런가. KBS 새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는 어딘가 옛날 드라마 같은 투박함이 있다. 김유정의 소설을 떠올리게 하고 그 분위기도 첫 회부터 자못 촌스러움을 담아내고 있지만, <동백꽃 필 무렵>은 동백(공효진)으로 불리는 까멜리아 술집 사장이 옹산이라는 지역에 내려와 겪게 되는 성장과 각성을 그리고 있다. 즉 ‘동백꽃 필 무렵’이란 제목은 이 동백이란 인물이 아직 무언가 때문에 피어나지 못했다는 뜻이고, 조만간 어떤 계기를 만나 피어날 거라는 의미이다.

 

일단 옹산이라는 지역이 가진 토속적인 사투리의 맛이 드라마에 각별한 정감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 정감 이면에는 지역사회가 갖는 만만찮은 편견들도 깔려 있다. 즉 젊은 여성 동백이 마을로 이사 들어왔을 때 지역 주민들이 던지는 편견의 시선들이 그렇다. 그 미모에 뭇 남성들이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시선을 빼앗길 때, 이를 못마땅해 여기는 여자들의 시선이 겹치는 풍경이 그렇다. 하지만 유모차를 보고는 기혼이라고 생각하며 안도의 숨을 내쉬는 여자들과 실망하는 남자들의 풍경 또한.

 

하지만 동백이 실은 꽃집이 아닌 술집을 열었다는 것과, 기혼이 아닌 미혼모라는 사실은 그에 대한 막연한 편견들을 다시 피워낸다. 술집에서 술을 판다고 마치 웃음도 팔아야 하는 것처럼 여기는 손님들에게 어쩔 수 없이 질질 끌려가는 듯싶다가도 동백은 어느 순간이 되면 딱 부러지게 “그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인물이다. 즉 어떤 일 때문인지 자존감이 떨어져 있지만, 그게 동백의 진짜 모습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계기를 만나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가를 각성하게 되면 불쑥 드러낼 존재감의 인물이라는 것.

 

그 계기가 되어줄 인물이 바로 황용식(강하늘)이다. 밀당 따위는 모르는 듯 싶은 이 어쩌다 눈에 밟히는 범죄 현장을 그냥 넘기지 못해 범인들을 경찰보다 많이 잡고 그러다 순경이 된 인물은 동백을 도서관에서 보고는 한 눈에 반해버린다. 오로지 직진만 할 것 같은 이 인물이 아직 피지 못한 동백을 만개하게 할 거라는 기대감이 첫 회부터 제시된다.

 

<동백꽃 필 무렵>은 <쌈, 마이웨이>를 썼던 임상춘 작가의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평이해 보이는 사랑이야기가 청춘들이 겪는 사회적 사안들로까지 울림을 줬던 전작처럼, 이번 작품도 만만찮은 사회성을 바닥에 깔아놓고 있다. 그것은 진짜의 삶과 가짜의 삶에 대한 것처럼 보인다. 시골에서 만나 재지 않고 진짜 사랑에 빠져버릴 동백과 황용식의 관계는 그래서 도회적인 삶을 살아가는 프로야구 선수 강종렬(김지석)과 그와 속도위반으로 결혼해 SNS 스타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며 살아가는 제시카(지이수)와 대비된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며 금슬 좋은 부부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실상은 독박육아를 하는 강종렬과 별거해 SNS에 자신의 24시간을 올리며 ‘좋아요’에 집착해 살아가는 제시카는 화려해보이지만 ‘가짜의 삶’이라는 것. 반면 시골 살이를 하면서 세련됨은 없어도 우직하게 “좋다”, “예쁘다”를 내놓고 말하는 동백과 황용식의 관계는 ‘진짜의 삶’이다. 이것이 바로 투박한데도 이 드라마가 입맛을 당기게 하는 이유다. 구수한 멜로 속에 담겨진 마음을 잡아끄는 ‘진짜 삶’에 대한 욕망이랄까. 그런 것이 이 드라마에는 공기처럼 퍼져있다. 훅 들이마시면 건강해질 것 같은 그런.(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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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파당’, 졸지에 왕이 됐지만 개똥이를 그리워한다는 건

 

사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사극은 이제 익숙해졌다. <성균관 스캔들>에서부터 <해를 품은 달>, <구르미 그린 달빛> 게다가 최근에는 <신입사관 구해령>까지. 이들 사극들은 구체적인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 다만 조선이라는 배경만을 활용한다. 그 위에서 벌어지는 로맨스는 그래서 다분히 현대적인 관점을 담아내기 마련이다.

 

그 현대적인 관점이란 현재의 청춘들이 겪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무언가 열심히 노력하려 해도 바뀌지 않고 공고한 어른들의 세상은 그래서 이들 조선시대 배경의 로맨스 사극이 사랑이야기를 통해 담아내려는 주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들은 사랑하려 한다. 하지만 조선이라는 배경은 사적인 사랑의 선택을 좀체 용납하지 않는다. 신분이 다르고 정파와 얽혀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JTBC에서 새로 시작한 월화드라마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이하 꽃파당)>도 그 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평범하게 살아가다 자신이 사랑하던 여인 개똥(공승연)과의 혼삿날에 궁으로 끌려와 졸지에 용상에 앉게 되는 이수(서지훈)와, 사라진 그가 혹여나 잘못되진 않았나 걱정하며 찾아다니는 개똥이. 그리고 이들의 혼사를 맡았던 조선 최고의 중매쟁이 마훈(김민재), 고영수(박지훈), 도준(변우석)의 혼담공작소 꽃파당.

 

결국 이야기는 서로의 운명이 달라 헤어지게 된 개똥이와 이수가 그 신분의 차이를 넘어서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일 게다. 거기에 꽃파당이 개입하면서 생기는 사건들이 있을 테고. 아마도 이수와 개똥이 사이에 끼어들게 된 마훈과의 삼각관계가 갖는 긴장감 또한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

 

이야기는 흔한 로맨스 사극의 틀을 가져왔지만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면면들은 흥미로운 지점들이 있다. 이를 테면 왕이 됐지만 그 왕노릇보다 개똥이를 잊지 못해 그리워하는 이수라는 인물이 그렇다. 그가 그 자리에 오게 된 건 자신의 뜻이 아니라 왕과 세자가 죽고 비어버린 왕좌에 허수하비처럼 그를 앉혀 놓고 국정을 농단하려는 마봉덕(박호산) 같은 야심가 때문이다. 그래서 이수의 행동은 마치 신물 나는 정치보다는 개인적인 행복(사랑 같은)이 더 중요하다 여기는 지금의 청춘들의 정서를 담고 있다.

 

이것은 마봉덕을 아버지로 두고 있지만 어쩐 일인지 그 집을 뛰쳐나와 남자 매파라는 일을 하고 있는 마훈에게서도 똑같이 보이는 면면이다. 정치가 백성들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헬조선에서 마훈은 마치 개개인들의 사랑을 이어주는 것으로 그나마 손에 잡히는 행복이 더 중요하다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가장 사적인 것이 또한 정치적이라고 했던가. 이들의 사적인 행복 추구는 그걸 가로막는 어른들의 정치적 행보 속에서 그 자체가 정치적인 행위가 되어버린다. 이수가 왕의 위치에 머문다는 건 마봉덕의 허수아비로 살아가는 걸 거부하고 저잣거리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던 개똥이를 찾아가는 이야기는 그래서 정치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물론 <꽃파당>이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건 로맨스 사극이 갖는 그 달달함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달달함을 가로막는 조선 사회의 억압들이 신분제 사회가 갖는 무게감으로 드라마가 하려는 메시지를 그려낼 것으로 보인다. 현실에 치여 사랑을 하는 일조차 버거워진 지금의 청춘들이, 그 이유가 정치 같은 어른들이 해온 일련의 잘못된 선택들 때문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 그 각성은 그래서 지극히 사적인 사랑이야기를 정치적인 이야기로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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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녀석들', 뻔한 데 웃기고 통쾌한 캐릭터 액션 통했다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영화로 돌아온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어딘가 익숙한 캐릭터들로 채워져 있다. 이미 드라마를 봤던 시청자들이나, 보지 않았어도 김상중과 마동석의 캐릭터를 아는 관객이라면 <나쁜 녀석들>은 아무런 인물 설명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김상중이 오구탁 반장으로 등장해 첫 대사를 던질 때 관객들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대목을 지우기가 어렵다. “그런데 말입니다...”라는 대사가 나올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그 낮게 깔린 자못 심각한 김상중의 대사는 의외의 웃음이 터지게 만든다.

 

이것은 마동석도 마찬가지다. 이미 일찌감치 극중 박웅철이라는 이름보다 마동석이라는 자신의 캐릭터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있는 이 배우는 첫 장면에 거대한 덩치에 걸맞지 않게 재봉틀 수를 놓는 장면으로 빵 터지게 만든다. 그 곳은 다름 아닌 교도소이고 거기에 과실치사로 막 들어온 전직 형사 고유성(장기용)이 재소자들과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는 상황에 마동석이 등장해 해머 같은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은 액션과 더해 웃음을 만든다.

 

마동석의 액션이 굉장히 강력한 파괴력을 보여주면서도 웃음을 주는 건 그것이 한층 과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가 주먹을 날리면 맞은 악당들은 몸이 날아가 버린다. 그 과한 리액션이 마동석의 액션을 폭력성보다는 만화적인 느낌을 부여하는 이유다. 폭력성의 불편함이 사라진 지대에서의 마동석의 액션은 그래서 마치 게임을 하는 듯한 통쾌함을 더해준다.

 

김상중과 마동석이 극중 캐릭터가 아니라 배우 자신의 캐릭터를 드러낸다는 건 연기로서는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게다. 하지만 <나쁜 녀석들>은 오히려 이 캐릭터를 보다 적극적으로 영화 속으로 끌고 들어온다. 마동석이 의도적으로 던지는 “그것이 알고 싶네?” 같은 대사는 <나쁜 녀석들>이 오롯이 통쾌한 액션과 웃음을 목적으로 하는 오락영화라는 걸 드러내준다.

 

<나쁜 녀석들>의 바로 이런 대놓고 2시간 정도를 즐기다 가라는 태도는 관객들이 부담 없이 이 영화를 볼 수 있게 만든다. 어차피 이야기는 뻔하다. 나쁜 놈들이 더 나쁜 놈들을 때려잡는다는 것. 그런데 그 설정 자체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적지 않다. 정상적인 방식으로 정의를 구현한다는 것이 요원해진 현실 속에서 ‘나쁜 녀석들’의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 ‘때려잡는 것’만이 목적인 그 행동들이 통쾌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여기에는 자칫 폭력 미화라고 볼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하지만 이것 역시 <나쁜 녀석들>은 이들이 대적하는 적들을 과장함으로써 넘어선다. 한일관계를 의식한 것인지 이 영화는 일본에서 세력을 평정한 야쿠자들이 이제 우리나라에 들어와 거점을 만들고 중국 같은 대륙까지 진출하려는 야욕을 깔아놓는다. 그건 다분히 일제강점기의 상황을 현재의 조폭 버전으로 바꿔 놓은 지점이다. 그들을 돕는 ‘친일파’까지 등장시켜서.

 

이러니 영화는 더더욱 오락물의 색깔을 확실하게 세우게 된다. 물론 영화가 단지 오락거리로만 치부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아무 생각 없이 통쾌한 액션을 보며 웃는 일은 결코 무의미한 건 아닐 게다. 이것이 추석 명절에 <나쁜 녀석들>이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이유다. 즐거움이라는 목적을 주기 위해 기존 배우들의 캐릭터 이미지를 활용하고, 일제강점기 상황까지 패러디하는 방식. 완성도나 메시지가 다소 떨어진다 해도 그 하나의 목적만큼은 충실했다는 것.(사진:영화'나쁜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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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힘 받은 ‘아스달 연대기’, 시즌제로 이어가야 하는 이유

 

tvN 드라마 토일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에 탄력이 붙었다. 이제 제대로 이야기가 쭉쭉 펼쳐지는 느낌이다. 이렇게 된 건 노예로 끌려갔던 은섬(송중기)이 그 곳에서 탈출해 아스달로 돌아오는 여정 속에서 조금씩 자신의 세력을 넓혀가는 과정이 그려지고, 무혈 왕국을 꿈꾸던 타곤(장동건)이 아사론(이도경)의 계략에 의해 자신이 이그트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결국 피와 공포로 왕좌에 오르게 되며, 대제관에 오른 탄야(김지원)가 와한족을 구하기 위해 아스달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 힘을 가지려하게 되면서다.

 

저마다의 목적과 욕망이 확실해진 인물들이 그 욕망을 막아서려는 세력들과 대결을 벌이고 그 문제들을 뛰어넘고 부딪치는 과정들이 한 회에 촘촘하게 채워져 있다. 회당 80분이 넘는 분량이지만 그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다. 특히 은섬이 ‘은혜를 갚는’ 모모족을 도움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얻고, 이제 아고족의 최대 시험인 ‘폭포의 심판’에서 천 년에 단 한 번 살아 돌아온 ‘이나이 신기’의 재림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과정은 흥미진진했다.

 

타곤의 계략에 의해 아고족이 서로 다른 씨족을 잡아 아스달에 노예로 파는 상황을 만들었지만 은섬은 이 상황을 간단히 뒤집을 수 있는 묘안을 제시했다. 아스달에 팔려간 다른 씨족의 노예를 구해주면 이 끝없는 노예전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그 말을 아고족 묘씨족이 쉽게 받아들일 리 만무했다. 결국 그들도 이것이 신의 뜻이라고 외친 은섬을 믿을 수 있는 근거가 필요했던 것. 그래서 폭포의 심판에 은섬을 던지지만, 마침 모모족의 샤바라(카라타 에리카)가 물속에서 그를 구해낸다.

 

이야기 전개에 있어 팽팽한 긴장감과 반전이 오가면서도 이 거대한 이야기가 결국 왕국을 만들려는 타곤의 욕망과, 그 왕국을 해체해 각 부족들이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가게 하려는 은섬의 욕망이 부딪치는 구도를 잃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만큼 이야기들이 촘촘해졌고, 그 촘촘한 이야기들이 그려내려는 거대한 그림이 조금씩 그려져 가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쉽게 느껴지는 건 이처럼 이제 겨우 탄력이 붙은 <아스달 연대기>가 이제 파트3의 2회만을 남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연 단 2회 만에 지금 이렇게 펼쳐져 있는 <아스달 연대기>의 많은 이야기들이 제대로 정리될 수 있을 지가 걱정되는 상황이다. 인물 하나만으로도 꽤 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게 된 <아스달 연대기>가 아닌가. 예를 들어 본격적인 이야기 자체가 아직 진행되지도 않은 채은(고보결)과 괴력의 눈별(안혜원)의 이야기만으로도 한 회로 부족할 지경이다.

 

만일 이대로 파트3로 끝을 맺으려 한다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열린 결말’이거나 ‘용두사미’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애초 ‘연대기’라는 제목을 달았을 때 기획했던 것처럼 파트를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 꽤 많은 제작비가 세트를 만들어내는데 들어갔을 법한 드라마다. 그렇게 만든 세트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도 또 이렇게 펼쳐놓은 이야기들을 좀 더 촘촘하게 끌고 가 완결성 있는 작품으로 남기 위해서도 시즌은 계속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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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나가는 뉴스쇼’, 이건 김구라에게 최적화된 취재가 아닐 수 없다

 

이건 김구라가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다. JTBC <막 나가는 뉴스쇼>에서 김구라가 맡은 ‘현장 PLAY’ 이야기다. 김구라는 혐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의 망언 3인방, 다케다 쓰네야스, 햐쿠타 나오키, 사쿠라이 요시코를 만나러 일본을 찾아갔다.

 

정치평론가라는 다케다 쓰네야스는 “식민지 따위는 한 적 없다”고 주장하는 인물. “지금 한국에서 많이 스스로 응모해서 일본에서 일하고 싶다고 오고 있지 않습니까? 아마도 60~70년 지나면 노예로 취급당했다고 말하고 재판 벌일 거예요.” 이렇게 말하는 다케다 쓰네야스는 일본이 일제강점기 때 도로, 철도 같은 것들을 놔 준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식민지 역사관’을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는 오락 방송 등에 자주 나오는 인물로 일본 내에서는 꽤 인기가 있다고 했다. 김구라를 일본 현지에서 도와준 ‘롯본기 김교수’의 얘기에 따르면 그는 ‘넷우익의 아이돌’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역사로 돈벌이를 해온 그는 쓴 역사책이 검정 불합격을 받은 것조차 노이즈마케팅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햐쿠타 나오키는 일본의 예능 작가 출신의 아베 측근 NHK 경영위원으로 우익방송에 앞장서고 있는 인물. 그는 한글을 일본이 가르쳐줘서 완성했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또 저널리스트 출신 사쿠라이 요시코는 “일본군이 여성들을 강제연행해서 성노예로 삼았다는 건 틀린 보도”라며 한국의 불매운동이 “어린애 같다”, “목적이 나쁘다”, “북한을 위해서 한다”라고 말했다.

 

김구라는 프로그램 제목처럼 다짜고짜 다케다의 연구실을 찾아가 만나달라고 했지만 예상대로 거부당했다. SNS로 질문을 남기고 팩스를 보내 답변을 요구했지만 묵묵부답. 그들은 김구라의 인터뷰 자체를 피하고 있었다.

 

놀라웠던 건 아베 총리 관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한 사람과의 인터뷰 내용. 그는 “한반도를 식민 지배했다는 건 거짓”이라며 “통일국가로 만들어줬다”는 엉뚱한 발언을 했다. “그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는 김구라의 발언에 그는 “한국의 사고방식은 틀렸다”며 “일본은 가해자 한국은 피해자라는 구도가 틀렸다”고 했다. 김구라는 그러면 입장을 바꿔서 우리가 일본을 식민지배했어도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김구라는 ‘열 뻗쳐서’ 인터뷰를 중단했다.

 

일본의 서점을 찾은 김구라와 김교수는 꽤 많은 혐한 서적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 곳에서 우연히 만난 출판사에서 일한다는 한 일본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혐한 서적’이 한국인들에게는 화가 날 법 하지만 일본에서는 잘 팔린다고 했다. 지난 10년 간 나온 혐한 서적만 205권이나 된다는 것.

 

일본의 청년들은 한국을 좋아하고 한류 문화를 좋아했지만 역사 인식에 있어서는 “잘 모른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한국과 일본이 싸우고는 있지만 무엇 때문에 그런 지는 잘 모른다는 건 놀라운 사실이었다. 이들의 역사인식의 문제가 교육 부재에서 비롯된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한중일 역사교과서 <미래를 보는 역사>의 공동 집필자인 다와라 요시후미를 찾은 김구라는 지금의 혐한 분위기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가를 정확히 인식해낼 수 있었다. 그 중심에 아베정권이 있고, 정치 참여 자체가 금지되어 있어 역사인식을 할 수 없는 청소년들의 교육 부재 그리고 아베의 입이 되어 거짓된 역사이야기만 늘어놓는 언론의 삼박자가 그 원인이라는 것.

 

김구라는 결국 이 날 인터뷰를 하지 못했다. 그들이 모두 피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지 못했다고 해도 조금은 막무가내로 덤벼든 일본에서의 현장 취재와 과정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특히 이런 불편할 수 있는 ‘현피’에 가까운 인터뷰를 말만이 아닌 행동으로 직접 보이며 예능과 교양의 균형을 맞춰나가는 건 김구라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방송처럼 보였다. 그는 무모한 인터뷰 자체가 주는 날선 현장 느낌과 그 와중에서도 만들어지는 유머,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과정이 갖는 의미들(이를테면 혐한의 근본적 원인 세 가지를 찾아낸 것)을 아우를 줄 알고 있었다.

 

사실 최근 들어 김구라의 존재감은 과거보다 확연히 줄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토크쇼에서의 그의 모습은 예전만큼 ‘각이 선’ 느낌이 없었다. 그건 어찌 보면 연예인 사생활을 가감 없이 꺼내놓던 방식이 이제는 더 이상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길거리로 나와 현장의 보다 중대한 사안 속으로 뛰어든 <막 나가는 뉴스쇼>의 김구라는 반갑기 그지없다. 오랜만에 김구라가 제 자리를 찾아온 듯한 느낌이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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