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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일로 만난 사이'에 담긴 유재석 토크의 변화

 

사실 MBC <무한도전>을 전면에서 이끌면서 특히 몸 쓰는 일(몸 개그부터 리얼 성장드라마까지)을 많이 해왔지만 유재석의 주력은 애초부터 토크에 있었다. 아주 오래 전 <토크박스>에 출연해 에피소드를 털어놓던 때부터 조금씩 진화해온 유재석의 토크는 <해피투게더>나 <놀러와>로 오면서 자기만의 색깔을 갖추기 시작했다.

 

당시 ‘리얼 토크쇼’라는 트렌드 속에서 <무릎팍도사>나 <강심장>처럼 독한 토크들이 쏟아져 나올 때도 유재석은 ‘햇볕 토크(바람보다는 햇볕이 나그네의 옷을 벗기듯 배려하는 토크)’로 자기만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 <놀러와>의 골방토크나 <해피투게더>의 목욕탕토크는 그 공간이 갖는 편안함에 유재석의 상대를 무장해제 시키는 ‘햇볕 토크’가 더해져 빛을 보았다.

 

하지만 <놀러와>는 이미 오래전 종영했고, <해피투게더>도 시즌4를 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화제를 일으키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건 그간 해왔던 토크쇼의 틀이 이제 한물 지나간 트렌드가 됐기 때문이다. 과거의 토크쇼들을 보면 지금의 예능 프로그램과 정확히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즉 카메라가 전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로 나가는 와중에 밀폐된 스튜디오에 머물고 있고, 일반인들이 스타가 되고 있는 1인 미디어의 시대에 여전히 연예인이라는 직군의 시시콜콜한 사생활을 파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다.

 

이런 상황이니 어떤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에 유재석의 행보는 토크보다는 현장으로 뛰어 들어가는 <무한도전>식의 몸 쓰는 일에 집중되지 않을까 예상하는 게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유재석의 행보를 보면 놀랍게도 그가 가진 장기인 토크를 지금의 트렌드에 맞게 진화시키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가장 도드라지는 건 역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다. 길거리로 나가 그 곳에서 만나는 보통 사람들과 토크를 나누는 이 프로그램은 그간 토크쇼들이 해왔던 틀의 한계를 모두 깨고 있다. 즉 스튜디오를 벗어나 우리네 일상의 공간에 카메라를 드리우고 연예인이 아닌 보통 사람들을 만나 진솔한 토크를 하는 프로그램이라는 것. 여기서 유재석은 그간 연예인들을 무장해제 시켰던 그 토크 능력을 길거리에서 무작위로 만난 분들의 짧지만 인생 전체가 묻어나는 진솔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데 발휘한다.

 

무명의 연예인들을 특유의 토크 능력으로 캐릭터까지 척척 잡아 스타덤에 오르게 해주기도 했던 유재석의 언변은 이제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삶의 현장에서의 보통 사람들에게 햇살처럼 뿌려진다. 그렇게 끄집어내진 그 분들의 이야기는 놀랍게도 한편의 영화보다 더 감동적이고 스펙터클하다는 걸 알게 된다. 시청자들은 누구나의 삶이 그렇게 저마다 의미 있고 가치 있다는 걸 경청해주는 ‘유느님’ 유재석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tvN <일로 만난 사이>는 유재석 토크의 또 다른 결을 보여준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이라면, <일로 만난 사이>는 그 서민들이 하는 노동 속으로 깊게 들어가 그 분들의 삶을 체험을 통해 전해주는 토크를 구사한다. 이효리, 이상순과 함께 제주의 녹차밭에서 일하며 끊임없이 투덜대고 힘겨워 하는 유재석의 토크는, 우리가 편안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마시는 녹차 한 잔에 담긴 저분들의 노고를 체감하게 해준다. 차승원과 함께 무안에서 생고생을 하며 고구마를 캐며 나누는 이야기나, 쌈디, 그레이, 코드쿤스트와 함께 KTX 청소를 하며 나눴던 이야기들도 마찬가지다.

 

유재석의 토크는 진화하고 있다. 토크쇼는 이미 한물 간 형식이지만, 유재석의 진화된 토크는 그래서 흥미롭다. 거기에는 무엇보다 연예인들만이 아닌 서민들의 삶을 들여다보려는 토크의 방향이 우리의 마음을 잡아끈다. 그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결국 토크라는 것이 말 자체가 아니라 마음부터 열려야 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 먼저 말하고 싶고 듣고 싶은 대상을 만나러 찾아가는 길. 유재석은 그 길 위를 걷기 시작했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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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가 체질’, 이병헌 감독의 드라마 도전 결코 실패 아닌 건

 

JTBC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은 한 마디로 미스터리다.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클리셰를 훌쩍 뛰어넘는 재기발랄하고 의미심장한 대사들의 향연이 펼쳐지지만 어찌 된 일인지 시청률은 급상승한 마지막회조차 1%대에 머물렀다. 심지어 1.0%로 자칫 1% 밑으로 떨어질 뻔한 회도 두 차례나 있다. 올해 영화 <극한직업>으로 1천만 관객을 훌쩍 넘긴 이병헌 감독의 드라마 도전. 어째서 시청률은 화답하지 않은 걸까.

 

우선 전제해야할 건 시청률과 완성도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말드라마가 30% 시청률을 낸다고 해도 모두 완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지 않듯이 시청률 1%짜리 드라마라고 해도 완성도가 낮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다. 시청률은 대중성의 잣대일 뿐 완성도와는 그리 상관이 없을 수 있다.

 

<멜로가 체질>은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스스로가 ‘본격 수다 블록버스터’라고 기치를 내걸었듯이 속사포로 이어지는 대사들이 독특한 맛을 낸다. 인터넷에서 이미 회자되고 있는 <멜로가 체질>의 명대사를 검색해보면 그 말맛의 공력이 얼마나 깊은가를 새삼 확인할 수 있다. “그 마음이 하루 갈지, 천년 갈지, 그것도 생각하지 마. 마음이 천년 갈 준비가 돼있어도 몸이 못 따라주는 게 인간이야. 시간 아깝다.” 같은 대사나 “사는 게 그런 건가. 좋았던 기억 약간을 가지고 힘들 수밖에 없는 대부분의 시간을 버티는 것.” 같은 대사를 보면 우리가 보통의 드라마에서 접하는 틀에 박힌 대사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어찌 보면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헤어지고 아픔을 견디고 다시 재회하며 사랑을 이어가는 그 일상을 담아낸 이 드라마는 그 이야기 소재만을 두고 보면 상투적일 수 있다. 특별히 새로울 게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드라마를 보게 되면 그 상투적인 상황이 전혀 상투적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결국 상투성을 깨는 건 한 걸음 더 깊게 들어가는 구체성과 디테일이라고 했던가. <멜로가 체질>은 특정 상투적 상황을 겉치레로 훑고 지나가지 않고 그 안에서 느끼는 인물들의 복합적인 감정들을 파고 들어간다. 그리고 그것이 오묘한 대사들로 드러난다.

 

상투성을 깬다는 건 실로 어려운 일이고 작품에 있어서 새로움을 더하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지만 그것이 반드시 대중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중성은 어쩌면 적당한 상투성에 일정 부분의 반전이 더해질 때 더 효과를 보기 마련이다. 특히 영화처럼 완전한 몰입 상태로 보는 콘텐츠와는 조금 다른(물론 최근에는 드라마도 영화적 몰입을 요구하기 시작했지만) 드라마의 경우는 익숙한 상황 속에서도 기묘한 대사들로 그 상투성을 시종일관 뒤트는 것이 대중들을 유입시키는 데는 오히려 장애요소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른바 너무 꽉 짜인 완성도가 작품으로서는 좋지만 대중성에서는 좋지 않은 아이러니가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드라마 도전이 처음인 이병헌 감독에게 <멜로가 체질>의 낮은 시청률은 그래서 더더욱 미스터리로 다가왔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너무나 틀에 박힌 상투성으로 심지어 30% 이상의 시청률을 내는 드라마들을 너무나 많이 봐온 필자에게 <멜로가 체질>은 구원 같은 작품으로 다가온다.

 

시청률 좀 낮으면 어떤가. 이렇게 하나의 세계를 완성도 높게 밀고 나가는 드라마는 분명 가치 있고 귀한 것이니 말이다. 모쪼록 이병헌 감독의 드라마 도전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시청률은 1%대였지만 공감은 100%였으니.(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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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마마트’, 의외로 잘되는 장난 같은 역발상의 카타르시스

 

도대체 정복동(김병철)의 속내는 뭘까. 그는 진짜로 천리마마트를 망하게 하기 위해 온 것일까. 아니면 그보다 큰 그림이 있는 걸까. tvN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이하 천리마마트)>의 정복동이 천리마마트로 좌천되어 와 하는 일련의 행보들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마트에 직원들을 대거 신규채용한다. 그것도 정직원으로.

 

그런데 그 정직원의 면면이 황당하다. 정리해고당해 대리운전을 하며 살아가는 가장, 만년 가수지망생, 전직 조폭 심지어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빠야족들까지. 게다가 이렇게 뽑은 오합지졸들을 쓰는 정복동의 용병술은 더더욱 황당하다. 전직 조폭에게 곤룡포를 입혀 고객만족센터에 앉혀놓고 부족한 카트 대신 빠야족들을 손님들에게 일대일로 붙인다.

 

하지만 정복동의 황당한 마트 경영은 이게 끝이 아니다. 사장이 대뜸 직원들을 모아놓고 노조위원장을 뽑으라며 그 특전으로 마치 프로레슬러들이 할 것 같은 벨트와 망토처럼 쓰는 깃발을 준단다. 이 자리를 놓고 벌인 전직 조폭 오인배(강홍석)와 빠야족장 피엘레꾸(최광제)의 대결을 벌인다. 결국 피엘레꾸가 오인배의 급소를 때려 이긴 후 노조위원장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 황당해 보이는 정복동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천리마마트의 매출은 급증한다. 놀랍게도 빠야족들이 의외의 능력을 발휘하며 손님들을 끌어 모아서다. 그들은 광어 해체쇼를 보여주기도 하고 인삼매장에서 손님들로 하여금 줄을 서서 사게 만들 정도의 수완을 발휘한다.

문석구 점장(이동휘)이 마트 활성화를 위한 문화행사를 추진하려 하자 정복동은 가수지망생 조민달(김호영)을 무대에 세우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절대 안된다는 문석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무대는 그러나 데스메탈을 하는 조민달의 그룹 무당스의 공연으로 찾아온 마을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때 무대로 뛰어든 오인배가 조민달을 제압하자 민달의 아들이 올라와 눈물로 호소하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마을사람들의 반응은 반전되었다. 그것이 하나의 뮤지컬 퍼포먼스라 오인하게 된 것. 결국 문화행사를 성공적으로 끝났다.

 

정복동은 심지어 천리마마트의 문이 너무 손님이 들어오기 쉬운 ‘개방적’인 구조라며 이른바 ‘친환경 에너제틱 회전문’으로 교체했다. 일단 들어가며 손으로 회전축을 돌려 충전이 되어야 문이 열리는 구조. 문석구는 그것 또한 말도 안 되는 조치라고 했지만 마침 천리마마트로 파견되어온 조미란(정혜성)은 그 문에 갇혔나 나온 후 의외로 재밌다며 다시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문이 오히려 천리마마트의 화제가 될 것을 예감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정복동이라는 미스터리 한 인물이 지시해 만들어내는 황당한 상황들은 우리가 웹툰 등을 통해 익숙한 병맛 가득한 장면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드라마로서는 공감하기 어려운 이 병맛 가득한 황당한 장면들이 보면 볼수록 피식피식 웃게 만들다가 급기야는 빵빵 터지게 만든다. 어째서 이 황당한 설정들이 묘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걸까.

 

세상 일이 어디 쉬운 일이 있을까. 장사는 장난이 아니다. 게다가 죽어라 노력한다고 해도 잘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니 노력하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라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천리마마트>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대충 대충해도 다 잘 된다고. 아무렇게나 해도 잘 된다고. 그건 물론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지만 잠시나마 그렇게 대충해도 잘 되는 천리마마트를 보는 맛은 강력한 판타지를 준다. 황당하지만 빠져드는 이유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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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일전자 미쓰리’, 발랄한 코미디인줄 알았는데 짠내 가득

 

tvN 수목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는 예고편만 보면 발랄한 코미디처럼 보인다. 일단 그 이야기 설정 자체가 그렇다. 청소기를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청일전자에서 졸지에 말단 경리직원이 사장이 되어 회사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이 아닌가. 그 말단 경리직원 이선심 역할을 맡은 이혜리가 특유의 멍하기도 하고 맹하기도 한 표정으로 그 황당한 상황 앞에 서 있는 장면 자체가 코미디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볼수록 웃음보다는 짠내가 가득하고, 나아가 대기업의 갑질 횡포에 좌지우지되는 중소기업들의 부당한 하도급 현실에 화가 난다. 게다가 이러한 대기업의 갑질 횡포는 중소기업의 재하청을 받는 더 영세한 회사들로 줄줄이 도미노 쓰나미를 겪게 만든다. 대기업은 더 이상 하청을 주지 않겠다고 한 마디를 하는 것이고 또 하청 줄 회사들은 널려 있지만 그 한 마디에 중소기업들은 회사의 명운이 왔다 갔다 한다.

 

그러니 그 중소기업의 재하청을 받는 더 작은 회사들의 고충은 오죽할까. 청일전자 오만복(김응수) 사장은 갑질하는 TM전자 대기업의 횡포를 참다못해 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자적인 청소기 생산을 해 중국에 납품하려 한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고 있는 TM전자는 청일전자의 목줄을 잡아챈다. 중국 측에 손을 써 선적된 청소기들을 청일전자로 되돌려 보내게 한 것. 청일전자는 하루아침에 부도 위기에 처하고 사장은 잠적해버린다.

 

함께 일하던 경리부 언니 구지나(엄현경)에게 속아 2억 가까운 돈을 융통해 사주를 사버린 맹하기 그지없는 이선심은 중역들이 모두 달아나버린 청일전자에서 등 떠밀려 바지사장이 된다. 물론 늘 커피 심부름에 잡일만 하던 삶에서 벗어나 좀 더 주체적으로 살고픈 욕망이 선뜻 그로 하여금 사장직을 맡게 하지만 어디 현실이 생각과 같을까.

 

당장 쌓여진 청소기 재고들을 팔아서 돈을 융통해보려 하지만 망해가는데다 이름도 모를 중소기업의 제품을 사줄 이들이 만무다. 그래서 염치도 없이 그간 청일전자 역시 갑질을 해왔던 하청업체들을 찾아가 사정을 해보지만 욕만 먹는다. 급기야 청일전자 유진욱 부장(김상경)의 압력으로 무리해 기기까지 새로 들여놓았던 하청업체 사장은 비관해 죽음을 맞는다.

 

이 이야기는 그래서 TM전자와 청일전자라는 양자의 선악 혹은 갑을대결만을 다루지 않는다. 청일전자 역시 더 영세한 회사들의 갑이었고 TM전자처럼 갑질을 해왔다는 상황은 이 이야기가 하청에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우리네 산업의 갑을관계 시스템 그 자체를 겨냥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흥미로운 건 어쩌다 사장이 된 이선심과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그 스스로도 갑질을 해온 유진욱 부장이 서로 손을 잡고 청일전자를 살리기 위한 한 걸음씩을 내딛는다는 사실이다. 당장 돌아올 어음을 막지 않으면 부도가 나게 된 상황에서 그 어음을 연장시키기 위해 유진욱 부장은 이선심의 설득으로 하청업체 사장들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한다.

 

아마도 이건 <청일전자 미쓰리>라는 드라마가 꿈꾸려 하는 새로운 상생구조의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물론 저 거대한 대기업 TM전자는 요지부동 변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이런 상황을 이용하려 하지만, 가장 말단 직원으로 있었던 이선심이라는 순수한 인물은 유진욱 부장 같은 노련한 인물과 함께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 생존 시스템을 바꿔나가려 할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이 드라마는 말단 경리직원을 사장이라는 자리에 앉혀 놓는 것으로 변화의 계기를 삼게 된 걸까. 그건 아마도 가장 밑바닥에서 일하는 그가 그 누구보다 을의 심정을 이해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청일전자 미쓰리>는 코미디보다는 짠내 가득한 현실을 끌고 오면서도, 이들이 보여줄 을의 반격을 기대하게 만든다. 갑들의 방식과는 또 다른 을의 방식으로.(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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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들 속에서 소소한 ‘동백꽃’의 놀랄만한 매력의 비밀

 

“그냥 첫 눈에 반해버렸구요? 저는 뭐 작전이니 밀당이니 어우 난 이런 거 모르겄구 그냥 유부녀만 아니시면은 올인을 하자 작심을 혔습니다.” KBS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황용식(강하늘)의 이 대사는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잘 드러낸다. 조금 모자라 보이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의외로 그 구수한 시골스러움과 순박함이 매력으로 보이기도 하는 인물. 그는 동백(공효진)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걸 대놓고 털어놓는다. 이를 애써 거부하며 신중하지 못하다는 동백의 말에도 그의 직진은 꺾일 줄 모른다. “저는요 신중보다는 전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혀요. 긴가 민가 간만 보다가는 옹산 다이아 동백씨 놓쳐요. 기다 싶으면은 가야죠.”

 

동백은 용식의 말이 ‘돌직구’ 정도가 아닌 ‘투포환급’이라 생각한다. 심지어 ‘노상방뇨 금지’라고 적힌 담벼락 앞에서 이런 직진 고백이라니. 하지만 부양해야할 아이가 있고 혼자 살아내야 할 일만도 만만찮은 동백에게 용식의 이런 투포환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만일 멀쩡한 총각과 사귀게 됐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동네사람들이 그잖아도 술집을 하고 있는 동백에게 던지는 편견어린 시선은 더더욱 악의적이 될 게 뻔한 일이다. 그래서 먼저 선을 긋는다. “용식씨 저 미리 찰게요.”

 

하지만 그럼에도 용식의 투포환급 구애는 단념을 모른다. 동백은 결국 그를 단념시키기 위해 핵폭탄급(?) 발언을 한다. “인생, 드라마랑 달라요 용식씨. 미혼모는 뭐 취향이 없을까봐요. 생짜 총각이 애 딸린 여자 좋다고 그러면 다 노난 거예요? 결정적으로 황용식씨가 제 스타일이 아녜요.” 동백의 스타일이 아니라는 말에 자신이 그 스타일이 되겠다는 용식에게 동백은 결정적인 한 마디를 보탠다. 동백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공유’라는 것. “공유요 공유. 저는 그 나쁜 남자가 이상형이에요. 근데 용식씨는 돈도 막 꿔주게 생겼어요. 저는 차도남을 좋아하거든요. 센스 있고 세련되고 또 까칠하고 막 튕기고 그런 사람 남자 아시죠?”

 

그 장면은 다분히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를 염두에 뒀다. 그 특유의 배경음악이 흐르면서 용식은 마치 비수가 꽂혔다는 듯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는다. “사람이 어떻게 도깨비를 이겨요?” 그렇게 큰 충격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물러날 용식이 아니다. 돌아가려던 용식은 그러나 다시 돌아서 이렇게 말한다. “동백씨 저어기 그 개도요, 젤로 귀여운 거는 똥개여요. 본래 봄볕에 얼굴타고 가랑비에 감기 걸리는 거라구요 나중에 나 좋다고 쫓아 당기지나 마요.”

 

이 시퀀스는 <동백꽃 필 무렵>의 이번 편 부제로 붙은 ‘똥개의 전략’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용식은 공유 같은 드라마 속 판타지는 아니지만 지극히 현실적으로 늘 옆에 있어주고 지켜주는 그런 인물의 매력을 어필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건물주가 가게 가득한 낙서들이 지저분하다 지적하자 대뜸 동백의 가게에 페인트칠을 해주겠다고 나서고, 그렇게 칠을 하다 발견하게 된 연쇄살인범 까불이의 메시지를 보고는 동백에게 “무조건 지킬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한다. 도깨비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늘 옆에서 지키는 남자가 되겠다는 것. 그것이 ‘똥개의 전략’인 셈이다.

 

그런데 이것은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 같은 몇 백 억 단위의 대작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동백꽃 필 무렵> 같은 상대적으로 소소한 작품이 취하고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도시의 세련됨도 없고 부와 능력을 겸비한 차가운 매력을 드러내는 판타지적인 인물도 없다. 하지만 의외로 용식 같은 시골스러운 순박함으로 무장한 인물이 주는 매력이 적지 않다. 이른바 ‘촌므파탈’이 용식의 전략이자 이 드라마의 전략이라는 것.

 

특종을 잡으려는 언론이 찾아와 보호해주겠다며 연쇄살인범 까불이의 마지막 목격자인 동백에게 공익을 위해 인터뷰를 하자고 제안하자, 동백은 그것이 보호가 아닌 낙인이 될 거라며 거부한다. 하지만 자꾸만 들이대는 언론에 용식은 한 마디로 일갈한다. “사람 같잖게 보지 마셔요. 이 카멜리아 그리고 동백씨 이렇게 아무나 와서 들쑤셔대는 그런 데 아닙니다. 동백씨 이제 혼자 아니고요. 내가 사시사철 불철주야 계속 붙어 있을 거니까...” 그래도 ‘언론탄압’이니 뭐니 하는 언론에 용식은 결국 화를 낸다. “동백이 건들지 말라고 했어. 앞으로 동백이 건드리면 다 죽어. 아슈?” 그 진심이 가득한 얼굴에 동백의 마음도 살짝 움직인다.

 

동백은 살아오면서 늘 자신이 재수 없는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어왔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용식은 화가 나고 마음이 아프다. “저도요 다이아나비가 살아온대도 임수정이가 저 좋다고 덤벼도요, 동백씨랑 안 바꿔요.” 그 말에 동백은 “뭐 내가 자기건가”라고 말하며 부정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지는 걸 숨기지 못한다. 그것이 <동백꽃 필 무렵>이 취하고 있는 ‘똥개의 전략’이다. 판타지로는 있을지 몰라도 우리 옆에는 실제 없는 도깨비 대신, 늘 옆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용식이 같은 따뜻한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전략이 의외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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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골목식당’은 득이 아닌 독이 된다

 

‘총체적 난국’을 예고하듯 갑자기 쏟아져 내린 폭우 때문에 주방으로 물이 줄줄 흘러내릴 때 튀김덮밥집 사장님은 “어떡해”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비를 흠뻑 맞아가며 가게 밖 환풍구를 살핀 건 사장님이 아니라 그 어머니였고, 옥상까지 올라가 문제를 해결한 것도 사장님의 남자친구였다. 이 장면은 이날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둔촌동편 튀김덮밥집에서 백종원의 분노 섞인 조언의 전조가 되었다.

 

폭우로 인해 물이 새던 주방의 문제는 그렇게 일단락되었지만 총체적 난국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 날 점심 장사로 단체 손님이 왔는데, 갑자기 튀김기가 작동을 하지 않은 것. 주문을 잔뜩 받아놨지만 켜지지 않는 튀김기 때문에 사장님은 발을 동동 굴렀지만 그 문제를 해결한 건 자신이 아니라 남자친구였다. 문제는 음식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손님들에게 양해를 미리 구하지 않았다는 것. 11시 45분에 찾아온 손님들은 12시 반이 다 돼서야 겨우 음식을 받을 수 있었다. 늦어질 거라며 사과를 했지만, 그건 양해가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웠다. 그 장면을 보면서 백종원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알았다.

 

가장 큰 문제는 사장님이 전혀 책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점심 장사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었지만,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 후 거기에 대한 고민이나 죄책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남자친구와 다시금 주방에서 시시덕거리는 모습은 백종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백종원은 “혼 좀 나야 된다”고 말했다.

 

가게를 찾아가 백종원이 그 날의 문제들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낼 때도 사장님은 침묵하고 있었다. 대신 어머니가 나서서 애써 딸을 변명해주는 모습이었다. 사장님은 늘 뒤편으로 물러나 있는 모습이었다. 점심 때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한 것도 자신이 아닌 남자친구였다. “오빠가 가서 얘기하고 와”라고 시켰던 것.

 

“뭔가 하고 싶은 거 내가 하고 뒤처리는 남이 하는 거면 뭐 하러 일을 해요? 모든 거에 대한 책임이 따라야지. 내 힘 들여가면서 즐겨야지 진정한 거지.” 백종원은 책임을 회피하는 사장님에게 일갈했다. 더 큰 문제는 이 사장님이 자신을 도와주는 어머니나 남자친구를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였다.

 

적자가 나지 않냐는 질문에 사장님은 애써 적자는 아니라면서 “제 수입이 없는 거죠”라고 답했다. 그 말 속에는 사장님이 아예 어머니나 남자친구가 도와주는 일에 대한 보상이나 급여 개념은 빠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어머니에게는 남는 돈에서 반씩 나눠가지기로 했다는 사장님의 말에 백종원은 일갈했다. “엄마는 죄졌나? 급여는 안주고? 아니 그럼 동업이예요? 엄마랑? 그럼?”

 

남자친구도 마찬가지였다. 남자친구의 급여를 묻는 질문에 사장님은 “오빠는 줘야 되는데 이번 달은...”이라며 말을 흐렸다. 최저임금으로 잡아도 한 달에 170만 원 정도를 한 사람당 줘야 하는 게 정당한 상황. 심지어 남자친구는 전 회사에서 월급으로 370만 원을 받았다고 했다. 결국 어머니와 남자친구에 대한 급여를 170만원씩 총 340만원이 나간다고 치면 백종원 말대로 적자인 게 분명했다.

 

그러면서 방송은 그간 이것저것 소리치며 시키고 통제하려 했던 사장님의 모습을 편집해 보여줬다. 정작 월급은 주지 않으면서 일을 시키기만 했던 사장님의 면면이 고스란히 비춰졌다. 아마도 장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장이라는 위치가 어떤 것인가를 잘 몰랐을 게다.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모든 걸 책임지는 위치가 바로 사장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일이 아닐까.

 

“가게 분위기를 위해서 으쌰 으쌰 할려구 웃어가는 거라면 내가 이 얘기를 안 해. 그게 아니니까 지금 내가 막 뭐라고 하는 거예요.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있고 막 아무 준비 없이 그러는 게 보이니까.. 정말로 나와서 무릎 꿇고라도 해야지. 어떻게 온 손님인데. 그게 있어야만 마음에 있는 말이 나가고 마음에 있는 서비스가 나가고, 어떻게든 이 손님을 잡겠다는 그게 안 보이니까 지금 내가 이러는 거야.”

 

사장님의 책임감 부재는 고스란히 음식에도 손님들에게도 전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백종원은 준비 안 된 자에게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로또가 아닌 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게 없는 사람한테 이런 골목식당에서 로또를 줬을 것 같아서 배 아파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줘도 못 먹을 거 같고 준 게 오히려 독이 될 것 같아서 그러는 거야. 이건 독이 된다니까. 사장님 인생에 독이 돼요.”

 

지금껏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준비 안 된 식당들이 나올 때마다 어째서 저런 집을 선정했는가에 대한 논란이 터져 나왔던 게 사실이다. 그것은 열심히 일하는 다른 식당들에게는 그 자체로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백종원은 그 이야기를 꺼냈다. “다른 사람들은 정말로 남의 밑에서 남의 가게에서 십 몇 년 이십 몇 년 준비를 하고 정말 없는 돈을 긁어모아서 남보란 듯 좋은 가게 번듯한 가게보다도 골목 안에 들어와서 준비한 사람 많아요. 그래도 빛을 못보고 망한 사람도 많고. 그런 사람에 비해 얼마나 운이 좋은지 알아요? 준비 하나도 안하고 들어왔잖아 지금. 눈에 불을 켜고 준비해도 지금 될까 말까인데..”

 

백종원이 말한 것처럼 방송에 나간다고 해도 준비되지 않은 이들에게는 독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지금처럼 사장님이 모든 걸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책임감 없는 상황에서 덜컥 방송 덕분에 장사가 잘 된다고 해도 그건 결코 자신의 성공이라 말하기 어려울 게다. 결국은 그 일시적인 성과가 자신의 발목을 잡는 독으로 돌아올 거라는 것. 공감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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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쇼’, 문제의식은 나쁘지 않은데 단순한 해결이 문제

 

tvN 월화드라마 <위대한 쇼>는 이른바 가족 코스프레 소동극으로 초반 시선을 잡아끌었다. 무엇보다 송승헌의 내려놓고 망가지는 모습이 웃음을 줬고, 정치쇼와 가족극을 코미디로 엮어놓은 부분이 절묘했다. 또한 드라마 초반부터 지금까지 코미디에 더해 육아문제나 미혼모와 낙태 이슈, 동네 상권 문제, 학교 집단 따돌림 문제 같은 현실 문제들을 끌어온 것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위대한 쇼>는 초반의 주목 이후에 지속적으로 관심이 빠져나갔다. 이것은 시청률의 지속적인 하락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첫 회 3%(닐슨 코리아)로 기대감을 주며 시작한 드라마는 10회까지 계속 하락해 지금은 간신히 2%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이 이런 문제를 만들었을까.

 

<위대한 쇼>는 근간이 코미디 장르다. 그래서 어찌 보면 시트콤을 장편으로 이어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매 번 시추에이션이 있고 거기서 특정한 웃음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그대로 쓰이고 있다. 이 코미디의 핵심은 가족 때문에 ‘국민 패륜아’ 딱지를 붙이게 되고 정치에서도 실패한 위대한(송승헌)이 딸이라고 찾아온 한다정(노정의)과 아이들은 물론이고 한다정이 가진 아이의 아빠 최정우(혁)에 아이들의 친아빠까지 점점 많은 부양가족들을 갖게 되는 상황 그 자체다.

 

이 상황은 현실 문제들 때문에 아이 하나도 갖는 걸 꺼리는 현 세태와 맞물리며 건강한 가족극의 웃음을 준다. 결국 정치에 복귀하기 위해 가족 코스프레를 하던 위대한이 점점 가족에 동화되고 그들을 통해 만만찮은 행복을 느끼는 과정은 그래서 현실을 뒤집는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상황 속에 에피소드로 등장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생각보다 너무 쉽게 해결되고 처리되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한계로 지목된다. 즉 예를 들어 육아는 결국 현실적인 돈 문제라는 만만찮은 문제의식을 드러내긴 했지만 그것이 어떻게 해결됐는지 드라마는 보여주지 않는다. 갈수록 식구는 늘어나는데 한때 선거에서 지고 대리기사 일을 하며 지내던 위대한은 어떻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걸까.

 

한다정이라는 인물을 통해 끌어온 미혼모의 문제도 드라마는 너무 쉽게 해결책을 제시한다. 임신을 한 채 학교를 다니는 걸 선택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한다정은 같은 반 아이들에게 임신을 했다는 사실 때문에 온라인을 통해 집단 따돌림을 당한다. 그런데 이 심각한 문제의 해결이 너무 단순하게 이뤄진다.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에게 다가가 자신은 다를 뿐 틀린 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휴대폰을 던지면서 이제 할 얘기가 있으면 직접 하라는 말 한 마디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

 

또 갑자기 나타는 아이들의 친부가 위대한에게 돈을 요구하는 그 긴박한 상황들이 전개됐지만 그 이야기도 별다른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이 이뤄지지 않은 채 넘어가 버렸다. 이렇게 꽤 심각한 현실을 담는 문제제기는 나쁜 게 아니지만, 그렇게 문제를 단순화해버리는 식의 해결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건 실제 그런 심각한 상황을 맞닥뜨린 이들에게는 비현실성 때문에 오히려 허탈감만 줄 수 있고 또 보통의 시청자들도 공감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제기와 너무 쉬운 해결은 그래서 드라마가 어떤 갈등이나 위기상황이 전개될 때 만들어져야 할 긴장감을 흩트리는 요인이다. 문제가 생겨도 결국 쉽게 해결될 거라는 예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위대한 쇼>는 정치쇼라는 소재를 가져와 우리 시대의 대안적 가족의 모습을 제시한다는 꽤 괜찮은 기획의도를 갖고 있지만 그걸 풀어내는 과정이 너무 단순하게 그려짐으로써 맥 빠지는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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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간세’, 유튜브 본방의 예고편 같았던 5분 방송

 

5분짜리 정규편성. tvN 예능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단 5분짜리 분량으로 정규편성을 얻었다. <삼시세끼> 산촌편이 끝나고 이어지는 <아일랜드 간 세끼>의 정확한 프로그램명은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아이슬란드 간 세끼>다. 방송 분량은 짧은데 제목은 길다.

 

이렇게 길어진 제목은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말해주면서 동시에 그 성격도 드러내준다. tvN <강식당3>에서 강호동이 <신서유기 외전>을 <삼시세끼> 뒤에 매주 5분씩 붙여 내보내자는 말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신서유기6>에서 게임으로 아이슬란드 여행권을 상품으로 얻게 되면서 현실화됐다.

 

그러니 이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이수근이 방송 초입에 말했듯, <신서유기>, <삼시세끼>는 물론이고 <강식당> 등의 프로그램들의 색깔이 더해진 프로그램이다. 이수근과 은지원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모습은 <신서유기>의 형식을 가져가지만 5분이라는 분량은 이 방송의 실체가 사실상 전체 분량이 방영되는 유튜브 본방의 예고편 같은 성격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시작부터 5분이라는 분량을 강조하고 5분 후에 끝난다는 그 상황 자체가 묘한 웃음의 상황을 만들어내는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그래서 유튜브를 통해서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유튜브에 ‘채널나나나’를 개설한 나영석 PD는 방송 첫 방에 맞춰 직접 라이브 방송을 하기도 했다.

 

초보 유튜버의 어색함이 가득한 그 라이브 방송에서 나영석 PD는 지금의 방송 환경 변화에 대한 고민이 만만찮다는 걸 드러냈다. TV를 켜놓고 <아이슬란드 간 세끼>의 본방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유튜브 반응을 체크하며 이어진 라이브 방송에서 나영석 PD는 자꾸만 그 방송 속 TV의 볼륨을 높여달라는 요구에 당혹스러워했다.

 

집에서 TV를 켜놓고 유튜브 방송을 봐달라고 요청했지만 실시간으로 올라온 댓글들을 읽은 나영석 PD는 “TV가 없다”는 분들이 많다며 놀라워했다. 즉 젊은 세대들은 TV보다는 모바일이나 태블릿PC 등으로 본다는 것. 나영석 PD는 우리의 일이 이렇게 암울하다며 우리도 이쪽(유튜브)으로 가야 되는 거 아닌가 하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그 라이브 방송에서 나영석 PD가 TV와 노트북 사이에 앉아 있는 모습은 그래서 꽤 상징적인 풍경처럼 보였다. 그건 지금 방송 환경이 TV에서 인터넷,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 그 중간에 놓인 현역 PD의 고민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초보 유튜버인 나영석 PD는 100만 구독자를 넘기면 은지원과 이수근을 ‘달나라 여행’ 시켜주겠다는 얼토당토않은 공약까지 얼떨결에 내걸기도 했다.

 

이어진 <아이슬란드 간 세끼>의 유튜브 방송은 이 인터넷 방송만이 할 수 있는 특징들을 온전히 담았다. 이를 테면 아시아나 비즈니스를 탄 은지원과 이수근의 대놓고 하는 ‘언박싱’ 방송이 그렇다. 노골적인 PPL이 될 수 있는 것이지만, 유튜브에서는 하나의 방송 트렌드인 ‘언박싱’으로 이들은 아시아나 항공 비즈니스 클래스의 체험을 상세하게 전해주었다.

 

최근 들어 유튜브 같은 새로운 플랫폼으로 인한 변화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예능 PD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대의 트렌드에 가장 앞장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예능 PD들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기존 방송사의 틀에 맞춘 프로그램들만 제작하고 있다가는 순식간에 바뀐 트렌드에 한참 뒤쳐질 수밖에 없고 결국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들도 시청자들의 이탈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5분짜리 예고편 같은 내용이 TV로 방영되고 사실상 본방은 유튜브에서 방영되는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이 역전된 미디어의 상황을 표징하는 사건처럼 보인다. 김태호 PD도 또 백종원 같은 스타 방송인도 유튜브를 통해 어떻게 하면 지금의 대중들을 만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시대. 나영석 PD도 그 고민과 실험을 더하고 있다는 건 우리네 대중문화에서 어떤 미디어가 결국 중심을 차지하게 될 것인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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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사람들의 다채로운 색이 만든 다양한 이야기들

 

휴먼다큐보다 먹먹하고 코미디보다 빵빵 터지며 멜로보다 달달하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이 만난 분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다. 방송이 전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지만 이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가슴이 뜨거워지고 때론 한없이 유쾌해졌다가 새록새록 연애감정이 피어오른다.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저마다의 색을 지닌 분들의 이야기에서 어떻게 이런 보물 같은 감정들을 느끼게 되는 걸까.

 

성수동에서 길을 가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만난 구두 장인 조영학씨는 7,8년 된 자전거를 끌고 런닝셔츠에 모자를 쓴 채 반갑게 “안녕하세요”하고 먼저 인사를 했다. 너무나 편안하게 보이는 그 모습에 대해 조영학씨는 “일을 하다가 이러고 창피한 줄 모르고 다닌다”며 그러면서도 “먹고 사는데 창피함은 없다”고 말씀하셨다. 구두 만드는 작은 공장을 하고 있다는 조영학씨는 14살부터 먹고 살기 힘들어 초등학교 졸업하고 명동에서 구두 만드는 일을 배웠다고 했다. 그의 굳은살이 박인 손바닥이 결코 쉽지 않았을 그 세월들을 말해줬다.

 

아직도 여유가 없다는 조영학씨는 그래도 후회한 적은 없단다. 50년 동안 버텨온 힘이 “언젠가 일어날 수 있다 생각하며 하는 것”이었다는 말에는 그 힘겨웠던 삶의 흔적이 느껴졌다. 특히 조영학씨는 입만 열면 아내 이야기를 꺼냈다. 가장 큰 즐거움이 뭐냐는 질문에도 그는 일 년에 두세 차례 아내가 좋아하는 장어를 먹는 일이라고 했고, 포부가 뭐냐는 질문에도 아내를 위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여유 있어 보이는 모습은 어찌 보면 너무 힘겨운 삶을 넘어오면서 얻은 긍정이 아닐까 싶었다.

 

노력을 해도 안 되더라는 조영학씨는 그래도 자신이 만든 신발이 편하다 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아프신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오다 보니 아내를 만난 지 오래 되지 않았지만, 결혼 후 삶은 매우 곤궁했다고 한다. “몇 년 전에 한 보름 정도를 밥을 안하더라고요.” 밥 챙겨먹기 힘들 정도의 어려움으로 국수를 한동안 먹고 살면서 묵묵히 옆에서 지켜봐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애틋해졌으리라. “다시는 집사람이 슬픈 마음 갖지 않게끔 웃는 모습 볼 수 있게끔 열심히 사는 거죠.”

 

놀라운 건 그 여유 없는 삶에도 퀴즈 맞춰 100만 원 타면 뭐하고 싶냐는 질문에 1초도 망설임 없이 “기부”라고 말하는 조영학씨의 마음이었다. 현실적으로 여유가 없으니 거기에 써야 되지 않냐는 이야기에 “그건 내가 노력해서 풀어나갈 문제”라고 하셨다. 새삼 아무리 각박한 세상이라도 살만하다 느끼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숨은 존재들이 있다는 마음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다행히도 ‘1+1 찬스’로 퀴즈까지 맞춰 기부도 하고 100만 원도 탄 그는 이 돈으로 뭘 할 거냐는 질문에 겸연쩍게 또 아내 이야기를 꺼냈다. “와이프 줘도 되나 모르겠네...”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찾아간 한 혼수 이불 전문점에서 만난 가족은 웬만한 코미디보다 즐거운 웃음을 안겨줬다. 자신은 종업원이고 아내를 ‘디자인 사장님’이라 부르는 박성규씨와 사실상 사장님인 아내 김순자씨 그리고 거짓을 얘기하지 못하는 순수하고 순박한 모습으로 큰 웃음을 준 아들 박종현씨가 그 주인공들.

 

아내에 대한 남다른 고마움과 애정으로 다시 태어나도 다시 만날 거라는 남편과 달리, 그렇게는 안한다는 아내의 단호한 모습이나, 둘 사이에서 엄마의 고생을 안쓰럽게 생각하고 아빠가 생각만큼 많이 도와주지 않는다며 감동파괴 솔직 토크를 해준 아들의 모습이 기분 좋은 웃음을 만들었다. 끝까지 서운하지 않다면서 그래도 다시 태어나도 아내와 살겠다는 남편과 그러지 않겠다는 아내 사이에서 아들은 “그래도 둘이 다시 만나야 자신이 생길 거 아니냐”는 솔로몬의 지혜(?)를 보여줬다.

 

또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10년 간 연애 중이라는 장유정, 조윤호 커플은 갑자기 <유퀴즈 온 더 블럭>을 한 편의 멜로드라마로 만들었다. 군대에 갔을 때 한 달 간 무려 100통의 편지를 보냈다는 장유정씨의 애틋한 마음과 연기자의 꿈을 계속 꿀 수 있게 옆에서 지켜봐주고 기다려주는 그의 마음이 고마워 끝내 눈물까지 보인 조윤호씨. 이젠 함께 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느껴질 정도라는 두 사람의 달달한 모습에 유재석은 과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먹먹한 휴먼다큐에서 빵빵 터지는 코미디에 달달한 멜로드라마까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분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보다보면 세상이 수백 가지의 색깔을 가진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그저 지나치던 사람들이지만 한 걸음 더 다가가 깊게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그 분들이 살아왔던 세월의 색에 젖어보는 것. 그것이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가진 힘의 원천이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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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이 작은 영화가 세계를 쏜 까닭

 

벌새는 현존하는 새 중 가장 작은 새들로 가장 작은 건 몸길이가 5cm에 몸무게는 2.8g에 불과하다고 한다. 가만히 보면 마치 헬리콥터처럼 정지해 서 있는 것처럼도 보이지만,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이 가능한 건 엄청난 속도의 날갯짓 때문이다. 빠른 벌새는 초당 55회의 날갯짓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영화 <벌새>에는 벌새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제목을 단 건 아무래도 여기 등장하는 14살 중학생 은희(박지후)라는 인물과 그 인물을 들여다보는 카메라가 마치 벌새와 그 벌새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선을 닮아 있기 때문일 게다. 아주 작은 존재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끊임없이 날갯짓을 하며 세계와 대결하고 자신을 성장시켜 나가는 그런 위대한 존재.

 

<벌새>가 다루는 이야기의 시공간은 1994년 대치동이다. 이 영화에서 이 시공간이 중요한 건, 그 시점에 벌어진 성수대교 붕괴 같은 거대한 사건과 은희가 대치동 아파트에서 당대의 가부장적 집안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는 그 일상이 중요한 사건으로 다뤄지기 때문이다.

 

그 일상은 사실 영화가 주로 다루는 극적인 사건 같은 것들을 끌어오지는 않는다. 방앗간을 하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때론 지나치게 권위적인 남편과 맞서기도 하지만 결국은 순종적인 어머니, 동생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는 오빠와 그런 집안에서 탈출하듯 부모가 원하는 반대방향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언니.

 

어찌 보면 당대의 여느 집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 집안 풍경들은 그러나 은희라는 섬세한 인물의 시선으로 아주 자세히 천천히 들여다보자 무수한 감정들을 품어낸다. 관심 밖으로 밀려난 은희가 남자아이와 연애를 하고 유일한 친구인 지숙과 때론 탈선을 하기도 하며 자신을 따르는 여자 후배와도 연애 감정을 갖는 그 일련의 과정들이 자잘하게 보여진다.

 

그 평이해 보이는 일상 속에서 사건이랄 수 있는 건 힘겨워 하는 은희가 자신을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는 유일한 어른 영지 선생님(김새벽)을 만난 일이다. 마음을 다치고 찾아온 은희에게 항상 따뜻한 차를 대접해주며 “누가 널 때리면 어떻게든 맞서 싸워”라고 말해준 인물. 영지라는 인물의 존재는 이 평이해 보이는 일상과 대비되면서 그것이 평범하지 않은 폭력적인 것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걸 드러내준다.

 

디테일이 클리셰를 극복하게 해준다는 건 영화를 안다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이야기다. <벌새>는 평이한 일상들에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좀 더 오래도록 들여다봄으로써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것 같은 인물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감정 같은 것들을 찾아내게 해준다. 그건 마치 멈춰서 있는 것 같지만 무수한 날갯짓에 의해 버텨지고 있는 것들이라는 걸 카메라의 ‘오래 들여다보는’ 시선이 보여준다.

 

이 부분은 <벌새>라는 작은 영화가 외국 영화제에서 20여개가 넘는 상을 받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한 사람의 작은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 하나의 세계가 보인다는 것. 그리고 그 세계는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세상에게 잔잔하지만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는 사건일 수 있다는 걸 영화는 은희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준다.

 

그래서 1994년의 성수대교 붕괴 같은 사건 또한 당대의 가족과 사회의 공기로 자리 잡던 가부장적 세계관이 만들어낸 결과처럼 여겨지게 된다. 그 거대한 사건이 사실은 우리의 이런 작은 날갯짓들이 전하는 항변과 버텨냄을 무시함으로써 생겨난 비극이라는 것.

 

요즘처럼 현란하고 빠른 속도감의 영상들이 마치 콘텐츠의 금과옥조처럼 되어 있는 시대에 <벌새>는 그래서 정반대로 가는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수수하고 너무나 느려 심지어 정지된 영상이 아닐까 여겨지기도 하는 장면들을 오래도록 들여다보는 재미가 의외로 쏠쏠하다는 걸 이 영화는 보여준다. 여백이 많은 만큼, 그 영상을 통해 저마다의 추억과 생각들이 더해지면서 더더욱 풍부해지는 영화. 역주행하며 10만 돌파를 눈앞에 둔 <벌새>의 작은 날갯짓이 의외로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다.(사진:영화'벌새')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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