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194)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981)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Total13,431,483
Today119
Yesterday278

'방법'은 성동일에게 씌운 악귀 통해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진종현은 포레스트로 몸을 옮겨가려는 거였어.” tvN 월화드라마 <방법>은 왜 진종현(성동일)이 운영하는 SNS회사 이름이 포레스트인지, 그 회사가 크게 된 것이 ‘저주의 숲’이라는 서비스 때문이었는지 그리고 포레스트의 로고는 왜 나무 형상과 스티그마타의 형상을 본따고 있는지를 드러냈다.

 

포레스트는 ‘저주의 숲’을 의미하는 것이고 로고는 그 숲과 동시에 진종현, 백소진(정지소)의 손에 새겨진 스티그마타 형상의 상처가 담긴 것이었다. 진종현이 ‘저주의 숲’에 올라온 저주들을 프린트해 마치 열매를 달 듯 걸어놓는 나무 역시 그 상징물이었다. 진종현에게 들어간 악귀가 포레스트라는 저주의 숲으로 몸을 옮기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저주의 숲에 올라온 무수한 저주의 대상들이 거기 찍혀진 동의에 의해 방법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임진희(엄지원)와 정성준(정문성) 모두 그 저주의 숲에 올라온 저주 대상이다. 이제 한두 명을 대상으로 하는 방법(저주)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방법이 전개될 수 있다는 위기감과 함께 그 대상 속에 임진희와 정성준도 들어가 있다는 사실은 드라마에 극적 긴장감을 높여 놓는다.

 

사실 <방법>이 그려내는 세계는 현실적이라 보기 어렵다. 따라서 그 세계의 룰을 설명하는 일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탁정훈(고규필) 같은 민속학 교수 캐릭터는 중요하다. 그는 악귀가 어떻게 몸을 옮겨가고 그 대상이 인간보다는 물건이나 자연물 등에 더 깃들게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것이 더 오래 영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탁정훈은 방법이 통하지 않게 만드는 악귀가 든 귀불의 특징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귀불 옆에서는 방법이 통하지 않지만, 그걸 없애기 위해서는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것. 귀불이 저주하려는 대상을 찾아 먼저 저주하면 귀불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 단서는 저주의 숲에 올라와 있는 임진희가 백소진에게 방법을 부탁하는 이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방법의 대상이 될 때 주도권을 잡아 역공을 하려는 것일 게다.

 

중요한 건 탁정훈의 이런 설명을 통해 소개되는 이 세계의 룰이 비현실적이지만 시청자들에게 납득되는 이유다. 그것은 누군가를 방법하거나 방법을 막거나, 악귀가 들리거나 옮겨가는 그 일련의 이 세계가 가진 룰들이 우리네 현실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혐오와 저주의 확산과 그 결과들을 은유하는 것처럼 설정되어 있어서다.

 

포레스트라는 회사가 SNS를 통해 ‘저주의 숲’을 운영하고, 진종현에게 든 악귀가 그 숲으로 몸을 옮겨 불특정다수를 방법한다는 설정은 그래서 여러모로 우리네 SNS를 타고 번져나가는 혐오와 그로 인해 실제로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방법>을 그런 혐오 사회가 갖는 폭력을 ‘방법’이라는 초현실적인 소재를 가져와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방법>을 보고 있으면 그 초현실적인 대결을 통해서도 어떤 현실적인 실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 안에도 존재할 수 있는 ‘저주의 숲’을 생각하게 되고, 어떤 상황이 터졌을 때 저도 모르게 SNS를 통해 누군가를 방법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그건 어쩌면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의 위협보다 더 무서운 감염병은 아닐는지.(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미스터트롯’, 막강해진 팬덤 이젠 제작 전반까지 들여다본다

 

잘 나가는 프로그램의 유명세일까. 아니면 오디션 프로그램이 갖는 근본적인 한계일까. TV조선 오디션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에 임영웅 편애 논란이 터졌다. 논란을 촉발시킨 건 담당작가의 SNS였다. 임영웅의 노래가 음원사이트에 진입한 걸 축하는 내용의 그 SNS에서 ‘장하다 내새끼’ 같은 해시태그가 발단이 됐다.

 

제작진은 곧바로 사실무근이라며 입장을 발표했다. 즉 임영웅을 편애하는 내용이 아니라 곡이 차트에 들어가게 된 것에 대한 놀라움의 표현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건 사실일 게다. 흔히 방송 프로그램에서 ‘내새끼’라는 표현은 자주 등장하는 출연자들에게 쓰이곤 한다. 그만큼 고맙고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지만 그렇다고 그 특정 출연자를 편애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제작진 역시 이런 오해가 발생하게 된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했다. 즉 결승전 방송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이런 SNS 자체를 조심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또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여러 명의 작가가 참가자들을 각각 1대1로 담당,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한 작가가 자신이 담당하는 가수에 애정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런 마음을 해당 프로그램의 작가로서 SNS에 게재하는 건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상 부적절했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편애설과 함께 프로그램 상의 자막이나 편집 심지어는 분량에 대한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는 건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특성상 결승을 향해 달려갈 때 생겨나는 잡음들일 수 있다. 제작진이 기계가 아닌 이상 출연자들의 분량을 완벽하게 맞춰서 내보내기는 어렵다. 그건 또한 방송의 재미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다.

 

자막이나 편집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필수적인 양념이 되었다. 특히 어르신들에게 맞춰진 <미스터트롯>의 자막과 편집은 상대적으로 커다란 폰트의 글들이 화면 가득 채워지기도 하고, 특정 장면들은 심지어 서너 번씩 반복적으로 편집되어 보여지면서 강조점을 찍기도 한다. 그건 그 출연자들의 무대가 가진 묘미와 매력을 극대화해서 전해주려는 제작진의 노력이지만, 모든 출연자들의 형평성을 잣대로 세우면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보일 수 있다.

 

물론 이런 문제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초중반까지는 그다지 큰 이슈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 점점 결승을 향해 달려갈 때, 별 문제되지 않던 자막, 편집, 분량 나아가 제작진의 사소한 SNS까지 문제가 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어떻게 편집되느냐에 따라 현장이 아닌 방송을 통해 보는 시청자들의 문자투표는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강력한 팬덤이 개입한다. 초반에는 생기지 않던 팬덤이 후반으로 갈수록 확고해지고, 이들은 심지어 문자투표 독려 같은 ‘활동’까지 하게 된다. 각자 지지하는 출연자가 조금이라도 박대를 받는다 싶으면 그건 ‘논란’으로도 쉽게 비화된다. 애정이 커질수록 방송을 보는 눈초리는 더 예리해진다. 제작 전반까지 들여다볼 정도로.

 

<미스터트롯>에 갑자기 불거진 편애설은 하나의 해프닝이다. 하지만 이 해프닝을 제작진들은 좀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그건 팬덤들이 이제 눈에 불을 켜고 방송 전반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적절한 소재와 기획의도를 가지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형식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 강력함을 만들어내는 팬덤의 ‘관여 욕구’는 작은 것에도 주의를 요구하게 만든다.(사진:TV조선)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아무도 모른다’ 진짜 아무도 모르는, 그래서 더 알고 싶은

 

아무도 모른다.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SBS 월화드라마 <아무도 모른다>는 제목 그대로 은호(안지호)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를 좀체 알려주지 않는다. 그가 왜 백상호(박훈)가 운영하는 호텔 옥상에서 뛰어내렸는지, 그 날 왜 돈다발이 들어있는 운동화를 동명(윤찬영)에게 뺏기듯 건넸는지, 도대체 무엇 때문에 민성(윤재용)의 운전기사가 은호를 철거 예정된 건물로 불러들여 폭력을 가했는지, 또 그 운전기사는 왜 그 건물에서 목이 매단 채 죽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그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다.

 

은호의 윗집에 살며 부모보다 더 가깝게 지내온 차영진(김서형)은 갑자기 호텔 옥상에서 투신한 은호를 보며 오열한다. 그리고 후회한다. 그 날 자신을 찾아와 은호가 하려 했던 이야기를 들어주었더라면, 좀 더 이 아이가 처한 상황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려 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 자책하는 것이다. 병상에서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은호의 몸에 난 누군가에게 맞은 흔적들은 차영진의 궁금증을 더욱 절박하게 만든다.

 

그가 은호에게 벌어진 일에 이토록 절박한 심정을 갖게 되는 건 과거 성흔연쇄살인사건의 희생자가 된 친구에 대한 부채감 때문이기도 하다. 그 때도 친구의 전화를 받지 않았던 자신 때문에 그런 비극이 벌어진 것이라 그는 자책했다. 그리고 그 부채감은 그가 형사가 되어 지금껏 성흔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해온 이유가 됐다. 신생명 교회 목사였던 서상원(강신일)이 자신이 살인범이라 자백하고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렸지만 그는 이를 의심한다. 서상원 말고 진범이 따로 있을 거라는 의심.

 

은호 담임선생님 이선우(류덕환)의 매형이자 신성중학교를 소유한 신성재단 이사장인 윤희섭(조한철)는 진실에 다가가려는 선우를 막으며 이렇게 말한다. “너의 선의가 악의로 돌아와 너를 다치게 할 수 있다”고. 그래서 항상 학생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지내려 했지만 선우는 점점 은호에게 벌어진 일이 궁금해진다. 결국 차영진과 선우는 그 진실을 추적하는 같은 길 위에 서게 된다.

 

<아무도 모른다>는 쉽사리 사건의 전모를 밝혀주지 않는다. 그래서 차영진과 선우가 가진 절박한 궁금증을 시청자들 역시 똑같이 느낀다. 어쩌면 성흔연쇄살인사건과 은호에게 벌어진 사건이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은호가 다니는 신성중학교는 신성재단과 연결되어 있고 백상호는 그 학교를 지원하는 한생명 재단 이사장이며, 그는 또한 성흔연쇄살인사건과 관련이 있는 신생명 교회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결고리가 희미하게 드러났을 뿐, 구체적인 관계들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들은 사건의 전모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키운다. 이것은 <아무도 모른다>를 계속 빠져서 보게 만드는 힘이다. 그 전모는 결국 드러날 것이지만, 여기서 중요해지는 건 이토록 갈증을 느끼는 차영진과 이선우의 입장에 시청자들이 함께 빠져드는 것이다.

 

차영진과 이선우는 사건의 전모를 밝혀나가면서 은호라는 한 학생이 처한 상황들을 조금씩 이해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들여다보는 일이 어쩌면 진짜 어른이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아무도 몰랐던 건,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그것이 아이들에게조차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일들이 꼭꼭 숨겨져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토록 깊게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으니 말이다.

 

은호에게 벌어진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차영진과 선우의 여정이 갖는 의미는 그래서 이 시대에 어른으로서 살아가는 길이 무엇인가를 말해주는 것일 지도 모른다. 아무도 모르는 일이 아니라 아무도 알려 하지 않았던 일일 수 있다는 걸 통해서.(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20.03.25 11:17 BlogIcon 아무도모른다다시보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무도모른다다시보기

‘부럽지’ 연애 매칭에서 연애 관찰로, 진짜 연애 보여준다

 

거침이 없다. 당당하다. 사랑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길거리에서건 어디서든 스킨십도 자연스럽다. 사실 연애를 해본 사람은 누구나 알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 얼마나 감정이 애틋하고 가슴이 설레는지. 시대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애틋한 감정이나 설레는 마음은 과거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달라진 건 그걸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과거에는 그런 사적인 연애가 드러나는 것을 피하고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길거리에서도 종종 뽀뽀를 나누는 젊은 연인들을 볼 수 있고, 과감한 스킨십도 타인의 시선을 그리 의식하지 않는다. 마치 해외를 여행하다 느낀 그 자유로움을 이제는 우리네 길거리에서도 심심찮게 발견하게 된다.

 

아마도 MBC에서 첫 방영된 <부러우면 지는 거다(이하 부럽지)>는 바로 이런 사적인 연애를 드러내는 것에 있어서 거리낌이 없어진 시대의 변화를 밑그림으로 가져왔다고 보인다. 배우로 전향했지만 우리에게는 아나운서의 이미지 또한 남아있는 최송현과 프로다이버 이재한 커플은 그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찍히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뽀뽀를 하고 감정을 드러내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

 

이원일 셰프와 MBC <전지적 참견 시점> 김유진 PD 커플은 웨딩샵에서 드레스를 입어보며 한껏 서로에 대한 애정을 과시한다. 웨딩샵을 빠져나오며 길거리에서 서로에게 뽀뽀를 나누는 것에서도 과감하다. 또 레인보우 지숙과 최근 코로나 앱으로 화제가 됐던 이두희 커플은 PC방 데이트를 즐기며 ‘공개연애’가 오히려 만들어준 자유를 만끽한다. 그 전에는 숨어서 했던 연애를 이 방송을 계기로 대놓고 할 수 있어 즐겁단다.

 

사실 관찰카메라는 처음 그 형식이 시도됐을 때부터 누군가의 사생활을 들여다본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애써왔다. 해외의 리얼리티쇼가 보여주는 그 과감함(?)을 우리로서는 그대로 적용하기가 정서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3년 MBC <아빠 어디가>나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관찰카메라가 먼저 시도됐다. 가장 정서적 부담이 적은 관찰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관찰카메라가 조금씩 그 영역을 넓혔다. MBC <나 혼자 산다>는 연예인 관찰카메라로 영역을 넓히면서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시대에 1인 라이프를 들여다본다는 ‘사회적 의미’를 굳이 더하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이런 1인 라이프 이야기는 더 이상 이 프로그램에 중요하지 않게 됐다. 어느 새 관찰카메라는 어느 영역에서든 익숙해진 형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TV조선 <연애의 맛> 같은 본격 관찰카메라 프로그램은 보다 내밀한 사적인 관계로까지 카메라가 들어갔다. 이제 우리에게도 어떤 정서적 장벽처럼 여겨지던 내밀한 사생활을 관찰하는 본격 리얼리티쇼의 시대가 열렸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여전히 그것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의 정서적 차이는 존재한다.

 

스튜디오에 출연하는 장성규, 장도연, 허재, 전소미, 라비는 그래서 그 관찰영상들에 대한 반응들이 조금씩 다르다. 그 중에서도 ‘라떼는’ 하며 과거에는 풍기문란으로 잡혀 들어갈 장면들이 나오는 것에 말문이 막혀하는 허재와, 이 방송을 통해 연애 버킷리스트를 만들겠다는 신세대 전소미의 다른 반응들은 그 정서적 세대적 차이를 잘 보여준다.

 

프로그램은 형식적으로도 이들의 사적인 연애를 들여다보는 재미를 대놓고 추구하고 있다는 걸 드러낸다. 카메라 렌즈 형상으로 스튜디오에 앉아 있는 출연자들을 누군가 훔쳐보듯 들여다보다가 화면이 전환되어 진짜 커플들의 장면을 이어 붙이는 편집이 그렇다. 그것은 시청자들의 시점을 관찰카메라의 시점과 맞춰놓는 형식적 장치다.

 

한 때 남녀 커플을 등장시키는 이른바 연애 매칭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 차원을 넘어서 연애 관찰 프로그램으로 카메라의 포커스가 바뀌고 있다. 실제 연애의 풍경이 달라졌고, 그것을 드러내는 일이나 타인의 시선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시대에 <부럽지>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조심스러움을 걷어내고 당당하게 있는 그대로의 진짜 연애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적 연애를 들여다본다는 그 정서적 장벽을 슬쩍 넘어서 프로그램을 보면 달라진 연애의 풍경과 남녀의 모습 게다가 일과 사랑에 대한 관점 등이 눈에 들어온다. 이들에게는 공유하는 취미가 중요하고 사랑만큼 일도 소중하다. 그것을 서로 존중하고 나아가 타인의 취향까지 사랑하는 모습이 이들의 연애 속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애써 부정하려 해도 우리는 이미 사적인 것들을 드러내고 들여다보는 일에 익숙해진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많은 각자의 SNS들은 그걸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부럽지>는 이런 시대의 변화된 지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당당하고 소신 지키며 자기 삶에 충실한 청춘들의 등장

 

청춘들이 달라졌다. 드라마에서 청춘들은 주로 두 부류의 캐릭터로 소비되곤 했다. 그 하나는 청춘멜로의 대상. 청춘들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사랑받는 소재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사회 현실의 어려움에 직면한 청춘들이다. 현재의 사회 현실을 담은 드라마들이 청춘들을 등장시킬 때 그들이 실제로 겪곤 하는 취업 현실이나 만만찮은 조직의 적응기가 그것이다.

 

최근 드라마 속 청춘들의 초상을 보면 현실을 벗어나 사랑이라는 판타지에 빠져 있거나, 혹은 만만찮은 현실과 사투를 벌이던 청춘들과는 사뭇 다른 면모들이 발견된다. 물론 사랑과 현실 이야기가 빠지진 않지만 이걸 대하는 이들의 면면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드라마는 역시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JTBC <이태원 클라쓰>다. ‘청춘 복수극’이라는 새로운 틀을 가져온 이 드라마에서 박새로이(박서준)는 기성사회의 부정하고 잘못된 시스템에 굴복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성공하는 것이 진정한 복수라 말하는 청춘이다. 그는 갖가지 갑질과 핍박에 시달리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도 정해놓은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간다.

 

전과자라는 설정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 청춘은 취업이 아닌 창업을 택한다. 그리고 조금씩 가게를 성장시켜 국내 최고의 요식업 회사를 꿈꾼다. 가진 것 없는 그에게 기성관념이 허황되다고 말할 때 그는 일갈한다. “내 가치를 네가 정하지마. 내 인생 이제 시작이니까. 원하는 거 다 이루면서 살 거야.”

 

청춘들은 이제 기성 사회가 만들어놓은 시스템 안에서 참고 적응해내려 했던 <미생>의 장그래와는 많이 달라졌다. 대신 작아도 자신의 일을 추구하고, 거기서 성공과 행복을 찾으려 한다. 종영한 드라마 KBS <동백꽃 필 무렵>의 황용식(강하늘) 같은 청춘은 옹산이라는 자그마한 마을에서 순경으로 살아가면서도 소신을 지켜가며 나름의 행복과 사랑을 실천해가는 인물이다. 시청자들이 이 청춘에 매료됐던 건, 순박하고 소박하지만 타인의 시선이나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그 면모 때문이었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JTBC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임은섭(서강준) 같은 인물도 이러한 달라진 청춘의 색깔을 보여준다. 북현리라는 작은 마을에서 자그마한 책방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청춘이지만, 지역 사람들과 독서모임을 통해 정을 나누고 단단한 자기만의 소신을 갖고 있다. 추운 겨울 속에 서 있는 사람들을 그 책방처럼 따뜻하게 품어주는 인물. 서울살이에 지쳐 내려온 목해원(박민영)과 그의 사랑이야기가, 사랑의 차원을 넘어서 우리를 힐링시켜주는 건 이 청춘의 묵묵히 타인을 배려하며 소신 있게 살아가는 삶이 따뜻한 온기를 전하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소신을 가진 청춘들의 등장은, 이제 달라진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을 반영한다. 누군가 세워놓은 기준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는 것보다는 자기 스스로 세운 소신을 갖고 큰 성공은 아니더라도 확실한 나의 행복을 추구하겠다는 청춘들. 그들의 당당함이 우리 사회의 어떤 희망처럼 느껴지는 이유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하이바이 마마’, 귀신 판타지로 담은 신개념 가족드라마

 

시작은 귀신 이야기였다. 죽었지만 산 자들의 주변을 빙빙 도는 귀신들. 그런데 이 귀신들이 우리가 지금껏 봐왔던 귀신들과는 영판 다르다. 보통 산자 주변에 출몰(?)하는 귀신이라면 사람들 해코지하는 호러물이 떠오르지만, 이 귀신들은 저마다 절절한 가족애를 드러낸다. tvN 토일드라마 <하이바이 마마>는 그래서 귀신 판타지로 담아낸 색다른 가족드라마처럼 보인다.

 

납골당을 찾아 망자의 살았을 적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유족들. 그런데 <하이바이 마마>는 유족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들을 뒤에서 꼭 껴안고 있는 망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유족이 눈물 흘릴 때 망자도 눈물을 흘린다. 아마도 졸지에 자식을, 부모님을, 형제와 자매를 또 아이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면 그 망자의 눈물에 먹먹함과 함께 어떤 위로를 받을 게다. 그건 떠났다 생각했던 이들이 여전히 우리 주변에 남아 우리를 걱정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니까.

 

<하이바이 마마>는 죽었던 차유리(김태희)가 49일 간 되살아나 벌어지는 소동극을 코미디 장르로 담고 있다. 그런데 되살아난 건 차유리에게도 또 그를 떠나보냈던 유족에게도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지고 껴안고 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가 떠난 후 이미 생겨난 새로운 관계들은 차유리로 하여금 다가갈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조강화(이규형)는 오민정(고보결)과 새로 결혼을 했고, 서우(서우진)를 돌보며 살아간다. 되살아난 차유리는 그래서 저 솔로몬의 선택에 등장하는 진짜 엄마처럼 한 발 떨어진 곳에서 아이를 바라본다. 그는 딸 서우가 귀신을 보게 된 걸 걱정해 환생한 것이고, 그걸 막고 나면 돌아갈 거라 한다. 그래서 살아난 후에도 그는 부모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어차피 떠날 사람이니 만나봐야 또 다시 상처가 될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귀신으로 있다가 살아났다는 판타지 설정을 하나 들인 것뿐이지만, 그 설정 속에서 이 드라마는 꽤 많은 가족과 친구에 대한 생각들을 하게 만든다. 그냥 평탄한 부부라면 늘 그러려니 했던 일들도 이 설정 속에서는 보다 절절해진다. 되살아난 유리를 걱정해 호텔을 무시로 찾아와 불편한 건 없는지 걱정하는 남편 강화의 모습이나, 절친인 언니 고현정(신동미)과의 재회가 눈물 쏙 빠지게 되는 그런 모습들이 연출된다.

 

모정 또한 이 설정 속에서는 색다른 감정을 동반한다. 즉 딸에게 다가가고픈 욕망이 앞서면서도 그것이 모두를 위한 행복한 선택이 맞는지 갈등하게 되는 것. “그럼 서우 엄마 해요”라고 취중에 진담을 꺼내놓은 오민정 때문에 갈등하다 “정말 해도 되요?”라고 묻는 차유리의 감정 변화가 가능한 건 이 판타지 설정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망자가 된 귀신들의 모습이 가끔씩 살아있는 사람들 모습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서우가 다니는 유치원의 엄마들은 자기 자식을 위해서 다른 아이들과는 사뭇 다른 서우를 내보내라고 유치원에 압력을 준다. 그리고 틈만 나면 모여서 서우의 뒷담화를 한다. 하지만 한 날 한 시에 망자가 된 필승(이시우)네 가족을 보면 자기 자식을 끔찍이 챙기면서도 서우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적이지 못한 인간과 너무나 인간적인 귀신의 대비라니.

 

이제 가족드라마의 시대는 지나갔다고들 말한다. 또 1인 가구가 급증하고 개인주의 사회가 되면서 가족의 가치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건 사실일까. 가족드라마의 시대가 지났다고 말하는 건 옛 방식의 가족드라마가 그렇다는 것일 뿐이다. 또 개인주의 사회가 되어가고 있어도 그렇기 때문에 가족의 소중함과 갈증은 더더욱 커진다.

 

다만 가족의 이야기를 우리 시대에 맞게 어떤 새로운 이야기로 담아낼 것인가가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귀신의 환생이라는 판타지 설정을 가져와 혈연을 넘어서는 끈끈한 가족애를 드러내고,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많은 가족과 친구들 사이의 일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들인가를 끄집어내는 <하이바이 마마>라는 드라마는 확실히 색다른 가족드라마의 가치를 보여준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