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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더 에이트 쇼’, 블랙코미디와 잔혹극 속에 담긴 현대사회의 자화상“편의점 알바 시간당 9860원. 유통기한 지난 김밥으로 끼니를 공짜로 해결한다 쳐도 하루 일당 78,000원. 매일 늘어나는 9억 사채 빚의 이자의 이자도 안된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는 어쩌다 선배라는 작자의 사기에 속아 돈을 끌어다 쓰고 사채 빚에 허덕이는 진수(류준열)의 이야기로 문을 연다. 그는 이렇게 해서는 평생 빚쟁이들에게 쫓겨다닐 수밖에 없다는 걸 자각하고는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리려 한다. 그 순간 문자 하나가 날아온다. ‘당신이 포기한 당신의 시간을 사고 싶습니다.’ 결국 진수는 이 기막힌 쇼에 참가하게 된다. 진수가 사채 빚에 쫓기는 신세가 되고 결국 죽으려다 쇼에 참여하게 되는 과정을 짧게 담은 ‘더 에..
‘졸업’, 정려원과 위하준의 설렘 가득 사제 관계 졸업 연인 관계 시작 “선생님.. 이라고 불러 보세요. 선생님이라고 불러 보시라고요. 꽤 기분 좋을 것 같은데.” 8등급 꼴통이었지만 기적의 1등급으로 만들어 스타강사 서혜진(정려원)의 스마트폰에는 ‘나의 자랑’으로 전화번호가 입력되어 있는 이준호(위하준)가 불쑥 그렇게 말한다.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불러보라는 건 마치 그가 그렇게 불리고 싶어 서혜진이 일하는 대치동 학원의 선생님이 되려는 것처럼 들린다. 왜? 동등한 입장이고 싶고, 그래야 다가갈 수 있으니까. tvN 토일드라마 ‘졸업’의 이 장면은 앞으로 이 대치동 학원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가 그 치열한 일터의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동시에 서혜진과 이준호의 사랑이야기를 그려나갈 거라는 걸 예감하게 한다..
‘삼식이 삼촌’, 먹고사니즘에만 몰두했던 시대의 느와르“피자 아세요? 드셔 보신 분? 의원님, 드셔 보셨습니까? 제가 유학시절에 피자집 다락방에서 살았습니다. 하루 한 끼 제대로 못 먹던 유학시절에 매일 피자 굽는 냄새에 밤잠을 설쳤습니다. 여러분 총칼이 아니라 경제입니다. 누구도 끼니 걱정하지 않는 나라. 하루 세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나라! 제가 유학시절에 가장 부러웠던 건 전투기도 항공모함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피자였습니다. 전 국민이 굶으면서 전쟁에 이기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개혁당 주인태(오광록)를 지지하는 연설에서 김산(변요한)이 하는 피자 이야기에 박두칠(송강호)의 눈이 반짝 빛난다. 그 역시 대한민국 정재계를 쥐고 흔드는 청우회 사람들 앞에서 한바탕 피자 이야기를 꺼냈던 적이 있어..
“유인원과 인간이 함께 살 수 있을까?” 웨스 볼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동물도 그렇지만 소통은 원래부터 안 되는 게 정상이다. 그렇기에 더욱 더 소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최근 ‘숙론’이라는 책을 낸 동물학자이자 생태과학자인 최재천 교수가 한 말이다. 대화를 통해 정치적 타협점을 찾아가기보다는 당파로 나뉘어 정쟁을 일삼는 현 정치행태를 비판한 그는, 그래서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함께 찾아나가려는 ‘숙론(熟論)’을 그 대안으로 내놨다. 아마도 최재천 교수가 7년만에 새로운 시리즈로 돌아온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를 봤다면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았을까. 시저가 사망한 후 수백 년이 흐른 뒤 진화한 유인원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 유인원들의 새로운 구원자로 성장해가는 노아(오웬..
‘선재 업고 튀어’로 연기 앙상블의 힘을 보여준 김혜윤“별은 말이지.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거의 없어.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거야.” 이준익 감독의 영화 ‘라디오스타’에서 최곤(박중훈)의 매니저 박민수(안성기)가 하는 이 대사는 스타가 빛날 수 있는 게 무엇 때문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 스스로 빛나서 스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그를 빛나게 하고 있기 때문에 빛난다는 것이다. ‘라디오스타’에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게 스타를 빛나게 하는 존재로서 매니저 박민수를 말하지만,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서 최애인 유명 아티스트 류선재(변우석)를 빛나게 하는 존재는 다름 아닌 임솔(김혜윤) 같은 열성 팬들이라고 말한다. 갑작스러운 선재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된 임솔이 선..
하늘은 나는 건 기본이고, 시간을 되돌리고, 심지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예지한다. 아마도 마블의 슈퍼히어로물이라면 이들은 지구를, 아니 우주를 구원했을 게다. 하지만 JTBC 토일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초능력자들은 지구는커녕 본인도 구원하지 못한다. 이유는 저마다 병을 얻어 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것도 불면증, 우울증, 비만 같은 현대병을. 복만흠(고두심)은 예지몽 능력자지만 불면증에 걸렸다. 잠을 자야 꿈을 꾸고 꿈을 꿔야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예지할 수 있을 텐데 그 능력 자체가 불면증에 의해 원천봉쇄된 것이다. 복만흠의 아들 귀주(장기용)는 눈을 감고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그 때로 되돌아갈 수 있는 타임슬립 능력자다. 하지만 아내가 사고로 사망한 후 우울증에 빠져버렸다. 술에 ..
‘선재 업고 튀어’, 이 드라마가 ‘선친자’를 만드는 몇 가지 이유‘상친자’에 이은 ‘선친자’의 탄생인가. 한때 대만드라마 ‘상견니’에 푹 빠진 이들을 지칭하던 ‘상친자(상견니에 미친 자)’라는 표현이 최근에는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 빠진 이들을 말하는 ‘선친자’라는 표현으로 재연되고 있다. 혹은 ‘솔친자’나 ‘업튄자’라고도 하는데, 도대체 ‘선재 업고 튀어’의 무엇이 이런 신드롬급의 과몰입 반응들을 쏟아내게 만드는 걸까. 그 중심에는 역시 임솔(김혜윤)이 시간까지 되돌려 그토록 구해내려 하는 최애 류선재(변우석)가 있다. 이미 ‘청춘기록’에서부터 큰 키에 조각 외모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던 변우석 배우인데다, 노래하는 아이돌이자 수영선수 그리고 무엇보다 첫 눈에 반해 임솔에 대한 ..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그는 모든 위대한 낮은 자들의 뒷것이었다“나는 뒷것이야. 너희는 앞것이고.” 김민기가 했다는 그 말은 그의 삶과 그가 가난한 예술인들을 위해 만들었던 학전(學田)이 해온 일을 압축해 설명해준다. 학전을 세워 ‘지하철 1호선’ 같은 최장기 공연은 물론이고 다양한 뮤지컬, 아동극 그리고 가수들의 공연을 무대에 올렸던 김민기. 하지만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무대 위가 아니라 무대 아래서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는 역할을 자임했다. ‘학전’이라는 이름 그대로 나서지 않고 묵묵히 예술가들의 못자리가 되어준 것이다. SBS 다큐멘터리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3부작은 개관 후 33년을 버텨왔지만 재정난과 김민기의 건강악화로 지난 3월 폐관한 학전과 이 소극장을 세운 김민기의 삶을 담..